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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4/29 03:18:12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82년생 이미상
2022년 봄



수상쩍은 링크를 재미있는 글이라며 소개받아 들어가봤더니

거기에는 과연 내 성향상 낚일수밖에 없는 군침도는 미끼가 있었다.

첫 문장이 다음과 같았다.




[초롱이 그렇게 된 데에는 초롱 자신뿐 아니라 혁명에도 얼마간 책임이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강의 기적을 추억 속에서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이 실시간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의 흐름 속에 있다는걸 인지하지 못했듯


많은 한국인들이 419와 서울의 봄과 87년과 문민정부 탄생의 순간을 추억 속에 미화하면서 자신이 실시간으로 또 다른 혁명의 흐름 속에 있다는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반도국의 변화는 급하고 역동적이었다.


경제적 기준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누구나 듣고 보면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정치적 기준에서 2015년 언저리에서 시작된 또다른 혁명은 인정하고픈 사람이 드물것이다.

어느 한쪽에서는 그것의 명분과 방향성을 절대 인정하지 못할 것이고

어느 한쪽에서는 우리가 바꾼 것이 아직 너무 모자라서 불만이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긴 어둠 끝에 한줄기 서광이 비추던 순간이 왔었다.

많은 이들이 박수쳤고 웃고 울었다.

그들 기준에서 너무 빨리 그림자가 빛에 딸려와서 문제였겠지..

광장의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혁명이 가져온 윤리의 새로운 차원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의 과잉이

또다른 억압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하기 싫겠지.






초롱이 "혁명에도 책임이 있어" 라고 하는건


그 혁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세력들 심기를 꽤 건드릴 수 있을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치만 저런 정체불명의 괴링크로 흩날리는 문장 따위가 무슨 영향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2년 11월


그 괴링크 속에 있던 문장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연작소설인 <이중 작가 초롱>속 한 작품인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2023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나는 문학동네도 초롱의 칼날이 겨누고 있는 대상 중 하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때문에 조금은 의외였다.

엄석대가 한병태 오른팔로 삼는 뭐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ㅋ


아니다.. 오버하지 말자.. 출판사가 좋은 글 책으로 내는게 무어 이상한 일이며

문학상이 좋은 소설 선정하는게 무어 그리 이상한 일이겠냐.




<이중 작가 초롱>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성폭력 범죄자(당연히 남자)를 성공적으로 매장시킨다.

직장에 전화를 걸어 해고를 당하게 한다.

그런데 그 성폭력 고발은 거짓이었다.

그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피해자를 상정해서 자기 자신을 고발한 것이었다.

없는 피해를 만들어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고 의미 없는 대가를 치렀다.

그저 조용히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한 명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한 답변이었다.



미투 시대의 남자 루시가 되기로 선택했다.




루시는 쿳시의 <추락>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루시는 강간을 당하고도 신고를 거부, 강간으로 임신한 아이 출산,

강간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웃의 셋째 부인이 되어 살아가기..  등등 종속의 끝을 달린다.

루시는 한 명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거다..



어쩐지 카라마조프의 대심문관 에피소드가 겹쳐져 재미있었다.

이반이 대심문관이라는 <고뇌하는 무신론자 서사시>를 들려주자

알료사가 어이없어하며 항의한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형의 모여라 꿈동산일 뿐이잖아!

그때 이반이 한 대답이다.

<한 명은 있을 수 있잖아. 나는 그 한 명의 흐름이 끊겼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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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지하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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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적한 전철에 탑니다.

반대편에 한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남자가 위험한 인물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혹시나 그 위험이 들어맞을 경우 어떤 대처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온갖 불안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그 심리묘사라는 것이 여태까지 흔하게 반복되어 왔던

<히잉 남자 무서워>의 차원을 아득하게 뛰어넘습니다.. ㅋㅋ



홈페이지에 <모든 이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달아놓은 어떤 모임에서

어쩐지 괜시리 겁나는 한 남자 회원을 용인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둘로 갈립니다.

모르는 이에게 '위험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함부로 붙여가면서 어찌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느냐고 지적하는 쪽과

여자의 두려움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다는걸 주장하는 쪽

역시나 너무도 흔해빠지고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그림이지만

작품속 모임에서 대립하는 양쪽 진영 구성원이 거의 여자라는 점, 그리고 이 모든 등장인물과 주장들과 공수교대의 템포가 여작가의 시선에서 창조되었다는 점 따위가 고려되어 꽤나 흥미롭습니다. 그걸 고려한다는 거 자체가 편견 아니냐고 따지면 할말은 없지만, 저는 이런 문제에서는 발화자의 성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토론 도중 일명 '스윗남'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한쪽 편을 들어주는데 몇개월 전에 홍차넷에서도 꽤 불타올랐던 어떤 주제에서 무수한 좋아요를 받았던 한 댓글과 요점이 비슷해서 웃겼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또 편 들어준 쪽 반응이 "너 말 다 맞아. 근데 넌 말하지 마. 맞는 말도 하지 마" 라는 식이라 또 웃겼고요.. ㅋㅋ 맞는 말이라도 남자 입에서 나오면 안된다는 거거든요ㅋ


위험한 사람을 제지하자는 <안전파>와 모든 이를 환영하자는 <평등파>의 싸움 - 안평대전 - 에서 평등파가 승리하고 안전파를 몰아냅니다. 그러나 승리 이후 평등파도 모임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후 모임에 남은 사람은 수진 혼자입니다.

안전과 평등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두고 양쪽이 싸우는 동안, 수진은 '평대'라는 회원의 옆자리에 앉아 그를 돌봅니다. 평대는 다름아닌 '괜시리 겁나는 한 남자회원'이었구요.


[신념이 이긴 자리에  모든 이를 환영합니다는 남았지만, 모든 이를 환영할 이들은 사라졌다. 안전파는 안 왔고 평등파는 온다고 하고 안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사람들의 문자가 혼자 남은 수진에게 쇄도했다. 새 사람 옆에 앉는 사람은 새 사람의 어미 새가 된다. 수진은 평대 옆에 앉았고 평대의 어미새가 됐다. 언제나 수진이 새로 온 사람을 건사했다. 그녀는 베터랑 어미 새였다. 사람들이 웃어서 평대가 토라질 때마다 수진은 둘만의 대화로 평대를 소외감에서 구해냈다. 수진이 특별한 사람이어서 어미 새가 된 게 아니다. 새가 하고 싶어할 말을 상상하고 바로 그 말을 할 수 있도록 정교히 고안된 질문을 던진다. 아기 새는 신나서 쫑알댄다. 어미 새는 부지런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끔찍하리만큼 쉬운 일을 수진이 전담하게 된건 수진의 의지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무도 수진에게 어미 새가 되길 강요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녀는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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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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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원 원장이 자매인 두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수미는 전문대생이고 수진은 고졸인 모양입니다.

수미는 자신이 초대졸이라고 말하고 수진은 초대졸이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수진은 집에 돌아와서  단어 공책에 수미가 알려준 초대졸의 뜻을 적습니다.

모르는 단어를 접할때마다, 모르는 단어를 물어서 알게 될 때마다 단어 공책에 적습니다.

우듬지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

수진은 지하철 2호선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달라 보였다고 합니다.

새싹을 틔운 연한 연둣빛 우듬지가 강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걸 보며

수진은 속으로 우듬지, 우듬지, 되뇌며 기뻐했습니다.

저도 이 소설을 읽으며 우듬지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수진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하기에 저도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모르는 단어를 접하고 알아가는건 새로운 세계를 들여오는 일인지라 이토록 즐거운 것을

왜 세상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를 두고 싸울까요.. ㅋㅋ

이번 단편의 줄거리와 주제는 따로 있지만

수진의 단어 공책에 단어가 늘어나며 그때마다 수진이 성장하는 모습이

마치 작가 본인의 수련과정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어 대견?합니다.

이런 문단도 있는데 뭔가 귀엽?읍니다.. ㅋㅋ


[매개는 적고, 여정은 어떻게 할까? 대충 뜻은 아는데.. 아니다, 초심을 잃지 말자, 게을러지지 말자.

그녀는 밤에 방에서 몰래 빠져나와 단어 공책에 매개와 여정을 적었다.

여정에는 역정과 같은 드라마틱한 다른 뜻은 없었다.

...

점점 소설쓰기와 단어쓰기 사이에 차등을 두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지만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을 종이 뭉치라 불렀고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내리다'라는 표현도 지우려 했지만 그 안에 어떤 자격지심 같은 게 있다는걸 모르지 못했고

그럼에도 그것이 자신의 투쟁임을, 비밀스러운 투쟁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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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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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때 자살한 히키코모리 A군이 있었다고 한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A군은 밖으로 나와서 아무 건물에나 올라가 뛰어내려 죽었다고 한다.


우리(남자)도 A군과 같다.

여자들이 우리에게서 사랑을 앗아갔다.

그렇다면 사랑에 투여되던 우리의 에너지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은 우리에게 말한다.

농구하라고.

빡치거나 울고 싶거나 죽고 싶거나 죽이고 싶거든 농구하라고.

남자 내부의 화를 농구로 누출시켜 파국을 막겠다는 발상은

남자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남자의 이성을 퇴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다.

그러면 어쩔 텐가. 누워만 있을 텐가. 누워서 상상만 할 텐가.

상상은 안전하니까.

상상 속에서 죽이고 강간할 수는 있지만

상상으로 죽이고 강간하지는 못하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상상이 우세할까.

작은 불씨가 번져 산불이 되는 격발의 타이밍이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 누가 감히 보장할수 있는가.

여자를 믿는다는 기획, 여자들이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걸 증명하는 실험은 실패했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었다.

사랑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잃은 우리에게 남은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태 뿐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초조뿐이다.






...  도입부에서 이렇게 시작해서 '살인자들의 무덤'을 순례?하며 역대 걸출한? 살인마들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언젠가 니체 관련 탐라에서 '루 살로메가 뽀뽀 한번만 해줬다면 니체의 철학은 없었을텐데.. ' 라는 댓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가 인셀남들의 공격성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인셀남들은 전부 잠재적 살인마고 강간범이야 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약간 작년에 홍차넷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 함께 읽은 '앨저넌에게 꽃은'의 주인공에 대입해도 들어맞을것 같은 이야기.

여초 도서커뮤에서는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감상이 보였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도 아마 스스로 알았을거 같지는 않고 나름 주변에서 관찰이나 자료수집을 열심히 한걸로 보입니다.. ㅋ

"상상할 텐가" 라는 구절이 참 재치있죠ㅋㅋㅋ 그 상상의 종류와 텐가라는 성인용품이 자연스럽게 어떤 마귀와 매칭되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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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붙이고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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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나쁜 짓을 해. 너희의 가슴을 찢어놔. 하지만 슬퍼 마. 억울해 마.

너희는 클 거야. 자랄 거야.

그럼 너희도 다른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을 수 있어.

어릴 적 일은 뒤로하고, 우리는 죽는 날까지 죄의 항상성을 향해 나아간단다.

누군가 죄를 지어 죄의 수위를 올리면

다른 누군가 죗값을 치러 죄의 수위를 낮추지.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르지만 균일한 죄의 총량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거란다.

신은 1을 만드는 분이야.

1.5가 되면 추를 내리고 0.5가 되면 추를 올려서 영원한 1을 유지하는 거야.

그 아름답고 항구적인 평형상태를..

저 빨간 기중기의 바퀴들을 봐.

큰 바퀴는 세계의 죄, 작은 바퀴는 인간의 죄.

우리는 각자의 작은 바퀴를 굴리며 살아간단다.

자기 바퀴만 보는 사람은 죄책감에 깔려 죽고

남의 바퀴만 보는 사람은 억울함에 깔려 죽지

큰 바퀴를 봐야  해.

나의 바퀴와 너의 바퀴가 이루는 큰 바퀴.

우리의 모든 잔바퀴질은 큰 바퀴의 구름에 복속되고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크고 작은 죄를 짓고 갚으며

다 함께 힘을 모아 전 지구적 죄의 항상성을 향해 나아가는 거란다.

그러다가 누군가 흙으로 돌아가는 날,

그 사람의 죗값은 정확히 제로가 된단다..
















몇년 전에 '도선우'라는 도서 리뷰 블로거가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사례를 홍차넷에 소개했었다.

2019년 '하긴'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얼굴을 알린 이미상도 블로거였다.
('하긴'역시 이중작가초롱 속 단편이다)


엔젤전설 이라는 만화에서 무도가의 딸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무도의 정점에 이른 자가 거리의 싸움꾼 중에 강한 자와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요?

아버지의 대답은 의외였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학과 소설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vs놀이를 하는건 유치하지만

다른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한국은 문단권력에 대한 반감이 심하고

팬층도 웹소설류와 순문학 애호가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한다는걸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이너서클 바깥의 인물이 홀로 연마를 거듭하여 불시에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이미상을 소개하는 많은 언론들과 문단은 호들갑을 떨며 그를 <불온하다>라고 한다.

누구에게 불온한 것인가.

이미상의 칼이 누구를 겨누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검술이 뛰어나다면 그 비무를 넋놓고 감상할 뿐이다.

나야 개인적으로 혼자 넘겨짚고는 있지만 오독일지도 모른다.

이미상은 말했다. "제 작품을 정 반대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양쪽 모두에게 우리편이라고 착각할만한 여지를 만들어놓았다는거 자체가 천상계 스킬이다.







이미상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을 때, <깜놀>해서 그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82년생이다.


82년생 김지영 대신에 82년생 이미상이 먼저 알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김지영에게 쏟아졌던 그 많은 비웃음 중 상당부분이 거두어졌을텐데.

하지만 이 떡밥의 테크트리상 이미상이 상위 테크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시타델 오브 아둔이 지어져야 템플러 아카이브가 올라갈 것 아닌가.

그 전에는 아장아장 걸음마 질럿이 잘 싸워줘야 한다.

김지영이 맷집 있게 버텨 줬다고 생각한다.










*
*
*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일부 작품들만 소개했는데, 소개하지 않은 작품들도 빼먹은게 미안할 정도로 모두 너무 잘썼고 감탄스러웠습니다. 빼먹은 작품들을 더 자세히 소개해 줄만한 유튜브 영상 하나 링크하고, 작가 인터뷰도 마지막으로 덧붙이면서 마치겠습니다.



***

Q) 모든 게 놀라웠겠네요.


A)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는 거예요.

전화 거신 분은 제가 남자인 줄 아셨대요. (웃음)

<하긴>의 화자가 남자고, 저에 대한 정보도 없으셨을 테니까요.

제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전화를 끊고 나서 031로 시작되는 발신자 번호를 검색했어요.

보이스 피싱일까봐.

그런데 문학동네 번호가 맞더라구요. 그제야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Q) 혼자서 글을 쓰다가 수상 소식을 들으면 드디어 작가로서 인정받는 느낌일 것 같아요.


A) 당연히 기쁘고 감사했어요.

수상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같이 사는 사람도 제가 소설을 쓰는 걸 몇년 동안 몰랐고요.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평소의 저와 글쓰는 저를 분리하고 싶기도 했구요.



Q) 어떤 작품 '작가의 말'에 #미등단 #비등단 #반등단 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셨어요.
과잉해석일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등단처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지니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서든 자기만의 글을 쓰는 사람들을 향해 응원하고 계신 것 같기도 했구요.


A) 제가 신춘문예나 신인상 같은 전통적인 루트를 탄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고
때로 제도 개선을 위해 한 게 없는데 뭔가 한 것처럼 이야기되어서 부끄럽습니다.
등단 제도가 작가에게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이 있는 듯해요.
길게 보면 작가자신에게 좋지 않습니다.
내 안에 쓸 게 열 개 밖에 없는데 열 편을 쓰다보면 글이 묽어져요.
반대로 가슴에 백 개의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 지면이 없어서 한 편도 발표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게 좀 섞여야 문학의 장도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



학교를 졸업하고 막 직장생활을 시작해 한창 헤매던 시절,

혹여 남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선 채 지냈었다.

나의 하소연을 듣던 이모가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너를 무서워하는 것보다는 만만하게 보는 것이 낫지 않니"

이 말에는 이모와 내가 공유하는 우리 집안의 역사나 직업의 특수성 같은 여러 맥락이 생략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체로 쉽게 보여서 부당한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상대를 오들오들 떨게 만드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풍길 수 있는 인상을 단 두 가지, 무서움과 만만함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이모는 후자를 권유한 것이다.

두려움은 사람을 얼고 굳고 작게 만들며

'나까짓 것이 무슨' 하는 자조와 포기를 품게 한다.

더 잘 썼어야 했다는 후회, 더 잘 쓸 수 없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이 한데 엉켜

원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이걸 책으로 내도 되나 싶은 생각까지 갔다.

그럴 때 이모의 말을 열심히 떠올렸다.

무서운 것보다는 만만한 것이 낫다.

문학을 너무 크고 위대하게 생각하면 글쓰기가 무서워진다.

그런데 글은 그런 무서운 게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유치한 표현이지만 나는 그래도 글이 친구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도 트위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헤비블로거였다.

읽는 사람이 열 명이 안 되는 블로그에 밤을 새워 글을 쓰곤 했다.

내글의 뿌리는 문학이 아니라 포스팅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글이 만만해지면 어떨까 상상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문자라는 툴을 이용해 떠오르는 생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상상을 덧붙여 비약하고 무의식적으로 거짓말하고

심심한 문장을 화려하게 살리고 한껏 꾸민 문장을 싱겁게 씻어내며

생각이 글을 짓고 글이 생각을 바꾸는 무한 루프 안에서 골똘해지는 경험.

뺨을 달아오르게 하는 기쁨이 이 책에 담겨 전달되면 좋겠다.





***






https://youtu.be/hKqRNXlOqrg


























16
  • 춫천
  • 추천. 안 읽을 수가 없을 거 같아 중간서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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