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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19 13:59:46
Name   당나귀
File #1   e_8icUd018svc1mte3sl6fyq34_12w7vt.jpg (290.0 KB), Download : 30
Subject   내 디지로그 연대기.


묘한 취향때문에 평소에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 제품을 선호한다..
남들 스마트폰으로 음악 들을 때, 나는 라디오로, 그것도 모노 사운드의 제품을 쓰고 있고,
남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마케라 꺼내들 때 나는 똑딱이 필카를 들이댄다. (물론 디지털제품도..카메라든 스마트폰이든.. 가져간다. 안그랬다간 쉽게 접근할수 있는 기록은 남기기 힘들테니까.)

나의 이 변태스런 취향이 언제쯤부터 시작되었는고 찬찬히 살펴보니..
아마도 내 첫 입사때 그런 취향으로 길들어졌던거 같다.

학부때 ppt 화면에 띄워놓고, slr에다가 칼라슬라이드 필름넣고 찍어서 현상해서 슬라이드 제작하고 힘들게 하던것을 (물론 입사해서도 했다), 2000년도 초반 디지털 카메라 라는 녀석을 사용하고 나서 부터는 정말 신세계를 느낄수 있었다.

첫 디카는 (업무용이라는 명목하에 선배에게 중고를 강매당한) 코닥 dc25 , CF카드를 쓰는 이 30만화소 카메라는 메모리 카드를 카드리더에 넣기만 하면 되는 정말 편리한 제품이었다. 현상된 사진을 스캔하지 않아도 되니 보고서를 쓰기에도 좋고, 일상용으로 기록하기도 좋았다.
다만, 배터리가 비싼 cr123A였고 (당시엔 충전지도 없었다) 카드리더기를 일일이 뽑아서 가지고, 설치 cd도 들고 다니는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그러다가 이듬해 퇴사하는 선배가 내게 넘겨준 (이라 쓰고, 중고를 강매당한, 다행이도 매우 저렴하게 넘겼다) 소니 마비카 FD200 (사은품 조로 FD7도 같이 줬다) 은 매우 재미있는 카메라였다. 크기와 무게는 코닥에 비해 훨씬 훨씬 무거웠지만 화소가 무려 200만 화소였고, 플로피 디스크를 넣어서 사용하는 것이라 컴퓨터 어디든 옮길수 있었다.(당시는 그랬다. fdd없는 컴퓨터는 없었으니까)

우연히 카메라 동호회를 네이버 카페에서 발견해서 활동을 하면서 이녀석을 들고 나갔는데,  크기가 정말 크고 fdd를 넣었다 뺐다 하는 모습으로 인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오인받게 되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게 내 아날로그 카메라 도전의 계기가 되었다. (폴라로이드에 관심을 가진 것이지 비싸고 구하기 힘든 필름으로 인해 정작 폴라로이드를 사용하지는 못하였다. 아직도 내 버킷리스트 한켠에는 폴라로이드 SX70가 있다)

이때부터(2000년대 중반) 친구랑 같이 필름 카메라 동호회에 들어, 아버지의 canon AE1을 몰래 들고 사진을 찍고, 토이카메라와 하프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소위 P&S 똑딱이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중고로 싸게 똑딱이 디카랑 dslr을 사서 열심히 들고 찍고 다녔지만,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해야만 결과물을 볼수 있는 필름카메라의 매력이 정말 컸기에 한동안 동시에 이 아날로그 취미를 유지했다.

새 직장을 얻고, 대학원 다니고 하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필름카메라는 장롱속에 하나 둘 처박히기 시작했다. 여러번 이직을 하느라 이사다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는 똑딱이 디카의 집대성이라고 불리는 sony Rx100와 ,천만화소를 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 지금기준으로는 저화소인 구형 디카를 모두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3년전 시골에 정착하고 나서, 짐정리 하다가 우연히 예전 똑딱이 필카들을 보게 되었다.
다시 예전 생각이 났다. 박스를 뒤져서 다시 필름 카메라를 꺼내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주변에 싸게 인화하는데도 없어서.. 찍은 필름을 모아서 육지의 친구에게 감귤 보낼때 마다 박스 한켠에 필름을 한아름 넣어 보내 현상과 스캔을 맡기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정말 즐겁다.

갑자기 사무실 한켠에 처박아둔 FD7을 보고 예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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