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동물의 삶이다. (1권 p.117)

“스물다섯 살이 되니까 이제 술술 장가가라고 해서 옆 동네 스무 살 아가씨하고 중매결혼올 했어. 그게 고향의 집사람이야. 좋지도 싫지도 않아. 시골의 결혼은 말을 씨붙이는 거 하고 다를 게 없어. 며느리는 대를 이을 아들만 낳으면 되는 사람이지. 아무도 그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아. (...) 도쿄는 무서운 곳인 줄만 알 았더니 야아, 이건 별천지더라. 처음으로 어물어물 식당에 들어가 케첩 라이스를 먹어봤는데 하도 맛있어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어. 여자들은 너무 예뻐서 이게 정말로 똑같은 인간인가 싶었어. 합숙소 형님 따라서 주점에 갔더니 여급한테서 정말 좋은 냄새가 나더라. 손이 얼마나 고운지, 진짜 믿어지질 않았어. 구마자와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너무 불쌍하지. 손가락이 굵고 뭉툭한 건 밭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서른이면 벌써 주름이 쪼글쪼글해.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냐? 안 그래, 구니오?" (1권 p.172~173)

노동자의 목숨이란 얼마나 값싼 것인가. 지배층이 민중을 바라보는 시선은, 19년 전에 본토 결전을 상정하고 '1억 국민이 모두 불꽃으로 타오르자’ 라고 몰아치던 시절 그대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민중은 한낱 장기 말로만 취급되고,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그게 전쟁이었고, 이제 그것은 경제발전이다. 도쿄올림픽은 그 헛된 구호를 위해 높이 쳐든 깃발이었다. (1권 p.386)

‘‘본 사안은 계속 밀행수사로 진행할 것이다. 가령 범인을 사살한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은 없다. 우리는 국가 이익을 최우선한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일말의 불안도 내보여서는 안 된다.“ (2권 p.307)

“잘 들어, 끝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리나라는 치안에서도 세계 일등국이야. 그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증명되었어. 그냥 그것뿐이야.” (2권 p.450)

“난 소매치기라도 안하면 먹고살수가 없는 버러지 같은 사람이구먼. 학생하고는 영판 다른 신세야. 자네야 도쿄대 나오면 관직에 오르고 큰 회사에 취직해서 성공할 사람이잖아. 이런 정도는 눈감아줘도 되는구먼. 안 그러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잖아." (1권 p.104) 

이 아주머니는 남은 인생을 오로지 육체노동에 바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큰 특권을 쥐고 있는지 새삼 실감 하고, 동시에 노동자 계급에 강한 부채감을 느꼈다. 기껏 공부 하나 잘한다는 것으로 자신은 노동을 면제받고 있다니. (1권 p.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