-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4/01/15 23:00:46
Name   양라곱
Subject   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 계약하는 날에도 쎄함을 느꼈다. 뭘 다 지나고 이제와서 쎄함을 논하냐, 니가 무슨 쎄믈리에냐 하면 딱히 반박할 말은 없지만, 돌이켜보니 그렇다는거다. 원래 다 그런거 아니겠나. 3년 전의 나의 직감에 눈감은 대가는 현재의 내가 이미 감당했으니 사실 자조의 성격이 더 강하지 싶다.

이 글은 집주인과의 분쟁 발생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 신청까지의 약 한달 반의 타임라인이다. 미래의 누군가가 본다면 대충 이렇게 진행하면 되는구나 정도의 가이드일 것이다. 아니, 실은 나의 넋두리, 승리선언 혹은 삶에서 이 사건을 매조짓고 흘려보내기 위한 의식ritual일 것이다.

——————————————

계약 만료 3개월 전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묵시적 갱신으로 3년 넘게 살다가, 갑작스런 이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이야기하고, 집주인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계약 만료 D-38
그 사이에 부동산에서 세네번 정도 집을 방문했지만 집은 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이사를 나가야했고, 다음 방을 월세로 구했기 때문에 일부 짐을 두고 이사를 나갔다. 집주인은 도배 등을 새로 하고싶다하여,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분쟁의 시작이었다.

계약 만료 D-31
새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한지 이틀 째, 갑자기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주인은 굉장히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로, 왜 자기한테 상의도 없이 거실벽에 타공을 했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

에어컨을 설치하느라 이미 있는 구멍을 쓰긴 했지만, 벽을 타공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여기에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타공하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 및 증인은 명확했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을 했다. 이에 대한 집주인의 반응은 [거짓말하지 마라]였다.

??

20년 전, 집 앞에서 불장난하다가 어머니한테 걸렸을 때 들은 이 말을 2023년의 내가 들으니 향수가 느껴지…지는 않고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에어컨 설치 당시의 사진을 찾아서 보내주겠다하니 전화를 뚝 끊었다. 사진첩에서 당시 사진을 찾아서 보내며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과 당시 에어컨 설치기사님의 증언도 함께 보냈다. 그리고 벽지 복구 비용은 내가 부담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서.

그 이후에의 답장은 아래와 같다.



???

이 순간 바로 인지하였다. 아, 가시밭길이 시작됐구나.

미리 스포를 하나 하자면, 계약 만료 31일 전의 저 일방적 통보의 카톡이 사건이 끝날 때 까지 집주인이 나에게 직접 보낸 마지막 메시지이다. 그 이후에 내가 보낸 모든 카톡의 1은 아직도 남아있다.

저 카톡에 이상한 포인트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짚어보자면,
(1) 나는 타공을 진행하지 않았다. 만약 집주인이 입주 전에는 벽에 구멍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건 집주인이 증명해야한다.
(2) 행여 내가 타공을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나의 책임은 원상복구에 있다. 즉, 타공벽면에 대한 회복에 한한다.

그런데 집주인께서는 나에게 [실망]하시고 [어쩔 수 없이] 올인원 에어컨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비용을 제하고 보증금을 반환한다고 통보하였다. (사실 올인원 에어컨이 뭔지도 모르겠다. 대화의 맥락 상 스탠드 에어컨 또는 2 in 1 에어컨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다.

나의 카톡에 답이 없는 당신.. 소개팅을 했어도 이렇게 까인 적은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이 경우에는 선전포고 아니겠는가.
[니 전세금 내가 들고 있다? 계약 만료날에 적당히 건져가고 싶으면 뽀찌 주고 가라. 못돌려 받으면 너만 손해아님? ㄹㅇㅋㅋ]

대충 3일 정도까지 답장도 없고, 카톡도 읽지조차 않는 것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렇게 몇번 해먹었나보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이전 집의 전세금으로 다음 집의 전세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당일에 수 억되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느니 몇백정도는 그냥 퉁쳐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수 억의 돈을 융통하기 위해 들여야되는 품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보다, 그냥 더러워도 집주인에게 주고 말아버리는 것이다. 아마 이번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한게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주인은 (1)다음 집이 월세여서 내가 당장 보증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2)내가 괘씸한걸 매우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 내가 당장 급하지 않는데, 무조건 이기는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D-28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그 사이에 나는 세상 모든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가라앉았다가, 주변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비버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의 조언을 받으며, 나는 차분히 내가 받을 수 있는 법의 보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화로, 문자로 법률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셨던 김비버님, 임차권 등기명령 판례를 공유해주신 지금여기님, 쪽지로 임차권 등기명령에 대해 조언해주신 용기0님과 질게글에 마음써서 조언해주신 회원분들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https://kongcha.net/qna/15470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29 11:2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1
  • 해결추


권선징악 좋읍니다
카리나남편
제발 권성징악....
저도 아는 후배의 임대인이 쎄해서 열심히 정보 물어다준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도 만기에 정상적으로 반환받았으나 다음 전세집도 정해진 마당에 줄지 안줄지 모른다는건 진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런데 절차에 소요된 시간 알 수 있을까요? 임차권등기 신청하고 설정된 기간요.
양라곱
아 그 부분은 3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청부터 등기 올라가기까지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1
비오는압구정수정됨
그러니까 너가 벽을 타공해서 우리는 투인원 에어컨 밖에 쓸수 없으니 에어컨 비용을 내라?

타공복구가 아니고? 염병하고 있네요 ㅋㅋㅋ
블랙엔젤
아니 왜 미리보기 결제창이 없나요???
Paraaaade
내가 안주면 네가 어쩔건데 하는 집주인 많지요... 법 같은건 알려고도 안하고.

저는 청소비 25만원인가 떼고주길래 침 한번 뱉고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우두유두
궁금해!궁금해!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2327 5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2273 3
1373 정치/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3235 17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1988 13
1371 일상/생각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2256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19 골든햄스 24/02/27 3201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264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2313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2447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2825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2507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2432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4478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3609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4373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전문가) 24/01/31 2375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7859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7560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6978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2545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3944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4805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2509 22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2834 24
1351 기타안녕! 6살! 안녕? 7살!! 6 쉬군 24/01/01 2730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