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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1/09 17:23:27수정됨
Name   소요
Subject   이중구속 - 물어야 할 것을 묻지 못하게 하여 인지를 파괴하는 상황
- 원문은 그레고리 베이트슨 저, 박대식 역. (1999; 2021). 마음의 생태학. 책세상 - 3부 관계의 형태와 병리 중 정신분열증의 역학 (pp. 331-366)입니다.
- https://kongcha.net/free/11996 글에서 이어집니다.
- 재구성을 많이 했습니다.

들어가며

한 정신병동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A는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젋은이에요. 급성 정신 분열 발작 상태에서 상당히 회복되었어요. 그의 엄마는 병원으로 찾아갔지요. A는 엄마를 만난 것이 너무 기뻤어요. 충동적으로 엄마의 어깨를 포옹했어요. 엄마는 경직되었어요. 아들은 팔을 치웠지요.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니?"라 물었어요. A는 얼굴을 붉혔어요. 그녀는 "애야, 너는 그렇게 쉽게 당황하고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어요. A는 엄마가 떠난 후 도우미를 폭행하여 욕조에 담겨졌어요.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기초

버트런드 러셀의 역설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자기지시적 역설의 한 형태이며, 러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형이론 / 논리형태 이론을 도입했어요. 논의의 빠른 전개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우리 친구 꺼라위키에게 부탁할게요 (https://namu.wiki/w/%EB%9F%AC%EC%85%80%EC%9D%98%20%EC%97%AD%EC%84%A4).

중요한 것은 자기지시적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클래스와 클래스의 구성원 사이에는 불연속이 존재]하기를 요청해야 한다는 거예요. 클래스는 자신의 구성원이 될 수 없고, 구성원들 중 하나가 클래스가 될 수도 없어요. 클래스를 기술하는 용어(술어)는, 구성원을 기술하는 용어(술어)와는 다른 수준의 추상관념이자 논리 형태래요.

우리가 일상에서 언어를 활용하는 방식을 생각해봐요. 우리는 상대의 말을 문자 그대로 듣기도 하고, 문자 그대로 듣지 않기도 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메세지를 A가 우리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해봐요. 1) A가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은밀한 공간에서 홍조된 상태로 하는 [고백]하는 메세지일 수도 있고, 2) A에게 주먹으로 맞아 피를 토하며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A가 건들거리면서 [조롱]하는 메세지일 수도 있고, 3) 혹은 1과 같은 상황이지만 A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고 목소리는 냉랭하여 A가 우리에게 [실망]했다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도 있지요.

각각의 상황에서 비언어적 표현(홍조, 건들거리는, 싸늘한 표정, 냉랭한 목소리)과 맥락(와인 한 잔, 은밀한 공간, 폭행) 등은 메세지와는 다른 '메세지를 분류하는 표지'를 제공해요. 아, 물론 메세지를 분류하는 표지를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요.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할 수도 있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일단은 1차 (커뮤니케이션 / 메세지) -> 2차 (메타 커뮤니케이션 / 표지)로 단순화해서 생각해봐요. 이 표지들은 이들이 분류하는 메세지보다 높은 논리 형태에요. 클래스-구성원의 관계와 동일하게 논리적으로 불연속적이지요. 우리는 이를 구분하는 방법들을 배워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현실 속을 헤쳐나갈 정도로요.

베이트슨은 우리의 실제 커뮤니케이션 심리 속에서는 러셀이 요청했던 불연속이 지속적으로 파기된다고 해요. 그건 꼭 나쁘지는 않아요. 놀이, 환상, 유머, 성사, 은유, 사기, 학습 등 다양한 상호작용은 불연속이 유지되거나, 파기되는 과정을 오가며 가능해져요.

하지만 어떠한 파기의 형태는, 극단적인 경우에 정신분열증으로 분류되는 병으로 사람을 이끌게 되요. 베이트슨은 이를 "정신분열증의 원인과 본질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라 설명해요.

베이트슨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파악하고, 여기서부터 역으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메타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정신분열증세와 같은 정신적 습관을 환자에게 부여하는지를 찾아나가고자 했어요. 환자가 사회적 관습과는 다른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어떤 의미에서는 타당하게 되거나, 타당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세계 속에서 살게 만드는 환경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지요.

그럼 정신분열증 환자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특징을 보일까요? 베이트슨에 따르면, 1)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메세지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부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2) 자기 스스로 말하거나 비언어적으로 내놓은 메세지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부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3) 자신의 사고, 감각, 지각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부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상기한 논리 형태화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경험의 연쇄를 베이트슨은 [이중구속]이라는 용어로 개념화 합니다.

(부정적) 이중구속

조건 1.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 그 중 한 사람은 '희생자'가 되고, 남은 사람들은 집합적으로 이중구속을 가하거나, 일대일로 일어나는 이중구속 과정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조건 2. 경험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 이중구속은 반복되는 경험입니다. 한 번의 외상이 아니라, 이중 구속 구조를 정신적 습관으로 부여하는 반복이 필요하지요.

조건 3. 부정적 일차 명령이 부여된다.
: 생존을 위협하는 처벌과 회피에 기초하여 학습을 조장합니다. ex) 무엇무엇을 한다면(혹은 하지 않는다면), 벌을 줄 것이다.

조건 4. 추상적인 차원에서 일차 명령과 모순되지만,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나 처벌에 의해 강요되는 이차 명령이 부여된다.
: 이차 명령을 전달하는 방식은 복잡합니다. 비언어적인 수단과 맥락을 통해 전달되거나, 메타커뮤니케이션적 표지를 지시하는 메세지로 전달되지요. 흥미로운 점은 이 때 부정적 이차 명령이 부정적 일차 명령의 어떤 점을 침범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벌로 생각하지 마라", "나를 처벌의 행위자로 생각하지 마라", "나의 금지로 복종하지 마라", "네가 반드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생각하지 마라" 등등이지요.

조건 5. 희생자가 현장에서 도망가는 것을 금지하는 부정적인 삼차 명령이 부여된다.
: 베이트슨이 지적하는 이중구속 맥락은 유아기에 부과됩니다. 때문에 희생자의 신체적/심리적 상황상, 조건 5는 불필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때로 낭만적-애정적 관계처럼 특수한 관계에서는 희생자를 현상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인 삼차명령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 베이트슨이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개인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도피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total institution 적인)도 고려해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조건 하에서, 희생자가 이중 구속 패턴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각하도록 학습되었을 때 구성 요소의 완전한 세트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집니다. 이중 구속 연쇄의 어떤 부분이라도 공포,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해지지요.

이중 구속의 영향

상기한 조건들은 1) 개인을 긴장시켜요. 어떤 종류의 메세지가 전달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그런 관계에 처하게 만들어요. 2) 하지만 상대방은 메세지의 두 가지 수준을 표현하고 있는데, 위반이 처벌로 이어지는 각 메세지는 서로를 부정해요. 3) 그리고 어떤 수준의 메세지로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구별을 수정하기 위해 표현되는 메세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희생자는 메타 커뮤니케이션적 진술을 할 수 없어요.
* 메타 커뮤니케이션적 진술의 금지가 조건 6으로 위에 들어가야 하는 것 같은데, 일단 베이트슨의 논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봅니다.

이중구속 상황은 한 개인이 스스로의 방어를 위해 은유를 활용하도록 몰아가요. 1) 모순적인 메세지에 직면해서 반드시 반응해야 하지만 (미반응이 곤경을 야기하기에), 2) 모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 (언급 또한 곤경을 야기하기에), 개인은 은유를 활용하게 되요.

은유의 편리한 점은 진술에 내재된 비난을 상대가 알아차릴지 아닐지, 또는 그 비난을 무시할지 안 할지는 상대에게 달렸다는 점이에요. 때문에 이중구속 상황에 대한 하나의 대응으로서, 은유적 진술로의 이동은 희생자에게 안전을 주어요. 하지만 은유는 희생자가 하고 싶은 비난을 못하게 막기도 해요.

이야기가 복잡해졌으니 베이트슨이 제시한 사례를 조금 변형해서 끌어와 볼게요.

의사가 약속 시간에 늦었어요. 환자는 의사를 비난하고 싶어요.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반응을 예상하고 늦은 것에 대해 사과했어요. 환자는 늦은 행동이 어떤 종류의 메세지인지 확신하지 못해요. 커뮤니케이션의 표지를 구분하는 능력이 붕괴된 상황이니까요. 환자는 "왜 늦었죠? 오늘은 나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가요?"라고 묻지(비난하지) 못해요. 그의 커뮤니케이션 표지를 붕괴시켰던 조건이 '비난(질문)의 금지'였으니까요. 그래서 은유를 시작해요. "옛날에 나는 보트를 놓친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샘이었어요. 그런데 보트가 거의 가라앉고 있었지요...". 의사는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늦은 것에 대한 언급을 발견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의사는 은유적 이야기가 담고 있을 수도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샘에 대한 진술이 진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해요. 환자는 샘이라는 사람이 진짜 있었다고 주장해요.

베이트슨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자신의 표현이 은유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은유를 더 환상적으로 만듦으로써 그것이 은유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적어요. 그러나 이는 환자가 자신이 하는 말이 은유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건 아니에요.

희생자 자신이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음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자기 방어를 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타인을 두려워했음을 자각해야 해요. 그러나 이 자각 자체가 타인에 대한 비난이 되며, 불행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각을 해서는 안 되지요.

요점은 희생자는 상대가 정말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결여되었지만 +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없다는 거예요. 상대의 메세지에 대해 논할 수 없다면, 인간은 자기조절기를 상실한 자기 교정 체계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해요. 끝나지 않고, 항상 체계적인 왜곡을 향한 악순환에 빠지게 되지요.

가설적 가족 상황

베이트슨과 동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와 그 가족이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연쇄를 탐색했어요. 그 복잡성을 다 기술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상호작용은 어느 정도 풀어서 도식화 할 수 있게 되었지요.

1) 아이의 1차 양육자는 아이가 자신에게 친근한 접촉을 시도하면 불안해지면서 회피해요.
2) 1차 양육자는 자신이 아이에 대해 느끼는 적의와 불안을 인정할 수 없어요. 감정을 부정하기 위해, 역으로 아이에게 노골적으로 애정 어린 행동을 표현해요. 그것은 아이가 애정이 깊은 1차 양육자를 대하듯이 자신을 대해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지요. 그렇지 않으면 1차 양육자는 아이를 피해요.
3) 1차 양육자와 아이를 화해시킬 수 있고, 모순에 직면했을 때 아이를 지지할 수 있는 강하고 통찰력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부재해요.

정신분열증 환자의 1차 양육자는 두 가지 메세지를 보내요. 1) 아이가 1차 양육자에 접근할 때마다 적대시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여요. 2) 자신이 회피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방법으로서, 자신의 적대적이며 회피적인 행동에 아이가 반응할 때 가장된 애정과 접근을 보여요.

1차 양육자의 문제는 자신과 아이 간의 친밀함과 소원함을 조정해서 자신의 불안을 조정하는 데 있어요. 아이에게 사랑과 친밀감을 느끼게 되면 1차 양육자는 위험을 느끼기에 아이를 회피해야 해요. 하지만 1차 양육자는 이러한 적대적 행동을 인정할 수 없어요.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기 위해 아이에게 애정과 친밀함을 가장해야 해요.

이 때 애정 어린 행동은 자신의 적대적 행동에 대한 논평이자 보상이에요. 커뮤니케이션과-메타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관계이고 우리가 처음에 얘기했듯이 서로 다른 수준의 메세지에 속하지요. 자신의 적대적 회피에 관한 메세지의 존재를 부정해요.

아이는 1차 양육자와 자신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반드시] 1차 양육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요. 메세지의 수준들을 정확하게 구별해서는 안 되요. 1차 양육자의 가장된 애정을 지각하면 처벌을 받게 되거든요. 가장된 감정(하나의 논리 형태) 표현과, 진짜 감정(다른 논리 형태) 표현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아야 해요. 메타커뮤니케이션 신호에 대한 자신의 지각을 체계적으로 왜곡해야 해요.

때때로 1차 양육자는 아이가 언어적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비언어적으로 드러내는 혹은 에둘려 표현하는 '자신의 메세지에 대한 아이의 정의'도 조절하고자 해요. 아이가 자신을 비판한다면 "네가 한 말이 진심은 아니겠지", "피곤해서 그러는 것 같으니 자는 게 좋겠구나" 하는 식으로 반응하지요. 1차 양육자는 자신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규정해요. 아이에게 가장 쉬운 길은 1차 양육자의 가장된 애정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밝히고 싶은 욕구는 약화되요.

물론 그렇게 애정을 받아들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아이가 틀리게 구별하게 된다면 1차 양육자에게 다가가고자 할 거예요. 그럼 1차 양육자는 공포와 절망에 빠질 것이고, 아이를 회피하게 될 거예요.

1차 양육자는 계속해서 사랑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해요. 아이가 선생과 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 받는 것을 막아요. 다른 사람에 대한 아이의 애착에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이를 단절시키고, 아이가 자신에게 의지하면 당연히 불안을 느끼면서도 아이를 다시 가까이 두려고 할 거예요.

결론적으로 아이는 1차 양육자가 표현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구별했기 때문에 벌 받으며, 부정확하게 구별했기 때문에 벌 받아요. 아이는 이중 구속에 붙잡혀 있어요. 1차 양육자는 어떤 수준의 메세지를 거부하고 있어요. 그/그녀의 진술(메세지)에 대한 진술(메세지)는 무엇이 되었든 자신을 위험에 빠트려요. 1차 양육자는 아이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막아야 해요.

다시 정신병동으로

정신병동의 사례로 돌아와봐요.

A는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젋은이에요. 급성 정신 분열 발작 상태에서 상당히 회복되었어요. 그의 엄마는 병원으로 찾아갔지요. A는 엄마를 만난 것이 너무 기뻤어요. 충동적으로 엄마의 어깨를 포옹했어요. 엄마는 경직되었어요. 아들은 팔을 치웠지요.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니?"라 물었어요. A는 얼굴을 붉혔어요. 그녀는 "애야, 너는 그렇게 쉽게 당황하고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어요. A는 엄마가 떠난 후 도우미를 폭행하여 욕조에 담겨졌어요.

(1) 엄마는 아들의 애정 어린 몸짓을 수용하지 못했어요. 회피에 대해 아들을 비난하여 자신의 비수용을 숨겼고, 환자는 엄마의 비난을 수용하여 상황에 대한 자신의 지각을 부정했어요.
(2) 그 상황에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니?"라고 물었어요. 이 메세지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해요. (가) "나는 사랑스럽다.", (나)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나쁘거나 잘못하는 것이다.", (다) "전에는 네가 나를 사랑했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 (라) "네가 방금 표현한 것은 애정이 아니었다". (다)는 환자의 죄책감을 공격하는 것이고, (라)는 애정 표현에 관해 부양자들과 문화가 아들에게 가르쳐 온 것을 부정하여, 아들이 과거 경험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들어요.
(3) "너는 그렇게 쉽게 당황하고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는 진술은 다음과 같은 것을 내포해요. (가) "너는 나와 같지 않으며, 다른 매력 있는 혹은 정상적인 사람과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나) "네가 표현하는 감정들은 모두 적절하다. 단지 네가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가)의 경우에는 비난이라는 점을 손쉽게 알 수 있고, (나)의 경우 엄마의 반응과 모순될 뿐만 아니라, 아들이 자신의 두려움의 원인(엄마)를 지각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오랫동안 엄마가 거세해 왔던 사고를 자극하지요.

때문에 아들은 "만약 내가 엄마와 관계를 유지하려면,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엄마에게 드러내면 안 된다. 하지만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엄마에게 드러내지 않으면 나는 엄마를 잃게 될 것이다."라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중구속 상황은 모두 나쁜가?

정신분열증을 야기하는 부정적 이중 구속 상황에 대해 논했지만, 베이트슨은 이중 구속 상황이 무조건 문제라 보지는 않아요.

동양의 선불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답이 오가기도 해요. "이 지팡이가 실제로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으로 너를 때릴 것이다. 이 지팡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으로 너를 때릴 것이다. 마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이것으로 너를 때릴 것이다". 고민하던 제자는 손을 뻗어 스승에게서 지팡이를 뺏을 수 있으며, 스승도 이런 반응을 받아들일 거예요.
* 베이트슨이 더 기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표지를 다루고 대응하는 능력(논리 형태화의 수준 인지, 의도적인 불연속/연속의 선택을 조절, 또는 상황 그 자체의 주도에서 드러나는 3차적인 표지까지도 다루는)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이중구속이 쓰일 수도 있겠다는 점이에요.

또한 이중구속은 정신분열증 증세에 놓은 개인을 치료하는 상황에 쓰일 수도 있어요. 프라다 프롬-라이히만 박사의 사례는 '치료적 이중 구속'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생사의 투쟁에 관계되지 않는,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속 상황을 바탕으로 환자가 이중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 도울 수 있어요.

박사는 일곱 살 때부터 강력한 신들이 가득 찬, 매우 복잡한 자신만의 종교를 세운 젊은 여인을 치료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정신분열증이 심각한데도 치료받는 것을 매우 주저했어요. 치료를 시작할 때 그녀는 "신 R가 당신과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라고 말했어요. 박사는 이렇게 응답했어요. "자, 기록을 좀 합시다. 내게는 신 R가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세계도 전혀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존재하므로, 내가 당신에게서 그것을 제거할 수 있다고 나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해요.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나는 당신과 그 세계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저, 내게는 그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내가 그렇게 한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주기만 하면 좋겠소. 이제 신 R에게 가서 우리가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는 허락하게 될 겁니다. 또한 당신은 그에게 내가 의사라는 것과 당신이 그의 왕국에서 일곱 살 때부터 열여섯 살인 지금까지 9년 동안 함꼐 살아왔지만 그가 당신을 도운 적이 없었다고 말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신은 이제 당신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해보라고 내게 허락할 거예요. 신에게 가서 내가 의사이고 이것이 바로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라고 말하세요."

만약 환자가 신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는 말을 하게 된다면, 그 때 그녀는 박사에게 동의해서 치료 받는 것을 허락할 거예요. 만약 그녀가 신 R가 실재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녀는 신에게 가서 박사가 신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해야 해요. 그리고 다시 의사와 접촉하는 것을 허락하게 될 거예요.

나가며

지난 글에서도 기술했지만, 원문은 1956년에 발표되었던 글인지라 현대 이론과 차이가 있어요. 본문에서 정신분열증이라 기술한 병세가 현대의학의 정의보다 좁을 수도 있고(Erzenico님이 적절하게 짚어주셨었지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강조하는 베이트슨의 접근이 유전과 같은 다른 요소에 대한 경시로(베이트슨이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의 환원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춰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베이트슨의 강조는 정신분열증이 인간의 사고 및 행동의 다른 형태들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베이트슨과 동료들은 정신분열증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일반 원리를 포함하고 있고, 따라서 유익한 많은 유사점이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해요.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열증처럼 완전한 붕괴로는 나아가지 않았지만, 개인이 삶에서 부딪치는 여러 메타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에서 혼란이 누적되었을 때 어떤 양상이 나타나는지가 더 궁금했어요. 베이트슨은 상대가 정말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결여되어서 그게 정말 무슨 말인지를 지나치게 문제 삼는 개인은 몇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선택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해요.

1) 모든 진술의 이면에 자신의 행복을 해치는 감춰진 의미가 있다고 가정해요. 감춰진 의미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게 되고, 평생 속아서 살아온 사람처럼 이제는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결심해요. 끊임없이 사람들 발언의 이면에 있는 의미와 자신의 주변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들의 이면에 있는 의미를 탐색하게 되고, 의심 많고 반항적인 사람이 되지요.

2) 혹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한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요. 사람들의 억양이나 몸짓이나 맥락이 그들이 한 말과 모순될 때, 그는 이런 메타 커뮤니케이션의 신호들을 웃어넘기는 패턴을 만들 수도 있어요. 메세지의 수준들을 구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모든 메세지를 사소한 것이나 웃음거리로 취급해요.

3) 혹은 무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어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능한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지요. 자신의 환경 속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외부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며, 자신의 내부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세상과 등진, 아마도 말이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요.

각각의 대안은 방향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은 아니에요. 결국은 메타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애초에 완벽한다는 것이 개념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는 있는 정도까지 나아가는 것이 가장 낫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감각의 유지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본문에서는, 그리고 이 소개 글에서는 단순화 하였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수준(논리적 형태)은 계속해서 더 높은 수준이 창발하거든요. A의 뜻이 A라고 재차 말한다고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는 선에서 메타 커뮤니케이션이 종결되지는 않으니까요. 베이트슨도 답을 듣는 것보다는 질문하는 그 자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하고요.

그리고 위의 1, 2, 3 모두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은(혹은 본인이 그렇다는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보이는 양상이거든요. 베이트슨은 본문에서 이중구속의 개념과 조건을 정의했지만 모든 논의에 걸쳐서 엄격하게 개념을 쓰지는 않아요. 때문에 메타 커뮤니케이션 능력 혹은 상대의 대화에서 표지를 파악하는 능력의 (일시적) 손상은 엄격한 이중구속이 아니라 하더라도 폭넓게 일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던 노래 두 개 놓고 자러 가봅니다. 오타는 자고 일어나서 고칠게요.  

https://youtu.be/KWjDSRdIFgc

https://youtu.be/wAOkxHmsZ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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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번 읽어볼만한 좋은컨텐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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