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3/01/12 01:17:24
Name   어제내린비
Subject   같이 게임했던 누나 이야기..
https://pgr21.com/humor/471369

달빛이 머무는 꽃 에피소드를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씁니다.
사연이 많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보고 바로 그 사람이 생각났어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 저는 어떤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솔플을 하고 있었는데 2인팟이 오더니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전 거절하려 했는데 끈질기게 부탁하길래 같이 했어요.
셋이 공략하기에는 좀 어려운 던전이었는데, 파티를 더 모으지는 않더라고요.
그날은 하루종일 셋이서 주구장창 시도했지만 결국 못잡고 해산했어요.

그렇게 끝일 줄 알았는데 다음날도 저 접속하니까 바로 인사하고 부르네요.. 그 다음날도..
전 거의 솔플만 했었는데 접속하자마자 찾는사람이 있으니 기쁘더라고요.
첫날에 한명이 다른 한명을 오빠 라고 부르길래.. 커플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남자분은 접속이 뜸해서 셋보다는 둘이서 다니는 날이 더 많았어요.
얘기하다보니 저보다 3살 많은 누나더라고요.
씩씩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활달한 사람이었어요.
저는 방학중이라 시간이 남아서 매일 하루종일 했고.. 그 누나도 오래 접속을 했는데..
저보다 3살 위라니까 누나역시 대학생이고 방학이라 시간이 많나보다 하고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누나는 장난을 많이 치고 저는 그걸 받아주고.. 죽이 잘 맞았어요.
한달 넘게 둘 또는 셋이서 같이 다니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러던 1월의 어느날, 접속했더니..
누나가 이제 곧 수술을 한다고, 무섭다고 했어요.
늘 같이 붙어다니면서 웃고, 장난치고, 활달한 모습만 봐 왔던터라 말이 안나오더군요.
바로 전날 까지만해도 웃으면서 저한테 장난쳤었는데..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해줬어요.
저를 처음 만났을때에도 이미 입원중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한참을 그냥 듣고만 있었어요.

그리고나서 누나는 더이상 접속하지 않았어요.
며칠후에 들은 바로는 셋이 같이다니던 형은 병원에 가서 누나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찾아간다고 어디 병원인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저한테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대요. 못오게 하라고..
누나는 며칠후 수술날짜가 지나고도 오지 않았어요.
수술이 어떻게 됐는지도 그 형은 아는 것 같았는데 물어봐도 저한테는 아무 말 안하더라고요.
그것도 누나가 저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단속 한 것 같아요.

그리고는 그 형도 더이상 접속을 안하고..
애가 타서 혹시 아는사람이 없나 게임에서 한참을 수소문 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아는사람이 없었어요.
몇달동안 접속 할때마다 '혹시 OOO님 아시는분 있나요?' 하고 묻고다녔죠.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다가 결국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으니까 심심해서 게임을 한거다. 이제 퇴원했을테니 더이상 게임같은거 할 이유가 없어서 안 오는거다.'
그렇게 믿기로 했어요.
그게 벌써 20년도 넘었네요.
누나,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있는거지?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1-23 19:2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8
    이 게시판에 등록된 어제내린비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66 의료/건강엄밀한 용어의 어려움에 대한 소고 37 Mariage Frères 23/01/12 3999 29
    1265 일상/생각같이 게임했던 누나 이야기.. 3 어제내린비 23/01/12 3550 18
    1264 역사내가 영화 한산에 비판적인 이유 17 메존일각 23/01/04 3539 16
    1263 경제때늦은 2022년의 경제학 (+인접분야) 논문읽기 결산 9 카르스 23/01/04 2949 15
    1262 기타2022 걸그룹 6/6 10 헬리제의우울 23/01/03 3149 12
    1261 체육/스포츠10의 의지는 이어지리 다시갑시다 22/12/31 2614 6
    1260 요리/음식차의 향미를 어떤 체계로 바라볼 수 있을까? 6 나루 22/12/20 2930 13
    1259 일상/생각4가지 각도에서 보는 낫적혈구병 4 열한시육분 22/12/18 2753 10
    1258 IT/컴퓨터(장문주의) 전공자로서 보는 ChatGPT에서의 몇 가지 인상깊은 문답들 및 분석 9 듣보잡 22/12/17 4126 19
    1257 여행너, 히스패닉의 친구가 돼라 5 아침커피 22/12/17 2987 15
    1256 기타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세계관 최강자가 68 문학소녀 22/12/09 4912 74
    1255 체육/스포츠미식축구와 축구. 미국이 축구에 진심펀치를 사용하면 최강이 될까? 19 joel 22/12/05 4103 18
    1254 여행세상이 굴러가게 하는 비용 5.5 달러 16 아침커피 22/11/26 4069 25
    1253 요리/음식주관적인 도쿄권 체인점 이미지 10 向日葵 22/11/20 3828 14
    1252 일상/생각박사생 대상 워크숍 진행한 썰 19 소요 22/11/19 3998 26
    1251 일상/생각농촌생활) 7.8.9.10.11월 23 천하대장군 22/11/15 3032 34
    1250 일상/생각7년동안 끊은 술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32 비사금 22/11/10 4631 44
    1249 정치/사회슬픔과 가치 하마소 22/11/02 3155 15
    1248 꿀팁/강좌간혹 들어오는 학점은행제 알바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5 Profit 22/10/30 4553 14
    1247 정치/사회이태원 압사사고를 바라보는 20가지 시선 7 카르스 22/10/30 5363 29
    1246 과학이번 카카오 사태에 가려진 찐 흑막.jpg 코멘터리 18 그저그런 22/10/25 5059 24
    1245 일상/생각"교수님, 제가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24 골든햄스 22/10/20 4687 53
    1243 과학"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해고당한" 뉴욕대 화학 교수에 관하여 64 Velma Kelly 22/10/06 6093 27
    1242 IT/컴퓨터망사용료 이슈에 대한 드라이한 이야기 20 Leeka 22/09/30 4091 9
    1241 기타대군사 사마의 감상. 나관중에 대한 도전. 10 joel 22/09/30 3750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