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link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뉴스고 앞으로 의학계나 IT업계에 엄청난 파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국내 과학 기자들은 외국 기사를 고대로 따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뭔가 의심되는 것이 있으면 원출처부터 파고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팩트 체크가 필수입니다.
1. 기사의 출처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첫번째 기사는 2019년 3월 11일에 쓰여진 데일리 메일의 기사였습니다. 이보다 더 빨리 나온 기사가 있으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Are wireless earbuds dangerous? Experts warn that Apple’s AirPods could send an electromagnetic field through your brain - as 250 scientists sign petition to regulate trendy tech
흠.. 데일리 메일이라.. 일단 여기서 의심이 생깁니다만 하지만 섣부른 판단 대신 좀더 뒤져보기로 합니다.
2. Dr Joel Moskowitz
위 기사 원문에서 나온 Dr Joel Moskowitz를 추적해 보니, 휴대폰의 발암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신 분 같습니다.
UC Berkley 박사님이라고 하니 의사는 아니지만 잠깐 긴장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단하기엔 이르므로 (쓰고 있던 헤드셋을 머리에서 벗으며, 겁먹은건 아니고 땀차서 그래요) 차분히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3. American Council on Science and Health에는 재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No matter the evidence, some people always will refuse to accept it. Some of those people are university professors.
Joel Moskowitz is one of those professors. (중략) National Cancer Institute Says Cell Phones Don't Cause Cancer
이 글에서는 Dr. Moskowitz를 백신이 뇌성마비를 일으킨다는 Vaccine Truther에 빗대에 까고 실랄하게 까고 있습니다. NCI에서 정말 그렇게 얘기했는지도 찾아봤습니다. NCI factsheet에는 휴대폰 쓰다가 암걸려 죽은 사람보단, 휴대폰보며 운전하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4. 반대측 주장도 들어봐야겠죠
Dr. Moskowitz의 2013년 글이 있군요. 어딘가에서 강연한 내용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뇌종양 관련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고, 본인도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좀 더 해봅니다. 이런 글이 있네요 사이트 배너가 의미 심장합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anti-science activist를 까발리고 박멸.
5. 그래도 기왕 시작한 김에
뇌피셜들 말고 뭐라도 연구한 걸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검색해본것 중 이런것이 있네요 Report of Partial findings from the National Toxicology Program Carcinogenesis Studies of Cell Phone Radiofrequency Radiation in Hsd: Sprague Dawley® SD rats (Whole Body Exposure) Draft result라고 되있지만 더 찾기 귀찮으니까 우선 이 연구를 살펴봐야겠습니다. 퇴근을 해야하므로 왕년에 무협지 읽던 실력으로 쭉 속독합니다.
- 쥐를 900MHz 3G 전파에
- 0, 1.5, 3, 6W/kg로 매일 노출시켜
- 106일간 관찰하였더니
- 실험군에서 암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옴
가방끈이 짧지만 독성학 때문에 인생 조질뻔한 적이 있는 저는 여러가지 의문이 드는군요.
6. 여기서부터는 낙제생 본인 뇌피셜입니다.
위 실험 설계는 실 사용 환경을 염두에둔 animal model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작은 동물일 수록 체중 대비 체표면적이 넓으니, 만약 전자파의 영향이 체중보다는 단위 체표면적에 받는 에너지의 양과 상관 관계가 있다면 노출된 전파의 양이 조금 이상합니다.
위 실험에서 임신 5일차부터 전자파에 노출시킨 이유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Rat의 수정란이 6일차에 착상한다고 하니, 착상 직전부터 전자파에 노출 시킨 것입니다. 전파가 랫의 피부를 뚫고 수정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두개골을 뚫고 뇌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블루투스의 전파세기는 wifi에 비해 한참 낮습니다. 10m 수신 거리를 가지는 블루투스 class 2는 2.5mW이고 4G 휴대폰이 200mW 정도. ICNIRP와 IEEE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0.08W/kg수준에서 허용치를 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학 전공이 아니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50kg 여성이 4W 정도가 허용한계라고 대충생각해보면 에어팟이 쏘는 non-ionizing radiofrequency radiation으로는 몸에 위해한 정도가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휴대폰보다 오랫동안 착용하고 귀에 집어넣기때문에 단순히 조사량수준보다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럴듯하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인원에서 굉장히 오랜기간 연구해서 밝혀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7. 요약
블루투스 헤드셋이 위험하다고 WHO에 상소한 40개국 250명 과학자를 찾는데 (제가) 실패했습니다.
휴대폰이 암을 일으킨다고 꾸준히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고 아니라고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아니라고 하는 학자는 NCI입니다.
쥐에서 3G 전파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실시한 실험에서 암이 발견된 경우는 있습니다. 그런데 증명을 위해 잘 설계된 실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제 블루투스나 휴대폰이 위해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제가) 못찼았습니다. 스마트폰은 10년정도 되었고, 블루투스 헤드셋이 인기를 얻은 것은 불과 몇년 되지 않으니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아직 과학적 근거가 없으나 수년, 수십년뒤에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렇다고 하면 블루투스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를 휘감을 5G와 와이파이망을 더 걱정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블루투스보단 휴대폰이 더 위험하니 가급적 유선, 아이폰에선 에어팟을 권장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어느것도 증거는 없고 주장만 있습니다.
그래도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은 중요하니, 불안한 사람은 편리함과 마음의 안정 사이에서 각자 판단해서 선택하면 될듯합니다. (공용와이파이 많은 곳을 피하고 휴대폰은 꼭 유선 이어폰을 쓰면 예방? HOXY 삼성이?)
일단 저는 진짜 유해하다면 휴대폰 쪽이 아닐까 싶어서 블루투스 헤드셋 그냥 쓸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