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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6/14 15:45:06수정됨
Name   카르스
Subject   해외에도 ‘노키즈존’ 논란, 그 안에 도사리는 ‘성인주의’
이 카페가 유독 주목받기는 했지만, 사실 유럽에도 아동 출입이 금지된 장소들은 적지 않다. ‘노키즈존’ 대신 ‘차일드프리 존(child-free zone)’ ‘킨더프라이초네(Kinderfreizone)’ 같은 표현을 쓴다. ‘아동 부재’라는 의미에서는 노키즈존과 동일하다. 에둘러 조용한 장소라는 뜻의 ‘콰이어트 존(quiet zone)’ ‘루에초네(Ruhezone)’라고 표시하기도 한다. 스위스 호숫가에 자리잡은 공공 수영장들은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용자 상당수는 아동과 청소년이지만 일부 수영장에는 루에초네가 있고, 그곳에서 아동은 환영받지 못한다. 주요 교통수단인 기차에도 루에초네 칸이 있다. 이 칸에서는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작은 소리로 대화하는 것, 심지어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 행위도 금지된다. 당연히 아이들, 또 아이를 동반한 성인들은 이 칸을 이용할 수 없다.

건물 전체에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호텔도 있다.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계획한 휴가 중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방해받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겨냥한 업소들이다. ‘아이 없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독일어로 된 웹사이트(urlaub-ohne-kinder.info)는 아동 출입이 금지된 전 세계 호텔 목록을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5월 현재 총 92개국 1540개 호텔에서 10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금지한다. 여기엔 파티 호텔, 동성애자 호텔, 싱글 호텔 등 특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도 포함된다. 이 호텔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고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일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려면 아동 출입 금지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밤늦게 음악을 크게 틀고 파티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 아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성인들을 겨냥해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호텔의 전략은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카페 모키스 구디즈 주인의 말처럼 개인 자금을 투자한 사업장의 영업 방식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를 ‘다양성’으로 포장하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집단의 권리가 제한된다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성이 아니라 ‘특수성’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집단의 이해관계가 만나고 뒤섞이면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아가는 게 다양성의 실현이라면, 공간과 집단을 분리해 애초에 충돌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은 특수성의 실현이다.

(중략)

노키즈존 논란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경제활동의 자유에 주목할 수도 있고, 아동 배제 정책이 필연적으로 이들의 보호자, 특히 엄마인 여성을 함께 차별하는 효과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인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주린이’ 같은 말이 농담으로 쓰이는 사회에서 어린이 정체성을 가진 시민의 삶은 어떨까. 성인 누구나 한때 아동이었음을 생각하면 더 씁쓸한 일이다.

‘패싱(passing)’은 정체성의 경계를 가로지른다는 뜻으로, 한 개인이 인종·성·종교 등과 관련해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집단의 구성원으로 간주되는 것 또는 그렇게 간주되도록 행세하는 것을 말한다. 피부색이 밝은 혼혈 흑인이 백인처럼 행동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패싱은 인종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고든 올포트, 〈편견〉). 노키즈존을 지지하는 성인은 스스로가 아동에서 패싱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패싱을 통해 자신이 차별에서 벗어났다 해서 그 차별이 사라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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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수영장, 열차, 호텔에도 노키즈존이 있다니;; 종류만 보면 우리보다도 다양한 것 같기도 하네요.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라 그런가 다양성이 노키즈존 정당화에 이용되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단순히 아동에 대한 차별을 넘어서 '성인주의(adultism)'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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