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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05 01:23:11
Name   王天君
File #1   mission_impossible_rogue_nation.jpg (474.1 KB), Download : 3
Subject   [스포]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보고 왔습니다


위험한 물건이 비행기의 뒷편에 실립니다. 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만 비행기는 금새 출발할 낌새를 보입니다.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현장과 본부의 요원들은 모두 당황하며 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찾습니다. 마침내 등장한 IMF의 해결사 이든 헌트,  그는 나는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려가며 기어이 수송기 뒷편의 목표물을 탈취합니다. 이렇게 임무를 완수한 이든은 영국 지부의 비밀 기지에서 자신이 추적한 초국가적 집단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확인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기만하는 듯한 내용이 브리핑에서 흘러나오고, 놀란 이든의 눈 앞에 총구가 겨눠진 동료 요원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무기력하게 동료를 잃고, 적의 소굴에 끌려간 이든은 정체불명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아 탈출하지만 이내 안팍으로 추적당하는 신세가 됩니다. 뿔뿔히 흩어진 동료들과 계속해서 자신과 얽히는 한 여자 사이에서 이든 헌트는 초국가적 범죄 집단 “신디케이트”의 흐릿한 초상을 밝히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에 다시 몸을 던집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첫 작품이 나온지 어느새 20년이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가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이유라면 주연배우가 몸을 사리지 않는 스턴트 씬과 액션 씬들일 것입니다. 로그 네이션은 전체적으로 그 액션이 아주 놀랍진 않더라도 준수한 편입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그렇듯 전체적으로는 기대하는 만큼은 만족시킬만한 질과 양의 액션들이 영화를 채우고 있습니다. 시퀀스의 아이디어가 007 퀀텀 오브 솔라스와 좀 겹쳐보이긴 하지만 토란도투 오페라 씬에서의 액션들은 그 동안 미션 임파서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엄하고 고전적인 느낌도 나지요. 그러나 몇몇 씬들은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비행기 스턴트 씬은 액션의 강도나 스케일을 따지자면 영화 도입부의 5분짜리 미끼보다는 클라이맥스로 쓰는게 더 극적인 효과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수중 해킹 장면 역시도 잠수라는 퀘스트의 핵심을 더 잘 살릴 수 있었습니다. 팀플레이 도중 벤지의 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해당 시퀀스에서 교차편집을 했는데, 이 때문에 이든 헌트가 보여주는 묘기와 위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버렸지요. 실제로 물 속에서6분간 숨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톰 크루즈가 폐활량 훈련을 했다고 하던데, 뚝심있게 롱테이크로 갔다면 물 속에서 오래 버티는 이든 헌트의 초인적인 면모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모로코에서 펼쳐지는 바이크 추격씬입니다. 장애물을 피해가는 스릴도 크고 현장감이나 속도감은 모든 액션 영화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시리즈 내에서 변하지 않는 미션 임파서블의 정체성이 있다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미션 임파서블만의 개성 또한 있습니다. 팀원들과 투닥거리는 유머 코드는 로그 네이션에서도 여전합니다. 이든 헌트가 상대적으로 더 헐렁하게 보이는 것도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편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팀 플레이의 비중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든 헌트의 일인 무용담으로 출발했던 시리즈가 이제야 원작의 재미를 되찾아간다는 호평들이 많은 걸 고려한다면 3와 4를 거쳐 점점 더 시리즈 본연의 재미를 만들어가던 부분이 다시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 각자 자기의 임무를 하던 동료들이 로그 네이션에서는 끽해야 해설이나 이든 헌트를 띄워주는 역할이나 하고 있으니까요.

등장인물들을 보면  4와 가장 큰 접점을 지니고 있지만 로그 네이션은 분위기나 주제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1과 가장 많이 닮아있습니다. 조직 내부로부터 이든 헌트가 버림 받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외부의 적과 조력자가 국가, 소속 기관에서 이용만 당한다는 설정은 1편의 짐 펠프스와 이든 헌트가 겪는 갈등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레코드 샵이나 오페라 극장, 영국이라는 배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들도 1편의 고전적이면서도 비정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편이구요. 개인과 집단, 수단과 목적이라는 정치적 주제는 전작들의 이야기에 비해 그 무게감이 훨씬 더 묵직합니다.

다만 이런 식의 색깔 바꾸기가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먼저 액션씬들의 화려한 톤과 주제의 어두운 톤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시종일관 오락 영화로서 온갖 쾌감을 잔뜩 보여주려는 액션들이 이어지다가 다시 애매한 피아의 구분과 시스템에 대한 회의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면 마치 놀이기구를 타면서 신문의 국제면을 읽는 것처럼도 느껴집니다. 영화의 오락적인 부분과 진지한 부분의 간극이 크다 보니 이 두가지 부분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주인공이 영화의 정치적 고민에서 완전히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작중에서 이든은 어떤 고민도 하지 않습니다. 이든에게 협조하는 다른 팀원들의 동기도 낯뜨거운 우정 놀음으로 둘러대고 있지요. 정치 드라마의 주인공치고는 이든은 프로페셔널의 자존심말고는  해답이 될만한 어떤 신념이나 내적 투쟁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작중 브랜트의 말처럼 레인과의 승부에 몰두할 뿐이죠. 고뇌와 갈등은 신디케이트에 잠입해 있으면서 영국 정보기관으로부터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일사 파우스트의 몫입니다. 이든이 당했던 상황을 똑같이 연출시키며 레인을 체포하는 피날레는 한 개인으로서의 복수심과 쇼맨쉽만이 있을 뿐이구요. 일사가 도망쳐야 했던 것에 비해 이든은 너무나 쉽게 조직에 복귀하고 또 그 조직을 존속시킵니다. “보시다시피 어쨋든 우리는 필요하고 효과적입니다” 라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만능주의를 뺀다면 영화가 매듭지는 서사는 정치적 주장이 많이 빈약합니다. 심지어 자유라는 신념 하나로 모든 걸 퉁치는 캡틴 아메리카 2편보다도 더 대충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영화가 걸고 있는 Rogue Nation이라는 부제가 이름값을 온전히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액션의 규모는 속편답게 더욱 더 커졌고 이든 헌트는 20여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정력적입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톰 크루즈의 존재감 또한 대단하구요. 그러나 톰 크루즈의 나르시시즘, 어설픈 친구 놀이 등 오락 영화로서 가지는 숙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반대로 이런 부분만 눈감고 넘어간다면 이렇게나 꾸준히 관객들의 심장을 쪼이는 오락 영화로서 둘도 없는 시리즈란 말도 되겠지요. 이런 저런 단점들을 이야기했지만 서사를 질주하는 액션들의 스피드에 가볍게 튀어날아갈 것들이니 극장에서 스트레스 좀 날려야 하겠다는 분들에게는 이만한 영화가 없을 겁니다. 보고 난다면 내년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에요.

@ 로그 네이션이 이번 편처럼 전작들과의 연결성을 드러낸다면 드라마적인 설정에서도 이를 더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세번이나 내팽개친 조직에 그토록 맹목적으로 충성하며 헌신하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다른 부분에서 아무리 현실감을 보태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액션 기계로서의 기능이 더 도드라질테니까요. 4편처럼 확고한 팀 체계를 가지고 팀원들끼리 유기적으로 작전을 수행해나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시리즈의 장수에 도움이 될 겁니다.

@ 개인적으로는 나이 들어가는 톰 크루즈의 현실을 이든 헌트라는 캐릭터에도 반영했으면 좋겠군요. 3 이후로 화면에서 톰 크루즈의 나이 먹은 티가 나는 편이고 언제까지나 모든 일을 본인이 손수 해치울 수는 없을 테니까요. 실전에서 후계자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각본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007처럼 출연배우를 바꿔가며 거듭되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하니까요. 이왕이면 만능 초인에서 스턴트 초인으로 이든 헌트의 등급을 조정하고 육체적 전투나 다른 액션은 다른 팀원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일사가 이든을 배신하는 장면이 대략 세 번 나오는데, 이 부분은 묘하게 투란도투 공주가 칼리프 왕자에게 세 개의 수수께끼를 내는 것과도 포개지는군요.

@ 비행기에 매달리는 씬은 악력 가지고는 절대 버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스턴트 과정을 보여주는 비하인드 씬보다 파괴력이 떨어졌습니다.

@ 2편을 빼놓고서는 다른 편들의 순위가 좀 왔다갔다 하는군요. 제가 5편을 통해 시리즈의 팬이 된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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