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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3/29 17:52:30
Name   제로스
Subject   강간 무죄, 준강간도 무죄라면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
2018도16002 강간 (인정된 죄명 준강간미수, 변경된 죄명 준강간)


대법원의 상태가..? 성범죄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처벌하고야 말겠다는 미친 의지가 느껴집니다.

어제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불능미수'란 형법 27조의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을 때는 처벌한다.'
는 규정에 의해 행위의 성질상 처음부터 결과발생이 불가능하지만, 만약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서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공부할 때는 피고인이 '설탕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믿고' 피해자에게 설탕을 탄 커피를 준 경우에는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하에서도 결과발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벌적 불능범이 되고,
'설탕 통에 든 것이 독약이라고 믿고' 피해자에게 설탕을 탄 커피를 준 경우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이 설탕 통안에 든 것이 독약이었다면 결과가 발생할 것이었기 때문에 불능미수범이 된다고
예시를 들어 배웁니다.

그럼 '준강간의 불능미수'는?

'상대방이 주취등으로 항거불능 상태인 것을 이용하여 간음하려 하였으나, 상대방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 준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어 불능미수'라는 것이었죠.

저는 맨처음 이 판결 요지만 보고 '그럴 수 있지. 근데 왜 대법원까지 갔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취한 줄 알고 준강간하려고 했는데 정신이 있어서 간음하지 못했다. 가만, 그럼 그냥 준강간의 장애미수라고 하면 안되나? 이게 불능범 불능미수를 따질 일인가? 까지 생각이
미쳤죠. 그런데 판결문을 읽다보니...

그런데 판결문을 읽어보니 간음을 하지 못한게 아니라 sex를 했습니다.

응? 이게 무슨소리야?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어서 준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며?
그럼 항거불능 상태가 아닌데 성관계를 했으면 준강간은 이제 빠지는거고 강간이거나 화간인거 아닌가?

애초에 검찰은 피고인을 준강간이나 준강간 미수로 기소한게 아니라
주위적으로 강간, 예비적으로 준강간으로 기소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이 강간에 이를 폭행 협박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강간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었다고 준강간에 유죄를 선고했죠.

2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렇게 많이 취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준강간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항거불능의 만취상태였다 하더라도 본인은 상대방이 정신이 있는 것으로 보였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사실 준강간이 그냥 인정되었으면 제가 이렇게 어처구니없지도 않을텐데요.
2심법원은 피해자의 상태가 '항거불능일 정도의 만취상태였다는 점에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준강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해 항거불능인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했으니까 준강간의 불능미수'라고 유죄를 선고한 겁니다.

????? 뭔소리야??? 아니..정신이 있었다며? 폭행협박없이 간음은 했다며??

아니 강간의 폭행협박 인정 안됨-> 준강간의 항거불능 상태 인정 안됨
그럼 항거불능할 정도도 아니고, 의사능력이 있는 상대와 폭행협박없이 sex를 했는데,
술마셨으니까 의사능력 없겠지 하고 sex를 하려고 시도를 한 것이니 준강간의 불능미수???

참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젠 행위당시 합의가 있는 성관계도, 상대방이 술을 마신 상태였으면
만취가 아니라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였어도,
폭행협박이 없었고 의사능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상황이
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의 벽을 뚫고 '인정되더라도'
(지금 법원에서 이 부분을 인정받기도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준강간의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는 겁니다.

대법관 3인의 소수의견은 이에 대해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행위자체의 의미를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 조건하에서는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다.'

'이 사건에서 제1심 및 원심 모두 강간죄 및 준강간죄의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이 행해진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준강간죄의 행위객체는 사람이므로 이 사건에서 대상의 착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에서 이 사건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간음으로 인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다수의견은 준강간죄의 행위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는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한다. ...간음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이루어진다는 점은 강간죄나 준강간죄 모두 마찬가지다.'

라고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의견에 찬성합니다. 랄까 아니 다수의견의 설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토록 널럴한 입증으로 유죄를 인정해주는 성범죄에서,
그런데도 강간도 입증못하고 준강간도 입증못하니 준강간의 불능미수라고요?

이봐요 최초에 주위적으로 강간으로 기소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취상태라 저항 못할 것으로 알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할 준강간의 고의를 가졌다고요??

민사소송도 이렇게 투망식으로 소송하면 소송물 불특정이라고 각하를 먹습니다.
그런데 형사소송에서 강간으로 기소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준강간의 요건인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서도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는 인정된다니요??

여러분은 술마신 상태에서 성관계하지 마십시오. 폭행협박 없이도, 상대방이 멀쩡한 상태였어도,
'준강간의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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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미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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