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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0/14 22:41:33
Name   풀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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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죽도시장 여행기




고향에 들러서 추석 연휴를 보내고 도심 시내도 다녀오고 뭘할까 궁리하던 중에
하루 시간이 나서, 포항 죽도 시장에 마른 오징어를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타보는 시외버스, 혼자 버스 타고 가는 여행에 설레입니다.

세월이 흘러 변한 시외버스 운행방법, 어릴때랑 여전히 비슷할까 어떻게 다를까?

어린시절에 여름 방학마다 동대구 버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까지 혼자서 혹은 동생을 데리고 외갓집을 찾아가야 했던 저에게는 시외버스 여행은 하나의 큰 경험이었습니다.

다시금 그 때를 생각나게 하는 포항가는 버스여행은 새롭지만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동네 시외버스 정차장??  풍경은 아주 생경했어요.

어릴때 가 본 그리고 몇 년 전에 가 보았던 지방 소도시의 시외버스 정류장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

버스타는 곳까지 저를 차로 데려다주시는 친정어머니는 잘 갈 수 있겠지 하시면서
쿨하게 저를 차로 바래다주시고 떠나셨어요.

아니 이곳은 내가 기대했던 버스정류장과는 다르네,  그냥 버스 정차장이구나 사람들은 어떻게 버스표를 구하지?

완행 또는 직행버스들이 분주히 멈췄다 가고, 안내판에 몇 번 버스가 옵니다라고 표시는 10분 간격으로 오고요.

제 앞에서 정차한 버스 운전수 아저씨께, 할머니들이 경주 가요? 영천 가요?? 라고 물으시고 운전수 아저씨께서 타세요!! 라고 끄덕이시거나 외치시면 할머니들 그리고 학생들이 버스를 탑니다.

다들 본인 버스를 잘 알고 가시네 라면서 신기해하고 저도 제가 가야할 포항까지의 버스표를 파는,티켓 기계가 보여서 급하게 표를 구하고 나서 한참 버스표를 보면서 연구를 하고
어느 버스를 탈지 어떻게 구별하지 직행 급행?? 파악이 된후에, 그리고 한숨 돌려서 주위를 바라봅니다.

급한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낯설어서 유난스럽나 생각이 잠시 드는 찰나에…

아니, 파란색 박스 안에 앉으셔서 표를 팔고 계시는 안내 아주머니가
눈에 띄는 거예요. 방송도 하셨어요. 어디행 버스 옵니다. 타세요. 등등..이분께 버스를 살 수도 있었네 이런이런 나의 이 둔함… 먼저 근처를 찬찬히 둘러보지를 않고, 기계가 보인다고 기계에서 표를 먼저 사는 나의 좁은 시야와 직진 행동을 깨닫게 됩니다.

여유가 없이 일단 해결을 하고봐야하구나 하는 나의 급한 성격도 보이지요.

버스는 바로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정차 한번 없이 그대로 포항까지 갑니다.

자가용으로 편하게 몇년간 오갔는데, 버스를 진작에 타볼걸 싶었어요.
조용히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가는 버스 여행이 즐겁습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포항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마음이 착잡 합니다.

어릴때 늘 여름마다 시외버스를 타고 외갓집에 갔었는데요.

그 때는 포항 시외버스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면, 수많은 버스들 사이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
유리창을 통해서 보는 빌딩 사이의 포항의 풍경들 혹은 가끔 포항 삼촌과 만난 정류장에서 느낀 기분은,  포항의 세련되고 활기찬 기운에 포항은 산업도시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그 때의 기분과 전혀 다르게 때묻은 시간이 멈춘 듯한 버스 정류장 풍경에 어색합니다.

버스 정류장을 둘러보면서, 아니 왜 여긴 그대로일까? 그런 마음이 듭니다.

화장실에 휴지도 걸려져 있지 않아서, 총총 들러서 가판대 매점에서 휴지를 하나 사고요.
집에 휴지 많은데 준비 안해온 나를 또 한 번 탓합니다.

시외버스 화장실은 그 지역의 얼굴 아닌가? 시에서 관리하시는 분은 예산을 이런곳에서 줄이시네
혼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노후한 화장실 탓을 한 번 의미없이 이야기해보고요.

몇년전에 버스로 광주나 목포 해남 지역을 여행할때 느꼈던 지역 도시들의 교통 인프라가 생각이 났는데요. 그렇지만 거기보다 여긴 더 낙후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요.

어서 일을 보자꾸나 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옵니다.

그래도 시외버스 정류장을 벗어나니, 다시 옛날 느낌 그대로인듯 포항 시내의 교통 중심지 번화함 사람들의 분주함 그리고 활기참이 거리에 그대로 느껴집니다. 죽도시장 가는 버스를 한 번 더 물어보고 버스를 탔어요. 여기도 카드를 대면 버스비가 결제되는것이 서울이나 교토랑 똑같구나 역시 교통시스템은 잘 되어있네, 좀 전 낙후된 버스 정류장에서의 느낌이 퇴색되고 잘 정돈된 포항시내 모습에 기분이 좋습니다.

흔들흔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다음은 어느곳입니다” 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얼마전에 다녀온 교토 은각사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히가시야마 동네를 골목골목 지나던 풍경이 겹쳐서 마음이 팔랑팔랑 거립니다.

여기가 일본이랑 비슷하네… 버스 안내방송도 영어방송이 우리말 방송 다음에 나오고요. 아주 관광객에게 편하게 되어있네, 신기합니다.

죽도시장에 들어서니 많은 상인들과 장보러 온 사람들로 시장이 분주합니다.

역시나 마른 오징어 가공업체가 많은건지, 동해산 오징어들이 많이 보여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해서 뿌듯합니다.

킹크랩 들어있는 어항도 가득, 외지인들 대상으로 장사를 하시는지 킹크랩 식당들이 많이 있었어요. 가게분에게 전복이랑 소라가 싱싱해서 물어보니, 킹크랩 드시는 분들을 위한 반찬으로 사용하는거라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킹크랩은 비싸네 한 번 사면 1-20만원은 쉽게 이런 식당에서 쓰겠네, 역시 외지 큰손님들을 위한 곳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역시 시장의 텃세도 느껴지고요. 물건 안 살 손님에게는 인심이 박하구나,  혹은 내가 장사 방해를 했는 셈이구나 싶기도 해서 총총 걸음을 옮깁니다.

시장의 다이나믹, 나는 외지인, 이방인이구나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외지인으로 보겠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서는, 마른 오징어를 구매하고 몇가지 건어물을 산 후에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수산물 시장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예전에 엄마랑 함께 오징어회를 먹었던 기억을 살려서, 즉석 생선회를 파는 곳을 찾아봅니다.

한치나 오징어회를 사먹으려고 했으나 얼마전에 동해바다 오징어들이 서해바다로 가출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사실인걸로 확인했고요. 시장 상인분께서 “요즘 살아있는 오징어는 거의 안들어와요. 오징어회를 사먹으려면 서해로 가셔야할꺼에요” 라고 안내해주십니다.

서해바다로 가면 정말 오징어회를 팔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거기서 오징어 잡아서 동해안 가공업체로 다 넘기겠지, 그 지역 시장에 물건이 풀릴려나?
다음 여행때는 서해안에 가서 확인해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잠시 듭니다.

시장 골목에서 생전복이랑 낙지탕탕이 멍게회를 사서
연계된 2층 식당에서 반찬값내고 점심해결을 했어요.

시간이 멈춘듯, 한적한 이층 식당방에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신발을 아래층에 벗어두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식탁에 앉습니다.

미리 있던 한 테이블에서... 거나하게 소주 세병에 취하신 일행의 모습이 보이고요. 식당 주인 아줌마의 따님은
엄마 다녀올께요 하고 막 인사를 하고 나섭니다.

식사중이시던 손님들은 한창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신 노모 걱정, 또 다른 한 분은 아버지 간병 후기, 요양병원 실태고발 이야기가 한창 어느 일간지 르뽀기사보다 더 흥미진진합니다. 아저씨 일행의 입담에 부엌에서 나와 쉬고 있던 식당 사장님 요양병원 보조사 경험담으로 거들으시고요.

조용한 2층 식당에서 한창 생동감있는 인생 이야기에  저도 잠시 이야기에 참여 할뻔, 경청하구요.

나와서 버스타러 가는 길에 그 사이에 든 카페인 허기를 느끼는 찰나였어요.

시장통에 구석에 있는 작은 커피샵이네! 좋아좋아!!! 뭔가 커피샵이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위치에 위치한 가건물에 있는 커피샵인데 밖에서 안을 잠시 보니,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셔서 마음에 듭니다. 일단 미술감각이 있는 커피샵은 합격이지 하면서 들어가봅니다.
항아리에 달마대사 붓글씨, 그리고 핸드 드립 머쉰들이 사이 사이에 있는 귀여움과 미술의 멋을 추구하는 커피샵이었어요.
동네 아줌마들 세명이 앉아서 수다를 나누고 계시는 거에요.

테이블 두 개인 커피샵..ㅎㅎㅎ

미숫가루도 팔고 차도 팔고 그 사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커피집 풍경이 즐겁습니다. 커피 기계도 반짝반짝 이태리제 기계 같아보이구요.

일본인 같은 빨간머리앤처럼 땋은 머리에 자유롭게 염색한 머리로 분위기를 내신 멋진 언니께서
커피를 맛있게 타주셨어요. 아이스 라테를 주세요 했는데 못알아들으셔서 카페라테 말씀하시는거죠 라고 물어보셔서 네 그렇습니다. 했어요. :)

잠시 앉아서 시원하게 당을 보충하고요. 예전에 다닐때 커피도 한 잔 안 마시고 돌아다녀서 힘들었구나 역시… 내가 조금 더 이제 현명해졌나 보구나 칭찬타임을 가지고요.

그리고, 무거운 짐보따리에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주세요 했는데요.
내려서 보니, 제가 타고 내렸던 시외 버스 정류장이 아닌거에요.

그곳은 서울과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 정류장,
포항에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또 따로 있었던 거에요.

다시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친정어머니께서 나중에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포항에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버스 정류장이 두 군데라서
시외버스정류장은 완전히 이용객이 줄어서 아주 개발도 안하고 낡게 되어서 아쉽지 왜 증축 안하는지 모르겠다 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직통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대구로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우등버스가 아니라, 일반 버스를 타고 더 좋은 가격에 같은 거리 무정차로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포항나들이는 참 즐거웠습니다.

산들바람, 시장통, 신선한 생선들 활기찬 포항거리를 보고 집으로 오니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흐뭇하니 여행 한 번 잘 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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