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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7/14 14:59:08 |
Name | 소요 |
Subject | 장애학 시리즈 (1) - 자폐를 지닌 사람은 자폐를 어떻게 이해하나? |
장애학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바쁘기는 한데, 그래도 방학 때 착수를 해두어야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라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 방식은 지난 번과 비슷합니다. 이론은 때에 따라 자세히, 본문은 저작권을 고려하여 많이 생략합니다. 오픈 엑세스 저널 자료는 보다 자세히 풀어낼 수 있습니다. 주제는 이하 8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해당하는 논문 1~3개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 장애와 자기인식 - 장애에 대한 사회인식 - 장애, 양육, 교육 - 장애의 다양한 형태 - 장애, 직업, 성인기의 삶 - 장애와 커뮤니티 - 장애, 젠더, 섹슈얼리티 - 장애와 사회운동 장애학이라기 보다는 장애와 사회, 장애와 삶으로 바꾸어서 볼 수 있습니다. 의학적인 관점은 따로 보충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많으니, 제가 찍먹했던 것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 Botha, M., Dibb, B., & Frost, D. M. (2022). “Autism is me”: an investigation of how autistic individuals make sense of autism and stigma. Disability and Society, 37(3), 427–453. https://doi.org/10.1080/09687599.2020.1822782 (오픈 엑세스) 들어가며 첫 주제를 자폐로 선정한 건 '우영우' 드라마의 성공에 대한 일부의 반응 때문입니다. 이질적인 주제를 대중들에게 소화시키기 위한 드라마적 문법을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설령 부족한 요소가 있더라도 한 작품에 '완벽'을 결벽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작품이 환기해낸 토양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폐에 대해 다른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픈엑세스 자료이니 필요에 따라 자세하게 내용을 풀겠습니다. 번역은 맥락을 고려하여 의역하되 전반적인 내용은 살립니다. 의문점을 남겨두시면 원문을 병기하여 추가로 댓글 달겠습니다. 서론 자폐는 타인의 심리를 추론할 수 있는 역량의 부재로 이해되고는 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 및 언어/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이 손상된 듯한 양상을 보이고, 반복적이고 전형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내부 이질성 때문에 자폐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기전이나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연구들은 유전적 병인을 암시합니다(Bai et al., 2019). * 이 글에서는 맥락에 따라 자폐와 자폐 스펙트럼을 섞어씁니다. 자폐는 질병이나 장애로 병리화(pathologized)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 개인들은 스스로를 병리학 모델에서 이해하지 않습니다. 병리학 모델은 자폐인들이 자폐에 대한 지식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봅니다. 자폐인들은 자폐이기 때문에 자폐에 대한 믿을만한 지식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경험 연구 중 일부는 자폐인들이 자폐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과학적인 이해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이해는 자폐인들에게 덜 오욕적(stigmatising)이고요. 기실 자폐인이라는 표현은 중립적인 범주가 아닙니다. 정신의학 진단 체계 내에 존재하지요. 무엇이 자폐인가를 정의하는 과정에 자폐인들의 입장 대신 비자폐인인 연구자나 의학 전문가들의 입장만이 들어갔기에, 자폐는 (그리고 많은 '정신병'들은) 기술관료적 권력 구조에서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접근을 보완하기 위해 자폐인들의 자기이해를 포함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많은 연구들은 자폐인들을 비인간화 했습니다. 이 연구들은 자폐인들이 경제적인 부담이며, 도덕적 자아/인간성/공동체를 가질 역량이 없고,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자기중심적이며, 동물과 같은 수준의 도덕/일관(integrity)를 보여주고, [타인의 마음을 추론할 수 없는 능력이 없다](Baron-Cohen, Leslie, and Frith 1985)고 주장하는 등등의 결론을 내렸지요. 유전공학을 통해 장애를 해결하자는 주장들도 많습니다. 아 물론 경제적으로 생산적이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규범적인 경우는 예외이고요. 미디어 재현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애에 대한 전형적 이해는 부정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 15년 동안 자폐를 어떻게 틀지웠는가를 보면 67%는 부정적인 단서를 내포하고 있었지요(Holton et al. 2014).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Thin-slice judgements) 자폐인들을 일반 사람보다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자폐인들과 상호작용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장애에 연관된 행동, 장애에 붙여진 꼬리표 모두 낙인적이지요. 자폐에 대해 긍정적인 프레이밍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프레이밍은 적으며, 이 또한 고지능과 특별한 능력이라는 형태로 재현됩니다. 흔히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표현되지요. 때문에 자폐인들은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한다는 걸 숨겨야 하고, 자폐인이 아닌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장애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개인들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와 같은 자폐 수용적인 모델을 지지합니다. 신경다양성은 자폐가 인지/신경적 기능의 형태로 표현되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표상한다는 입장이지요(Singer 2017). 신경다양성 모델에서 자폐는 고통을 필수로 수반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신경다양성 모델은 지나치게 장밋빛 관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병리 모델과 신경다양성 모델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도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다양성 관점이 주장하는, 자폐가 생명의 여러 형태 중 다른 하나일 뿐이라는 관점은 생각해볼만 합니다. 평범한(neurotypical; 신경적으로 전형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자폐를 장애로 정의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자폐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현재까지 자폐인들이 다양한 관점들 사이에서 자기자신과 자폐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납득하는지 탐색한 연구는 적습니다. 때문에 이 연구는 질적 인터뷰 접근을 취해 자폐인들이 자신의 자폐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자폐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자폐와 평범(신경전형성)의 대비적 관계에 어떤 관념을 지니는지 조사합니다. 방법 비판적 근거이론입니다. 비판적 실재론 + 근거이론방법인데 철학적, 인식론적 기반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만, 일단 생략합니다. 댓글에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 때... 연구참여자는 18세 이상, 자기 진단이든 병원 진단이든 스스로를 자폐인이라 정체화하는 사람, 영어능통자입니다. 영국에서 연구를 실시했지만 온라인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참여국적이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방식은 온라인, 오프라인, 서면 등 다양했습니다.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나이는 21-62세이고(평균 37.2세, 표준편차 13.1)입니다. 성별/젠더로 보면, 9명은 남성, 9명은 여성, 2명은 논바이너리입니다. 자폐 스펙트럼의 종류로 보면, 12명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3명은 자폐 스펙트럼 혹은 전반적 발달장애를 진단 받았습니다. 1명은 평가 중이었고, 4명은 스스로가 자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국적/인종으로 보면 13명은 영국 백인, 1명은 영국 흑인, 5명은 유럽, 미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출신 백인, 1명은 혼혈 남아프리카 공화국인이었습니다. 결과 주요결과 요약 - 핵심 범주는 정체성과 낙인감입니다. 정체성 측면에서 자폐인들은 자폐인과 비자폐인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즉 개인은 자폐인이거나 자폐인이 아니라는 방식으로 인지되고 있었습니다. - 자폐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과 사회의 관점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했습니다. 이 긴장은 부담으로 작용했고요. - 참여자들은 자폐가 인종, 섹슈얼리티, 주로 쓰는 손 같은 가치중립적 특성이라 생각했지만, 사회가 자폐를 부정적인 특성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 참여자들은 이중구속에 갇힌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자폐를 드러내는 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면에서요. - 자폐는 정체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자폐가 자기인식의 중심이 아니었다면, 세계에 대한 모든 인식이 달라졌을거라고 말했지요. - 인상관리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참여자들은 얼마나 자신들이 낙인감을 경험하는지, 아이처럼 대해지는지(infantilization), 차별받는지, 비인간적으로 대해지는지 이야기했습니다. - 낙인감은 자폐가 젠더화 되는 방식과도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낙인감과 고정관념은 제약적이고 파괴적인 효과를 낳았습니다. - 이 효과는 어린시절부터 작용했고, 어떻게 진단받았는가와 상관없이, 복잡한 낙인 관리를 낳았습니다. - 낙인 관리에는 은폐, 맞추려는 시도, 전략적 노출,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항의, 자폐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틀짓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 아래에서는 본문 중 2개만 풉니다. 고정관념과 낙인감 삶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든 중심 주제는 낙인감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언제나 '정상'(신경전형적) 세계의 외부에 놓이고, 사회가 다양한 정도로 자신들을 피한 모습들을 묘사했습니다. 사회가 자폐를 본질적으로 '나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인식은 압도적으로 보였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은 자신들이 지닌 자폐에 대한 인식 대부분이 사회의 인식을 전달한다 이야기했습니다. 사회가 자폐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을 때, 앤드류는 부모가 자녀의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자폐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음 "사람들이 아이에게 백신을 접종하려 하지 않는 중요 이유는, 자기 아이를 자폐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예요. 이런 사례는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진심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시각을 보여주죠. 차라리 자녀에게 심각한 질병이 걸릴 확률을 높이는 게 자폐 확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거고요. 자폐는 레드카드예요. One of the key reasons people choose not to give vaccinations to their babies is they don’t want their babies to be autistic… it kind of puts in perspective how people really feel about it. They would rather literally give their child more of a chance of getting a deadly disease than have autism. It really means [autism] is a red card. A cross in the box sort of thing" (앤드류, 22세, 영국 흑인, 남성, 자폐 진단) 인터뷰 참여자들이 논의한 자폐에 연관된 속성은 말할 능력이 완전히 없고, 남성적이고, 유아적이고, 폭력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참여자들은 자폐인들에게 부여된 고정관념은 백인이고, 남성이고, 말할 능력이 아주 조금 있는 아이라고 인식했습니다. "많은 경우 자폐는 시스젠더 헤테로 백인 남성이라는 관념과 연관돼요. A lot of the time autism is associated with cis, het, white males” (찰리, 29세, 영국 백인, 논바이너리, 자폐 진단) 이러한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못하면 "너 거짓말 하는거지. 너 말할 수 있잖아" 같은 식으로 묵살되었었고요. 극단적인 경우, 이런 고정관념은 자폐로 진단받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인 형태의 낙인감은 자폐가 폭력과 연관될 때 나타났습니다. 연구참여자 20명 중 7명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폐와 폭력을 묶어서 걱정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지닌 이미지는 백인 남성이 학교에서 총기를 쏘는 형태로 나타나기에 젠더화 되어 있고, 학교에서의 총기 발사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지요. 낙인감 관리 낙인감에 대한 신중한/미묘한(nuanced) 이해는 주변화 된 공동체에 낙인감이 어떤 효과를 낳는가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낙인의 대상인 커뮤니티가 그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까지 이어집니다 (Goffman, 1968). 낙인감을 일방향으로만 이해하는 건 공동체가 낙인의 영향을 어떻게 저항하는가를 간과하지요*. * 그래서 이 번역에서도 두 소주제 모두를 풉니다. 이중구속: 은폐와 외부성(outness) * 이중구속에 대해서는 과거에 올렸던 글 (https://kongcha.net/free/12424)을 참고해주세요. 모든 참가자들은 이중구속에 부딪치는 여러 상황들을 표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폐의 공개는 "이래도 저래도 좆되는damned if they do and damned if they don’t" 건데, 이유인 즉슨 사람들에게 자폐라고 말하면 꼬리표를 붙여서 재단할 거고, 얘기를 안 하면 숨긴 행동 때문에 재단하기 때문이지요. "이래도 저래도 좆돼요. 사람들에게 [저는 자폐가 있습니다] 얘기하면 사람들은 이 새끼 이상하구나 할거고, 얘기를 안 해도 이 새끼 이상하구나 할거라고요. 사람들이 기대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아봤더니 스태프들이 에둘러서 말하더라고요. I’m damned if I do and damned if I don’t if you know what I mean…I can tell people [I’m autistic] and they think I’m weird and if I don’t tell people, they think I’m weird. When I didn’t behave in the way they expected me to - oblique comments were made by staff” (알렌, 36세, 뉴질랜드, 백인, 남성, 자폐 진단). 은폐와 관련해서 참여자들은 사람들에게 동화되려고 노력하고, 자신들을 덜 "다르게" 만드려고 했던 어린시절을 이야기 했어요. 노력하고 실패했던 시절들은 시간낭비로 묘사했고요. 몇몇은 자신들에게는 유년기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아래 진술은 얼마나 동화되는 느낌을 받고자 노력했고, 어떻게 항상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실패감을 느끼게 만들었는지 잘 보여줘요. "저는요. 어른이 되고 난 후 모든 시간을 사람들에게 섞여들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제가 얼마나 노력하든지 간에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어요. 주류 사회는 자기들과 아주 약간이라도 다른 건 피해요. 깨어있는 모든 시간 동안 서커스 개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 받는다고요. 맞추지 않으면 뒈지라고요. I’ve spent my adult life trying to assimilate. No matter how I try there are aspects of that I cannot do… mainstream society shuns anything even fractionally different from it… we are told to perform a circus doggy act every single waking moment of our lives. We are told to fit in or die.”- (찰리, 29세, 영국 백인, 논바이너리, 자폐진단)" 자폐와 폭력 사이에 연관에 대한 고정관념과 낙인감은 이들이 진단을 받지 않거나, 자폐를 숨기게 만들었어요. "제가 진단을 받았을 때.... 제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학교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오 예 저 남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구만'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오해는 너무나도 많고... 의심은 언제나 있어요... 그래서 네,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공개한 적도 없어요... 뉴스 기사는 언제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시죠. 미국에서 급우를 총으로 쏴죽인 살인자들 중 몇몇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밝혀졌어요. 어린 아이들에게 그 사실이 퍼지는 게 걱정되었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오 이 사람을 우리 애들 가까이에 다가오게 하지 마세요' 할거라 생각했거든요. “When I was diagnosed… my kids were still in primary school. I didn’t want to turn up at the school gates and have other parents go ‘oh yeah that’s the guy with Asperger syndrome’… simply because there is so much misunderstanding about what is it… suspicion almost… So yeah, I haven’t really come out as someone with Asperger syndrome…you see it all the time in news reports… some high school shooter in the USA who murders his classmates turns out to have Asperger syndrome so I have been very wary about advertising the fact especially around young children, just because I think people might react badly like ‘oh we don’t want [him] around our kids” (미쳴, 55세, 영국 백인, 남성, 자폐 진단)"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자폐를 드러내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이득이 있다고 생각할 때도 다른 사람의 반응에 대한 뚜렷한 공포를 보였어요. 이 여파는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에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을 때 이어졌지요. 엠마(40세, 영국 백인, 여성, 진단 중)는 통합운동장애를 진단 받았지만 일터에서 이를 절대 드러내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람들이 아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지요. 참여자 대부분은 자폐를 밝혔을 때 자기와 '정상'(신경전형적)인 사람들 사이의 역동이 불평등하다고 얘기했어요. 부정당해서 정체성이 지워지는 느낌을 받는 ("야 넌 진또배기 자폐는 아니네you are not really autistic") 것도 거기 들어가고요.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할 때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아가 지워지고, 자신들의 경험과 필요도 지워질 것을 걱정했어요. 재프레이밍와 항의: 해방으로서의 드러냄과 언어 참여자들은 대개, 어떻게 언어가 자신들의 사회 내 위치와 하위인간성(sub-humanness)을 강화하는지 이야기 했어요. 참여자들은 사람을 우선시하는(Person-first language) 언어가 어떻게 통제의 형태가 되며, 자신들이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걸 상기시키는지 이야기했어요. 말인즉슨, "너 앞에 있는 나도 인간이야this is a person in front of you"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예요. "나도 인간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건 구체적인 권력 관계를 보여줘요. 비자폐인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인간임을(humanity) 알리는 건 자폐인들의 의무가 되거든요. 비슷하게, 자폐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인간 우선 언어로 다시 틀지어 이야기 하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우월한 역할과 자폐인들의 종속적 역할을 암시해요. 심지어 자기정의(self-identification)일지라도요. 몇몇 참여자들은 언어와 드러냄을 바탕으로 사회적 위계질서에 도전했어요. 동료가 자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낙인감을 강화하면,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지닌 관념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들이 자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식이지요. "자폐가 얼마나 큰 백래시를 불러일으키는지 알아요. 사회적 상황에서 많이 겪었거든요. 제가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고, 그 사람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자폐 스펙트럼에 공격적인 얘기라 생각하면. '저는 어렸을 때 아스퍼거로 진단 받았어요. 그리고 그쪽이 그렇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라고 얘기할 거예요. I mean I know that autism gets a big backlash, quite often I find myself in social situations, where I am dealing with someone I don’t know too well, who would make a comment, that I think would offend someone on the spectrum and so I will sometimes just say, ‘I was diagnosed with Aspergers when I was younger, and I don’t think you should be saying something like that” (아미, 22세, 영국 백인, 여성, 자폐 진단)" 다른 사람들은 위처럼 말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지니면서도 결과를 걱정했어요. 미첼(55세, 영국 백인, 남성, 자폐 진단)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자폐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절대 말한 적이 없었어요. 자신이 자폐라는 걸 밝히는 건 그 이후에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참여자들 중 누구도 인간 우선 언어를 선호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2가지예요. 첫째, 자폐는 자폐 개인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어요. 둘째, 자폐는 나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자폐를 지닌 개인으로부터 분리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제가 인간 우선 언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요 - 자폐는 제가 누구인지에 있어 본질적이거든요. It is why I never use person-first language – autism is intrinsic to who I am" (폴리, 32세, 영국 백인, 여성, 자폐 진단) 나가며 첫 글부터 빡세게 가지는 않으려 했는데, 섹슈얼리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쉽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해서 복잡하게 썼습니다. 섹슈얼리티 시리즈가 낙인감/젠더에 따른 반응 때문에 생기는 효과가 있다면, 장애학 시리즈는 반대로 도덕적 신호제시(virtue signaling)라는 욕망에 따른 효과가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언제나 그렇듯이 이게 좋다 나쁘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그냥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먼저 들었으면 합니다. 본문에 나왔던 자폐와 남성성/백인성/폭력성 사이의 연관은 추가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어 보여요. 저자들이 논의에서 말하기로는, 사이먼 바론 코헨이 제기하는 성 특정적인 방식으로 뇌가 생물학적으로 구성된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Krahn and Fenton 2012). 메타분석 연구는 자폐 연구에 여성참여자들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도 보여주고요(Lai et al. 2012). 남성, 백인, 폭력성을 자폐와 연결짓는 관념은 연구참여자들이 모두 영어 능통자이고, 문화가 다르다 할지라도 영어 문화권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해석해야 해요. 그렇지만 백인을 제외한다면 남성-폭력성-반(비)사회적 특징을 연계해서 믿어버리는 건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유통되는 관념이지요. 생물학적 기전에 따른 차이가 아예 없다는 건 그거대로 위험한 주장이겠고, 다만 저는 여성들이 초기 사회화 과정(초등~중학교)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에서의 인상관리 및 줄타기 압력을 강렬하게 받는 걸 좀 더 파고들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튼 자폐를 남성-폭력성의 연결에서 떼어놓는 만큼, 남성과 폭력성, 남성과 반(비)사회성도 사회에서 유통되는 것보다는 훨씬 떨어트렸으면 좋겠는데 이 글이 젠더 연구는 아니니... 추가로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 중심 언어(사람으로 봐달라고요!)가 그걸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의무를 지닌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폐가 부정적인 속성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함의를 지닌다는 점에서, 한 개인을 정체성과 분리해서 '개인'으로 선언하는 모순을 지닌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는 거예요. 물론 인간 중심 언어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전복의 전략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인간 중심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와 또 연관이 되겠지요. 사람들은 그 때 그 때 정체성으로 인정받고 싶기도, 정체성을 넘어서 인정받고 싶기도 하니까요. 감안하셔야 할 것은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자기 의사로 연구에 참여했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그래도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이 연구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서구화 된 국가 참여자들이기 때문에 젠더나 섹슈얼리티 같은 특성들을 중립적인 속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담론에 자폐를 겹쳐봤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고요. 다만 연구의 목적 자체가 당연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복잡 미묘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는 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이 특정한 맥락에서의 보고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낙인 이론을 이야기하며 고프먼을 빼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제가 장애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부분 고프먼의 관점과 겹쳐집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흐릿한 경계, 사회적 인상관리, 가시성과 비가시성(통제 가능성과 통제 불가능성)에 따른 집단 정체성 형성 과정의 차이, 패싱과 역패싱 등등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은데, 차차 나올 논문들에도 담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들도 논의에서 낙인 이론을 끌어오면서 자폐-비자폐라는 분할적 정체성 인식이 미칠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오픈 엑세스 논문이니 직접 가서 살펴보시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인용했고, 여기서도 배경 제시를 위해 재인용한 논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Bai, D., B. H. K. Yip, G. C. Windham, A. Sourander, R. Francis, R. Yoffe, E. Glasson, et al. 2019. “Association of Genetic and Environmental Factors with Autism in a 5-Country CohortGenetic and Environmental Associations with Autism in a 5-Country CohortGenetic and Environmental Associations with Autism in a 5-Country Cohort.” JAMA Psychiatry 76 (10): 1035. https://doi.org/10.1001/jamapsychiatry.2019.1411. Baron-Cohen, Simon, A. M. Leslie, and U. Frith. 1985. “Does the Autistic Child Have a “Theory of Mind”?” Cognition 21 (1): 37–46. https://doi.org/10.1016/0010-0277(85)90022-8. Goffman, E. 1968. Stigma: Notes on the Management of Spoiled Identity. Harmondsworth: Penguin Holton, A. E., L. C. Farrell, and J. L. Fudge. 2014. “A Threatening Space?: Stigmatization and the Framing of Autism in the News.” Communication Studies 65 (2): 189–207. https://doi.org/10.1080/10510974.2013.855642. Krahn, T. M., and A. Fenton. 2012. “The Extreme Male Brain Theory of Autism and the Potential Adverse Effects for Boys and Girls with Autism.” Journal of Bioethical Inquiry 9 (1): 93–103. https://doi.org/10.1007/s11673-011-9350-y Lai, Meng-Chuan, Michael V. Lombardo, Amber N. V. Ruigrok, Bhismadev Chakrabarti, Sally J. Wheelwright, Bonnie Auyeung, Carrie Allison, and Simon Baron-Cohen (2012). “Cognition in Males and Females with Autism: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PLoS One 7 (10): e47198.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47198. Singer, J. 2017. Neurodiversity: The birth of an idea.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7-24 21:0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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