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4/28 12:19:24
Name   저퀴
Subject   프로스트펑크 리뷰
https://store.steampowered.com/app/323190/Frostpunk/
- 프로스트펑크의 스팀 페이지

프로스트펑크는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를 다룬 도시 경영 장르의 게임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개발사 11 bit 스튜디오는 디스 워 오브 마인으로 많은 호평을 받아낸 곳인만큼 특유의 도덕적 감성을 더해서 독특한 분위기의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비쥬얼은 인상적입니다. 저예산 게임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일러스트의 활용인데 아주 잘 살렸어요. 어느 정도냐면 어떨 때는 일러스트만 보고 문구를 따로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일러스트가 없어도 거대한 발전기 밑에서 확장되는 마을이 폭설에 파묻힐 듯한 모습이나 눈밭을 헤쳐나가는 인파는 게임의 컨셉을 잘 이끌어냈습니다.

사운드도 괜찮습니다. 음악은 게임에 잘 어울리고, 게임 내에 울리는 사운드라곤 노동 시간을 알리는 고함 정도가 전부인데 그게 게임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게임에 점점 익숙해지고 나면 어찌 되었든 간에 도시 경영 장르의 게임으로는 완성도가 많이 아쉽습니다. 자원을 모으고, 도시를 가꾸고, 집단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구조는 전혀 신선하지 않습니다. 차이점이라면 트로피코 같은 게임이 블랙 코미디로 이끌어냈다면 프로스트펑크는 매우 진지한 비극을 다루고 있단 점 뿐이에요.

결국 다른 도시 경영 게임과 차별점을 따지자면 스토리텔링인데 별로 대단할 게 없어요. 이미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비디오 게임에서 수없이 다룬 소재고, 특히 생존을 강조한 게임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습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은 현대의 내전에 시달리는 난민의 시선으로 비디오 게임을 만들었기에 신선했지,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다루는 윤리적 딜레마는 별로 대단할 게 없습니다. 그마저도 결말이라는 게, 독재, 신앙에 대해 다루는 게 고작이고요.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첫 인상부터 별로였어요. 로그라이크 장르처럼 선택을 되돌릴 수 없는 게임인데, 초반의 선택지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거기다가 초반 경영에서 실수가 나오면 무조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최적화된 경영을 이끌어내서 도시를 번영시키면 점점 추위가 강해진다는 점 빼고는 중반 이후의 위기가 없는 게임이에요. 거기에 덧붙여서 튜토리얼도 매우 부실합니다.  

더군다나 프로스트펑크의 컨텐츠는 고작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다루는 게 전부고, 더 길게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나 멀티플레이 같은 컨텐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플레이 시간이 길면 모르겠는데 딱히 길지도 않아요.

물론 프로스트펑크의 정가는 3만원대로 풀 프라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관대하게 보면 큰 문제까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이 게임이 풀 프라이스였으면 전 다른 도시 경영 게임을 추천했을 겁니다. 도시 경영 장르를 매우 좋아하시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해서도 흥미가 있다면, 도전 욕구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길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릴만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전 기대한 것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73 게임문명 6 몰려드는 폭풍 리뷰 4 저퀴 19/02/17 5962 7
    4654 기타Filthy 15 4 O Happy Dagger 17/01/19 5962 0
    4032 스포츠한국야구사 - 한국시리즈의 전신, 실업야구 코리안 시리즈 4 키스도사 16/10/29 5963 2
    10701 게임라오어2 얘기 해보죠(하드 스포) 37 Messi 20/06/20 5965 12
    1875 방송/연예2015 kbs 연예대상 11 헬리제의우울 15/12/27 5967 0
    2322 의료/건강운동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나요... 11 ArcanumToss 16/02/29 5967 4
    1589 창작[조각글 4주차] 집사와 미치광이 13 눈부심 15/11/18 5968 3
    1688 창작[조각글 6주차] 바다와 거울 2 15/12/02 5968 0
    4387 요리/음식2016 신규라면 14 헬리제의우울 16/12/15 5968 2
    676 영화배우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5 Neandertal 15/07/29 5969 0
    1709 기타오늘 커뮤니티 베스트 & 실시간 검색어 요약 정리(12/4) 5 또로 15/12/05 5970 8
    3734 꿀팁/강좌구글의 인턴/대졸 개발자 가이드 21 elanor 16/09/20 5970 3
    8325 IT/컴퓨터마우스 구매후기, cougar minos x5 4 Weinheimer 18/10/05 5970 0
    2470 IT/컴퓨터인공지능 테이가 하루만에 오프라인이 된 사연 12 April_fool 16/03/25 5972 2
    7876 기타흔한 대기업집단(?)에서 전하는 영화 싸게보는법 10 삼성그룹 18/07/17 5973 1
    9109 영화[불판] 어벤저스 엔드게임 스포일러 불판 100 알겠슘돠 19/04/23 5975 0
    1791 기타망년회 벙개를 하려고 합니다 57 Toby 15/12/16 5976 3
    841 방송/연예김구라씨가 결국 협의이혼 했네요.. 34 솔지은 15/08/25 5977 1
    6791 방송/연예특집 IMF 20년 다시 켜진 경고등 7 벤젠 C6H6 17/12/20 5977 2
    4820 정치손학규 박사의 박사논문을 읽어보자 57 기아트윈스 17/02/09 5978 7
    1526 창작[조각글 3주차] 영중인 (수정완료. 글완료) 4 Last of Us 15/11/11 5980 0
    8979 일상/생각오늘 아버지께서 인연을 끊자고 하셨습니다. 17 보리건빵 19/03/20 5980 9
    7451 게임프로스트펑크 리뷰 4 저퀴 18/04/28 5980 8
    9570 육아/가정부부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7 임아란 19/08/22 5980 31
    414 기타조모상 이야기. 3 와라버님 15/06/23 598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