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2/02 18:19:58
Name   tannenbaum
File #1   왜와.jpg (9.1 KB), Download : 13
Subject   조카들과 어느 삼촌 이야기.


막내조카에게 맥북프로 털리고 근처 카페에 와 저는 홍차넷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무살 덩치 산만한 조카놈은 꼭 변신로봇 선물받은 예닐곱살 어린아이마냥 신이나 포장을 뜯고 이것저것 다운받고 설치하면서 신나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꼭 자기가 사겠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주더군요. [참.고.맙.구.나.이.놈.아!!!] 어차피 내려갈때 용돈 또 뜯어갈거면서!!

이놈자식 언제 어른될까.... 싶네요. 그래도 저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나름 좋으네요. 다음달은 좀 많이 타이트해지겠지만요.

조카들을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항상 앞섭니다. 엄밀히 따지면 나랑 피한방울 안섞인 존재들이죠. 유전자가 비슷하기는 합니다만.... 그냥 언제고 연이 끊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남에 가깝겠지요. 생판 남보다 좀 더 친밀한 존재들... 그정도... 그럼에도 마음이 쓰이는 존재들...

예전에 잠시 신세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천하의 개망나니 우리 형이요. 지금은 병원에 누워 오늘내일 하고 있는 그인간이요. 큰조카가 태어나면서부터 밖으로 나돌며 할 수 있는 못된짓 나쁜짓만 골라 해대던 그인간은 왜 안죽나 모르겠네요. 병원비 축나게... 언능 디졌으면 합니다. 조카들은 그런 말종 아버지를 둔 죄로 어릴적부터 부재속에 자라났습니다. 있으나 없는것보다 못한 아버지.. 1년이면 몇번 얼굴 볼까말까한 아버지... 시때로 채권자들 빚쟁이들 쳐들어 오게 만든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 다 죽어가는 병자가 되어 나타났지요. 그렇게 자라왔으면서도 엇나가지 않고 이만큼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제가 다 고맙더라구요.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사고 한번 친적 없고 수재급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공부도 잘하고 최고대학은 아니어도 인서울 나름 좋은 대학에 입학 했으니...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어릴적 부모의 부재속에서 자라나 참 많은 일들을 겪었지요. 잘은 몰라도 우리 조카들도 제가 겪었던 그런일들 많이 겪었을거에요. 그럼에도 항상 밝에 웃는 모습이 이뻤습니다. 저 어릴적도 생각나고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너가 백날 그래봐야 결국엔 남이다. 걔들 커서 다 잊는다. 감사한 마음 하나 남지 않을거다.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그렇게 되어도 별로 상관없습니다. 저도 결국엔 남이기 때문에요. 확신할수는 없습니다만... 우리 조카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누군가 희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형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자신 없어요. 제아무리 좋은 삼촌, 마음 넒은 삼촌 코스프레를 하더라도 전 제가 우선이거든요. 어머니란 이름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들 형수와는 다르게요... 또한 백번 장담하는데 제가 목구멍에 풀질하는 상황이었으면 조카들이 무슨말을 하던 무시하고 외면했을 것입니다.

긍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는 그런 삼촌인거죠. 있으나 없으나 한 남편 때문에 하루하루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아끼고 또 아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형수보다 좋은 삼촌 포지션 잡기가 수월한 것이지요.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얼굴 보고 용돈 쥐어주고 필요한 거 사주는게 딱히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거나 삶의 밑천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부모와 삼촌의 차이겠지요.

여튼간에... 그래도 놋북들고 저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참 좋으네요. 아마... 이런 삼촌 노릇 할 기회도 얼마 안남았겠지요. 몇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해볼랍니다.

p.s. 간만에 형수에게 전화해 00이 놋북 사줬다고 말했더니 또 난리가 났네요.(조카가 시켰음 내가 사준걸로 해달라고)

워메~~ 거까지 끼대가가꼬  먼 염병을 하고 있다요? 대련님은 사달라고 그거를 또 사주요? 속이 있소 없소? 워메 워메~~ 징한그~~ 대련님이 자꾸 그랑께 아가 배래부렀당께요. 다리몽둥이 뿐질러불기 전에 언능 환불하쇼!! 속 터져 디져블것구마잉.

역시 우리 형수 불같아요. [근데요 형수... 속으론 좋아하는 거 다 알아욧!!]




24
  • 천사삼촌은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67 일상/생각미디어의 자살 보도 방법에 대해서 24 까페레인 16/09/08 5325 9
993 영화영화 소식들 짧게, 몇 가지: 9/14 10 kpark 15/09/14 5325 1
1588 창작[조각글 4주차] 같은 시간 속의 너 2 레이드 15/11/18 5325 3
4815 일상/생각엄마. 16 줄리엣 17/02/09 5325 25
6336 스포츠트럼프, 프로스포츠, 국가연주, 경례 10 DrCuddy 17/09/25 5325 0
8242 음악Elephant ride - 코끼리 타기 8 바나나코우 18/09/17 5325 6
11258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8) 김치찌개 20/12/21 5325 0
1774 음악Zazie - J'envoie valser 6 새의선물 15/12/15 5326 0
2291 일상/생각기숙사령부 이야기 1 No.42 16/02/25 5326 2
5163 창작피스 카페 (2) 8 선비 17/03/12 5326 3
12328 정치이준석의 필살기의 결과 26 Picard 21/12/06 5326 0
8998 일상/생각과거 카풀 드라이버 경험 6 행복한고독 19/03/24 5327 13
9757 스포츠야구계에 대한 강한 비판 29 AGuyWithGlasses 19/10/02 5327 3
11733 음악[팝송] 포터 로빈슨 새 앨범 "Nurture" 4 김치찌개 21/05/30 5328 0
3508 방송/연예아이돌 그룹 SMAP 해체 6 레이드 16/08/14 5328 0
7299 게임파 크라이 5 리뷰 5 저퀴 18/03/29 5328 1
9286 일상/생각릴레이 어택으로부터 당신의 자동차를 지키시려면 4 바나나코우 19/06/07 5328 3
10297 게임'e스포츠산업진흥원이라는 단체가 출범을 했나본데 문제가 많아보이네요. 4 소원의항구 20/02/16 5328 0
9118 오프모임대충 달려보는 4월 25일 저녁 7시(오늘) 급번개 → 강남 언저리! 27 T.Robin 19/04/25 5329 1
7037 일상/생각조카들과 어느 삼촌 이야기. 9 tannenbaum 18/02/02 5329 24
8068 일상/생각생각이 많을땐 글로 푸는게 상당히 도움이 되는군요. 13 태정이 18/08/17 5329 9
8553 방송/연예프로게이머 이윤열이 프로게이머가 꿈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12 벤쟈민 18/11/22 5329 2
9948 일상/생각입김의 계절 5 멍청똑똑이 19/11/07 5329 5
11096 창작그러면 너 때문에 내가 못 죽은 거네 (3) 12 아침커피 20/10/28 5329 6
11663 경제금일, 동탄 청약 경쟁률이 역대급을 달성했습니다. 8 Leeka 21/05/11 5329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