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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5/17 02:58:05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더 높은 곳에서

2019년 2월 22일

'스타크래프트 여성 종족 최강전'의 주최자인 박성진은 테란 플레이어의 부족으로 고민하던 차에 지금 있는 테란 유저들로는 한계가 있다, <테란 사관학교>를 만들어서 신규 BJ를 영입해 육성하자, 라는 계획을 세웁니다.


뜻은 좋았지만 참 막막한 계획이었어요. 이미 다른 컨텐츠를 주력으로 방송하고 있는 BJ를 찾아가서 '스타 가르쳐드릴께요 같이 해보십시다'라고 꼬셔야 한다는건데, 솔직히 스타가 인기 있는 게임도 아니고 여성 BJ들 중에 스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낯선 사람이 찾아와 생전 듣지도 못한 게임을 하자고 하면 누가 선듯 내켜하겠어요.



하지만 박성진에겐 나름 영업전략이 있었습니다. 일단 시청자가 적은 <하꼬 BJ>들 중에 어느정도 게임을 알 것 같은(주로 롤BJ) 대상을 물색하고, 먼저 박성진이 별풍선을 쏘며 인사를 한 다음 "저는 스타 해설자 박성진인데요, 잠깐 도방해도 괜찮을까요?" 라고 의사타진을 합니다. BJ입장에서는 스타 해설자인지 나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 방송 봐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별로 없어서 대부분 무심하게 승락을 합니다. 이때 박성진의 '돌격대'(박성진 방송 시청자들) 가 총줄동하여 그 BJ의 방송에 입장해요. 그러면 평소 시청자가 들어올 일이 없었던 그 하꼬 BJ는 순간적으로 갑자기 늘어난 시청인원수에 얼떨떨해지게 되고, 그런 심리적 빈틈을 이용해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테란 사관학교>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었어요 ㅋ



꽤 기발한 발상이긴 한데 계획처럼 잘 들어맞지 않았어요. 여태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어서 박성진 본인의 설득하는 방식이 어설프기도 했고, '돌격대'들과 손발이 잘 안맞아서 중간에 틀어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BJ 저 BJ 찾아다니며 열심히 영업을 뛰다 보니 드디어 첫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롤BJ <또또에요>였어요.  이번에도 '돌격대'중 한명이 돌발행동을 해서 일이 어그러지나 싶었습니다. 스타는 어려운 게임이 아니니 부담갖지 말고 한번 배워 보시라 살살 꼬셔야 하는데 채팅창에 스타 대회에 관한 언급을 해버린거죠. 박성진은 이번에도 실패했구나 싶어 머리를 쥐어뜯는데 또또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나옵니다.



https://youtu.be/P6cnSRSvwEE




     나 승부욕 강해서 대회 같은데서 지는거 싫어한다. 내가 스타 하면 [나 이기게 해줄거냐] 





여기서 박성진은 어떤 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또또는 스타판에 굴러들어온 큰 복이었어요.


트위치와 아프리카에서 3년여간 평균시청인원 5명인 롤 방송을 꿋꿋히 진행해 온 또또는 스타에 있어서는 초보일지 몰라도 방송에 있어서는 프로였거든요. 캠 세팅에서부터 시작해서 철저한 방송시간 준수, 재기있는 입담과 타고난 게임 센스까지.


또또는 테란 사관학교에 입학한지 한달여만에 평균시청자 100~200여명을 유지하며 단숨에 아프리카 베스트BJ (별풍선 환전수수료 감면 등 여러 혜택을 주는 제도)에 등극하면서 성공가도를 열었고, 이것은 마치 하꼬 BJ의 신화 같은 것처럼 퍼져서 스타를 시작하는 신규 여BJ들의 방송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여성 스타판에 새로이 생겨난 <돌맹이 티어>의 시초에요. 이 돌맹이 티어가 여캠스타판에 미친 영향은 제가 타임라인에 몇번 적었었지요 ㅎ








2019년 4월 15일



여캠스타리그 LASL의 주최자 <사랑e> BJ는 대회 신청 마감날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었어요.


약 2년 전부터 7회째 대회를 주최해오고 있었지만 항상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16명도 구하기 어려워서 쩔쩔매곤 했었는데 이번 대회에는 무려 50명의 BJ가 참가신청을 하는 바람에 듀얼 예선을 2차로 치러야 할 규모가 되었고, 그 일정을 짜기 위해서만도 머리를 싸매야 할 지경이 됐거든요ㅋ



이전 대회들에서 참가자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여캠 스타판 특유의 <티어제> 때문이었어요. 실력에 따라 최상위 '퀸' - 중위권 '에니멀' - 최하위 '아메바' 티어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각 티어간의 격차가 도저히 극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은 티어 안에서도  랭크 차이가 나면 차마 같이 게임을 붙이기 힘든 수준이었거든요.



이러다보니 대회를 개최하면 어느 티어가 참가하든 <그들만의 리그>가 될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력만으로 겨루는 대회를 열면 퀸티어들이 독식을 하고, 티어를 제한해서 에니멀 리그나 아메바 리그를 열면 실력이 높은 유저들이 참가를 못하게 되어버리고..



유저들간에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 문제도 있었어요. 잘하는 BJ는 내가 괜히 나가서 양민학살을 하는게 아닌가 걱정을 하고, 못하는 BJ는 내 주제에 어떻게 저기에 끼어.. 하고 위축되었으니까요.



그런 대회 신청 분위기를 180도 전환시킨건 새롭게 나타난 돌맹이 티어 BJ들이었어요.



참가신청 첫날, 아직 한산한 신청게시판에 겁없는 돌맹이 한명이 신청글을 올립니다.



https://kongcha.net/pb/data/mine/%ED%9A%A8%EB%94%A4%EC%B0%B8%EA%B0%80.png



돌맹이 최초로 LASL 참여를 선언한 '효딤' BJ는 우리가 잃을 것이 무어가 있느냐, 우리 기왕에 스타 시작하기로 이 판에 뛰어든거 아니냐, 아무것도 못하고 지더라도 일단 나가서 얼굴이라도 비추고 우리 존재를 어필하자, 라며 다른 돌맹이들을 독려했고,



이런 효딤의 용기는 스타 커뮤니티 '와고'에서도 뜨거운 지지를 받아 뒤이어 다른 돌맹이들의 참가 러시가 줄을 이었습니다.



응? 돌맹이들이 너도나도 참가하네? 그럼 나도 나갈 수 있잖아? 하고 아메바 티어 선수들이 참가하고,



그동안 대회 참여를 놓고 오래 고심해왔던 <절대지존> 서지수가 참가를 선언하면서 더이상 양민학살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퀸티어와 에니멀티어도 마음놓고 참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스타크래프트의 태생기에 현역 프로선수로 활약했던 서지수부터 이제 갓 리마스터를 깔고 컴퓨터와 연습을 시작한 초보들까지,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모두의 축제>가 시작된 것이었지요.



그동안 어렵게 대회를 꾸려왔던 '사랑e' BJ는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고 여캠BJ 랭킹 사이트인 'elo보드'에서 펀딩을 진행하여 많은 팬들의 참여로 적지 않은 후원금까지 전달받자 참기 어려워진 눈물을 감추려 본인의 방송에서 잠시 캠을 꺼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기대와 흥분 속에 시작된 1차 예선,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할것만 같았던 돌맹이티어가 첫날부터 '그라운드를 요동치게' 만들었어요.  돌맹이 '뀨유윳'이  아메바 '추르미'와 퀸티어 '남덕선'을 제치고 조1위로 상위라운드로 진출해버린 것입니다..


그러더니 2일차에 돌맹이 '안아'가 에니멀 '보라'를 잡고, 3일차에 돌맹이 '복두씨'가 최상위 퀸티어 '콩두부'를 침몰시키며 이제 돌맹이들은 머릿수를 채우는데 기여했던 존재들에서 기존의 상위권 BJ들이 가장 조심해서 대비해야 할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올랐어요.




이렇게 돌맹이들의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조 돌맹이 신화> 또또가 속한 조의 경기가 있던 날.


또또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방송을 켰는데 그동안의 당찬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한시간 내내 긴장과 불안에 떠는 화면만 송출됩니다.



https://kongcha.net/pb/data/mine/ddrlswkd.png



한시간동안 저러고 있었어요. 박성진이 처음 스타를 권유하러 온 날, <나는 승부욕이 강하다. 대회에서 지기 싫다>라고 의욕을 보였던 또또인데 그 지나치게 강한 승부욕에,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 짓눌렸던 것일까요.




막상 게임이 시작되고 나니 손이 풀리면서 좋은 게임을 했고, 무난히 2차 예선에 진출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조추천에서 [ 서 지 수 ]와 같은 조에 편성되는 불운에 절망하고 맙니다. 서지수뿐 아니라 이제동의 제자인 슈퍼스타 <상어녀>까지 배정되어 조2위를 노리는 것조차 힘들게 되어버렸어요.



우울해하고 있는 또또 방송에 서지수가 찾아옵니다. 또또는 서지수의 미모가 너무 빼어나 차마 비교당할 수 없다며 본인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요 ㅋ 서지수는 또또에게 별풍선을 쏘면서 우리 같은 테란이니까 손잡고 같이 올라가자, 라며 격려해 줍니다. (저기요 언니.. 언니랑 저는 같은 테란이 아니에요.. )



한편 상어녀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어녀가 <사실은 서지수와 만나게 되면 쓰려고 준비한 전략이 있다. 4강이나 8강에서 만나면 쓰려고 준비한 판짜기인데 단판에서 사용하게 되어 아쉽다>라고 말해서 채팅창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어요ㅋ




서지수vs상어녀  뀨유윳vs또또 로 시작되는 듀얼 2차 예선이 시작되던 날은 하필 돌맹이리그 결승과 날짜가 겹쳤어요. LASL예선 직전에 돌맹이리그 결승이 먼저 치러졌죠. 최강의 돌맹이 <짱돌>자리를 놓고 상대전적 10대10의 라이벌 돌맹이 '혜로로' 와 격전끝에 1:3으로 역전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https://youtu.be/HQLorvzlIps



이날도 1차 예선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긴장감에 떨며 안절부절 못하는 또또였어요.


지기 싫었는데.


졌어요.


애써 태연한 척해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커다란 눈망울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 말듯 그렁그렁합니다.


하지만 아직 울 수 없죠. 


오늘 서지수와 붙는 날이잖아요.


방송 세팅을 다시 점검하고 다음 게임을 기다려요.



제 1경기 서지수 vs 상어녀 경기는 실력적으로도 인기로도 여캠스타판 최대 거물들간의 만남이었고 그에 걸맞게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양 선수의 방송에 몰렸어요.



상어녀는 앞마당만 먹고 빠른 하이브에서 디파일러를 준비하는 한편 러커로 서지수의 앞마당을 압박해 서지수의 마린메딕을 한차례 궤멸시키면서 순간 시청자들을 긴장시켰으나 서지수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수비하면서 드랍십으로 상어녀의 본진을 완파하고 승리를 거둡니다.



제 2경기 또또 vs 뀨유윳 경기는 같은 돌맹이들간의 게임이었고 상대전적 12:2로 압도적이었던 또또가 승자전에 진출해 예상대로 서지수와 만나요.



전승우승을 목표로 하는 서지수와 참가에만 의의를 두었던 스타 2개월차 또또가 아무런 핸디캡 없이 SCV 4마리로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합니다.



또또는 나름 준비해온게 있었어요. 투팩을 올리면서 실수인척 정찰을 허용하고, 서지수가 정면을 방비하는 사이에 구석에서 지은 스타포트에서 드랍십을 생산해 본진을 칠 계획이었죠. 하지만 서지수는 첫번째 정찰로 얻은 정보에 만족하지 않고 재차 정찰을 시도해 기어이 또또의 스타포트를 발견해 냅니다. 계획을 들켰지만 또또는 포기하지 않고 벌처로 난입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뻔한 드랍십으로 드랍을 시도하기도 하면서 서지수의 일꾼을 몇기 잡아내요. 거기까지가 한계였어요. 유닛 한기힌기가 일기당천 같은 서지수의 주병력에 스르르 밀리며 GG를 칩니다.



이제 또또의 심정이 어떨까요?



https://youtu.be/sdnk2BvsGYs





응? 표정이 좋아?


게임을 졌는데 웃고 있어요 !  대회 시작하고 처음 웃는거 아닌가요 !


또또야, 스타 재미있지?


꼭 이겨야만 재밌는건 아니지?





그래, 할만큼 했어, 이제 최종전에서 상어한테 지면 이번 대회는 마무리되는거야.


뭐라고? 패자전에서 뀨유윳이 상어를 이기고 올라왔다고? 어떻게 그런일이?



https://youtu.be/3P7wzV0c11M




꾹 참고 방업뮤탈을 모으던 뀨유윳이 상어의 계속된 공격을 막아내고 상어가 앞마당을 먹는 순간의 실낱같은 틈새를 파고들었다고?


이러면... 뀨유윳은 또또 밥인데...





올라가버렸어요..  조 2위로 2차예선도 뚫어버렸어요..



2차예선 조추천이 있던 날, 서지수가 또또에게 찾아와 <우리 같은 테란이니까 같이 손잡고 올라가자>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어요.



비록 1위인 서지수는 16강 직행이고 2위인 또또는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한거지만 어쨌든 이번 라운드는 또다시 뚫어낸 거라구요.



또또 왈, <이게 뭐야.. 내가 왜 여기까지 올라온거야.. 나 이제 아무것도 없어. 전략도 다 썼고 빌드도 남은거 없어>



와일드카드에서는 푸린이, 또봉순 등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또또는 떨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의 실력 그대로 가지고 싸웠어요. 서지수와 싸웠을 때처럼 똑같이.



와일드카드전 2패로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또또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이제 대회도 무덤덤해졌어. 그냥 스폰빵하고 똑같은거 같아. 나 이제 두달 더 연습해서 푸린이랑 멸망전 할거야." 라며 포부를 밝혔어요.











며칠 후, 아프리카 스타판 최대 메이저 BJ 김봉준으로부터 컨택이 옵니다.



김봉준도 감 잡은거죠.  아, 돌맹이티어에 길이 있다.



돌맹이 4인방 <효뀨또혜 - 효딤, 뀨유윳, 또또, 혜로로> 와 함께 스타 컨텐츠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펼쳐질 돌맹이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https://kongcha.net/pb/data/mine/1558029315025.jpg









엔딩곡 -  마시따밴드 / 돌맹이



https://youtu.be/XzmKF7rlO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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