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1/08 01:00:03
Name   당나귀
Subject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를 추억하며..
2003년 초, 겨울의 끝자락에 누군가 나에게 링크를 잘못 보냄으로써 정말로 우연히도 알게된 유리병 편지..
그게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에 발을 딛게 된 계기였다.
유리병에 담긴 내용은 ,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였던 같다.
그리고는, 도대체 이 희안한 곳은 무엇이관데 내게 유혹의 마수를 뻗쳐왔는지 궁금해 하면서 ,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가서도 망명지의 이곳 저곳을 탐사하였다. 드문드문 오는 유리병편지와 더불어, 그곳의 글은 문과가 아닌 이과출신의 머리속을 헤집어 놓기에 충분하였다. 1+1=2 만이 진리라 생각하고, 문학관련 교양은 c로 일관하였던 나로서는 이 망명자들의 글은 충격이었고, 동시에 내 지적인 빈곤을 뼈아프게 꼬집는 거울이었다 (문제는 아직도 빈곤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7년 전역후 취직하면서, 편지도 뜸해졌고, 피폐해가는 몸과 마음으로 인해 그곳과는 조금씩 멀어졌던거 같다.

자칭 글쟁이인 내 사촌은 소위 명문대 공대에 갔지만 사실 뼛속까지 문과였는데, 결국은 그 좋은 학벌을 마다하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글쟁이의 길로 뛰어들었다.
최근에 글쓰러 한적한 우리동네로 와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우연히도 이 비밀의 화원 이야기가 나왔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석이 쓴걸로 의심되는 독특한 문체의 글이 생각나 떠보았으나, 끝내 의미를 알수 없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지금은 쓰지도 않는 한메일을 뒤져봤는데..나에게 유리병 편지를 잘못 보냈던 사람에게 뉘신지 물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답은 없었다.

지금 돌아보니,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에 잠시나마 얹혀있었던 때가 꿈만 같았다. 문화망명지도 그렇지만, 그 시기에 정말로 우연히 만나고 친해졌던 수많은 좋은 사람들 덕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하이텔 단말기 시절 채팅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접속'했던 것처럼 ...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97 오프모임비도 오고 그래서.. 한잔 생각이 났어 66 1일3똥 17/10/10 6942 6
    11035 음악에디 밴 헤일런의 사망소식과 그의 음악들 2 김치찌개 20/10/09 6941 4
    9955 일상/생각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를 추억하며.. 7 당나귀 19/11/08 6941 2
    9942 일상/생각정치 용어 - 퀴드 프로 쿼 15 풀잎 19/11/04 6941 7
    741 기타3수만 볼 수 있다면, 쉬운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19 위솝 15/08/06 6941 0
    665 일상/생각쓰다보니 피꺼솟하는 이야기. 41 세인트 15/07/27 6941 0
    444 기타애플워치가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 11 Leeka 15/06/26 6941 0
    9750 꿀팁/강좌(펌) 이사 준비할때 꿀팁 10개 모음 2 바보의결탁 19/10/01 6939 5
    8530 스포츠포수 이야기 18 비형시인 18/11/16 6939 2
    13000 일상/생각딸아이는 자스입니다. 13 세상의빛 22/07/15 6938 140
    7201 일상/생각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않겠다! 32 얼그레이 18/03/06 6937 40
    8913 도서/문학번역본에는 문체라는 개념을 쓰면 안되는가 13 알료사 19/03/01 6936 6
    2923 정치태국은 현재... 31 눈부심 16/05/31 6936 0
    10433 게임[lol] 디테일이 모자랐던 초반 설계, DRX 10 kaestro 20/03/26 6934 5
    10123 스포츠[스토브리그] 오늘 방송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대사 7 키스도사 19/12/28 6934 0
    8873 게임문명 6 몰려드는 폭풍 리뷰 4 저퀴 19/02/17 6934 7
    12597 일상/생각동생의 세계 21 하얀 22/03/09 6932 70
    3311 스포츠[NBA] ESPN이 발표한 탑 25 선수 67 Leeka 16/07/21 6932 0
    6199 게임소녀전선 이야기를 합시다 82 Raute 17/08/30 6931 0
    10287 의료/건강'코로나19'라는 이름이 구린 이유 18 Zel 20/02/14 6930 13
    11892 스포츠골프입문기(4, 골프용품을 보다 저렴하게 사보자) 3 danielbard 21/07/16 6929 4
    8694 일상/생각공부 잘하는 이들의 비밀은 뭘까? (上) 22 Iwanna 18/12/28 6928 8
    3755 일상/생각이기적인 이혼 42 Twisted Fate 16/09/22 6925 0
    10500 정치이시각 일베둥절 39 공기반술이반 20/04/16 6924 0
    10318 의료/건강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지역사회 확산 대비ㆍ대응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 대정부ㆍ국민 권고안 4 하트필드 20/02/23 6924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