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10 18:15:05
Name   줄리아
Subject   가입 인사, 그리고 이별 이야기 주저리
안녕하세요.
왠지 낯익은 닉네임분들이 많이 보여서 아는 척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 하는 것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는 줄리아라고 합니다.

마에님(여기서는 스트로님이신가요?)께 감사하게도 홍차넷에 놀러 오라는 권유를 받고
새로운 닉을 한번 파보려 했으나, 역시 편한 닉네임이 좋은 것 같네요 흐흐
오늘도 참 날씨가 많이 덥네요. 그래도 실내는 에어컨이 빵빵해서 좋은데 나가면 엄청 더울것 같네요.

새로운 곳에서의 첫 글에 이런 글을 올려도 되나 모르겠지만 어제 애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서 오늘 하루 종일 씁쓸함이 가시질 않네요.
그냥...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사람이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이었지만 집에서 맏이라서 그런지 어떨 때는 오빠같이 듬직하고, 어떨 때는 동생같은 어린 면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제가 가끔씩 반진담 반농담으로 어리고 예쁜 여자친구 만나라 하면 정색하고, 너 하나면 된다고 해주는 남자였습니다.
저의 예민함과 더러운 성격까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다고 해준 좋은 사람이었죠.
그 친구랑 있으면 오히려 제가 더 어리광쟁이 막냇동생같아 보였습니다.  겁많고, 눈물이 많아서요. 아 놀이기구는 무서움 안타고 제가 더 잘 타더군요 흐흐
어쩌다 기분 좋을 때 제가 한번씩 되도 않는 경상도 사투리로 '오빠야~ 오빠야는 날 와 좋아하노?' 하고 애교부리면 씩 웃으면서
'누나야~ 누나야는 내가 와 좋은데? 그카고 갱상도 사투리는 글케 쓰는게 아이다 마' 하고 네이티브 경상도 사투리로 답변해주는 사람이었죠.

그 친구는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결혼을 생각하니 연애가 더 어려워지더군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친구, 좀 더 다른 사람 만나보면서 놀고 싶어하는 저.
연락하는 걸 좋아하고 카톡보다 하루에 한두 시간은 전화하길 원하는 남자친구, 연락도 잘 안하는 저
그리고 그 사람은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는데 저는 그 사람에게 많은 걸 바랐나 봅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좀더 괜찮은 남자였음 좋겠고, 이 사람이랑 평생 살거라고 생각하니 그냥 좋게 지나갈 수 있는 일들도 예민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싸우게 되고, 싸우고 제가 연락 안하면 남자친구가 항상 미안하다, 자기가 잘못했다라고 먼저 사과하곤 했습니다.
항상 진담인지 농담인지 자기가 절 더 좋아하니까 제가 갑이고 자기는 한 을병정무...쯤 되나? 하고 농담식으로 말하던 남자친구
어느날은 술 마시고 정말 힘든 표정으로 얘기하더군요. 네 앞에서는 안 힘든척 괜찮은척 했지만 너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다고요.
그랬을 때 이 사람을 내가 놓아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눈에 보였거든요. 남자친구가 저를 더 많이 사랑하는게,그리고 제가 그 사람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몇번 더 좋은 사람 만나라, 나보다 더 편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만나라고 그렇게 몇번인가 투닥대고, 그만 보자 했다가 남자친구가 술김에 전화해서 보고 싶다해서 또 어찌어찌 만나게 되고...
남자친구 고향으로 같이 휴가라도 가자는 말을 제가 거절하고, 마음속으로 저도 결심을 했던거 같습니다.
이 사람 더 힘들게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얘기를 했습니다. 그만 보자, 나 힘들다. 그동안 너도 많이 힘들었던 거 안다. 우리 서로 힘든 연애는 안 하는게 낫지 않을까. 내가 나쁜 사람이 되려면 될게, 하고 말이죠.
한숨을 푹 쉬더니 그래 헤어지자 하더군요.
전에 저한테 화가 난 후에 항상 왼손에 끼고 다니던 커플링을 빼서 바지에 넣고 불러도 들은 척도 안하고 가버리는 걸 보고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마 저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이 난 거였겠죠.


그냥, 솔로로 돌아오게 되어 시원함보다는 속상함이 더 크네요 흐흐
참 어떤 이별이든 좋은 이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씁쓸하고 찝찝하네요 ㅠㅠ
미안한 마음도 크고, 진심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네요.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무더웠던 한여름의 휴가가 끝나고, 또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힘내서 한 주를 버터냈으면 좋겠네요.
지금 사랑하시는 연인들도, 아직 짝을 못 찾고 헤매시는 분들도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9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331 5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77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558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49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78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99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24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68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 블리츠 24/12/21 971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46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9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5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7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3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0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9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9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8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1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4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