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0/26 14:07:50수정됨
Name   풀잎
Subject   베트남계 미국 의사 선생님 린
그녀를 회상하면서…

친구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국문과 교수님이 돌아가셨다고 그 교수님 수업들으셨을때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하는 이야길 읽는데,
린이 생각났어요.

작년에 나의 일상에 함께 했던 베트남사람이었던 여자 의사 선생님,
린이 이름인 그녀는작고 깡마르시고 늘 견과류를 드시던 분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모와 패션을 부러워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를 자기랑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셔서, "우리같은 이들은 패션을 모르쟎아. 안그래? 옷 잘 입는 사람은 참 부럽지 그치?"하는 이야기를 하셔서 제가 먼산도 바라보고 했었어요. 하하…

지금도 얼굴이 선하게 그려지는데요. 어느날 린에게 여쭈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당신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걸 이룬 것 같은 사람인것 같은데요 그런 사람은 매일 매일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궁금한데요. “
“저 같은 경우는… 매진하던 삶을 살다가 이제는 목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너무 게으른 것 같아서 고민이거든요.”

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었는데요.

그녀의 대답은 솔직하고도 간결했어요.

물론 그녀의 나이가 60을 넘겨서 그랬는거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녀의 스타일이 그랬어요.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목적을 가진 삶을 사니 라고 뭘 이루고 싶은건지” 이렇게 여쭈었어요.
그랬더니…
그녀는 시니컬하게 쿨하게 늘 처럼 간결하게 이야길했어요.

“응, 매일 매일 아침에 생각해,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이루는 것처럼, 아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나? 하고 되돌아보게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그 한도 내에서 하고, 도전과 경쟁에서 멀찌감히 서서 이 만큼에도 만족하고 행복하잖아 라고 생각하는 아마도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서 뭔가 이룬 사람들은, 지독히 현실적이기도 하지만서도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그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이 더 들었어요. 아 그녀는 정말 난 사람이구나, 결국 이런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본인에 대한 성실한 투자가 사회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잔잔하게 그녀가 저를 상념에서 벗어나게했어요.
저한테 "넌, 그냥 좀 쉴때도 필요해... " 라고 위안을 해주셨는데요.

예전에 들은 그녀의 삶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린은 베트남 난민이었는데, 보트피플이었고 섬에서 난민캠프생활을 틴에이저때 했데요.
그리고 미국 도착후에는 복지사가 일을 소개해서 줘서 첫일로 할머니 돌보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을하는데, 영어도 잘못하는 자기를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것을 느껴서 “나는 당신일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라고 이야기하고는 다른 일을 하고 학교로 돌아가서 엔지니어가 되었데요.

하지만 그 엔지니어일에 보람을 못느끼고 적성도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다시 공부해서 의사 선생님이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후로 커뮤니티 클리닉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어요.

그녀의 섬생활을 상상하는데 당찬 그녀의 성격도 보이고요.
빙그레 웃음이 나왔어요.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산다!”라고 하신 말씀 아직도 참 크게 맘에 남아요.

하루 하루 섬에서 난민으로 살때부터 그런 마음이었답니다.
아무것도 없는 미래도 없는 난민촌에서, 어린소녀인 자기가 할게 뭐있나? 어른들이 필요하다면 일감 받아서 전해주고 일시키는것 다하고...그러면서 종종 뛰어다니며 작은 섬안을 다니면서 일을 찾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었데요.
“미래가 없었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겠어? 단지 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일을 매일 하는거야.. “
"그 때 그래도 나랑 동갑인 다른 남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도 열심히 섬생활을 했어..그랬더니, 선교사가 그 애를 유럽으로 데려갔어.
나는 미국으로 왔고 그 남자 애는 유럽서 의사가 되었더라, 얼마전에 유럽가서 여행도 같이 다녔었어!" ..라면서 회상에 드는 모습이셨어요.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참 슬펐습니다. 좋은 사람은 일찍 거두시는구나 하는 생각…
아직도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들을 바라볼때 마음이 아퍼요.
그렇지만 그녀와의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너무 늦게 알게 되어서 안타까운 그렇지만 참 좋은 사람 알게 되어서 그 시간 그녀와 나눈 시간들이 행복했어요.



17
  • 매일매일 향상
  • 일신우일신
  • 좋은 얘기 잘 들었습니다.
  • 유교적 윤리에 사는 사람같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681 음악벨소리와 알람 9 루아 17/05/21 5102 0
2781 일상/생각벨빅 정 5일 복용 후기 외 34 nickyo 16/05/11 13599 2
12327 오프모임벨기에 맥주 최강자전 후기 10 나루 21/12/05 3890 12
12333 일상/생각벨기에 맥주 오프모임에 참석하지 못해서 하는 벨기에 맥주 셀프시음회(어?) 10 세리엔즈 21/12/08 4023 22
2203 음악벨 에포크로 생각난 음악 몇 개... 1 새의선물 16/02/11 4208 0
10815 의료/건강벤쿠버 - 정신건강서비스 4 풀잎 20/07/25 5362 32
4336 일상/생각벤님을 존경하는 마음 8 Ben사랑 16/12/09 4905 1
3167 방송/연예벤Ben -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커간다는 것 18 전기공학도 16/06/30 5683 0
3669 역사베트남전 최고의 에이스 3 모모스 16/09/08 7583 3
8424 일상/생각베트남계 미국 의사 선생님 린 6 풀잎 18/10/26 4985 17
3727 여행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여행기 13 pinetree 16/09/19 9073 2
6297 일상/생각베트남 사람들 그리고 다문화의 매력 3 Liebe 17/09/17 3938 5
13083 음악베이커 스트리트 221B 9 바나나코우 22/08/15 2880 4
1428 기타베이즈 정리, 몬티홀의 문제, 삶과 죽음의 확률 25 Beer Inside 15/11/02 11276 7
2987 경제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과 금융에 관한 이야기. 7 줄리 16/06/10 8618 19
6814 일상/생각베란다 이야기 7 mmOmm 17/12/23 4718 0
1714 일상/생각베란다 사진가 12 F.Nietzsche 15/12/05 5298 3
10640 일상/생각베네주엘라 차베스의 좌절..... 23 쿠쿠z 20/06/01 4331 1
8163 경제베네수엘라 경제위기와 꺼라위키 12 맥주만땅 18/09/03 6909 0
14902 일상/생각벚나무도 가을엔 단풍이 든다 9 TEN 24/09/07 789 12
13673 오프모임벙갯불 바 틸트 원정대 모집. 오늘 밤 22:00 15 tannenbaum 23/03/26 2284 0
6860 오프모임벙개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벙개. 49 tannenbaum 17/12/31 4610 4
14061 일상/생각벗어나다, 또는 벗어남에 대하여 11 골든햄스 23/07/24 2270 26
13684 사회법적으로 심신미약자의 죄는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데... 17 강세린 23/03/29 2141 0
8257 기타법인인감 및 등기부등본 발급처를 집단지성으로 모아봅시다 2 니생각내생각b 18/09/19 50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