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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2/26 20:43:44
Name   자일리톨
Subject   무한도전 <토토가3> 감상-흘러간 강물에 두 번 발 담그기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 -


이런 비유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강물의 흐름'과 가장 닮은 예술은 '음악'이다. 음악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그것이 청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청자가 아무리 저항해도 음의 조합은 '음악'으로 인식된다. 다른 일에 집중하다가도 음악이 들리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음악을 인식하게 된다. 반면 활자예술이나 시각예술의 경우 예술감상·체험에서 나의 의지는 필수적이다. 만화의 컷과 컷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것, 활자를 통한 인물 묘사를 이해하는 것은 예술 감상자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특히 활자는 음악과 비교했을때 직접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첫 비유를 반복하여 말하건대, 음악은 강물의 흐름과 가장 닮은 예술이다.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가 강물이라는 은유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음악은 시간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예술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헤겔이 한 말, "음악은 시간의 형식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주체와 구분되는 객관성, 대상성Objektivtat을 못 가진다"는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음악은 나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문학작품처럼 멀찍이서 평가하고 감상할 수 있는)이 아니라, 나의 마음, 감정, 기억 등과 강하게 결합된 예술이라는 것이다. 물론 헤겔의 말은 어느정도 걸러들어야 할 것이다. 음악 역시 분명히 객관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완고한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말은 적어도 특정 노래의 광적인 팬들에게 만큼은 유효한 진술처럼 보인다. 물론 내가 여기서 염두에 두고 있는 '광적인 팬'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H.O.T의 팬들이다.
  
  
  

1) H.O.T 세대의 비극
  
H.O.T의 활동시기가 1996년에서 2001년이니, 넓게 잡아 팬층의 나이대는 1975~1986년생쯤까지 될것이다. 2018년 현재 H.O.T 팬덤의 나이는 30대 초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에 분포되어 있다. 만약 이들을 H.O.T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들과 전 세대를 구분짓는 분수령은 '87년 민주항쟁'과 '대중문화'의 등장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중문화의 등장과 87년 민중항쟁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며, H.O.T세대는 민중항쟁 당시에는 너무 어렸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등장은 분명 민중항쟁과 분리해서 생각될 수 없다. H.O.T이전에 인기가수가 없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대중문화 역시 존재했다. 왜 그때라고 없었겠는가. 하지만 정치 이념, 이데올로기, 경제 독트린과 무관한 시대에서 대중문화를 향유한 이들은 H.O.T세대가 처음이었다.
  
대한민국의 7~80년대는 알다시피 독재정권이 집권하던 시기였기에, 시민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민주화'였다(한국에 시민사회가 존재하긴 했었는가의 여부는 차치하자. 편의상 시민사회라 부르겠다). 그 시민사회를 이끌던 것이 문학계를 비롯한 지식인 사회였다. 판매부수를 떠나서 그 당시 문학인들에게 주어졌던 위상이란 현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시·소설을 쓰고 읽는다는 것이 곧 정치적 저항을 의미하던 시기, 서정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현실참여'라는 명목으로 비판하고 욕하던 시기였다. 어느정도 정치적으로 각성한 시민사회의 목표가 '민주화'였다면, 그 외의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경제'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들 잘 알고 있을테니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 외에도 물론 '반공'과 같은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기가 7~80년대였다.
  
반면 87년이후 한국은 급격하게 변화한다. '절대악'으로 여겨지던 독재정권이 철폐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경직되어있던 문화계도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문화들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필두로 한국은 경제적, 정치적 자유로움을 마음껏 구가했다. 다소 거칠게 구분하자면, 90년대 이전이 '이념의 시대'였다면, 90년대 이후는 '탈이념의 시대'였다. 90년대 들어서서 정치적 투쟁, 현실참여적인 작품이 사라지고 내성적, 독백적, 포스트모던적 문학작품이 많아진 것은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바로 이 '탈이념의 시대'에 자신의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H.O.T세대다. 이들은 자신의 윗세대와 달리 이념적 강박과 경제적 압박을 받아본 적이 없다. 즉 이들은 표면적으로만큼은 '자유로운 주체'로서 자라난 세대다. 그것은 윗세대와의 비교를 통해서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돈과 학력('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화시대에 돈과 결코 분리될 수 없었던), 반공, 민주화 등에 얽매인 꼰대 같은 윗세대를 보면서 자신들은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H.O.T의 노래에서 유독 어른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 것은 이 같은 시대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대부분의 노래에서 어른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무능한 존재로 그려진다.
  
H.O.T세대의 비극은 여기서 탄생한다. '자유로운 주체'라는 것은 듣기에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꽤나 끔찍한 단어다. 그것은 결국 신이 사라져버린 시대, 역사의 목적이 거세된 시대, 나의 존재이유를 알 수 없는 시대를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하면서 그토록 꼰대들을 욕하는 것은(이는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꼰대와의 비교를 통해 자기의 존재이유를 찾으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날카롭게 파악했듯이 인간이란 자유를 버리면서까지도 복종하려는 존재다. 또한 이문열이 <사람의 아들>에서 아하스페르츠의 입을 빌려 말하듯, 대부분의 인간들은 믿음을 통해 신앙을 증명하려기보다, 예수가 눈앞에서 보여주는 기적을 통해 신을 믿길 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이제 ‘자유로운 주체들’ 앞에 기적을 행하는 신이 나타난다. H.O.T라는 신이. H.O.T세대는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자유로운 주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제단 앞에 몸을 던진다. 물론 그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질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자유로운 주체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도 자신의 의지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H.O.T 포스터는 성화(聖畵)가 되며, 노래는 성가(聖歌), 콘서트장은 성전(聖殿), 그리고 팬덤은 성도(聖徒)가 된다.
  
이러한 신성화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데에는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대중문화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한 몫 한다.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지적하듯,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작품이 무한정 복제되는 일이 일어나면 예술작품은 그 ‘아우라(aura)'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18세기의 영국인이 배를 타고, 도보와 마차를 이용해 국경을 지나 겨우겨우 바티칸 시국에 도착해 베드로 대성당을 봤을 때와, 21세기의 영국인이 유튜브와 구글에서 실컷 베드로 대성당의 정보를 입수한 뒤 비행기타고 두 시간만에베드로 대성당에 가보았을 때, 두 영국인이 받는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행 앞에서 날밤새며 콘서트 티켓을 끊고, 지리도 잘 모르는 서울까지 가서 콘서트장를 보는 H.O.T 팬들과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자기가 보고싶은 아이돌을 보는 오늘날의 팬들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O.T의 팬들에게는 아직 ’아우라‘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2) 대중음악의 비극
  
신 속에서 존재이유를 찾은 성도들은 그 누구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을 만끽한다. 자신 외의 수많은 성도들과 함께 하나의 목소리로 찬양하며 신의 은총을 느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노래란 시간적 형식의 예술, 나와 분리될 수 없는 예술이다. H.O.T의 은총은 결코 휘발되는 일 없이 카세트 테잎의 재생과 팬덤의 떼창, 개인의 허밍 속에서 내 앞에 현전한다. 그리고 광신도의 삶이 그렇듯, 그들의 삶도 H.O.T를 중심으로 재조직화 된다. 다시 말해 공부를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아니 살아가는 것 자체가 ‘H.O.T를 위해서’가 되는 것이다.
  
당시 아이돌 팬덤에서 군대식 문화가 퍼져있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수많은 구호들과 절도있는 응원요령, 타 팬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요구되는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깔맞춤 복장까지. H.O.T 팬덤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재미있는 건 이처럼 힘든 과정을 그들은 매우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인데, 이는 스스로가 노예화되는 것을 방관하는데서 느껴지는 마조히즘적 쾌락을 향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신도’라는 것 자체가 노예에 다름 아니다.
  
한편 이러한 노예화가 거대한 집단의 형태, 즉 ‘대중문화’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그들이 단순한 노예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구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기준으로도 앨범이 100만장 넘게 팔리는 것은 쉽지 않은데, H.O.T의 앨범은 나오는 족족 그 정도로 판매되었다. 또한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H.O.T 팬덤의 일화들(지하철 연장, TV보도, 조퇴 금지 등등)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들은 노예였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시장을 뒤흔들 힘을 가진 노예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주체적인 힘 역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을 ‘주체화된 노예’ 혹은 ‘노예화된 주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대중문화의 팬덤이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주체-노예’라는 양면적 성격은 <토토가>가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대중문화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대중문화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본가의 목표는 첫째도 돈이요, 둘째도 돈이다. 따라서 상품은 수익을 더 이상 창출할 수 없을 때 폐기되고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아이돌과 그들의 노래들이란 처음부터 수명이 뚜렷한 상품이다. 처음부터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에 <토토가> 관련 기사 앞에 자주 붙는 수식어인 ‘부활revive’이란 단어를 이해할 열쇠가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부활하지 않는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역시 부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처음부터 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세르반테스의 소설들은 당대에는 심심풀이용으로 많이 읽혔으나, 문학이 근대에 고급예술로 규정되고 나서는 과거의 문학작품들은 죽음 혹은 부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고급예술은 자본가의 탐욕과 상관없이 향유층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부활re-vive'이라는 단어에서 ‘다시re’라는 접두사가 말해주듯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탄생한 뒤에 무조건 한 번은 죽어야한다.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데 ‘다시 탄생revive'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H.O.T의 죽음은 그 시기를 정확히 짐작하지 못했을 뿐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죽음은 모든 아이돌에게 필연적이다. 물론 신화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 같은 예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얼마 안 있어 죽음을 맞이한다(그들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는 1세대 아이돌의 이름이 ‘신화’라는 것은 꽤나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현대의 신화라...흠). H.O.T라는 신 역시 결국 2001년에 죽음을 맞이한다. 시간이라는 형식이 음악을 가능하게 했다면, 동시에 시간은 대중문화의 죽음도 가능하게 했다. 신도들은 마음 속에서 음악을 통해 신의 은총을 재생시키고 있는데, 눈앞에서 신이 죽어버린 것이다. 시간은 아이돌의 음악을 언제든지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모든 아이돌을 반드시 죽여버린다. 시간은 재생이면서 동시에 죽음이다. 여기에 대중음악의 비극이 있다.
  
H.O.T는 죽어가며 언젠가 자신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유언을 남긴다. 마치 예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H.O.T는 신이 아니라 예수였다. PPAP. 신의 몸과 인간의 몸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자, 그리고 그 인간의 몸 때문에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자.
  
  
  
3) ‘다시re’ H.O.T 세대의 비극
  
자신들을 지탱해주던 기반을 잃게 된 신도들은 방황하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새로운 ‘신=아이돌’을 찾아간 이들도 있을테고, 또 다른 이들은 아예 다른데서 자신의 기반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찾든, 찾았든 상관없이 그들은 강제적으로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 돈이 그것이다. H.O.T 세대에게 자본주의는 두 번 찾아온다. 첫 번째에는 대중문화라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두 번째에는 경제적 압박이라는 악마의 얼굴을 하고.
  
현재의 H.O.T 세대에게는 특유의 정조, 분위기가 깃들어 있다. 유교 문화, 정치 이데올로기, 경제 압박 등등에 사로잡힌 꼰대들과는 달리 자신은 자유롭다는 자부심. 그리고 그 자부심 속에서 최초의 대중문화를 향유했으며 자신들이 그 주체로서 활동했던 기억. 하지만 그것이 결국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경제적 압박과 결혼·육아. 이들은 아마도 자신의 젊은 시절이 배반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H.O.T 세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그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은 이미 완성되었다. 그들은 적당히 돈벌고, 적당히 결혼해서, 적당히 애들을 양육하면서 살 것이다. 특별한 일이라곤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 어릴 적 믿었던 ‘자유로운 주체’라는 환상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들은 돈의 노예이고, 여전히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의 노예이다. 자기들이 그토록 비웃었던 꼰대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H.O.T 세대는 자신들의 신을 따라 똑같이 죽어버린 것이다. 이때 이들이 죽어가며 기억해내는 것은 예수의 유언과 그들이 반복해서 듣던 음악이다.



  
① H.O.T의 유언
어릴적 믿었던 ‘자유로운 주체’라는 약속이 전부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그들이 주체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주체-노예’의 길이다. 수동적 노예가 아닌 자발적 노예, 즉 주체적 노예가 되는 것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여기서 H.O.T와 H.O.T 팬덤의 관계의 실체가 드러난다. H.O.T가 예수, 즉 신이자 인간인 존재(‘신-인간’)라면, 팬덤은 주체이자 노예인 자(‘주체-노예’)이다. 팬덤은 H.O.T가 지닌 ‘신-인간’이라는 속성에서 ‘인간’을 기꺼이 떠맡음으로서, 즉 기꺼이 ‘인간=노예’가 됨으로서 H.O.T에게 ‘신=주체’의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역설적으로 팬덤의 ‘주체’로서의 능력을 활용해서이다. 이 부활은 H.O.T의 자체적인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팬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힘을 통해서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덤이 H.O.T의 노예가 아니라, H.O.T가 팬덤의 ‘노예’, 자본에 종속된 존재인 것이다. (H.O.T 팬덤 사이에서 문희준이 비판받는 이유를 떠올려보자. 그토록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재결합을 거부하던 문희준이 갑자기 재결합을 승인한 것은 왜일까?대부분의 팬들은 돈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따라서 H.O.T의 ‘부활’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H.O.T는 완전무결한 신도 아니며, 반쪽짜리 신인 예수도 아니고, 그저 자신과 같은 ‘주체-노예’라는 사실, 노예가 있을때만 주체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일 뿐이다. 가짜 신은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인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H.O.T 팬덤은 여전히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의 신인 H.O.T를 죽이고, 또한 자신들의 삶마저 끝장내버렸던 것은 다름 아닌 그 ‘자본주의’였음을. 또한 H.O.T를 되살리기 사용하는 자신들의 힘이 H.O.T를 예전에 죽여버렸던 것과 똑같은 ‘자본주의’임을(이렇게 쓰고 나니 에반게리온의 롱기누스의 창이 떠오른다).
  
  

② H.O.T의 음악
물론 자본주의의 힘만으로 죽은 자를 소생시킬 수는 없다. H.O.T의 부활이 가능한 것은, “① H.O.T의 유언”에서 말한 것처럼 H.O.T가 애초부터 자본주의의 논리로 돌아가는 대중문화의 산물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음악을 통해 매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영화나, 같은 대중문화인 드라마가 부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헤겔이 지적한 “음악은 주체와 분리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정당성을 얻는다. H.O.T 부활의 원동력은 H.O.T의 은총을 무한히 재생(글의 처음에서 언급했다시피 그건 청자의 의지로 막을 수 없다. 음악의 진행은 강제적이다)시킬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또한 음악은 H.O.T의 추억 뿐만 아니라 다른 것까지도 함께 부활시킨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인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그들에게는 ‘자유로운 주체’라는 약속이 아직까지 유효했었다. 나는 위에서 H.O.T 팬덤의 삶은 H.O.T가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이 재조직화 되어있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자면 학창시절 그들의 삶 곳곳에는 H.O.T가 깃들어 있고, 그것은 노래를 통해 재생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르셀이 마들렌 과자의 냄새를 맡고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것처럼, H.O.T의 노래만 들어도 학창 시절이 아주 또렷하게 재생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H.O.T 팬덤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돌 팬덤에게 해당될 것이다. 따라서 3~40대의 H.O.T 팬덤이 재생시키는 것은 H.O.T의 추억뿐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주체’라는 환상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 그 자체이다. 그들은 H.O.T를 부활시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획득하게 되는 지위인 ‘노예화된 주체’를 통해, 배반당한 어릴적 자신의 약속을 달성한다. 거짓 주체, ‘노예화된 주체’이긴 하나 어쨌든 주체는 주체인 것이다.
  
생각해 볼 점이 하나있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돌 팬덤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 <토토가>처럼 자신의 아이돌들을 부활시킬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혹시 부활시키더라도 “와 내가 어릴적 좋아하던 아이돌이네!” 정도지, <토토가> 세대처럼 강렬한 향수에 휩싸이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와 함께 H.O.T 팬덤의 상당수가 경험한 강렬한 카니발적 체험(콘서트장에서 수만명의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콘서트의 경험이 과거의 콘서트에서 느끼는 경험과 같을리가 없다. 또한 이들은 H.O.T 세대와 달리 이미 상당한 패배의식에 빠져있다는 사실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유로운 주체’ 같은 환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9급공무원이 꿈인 아이들에게 ‘주체’ 같은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들에게 학창시절이란 그저 공무원이 되기 위한 '스텝투' 같은 것일 뿐이다.
  
  
  

4. 결론
<토토가> 현상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그려는 의지, 거짓이었던 것을 거짓으로 되살리려 하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진 것을 시간의 예술(음악)을 통해 부활시키기.
  
물론 나도 <토토가>를 보면서 울었다. 난 H.O.T 세대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나약하고 불쌍한 존재를 보면 나오는 눈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한때 자신들의 우상을 다시 만난 기쁨에 흘리는 눈물인지, 아니면 가족 앨범 속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보면서 흘리는 눈물인지이다. 물론 위에서 실컷 떠들어댄 것처럼 그들의 눈물에는 필경 두 감정이 분리불가능하게 엉켜있으리라.
  
위에서 난 H.O.T와 그 팬덤을 보고 ‘죽었다’고 표현했다. 이 말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니들 인생 끝났으니 평생 절망하면서 살라는 것이 아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기계 혹은 동물처럼 변하고서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 고민 속에서 우리 주위에 ‘가짜 주체’와 그 ‘가짜 주체’가 되라고 유혹하는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고민 속에서 인간은 ‘가짜 주체’가 아닌 ‘진정한 주체’가 될 가능성이 생겨난다.


p.s. 요즘 아이돌 팬덤은 오히려 갑질 비스무리하게 행동하곤 한다. "저 아이돌은 내가 키운 것이다"라고. 이 역시도 팬덤이 지닌 '주체-노예'의 양면적 성격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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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새로운 글쓴이는 언제나 추천이에양


저는 HOT에 크게 관심두지 않았어서... 뭔가 너무 거창한 담론을 연결하신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ㅎㅎ

저도 토토가 보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 친구들은 왜 해체를 했고, 왜 다시 못 합쳤고. 지금은 왜 합쳤고... 팬들은 왜 기다렸을까. 기다렸던 처음 마음과 지금 마음은 어떤 차이일까.
그 때의 HOT는 사회에 어떤 의미였고 지금은 어떤 의미가 되었는가... 뭐 이런 생각들요 ㅋ
자일리톨
제가 원래 '거창한 담론'을 통해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 걸 좋아해서요 ㅎ(근데 여기에 그렇게 거창한 내용이 있었나요?)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 toby님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HOT가 그 당시 지녔던 의미, 그들이 해체한 이유, 팬들이 기다린 이유, 또 그들이 다시 재결합한 이유 같은 것들요.
기쁨평안
잘 읽었습니다.
다만 조금은 첨언하고 싶은 것은,
HOT이전에 서태지가 있었고
HOT이후에는 또 다른 아이돌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단어에 이미 종교적인 의미가 내재되어있는 것 만큼 각자의 팬덤은 각자의 신화와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 이대 사태때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은 소녀시대의 다시만난 세계를 합창했습니다.

자신들의 청소년기를 관통하는 공통된 코드는
각 세대마다,또 아이돌 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HOT가 짱이었네, 젝키랑 쌍벽이니 하지만 그시절에는 태사자도 있었고, 룰라도 ... 더 보기
잘 읽었습니다.
다만 조금은 첨언하고 싶은 것은,
HOT이전에 서태지가 있었고
HOT이후에는 또 다른 아이돌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단어에 이미 종교적인 의미가 내재되어있는 것 만큼 각자의 팬덤은 각자의 신화와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 이대 사태때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은 소녀시대의 다시만난 세계를 합창했습니다.

자신들의 청소년기를 관통하는 공통된 코드는
각 세대마다,또 아이돌 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HOT가 짱이었네, 젝키랑 쌍벽이니 하지만 그시절에는 태사자도 있었고, 룰라도 있었고, 뭐 많이 있었어요.

프로야구 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했을 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가장 전성기가 언제냐라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팬들이 자신들이 해당 팀의 경기를 실제로 접하는 시점부터를 전성기라고 여긴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냥 자기가 청소년기에 접한게 짱이라는 것이죠.

지금의 팬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방탄 오빠들이 빌보드를 점령했고요, 수많은 악재 속에도 우리 빅뱅오빠들을 지켜줬구요,
우리 비스트 오빠들 이름이 하이라이트로 바뀌었지만 계속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서태지 오빠가 사전심의제도에 맞서 싸웠던 그런 신화적인 영웅담은 지금도 해당 팬덤에게는 계속되고 있는거죠.
자일리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모든 사람의 학창시절에는 그런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존재가 있죠. 그게 스포츠든, 예술이든 뭐든간에요.
제가 궁금했던 건 학창시절과 신화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왜 유독 H.O.T세대의 대중음악만이 부활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냐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짚고 넘어갔던게 대중영화나 드라마, 하다못해 그 당시 유행하던 배우들은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문학에서는 애초에 '부활' 같은건 있지도 않구요.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서태지'는 '서태지 팬덤'사이에서는 여전히 신화화된 존재지만, ... 더 보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모든 사람의 학창시절에는 그런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존재가 있죠. 그게 스포츠든, 예술이든 뭐든간에요.
제가 궁금했던 건 학창시절과 신화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왜 유독 H.O.T세대의 대중음악만이 부활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냐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짚고 넘어갔던게 대중영화나 드라마, 하다못해 그 당시 유행하던 배우들은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문학에서는 애초에 '부활' 같은건 있지도 않구요.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서태지'는 '서태지 팬덤'사이에서는 여전히 신화화된 존재지만, 왜 서태지는 수많은 대중 아이돌처럼 죽지 않았는지, 왜 서태지는 <토토가>의 형태로 부활하지 않는지가 관건인거죠. 또 하나 비교하자면 <슈가맨>은 왜 <토토가>가 되지 못하는지의 문제겠죠. 단순히 MBC와 JTBC의 차이인걸까요? 아니면 규모의 차이인걸까요?
세인트루이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 교주와 신도들이라고 하면 옛날 넥스트 콘서트가 떠오르네요. 신해철씨 돌아가시기 직전에 진짜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했는데, 그다지 반응이 없었죠.

근데 또 그후에 복면가왕 음악대장이 라젠카 불렀을 땐 이번 토토가 정도의 열기가 있었죠. 이런 거 보면, 꼭 에쵸티 세대의 대중음악에 뭔가 신비한 힘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얼마나 매력적으로 재포장이 되었냐의 문제인것 같기도 하네요.
자일리톨
동의합니다. 저 역시 H.O.T.의 음악에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해철과 H.O.T.의 다른 점이 있다면, 신해철의 음악이 복면가왕에 의해 '매력적으로 재포장'된 것이라면, H.O.T.의 경우 그저 팬덤이었던 세대가 끔찍한 처지에 처하게 되자 H.O.T.의 음악이 매력적으로 다시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인트루이스
1. 그런가요? ㅎㅎ 격동의 한반도이다보니 매 세대가 "내가 제일 거지 같아"라는 마인드로 나름의 비극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ㅋ 해방 ㄷㄷ 군부독재 ㄷㄷ 민주화 ㄷㄷ IMF ㄷㄷ n포세대 ㄷㄷ

2. 전 자일리톨님 글 중에서 팬덤의 군대문화가 흥미롭네요 - 무슨 지역 지부장 등등 ㅋ 가장 군대랑 거리가 멀것 같은 10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군대를 결성하다니 -

3. 이번에 hot 노래 들으면서 - 전사의 후예가 왕따의 입장 (서러움보다는 분노!)이라는 것, 아이야가 화재사건으로 아이들 희생된 것에 대한 (추모가 아니라... 더 보기
1. 그런가요? ㅎㅎ 격동의 한반도이다보니 매 세대가 "내가 제일 거지 같아"라는 마인드로 나름의 비극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ㅋ 해방 ㄷㄷ 군부독재 ㄷㄷ 민주화 ㄷㄷ IMF ㄷㄷ n포세대 ㄷㄷ

2. 전 자일리톨님 글 중에서 팬덤의 군대문화가 흥미롭네요 - 무슨 지역 지부장 등등 ㅋ 가장 군대랑 거리가 멀것 같은 10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군대를 결성하다니 -

3. 이번에 hot 노래 들으면서 - 전사의 후예가 왕따의 입장 (서러움보다는 분노!)이라는 것, 아이야가 화재사건으로 아이들 희생된 것에 대한 (추모가 아니라) 분노! 라는 점에서 좀 놀랐습니다. 최근 아이돌들이 다 사랑사랑 블링블링 으르렁으르렁 (??) 했던 것과 대비되네요. 민주화 시대와 가까웠어인지 정치적 올바름이나 적을 만드는 것에 대해 게의치 않고, 좀더 자기 하고 싶은 말 세게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호라타래
재미있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전개해주셨던 내용은 자일리톨님 개인의 체험과 연결되어 있는 건가요?
자일리톨
감사합니다~ 음 제 개인 체험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비판적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H.O.T와는 세대도 다르고, 연예인을 좋아해본적도 없습니다 ㅎ 주위에 그런 사람도 없구요.
DoubleYellowDot수정됨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토토가 1과 토토가 2,3의 구분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토토가 1은 주로 '반가운 사람들의, 즐거운 축제'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방송 분위기가 그랬고, 출연자들이 자일리톨님 말씀처럼 "신-인간", "주체-노예" 관계로 대입하기엔 조금 어려운 팬덤이었거나(소찬휘, 김현정, 지누션 등), 혹은 해체 하고서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그들을 접하면서 그 관계를 재설정 할 수 있었던 경우(S.E.S, 터보 등) 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토토가 전체가 아닌)토토가 2,3와 슈가맨의 차... 더 보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토토가 1과 토토가 2,3의 구분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토토가 1은 주로 '반가운 사람들의, 즐거운 축제'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방송 분위기가 그랬고, 출연자들이 자일리톨님 말씀처럼 "신-인간", "주체-노예" 관계로 대입하기엔 조금 어려운 팬덤이었거나(소찬휘, 김현정, 지누션 등), 혹은 해체 하고서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그들을 접하면서 그 관계를 재설정 할 수 있었던 경우(S.E.S, 터보 등) 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토토가 전체가 아닌)토토가 2,3와 슈가맨의 차이도 이런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어떤 원히트 원더와 "신-인간", "주체-노예" 의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거죠.

그런데 토토가2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해체를 계기로 대중매체에서 유리되거나(고지용, 이재진, 이재원 등), 새로운 형태로 관계가 재정립 되는 과정에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지 못하고 뭔가 힘겹거나, 말못할 과거처럼 변해버린(JTL이나 J.Walk, 혹은 문희준과 장우혁의 관계 등) 상황이 있었죠. 그래서 그들이 겪었던 "카니발적 체험"이나 일종의 '제례'적 경험이 팬덤의 현재까지 연착륙하지 못하고 과거에 남겨져 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40대에 접어든 팬덤이 토토가2,3를 받아들일 때 정말로 "부활"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같구요. 더 반응이 격렬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토토가 1에서 기억나는 관객들의 흥겨움과 토토가 2,3에서 기억되는 관객들의 눈물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박지선의 한마디였다고 생각해요. "우린 그렇게 맨날 미안해요."

아마도 H.O.T의 토토가 3와 같은 경우는 모든 세대가 자신들만의 H.O.T를 갖고 있음에도 더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초 거대 팬덤이 있고, 신성화 된 아이돌이 있고, 그들이 단절된 서사가 있는 경우가....핑클이 나오거나, 동방신기가 5인조로 나오면 모를까..
1
글을 쓴 저 자신보다 제 글을 더 잘 이해하고 계신 듯 합니다.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까지 정확히 짚어내주셨네요. H.O.T.와 팬덤의 관계는 갑자기 단절되었으며, 그것을 회복할 방법 없이 과거에 남겨졌다는 옐로우도트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보는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렇게 보니 박지선의 말은 정말 정곡을 찌른 말이었군요.

갑작스레 단절된 팬덤의 추억은, 잃어버린 자신의 젊은 시절과 겹쳐져 더욱 시너지 효과를 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그런 단절없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요즘 아이돌의 경우에는 <토토가2,3> 같은 형태로는 결코 부활할리가 없겠죠. 요즘에는 V앱, SNS 등으로 팬들과 활발히 소통도 가능하고, 해체된 그룹의 멤버들이 같이 뭉쳐서 노는 모습도 자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씨스타가 그렇더라구요.ㅎ
제로스
한 2,30년 더지나면 나훈아 디너쇼처럼 HOT디너쇼 같은거 하지 않을까요
HOT디너쇼는 아니라도 김동률 디너쇼 이적 디너쇼 같은거 하면 좋겠다.. 보러가야지
아들아 이번 크리스마스엔 이적 디너쇼 보내다오
자일리톨
HOT디너쇼 ㅋㅋㅋㅋ 궁금하긴 하네요. 진짜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하고. 듣기로는 토토가 전까지도 HOT영상회를 매년 여는 팬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정도 열정이라면 디너쇼도 가능할 것 같네여.
니가 아이돌 팬질 하는게 신기하다는 친구들의 말을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본문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남자 아이돌임에도 H.O.T.의 인기는 소녀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남돌에 비해서 남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었는데

이는 본문에 언급하신대로 사회 비판적인, 분노적인 가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는 H.O.T.가 특별했기도 했지만
서태지로부터 이어지는 시대적 배경이 더 컸고
H.O.T. 이후에 더이상 아이돌들이 사회적인 노래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더 보기
니가 아이돌 팬질 하는게 신기하다는 친구들의 말을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본문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남자 아이돌임에도 H.O.T.의 인기는 소녀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남돌에 비해서 남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었는데

이는 본문에 언급하신대로 사회 비판적인, 분노적인 가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는 H.O.T.가 특별했기도 했지만
서태지로부터 이어지는 시대적 배경이 더 컸고
H.O.T. 이후에 더이상 아이돌들이 사회적인 노래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H.O.T.의 왕좌를 물려받은 그룹이 대중성을 앞세운 GOD 였단 점도 의미심장 하군요 ㅋㅋ)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
자일리톨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 HOT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엄청 인기가 많았죠. 저는 HOT가 인기있을 당시 엄청 어렸는데도 문희준의 가위손이 기억날 정도니...확실히 한 시대를 대표했던 아이돌이라 할 만 합니다.
사랑하는홍차에게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h.o.t 팬덤(을 비롯한 그 시대의 팬덤)이, 그 2001년에는 이야기하신 신(우상)을 숭배하는 '자유로운 주체' 성격이 있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신이 아닌 학창시절의 첫사랑으로 재정의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팬들 스스로도요.

'신과,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환상'을 되찾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학창시절의 첫사랑과, 무언가를 열심히 사랑했던 순수했던 나 자신'을 되찾고 싶어하는 서사인 것이죠.

저는 1세대의 다른 아이돌의 팬인데, H.O.T 팬덤에 ... 더 보기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h.o.t 팬덤(을 비롯한 그 시대의 팬덤)이, 그 2001년에는 이야기하신 신(우상)을 숭배하는 '자유로운 주체' 성격이 있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신이 아닌 학창시절의 첫사랑으로 재정의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팬들 스스로도요.

'신과,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환상'을 되찾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학창시절의 첫사랑과, 무언가를 열심히 사랑했던 순수했던 나 자신'을 되찾고 싶어하는 서사인 것이죠.

저는 1세대의 다른 아이돌의 팬인데, H.O.T 팬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워낙 압도적인 신앙같은 성격이 있었으니 좀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1세대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셔서 써봅니다.ㅎㅎ

제가 속한 팬덤 내부에서 공유하는 서사는 그 시절 나의 자유로움이 아니라 '그 시절 나의 사랑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거든요.

어쨌든 이런 서사에서 슈가맨과 h.o.t의 차이는 규모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똑같이 첫사랑을 그리워하나 h.o.t는 많은 사람들의 첫사랑이었고 그래서 주목받은 것 아닐까요? 슈가맨에 나온 아이돌도 h.o.t만큼 많지 않았을 뿐이지 그의 등장에 울고 열광하는 누군가는 있거든요.(주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을 봤었어요.)

그리고 1세대가 유독 '부활'하고 그 부활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단절'도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1세대는 시스템이 자리잡기 전이라 단물만 빨아먹고 바로 버려버리는 행태가 심했잖아오. 지금은 왠만한 아이돌은 표준계약서에 따라 '7년'을 채우고 '계약을 해지'하지만 당시에는 3,4년만에 비참하게 팽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위에 grey님 말씀대로 해체 뒤의 모습도 비극(?)이었으니. 트라우마인거죠.

만약 요즘 세대의 정상의 아이돌이, 그렇게 2,3년만에 팽당하고, 해체 뒤에도 힘들게 살았다면, 그래서
트라우마가 됐다면, 그들의 팬들도 부활을 꿈꾸고 부활에 울지 않을까요?
자일리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십년쯤뒤에 자연스럽게 밝혀지겠지만, 아직은 2018년인지라 서로 생각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저는 HOT팬덤의 열광을 다양한 요소가 중첩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단절과 민주화 이후의 첫 대중문화, 꼰대들과 결별한 첫 세대, 마지막 오프라인 세대('아우라'를 향유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등이 겹쳐진 것이죠. 그래서 요즘의 아이돌은 결코 <토토가2,3>의 형태로 부활할리 없다는 것이 제 견지입니다. 본문에 쓴 내용을 그대로 말한 것이긴 합니... 더 보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십년쯤뒤에 자연스럽게 밝혀지겠지만, 아직은 2018년인지라 서로 생각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저는 HOT팬덤의 열광을 다양한 요소가 중첩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단절과 민주화 이후의 첫 대중문화, 꼰대들과 결별한 첫 세대, 마지막 오프라인 세대('아우라'를 향유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등이 겹쳐진 것이죠. 그래서 요즘의 아이돌은 결코 <토토가2,3>의 형태로 부활할리 없다는 것이 제 견지입니다. 본문에 쓴 내용을 그대로 말한 것이긴 합니다만..

더불어 토토가와 슈가맨이 규모의 차이라는 것에는 어느정도 동감은 합니다만, 토토가의 축소판이 슈가맨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정한 양이 축적되면 그때부터는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마르크스의 '양질변환의 법칙'(물론 이것은 과학적 법칙이 아닙니다)처럼, HOT팬덤의 전례없는 규모는 팬덤으로 하여금 음악을 이해하는 방식마저도 바꿔버립니다. 그것을 저는 음악과 팬덤의 삶이 구분할 수 없이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파악했구요. 극단적으로 구분하자면, 다른 가수들의 팬들에게 음악이란 하나의 취미로 추억된다면, HOT팬덤에게 HOT의 음악은 젊은 시절 그 자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제 생각은 그렇네요. 현상을 파악하는 전제 조건이 서로 다르니 의견차가 좁혀질 수가 없을 듯 합니다ㅎ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김치찌개
재미있네요 잘 봤습니다
H.O.T팬은 아니였지만 이번 토토가를 보니 짠하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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