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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21 01:44:24수정됨
Name   Merrlen
Subject   요즘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다 하게 된 생각들
 요즘 일본에 관한 여러 소식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며 '난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성숙한 태도가 뭘까?'라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글을 써보면 여러 생각들을 다시금 반추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음, 일단 제 생각의 골자를 글로 쓰자면 '격정보다는 이성이 더 올바른 길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성이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선 충분한 사유가 필요하다.'가 되겠습니다. 이로부터 떠오른 생각 대여섯개 정도를 이어서 써보려합니다. 주로 반면교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사용하는 어휘나 비유가 제멋대로인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분을 발견하신다면 부디 알려주세요.



1
격앙된 감정이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서는 안되며, 그 감정의 원인이 생각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자.

 특히 요즘 시기의 한국인이라면 대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침략 당했던 시절의 아픈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얼마 전 위협비행에 이어 최근 무역에 관한 제재조치까지 행하고 있는 일본에게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겠죠.
 그런데 이런 맥락도 모른채로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한 소식만 접하고서 무조건적인 혐한감정을 품는 일본인이들이 있는듯 합니다. 과연 그들은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는지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봤을까요? 아마 그것과는 무관하게 원래 혐한정서를 가졌던 사람들이, '내가 싫어하는 나라가 또 무슨 일을 벌이네?'라고 생각하며 반응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일본이기 때문에 저들이 나쁘고 싫다'라는 무조건적인 감정을 품기보다는 일본의 잘못이 무엇이고, 우리가 마땅히 이뤄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머리에 잘 새기고 움직여야겠습니다.



2
집단의 일면은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표상할 수 없으며, 오히려 보편적인 생각은 그렇지 못한 것들에 가려지기 십상이다.

 며칠 전 일본의 한 회사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들어본 적 없는 소식이라면 지진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되겠네요.) 누군가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측은지심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누군가는 천벌을 받았다며 꼴좋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중 '꼴좋다'라는 내용의 반응만을 본 어떤 일본인이 그것을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의 전형적인 생각으로 여겨버린다면요?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본의 망언이 일본 모든 국민의 전형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망언을 하는 일본인보다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일본인이 더 많을 것이란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대다수는 어떤 뚜렷한 생각을 가지기 보단 별 생각없이 주변의 정보에 이리저리 휩쓸리기 쉬운 무색의 사람들이겠죠. 또한 한국도, 일본도 아닌 다른 나라의 경우라면 이 문제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이 우리를 분개하게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마음을 멀리하고, 그 사람들과 똑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망언에 휘둘려서 거기에 똑같이 대항하더라도 망언을 던지는 자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도리어 상처입는 것은 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처구니 없는 망언들에겐 눈길 하나 주지 말고,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색의 사람들이나, 제 3자의 존재를 인지하며 움직여 보면 어떨까요.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신중한 말과 행동을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이 처한 처지와 일본의 부당함을 아직 무색인 일본인들이 알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세계가 알 수 있도록 말이죠.



3
불꽃놀이가 차지한 언론의 눈길을 쥐불놀이가 빼어올 방법은, 초가지붕을 태우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산하고, 나르고, 소비하는 정보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을지 생각해보자.

 언론에 실리는 정보는 가장 눈에 띄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정보에 더 시선을 집중시키고,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 언론의 그러한 특성을 야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특성에서 기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실리는 정보는 인용하고 퍼트리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의 치우침은 더욱 심해질 것 입니다.
 요즘 언론은 적극적인 불매운동과 시위에 관한 소식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5에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우리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하는 더 많은 격려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한계는 여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움직임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언론에서 보면, 맘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자신의 나라나 정부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더라도, 망언과 횡포를 일삼는 이들이 있는 와중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쉬울까요? 우리의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욕과 망언을 일삼는 이들이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반성하게 만들기 위해선 우리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어선 것 아니었나요? 일본의 부정적 반응은 우리 행동에 의한 좋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행동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소극적 움직임과 긍정적 침묵은 언론의 이목을 잘 끌지 못합니다. 언론이 잘 비추지 못하는 우리의 잠재력과 영향력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입니다.



4
아침에 진실의 탈을 뒤집어 쓴 거짓은, 점심이면 대세가 되어 있고, 저녁이면 정의가 되어 있다.

 정보의 시대가 도래하며 우리는 더욱 신속하게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잘 모르는 정보,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의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수많이 존재하고, 혹자는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퍼트리기도 합니다. 가령, 며칠 전 일본의 한 건물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동네에 퍼져,(실제로 범인은 일본인으로 밝혀짐) 근처에 살던 무고한 재일교포가 회사 관련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거짓된 정보라도 충분히 사람을 현혹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누군가에게 그릇된 신념을 심어주어 옳지 못한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문단에서 "가령"으로 시작되는 문장이 포함하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며칠 전 일본의 한 회사에서 방화사건이 발생 > 사실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퍼짐 > 일본의 한 게시판에 "그 사건의 범인이 차라리 한국인이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는 것을 전해 듣고서 "이제 그 글이 퍼지다 보면 진짜인 양 소문이 퍼질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

실제로 범인은 일본인 > 사실

구타사건 > 방금 글 쓰면서 멋대로 창작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닌 정보였는데, 혹시 무심코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심지어는 없던 분노마저 일으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사람은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한 정보라면 무심코 맹신해버리기도 있고,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라면 더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모든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의심과 사유를 통해 불필요한 분노를 느끼거나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분노를 일으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 분노에서 우러나오는 폭력적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전 1에서 이야기했던대로 그 감정에 대처하고 싶습니다.)



5
누가 더 멀리 바라보고 더 빠르게 움직이냐가 아니라, 눈을 뜨고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불문하고 일본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운동에 참여하지 않기도 하고, 오히려 일본산 제품이나 문화를 소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그들을 설득하고 독려하는 한편, 혹자들은 그들을 욕하고 망신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참여를 강요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질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좀 다른 질문을 해보도록 할까요.
 불매운동 참여의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요? 원래 맥주보단 소주를 즐겨서 일본산 맥주를 산 적이 없는 사람보다는 일본산 맥주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꾹 참고 사지 않는 사람의 노력을 더 높이 평가해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일본산 맥주를 사지 않았던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해주어야 할까요? 매주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 편씩 보는 것보다는 일본 전자제품을 사는 경우가 돈이 더 많이 들고 국산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더 비난받아 마땅할까요, 아니면 장기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소비할 잠재성이 있는 쪽이 더욱 그러할까요?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과오를 깨우치고 현 상황을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개선하기 위해 애써 불편을 감수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더위를 참아가며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지, 누가누가 애국심이 투철한지 불매운동으로 겨뤄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일상을 향유하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불매운동의 이상적인 형태나,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모습은 나름대로 다를 것입니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참여를 강요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일단 사람들마다 행하는 불매운동의 형태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은 열심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보기엔 불매운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불매운동은 유일무이한 답을 가진 시험문제 같은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행하고 있는 불매운동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죠.
 만약 누군가가 문제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현 시국에 대해 알려주고 불매운동 참여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간의 시국관이나 주체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그 사람을 힐책하는 행위는, 실속없는 애국심이자 알량한 계몽주의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비교하고 평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판단하에 각자가 지속가능한 나름의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6
대화는 갈등을 풀어내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소통없는 대화는 부실한 다리와도 같아서 오히려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간다.

 언어의 존재 덕분에 인류는 정보의 공유와 의견 교환을 활발히 해낼 수 있었고, 때로는 외국어 사용을 통해 국경을 넘어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은 시국이야 말로 대화를 통한 의견과 정보의 교환이 국내 차원에서도,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오가는 말들(특히나 뉴스기사나 유튜브 댓글처럼 짤막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는 증오, 경멸, 모욕 등이 만연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구태여 외국어로 욕설을 쓰는 경우도 봤구요.
 사실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단락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과감히 줄이려 합니다. 한 번 예시를 들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을 듯 해서 말이죠. 여기서 끝내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의도는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말의 중대함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10
  •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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