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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2/06 03:40:49
Name   Erzenico
Subject   [번외] Bill Evans (1) - Very Early
본문에 나오는 바와 같이 Very Early는 빌 에반스가 처음 작곡한 곡입니다.

제가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재즈 연주자들 중 하나인 만큼
최대한 디테일하게 써보려고 노력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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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재즈 역사상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윌리엄 존 에반스 William John Evans를 표현하는 말은 '재즈계의 쇼팽' '인상주의 재즈 피아니스트' 등 다양합니다.
클래식의 테크닉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리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멜로디 라인을 섬세한 터치로 표현하는
그는 극도로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여러 사람에 의해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잘 극복하지 못하고
그의 친구인 음악 평론가 진 리스의 평대로 "역사 상 가장 오래 걸린 자살"이라고 할 만큼
자기 파멸적인 인생을 살았던 비극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2. 어린 시절

빌의 피아노 인생의 시작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은 빌의 형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해리 에반스입니다.
2살 터울의 형인 해리는 5세부터 7세까지 지역 선생님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으며,
아직 어렸던 빌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하며
해리가 레슨 받을 때 친 곡들을 혼자서 연주하기도 하였기에 다소 이른 나이에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레슨 선생님은 해리가 빌보다 나은 피아니스트라고 늘 말하고는 했지만
빌은 그 선생님이 자신에게 무리한 테크닉의 연습을 시키지 않고
악보를 차근히 짚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친 것에 감사하다고 회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외에는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하였고 이를 통해 음이 끊어지지 않게 연결되는 듯한 멜로디를
리듬에 맞추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형제는 골프를 열심히 치기도 하였으며, 여러가지 스포츠를 함께 즐겼고
비록 두살 터울이 있었지만 빌은 해리만큼, 혹은 해리보다 모든 것을 잘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고전적인 연주자의 음악들을 듣고 연주하며 성장한 빌은
고등학교 때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Petrushka와 다리우스 밀로의 Suite Provençale을 듣고 새로운 음악에 눈을 떴다고 밝히기도 합니다.
재즈는 12세 무렵 도시 형제 Jimmy & Tommy Dorsey 등의 음악을 라디오로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후 13세의 나이에 지역 밴드의 리허설 밴드 에서 피아니스트를 맡았고
이후 여러 행사장에서 춤을 위한 부기우기나 폴카 등을 연주하며 알바를 했습니다.
학창 시절 그는 얼 하인스, 콜맨 호킨스, 버드 파웰, 조지 시어링이나 냇 킹 콜 등의 음악을 즐겨 듣기도 하였습니다.

3. 대학, 그리고 그 이후

이후 대학(Southeastern Louisiana University)에 플룻 전공으로 진학하였으나
클래식 피아노의 해석에 관한 강의를 열심히 들었고, 작곡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시기에 공식적으로 그가 작곡한 첫 작품이 나오는데, 이것이 [Very Early]입니다.


마치 드뷔시 같은 느낌의 명상적 음악이면서도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발랄한 낭만적 요소가 배치되어 있다.

페팅거가 쓴 평전을 보면, 이 시기의 그는 음악에 있어서는 진지하긴 해도
조금 쾌활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교클럽 대표를 하거나 쿼터백으로 풋볼팀을 이끌기도 하며, 마칭 밴드에서도 활동하는 등...

그런 그는 피아노 전공으로 SLU를 졸업하고 잠시 뉴욕에서 밴드로 활동하다가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한 소집영장을 받고 군에서 3년을 보냅니다.
이 시기에 다른 군악대 소속 연주자들이 그의 연주에 대해 비난을 하며 공격하였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으며
심각한 부진을 겪고 마리화나 등의 약물에 처음 손을 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군 생활 속에서도 피워낸 한 송이 꽃 같은 노래가 그의 조카를 위한 노래, Waltz For Debby입니다.


빌 에반스를 상징하는 노래처럼 되어버린 이 곡은 그의 초기 작곡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다시 뉴욕으로

제대 후 얼마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던 빌은 그의 아버지가 플로리다의 휴양지에서 노년을 보내기로 결정한 뒤
이번에는 뉴욕에서 생활하기 위해 자신만의 거처를 마련하고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주머니를 위해 또 클럽, 무도회, 결혼식, 댄스파티 등을 쉴새없이 쫓아다니며 연주를 하였지요.
이러한 연주를 통해 빌은 소규모 밴드에서 피아노의 역할에 서서히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 그는 평생을 함께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그를 이해하는 친구였던 에이전트 헬렌 킨 Helen Keane을 처음 만났으며
초기 음악 활동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클라리넷 연주자 토니 스콧과도 함께 많은 연주를 하게 됩니다.

베테랑이자 영향력있는 밴드리더인 토니 스콧과의 연주활동을 이어가면서 많은 연주 기회를 얻은 빌은
이내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 프로듀서인 조지 러셀과 몇 개의 작업을 같이 할 기회를 얻었으며
RCA 빅터 사의 재즈 워크샵 The Jazz Workshop이라는 일련의 기획 음반에도 함께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마일스의 Kind of Blue 보다 3년 앞선 시기에
재즈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음악을 담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의 방향은 조지 러셀 뿐만 아니라 코드 진행을 새로이 고쳐쓰고 통통 튀는 터치로 존재감을 드러낸 빌에게도 그 몫이 있었지요.


이 연주를 들은 마일스가 트럼페터 아트 파머에게 "이봐, 아주 멋진 연주야. 그런데 쉽지 않았겠는걸."이라고 전했다는 일화가...

이 시기, 빌은 자신의 이름을 건 다른 음반, [The New Jazz Conections]의 작업을 가졌으며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던 그는 The Jazz Workshop 작업으로 인한 새로운 자신감과
이 작업을 함께 했던 드러머, [폴 모티언 Paul Motian]을 만나 좀 더 생동감 있는 연주를 펼칠 수 있었고
또한 이 음반을 제작한 리버사이드 레코드의 프로듀서 오린 킵뉴스 Orrin Keepnews는
자신 없어하는 그를 이끌어주는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빌은 비로소 세상에 자신이 생각하는 피아노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간명하고도 신선한 진행으로 더 이상 고전적인 재즈의 시기가 아님을 선언함과 동시에, 즉흥성을 극도로 살려냄으로써 비밥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도 놓치지 않는 빌 에반스 초기의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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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모티언의 이름 발음과 관련해서는, 본인은 모티언이라고 생각하고 말해왔지만 자신이 유치원때부터 주변에서 '모션'이라고 읽어왔기에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고 하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 콩글리시 논란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7
  • 다음 편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
  • 글 잘 읽었습니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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