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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01 17:30:37
Name   droysen
Subject   독일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며: 3편
안녕하세요. 3편에 들어섰는데 아직 개강은 하지도 않았네요...ㅋㅋ 좀더 속도를 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지난 글의 조회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데 오류가 있는걸까요?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독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들었던 날이거든요. 지난 편 말미에 언급했지만, 제가 첫학기에 들어야 할 수업은 포어레숭(대형강의)으로 Transkontinentale Europäische Geschichte in der Moderne (근대의 간대륙적 유럽사)와 Kulturgeschichte in der Frühen Neuzeit (초기 근대의 문화사)였고, 세미나로는 Probleme zur Forschung der Weimarer Republik (바이마르 공화국 연구의 여러 문제들), Globalgeschichte (지구사), Das Zarenreich und Deutschland im Ersten Weltkrieg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러시아제국과 독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입학 조건으로 붙었던 세미나 Das Reich in der Frühen Neuzeit (초기 근대의 신성로마제국)도 수강해야 했습니다. 수업을 듣고 구두시험을 봐야하는 포어레숭 2개, 세미나에 참여하고 20쪽 분량의 하우스아르바이트(페이퍼)를 써야했던게 4개였던 것이죠.

그렇습니다. 전 별 생각없이 한국에서 수강신청할때와 비슷하게 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한 과목에 3학점 정도 하고 한 학기에 18학점 정도 들었으니, 별로 빡셀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물론 처음으로 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듣게 됐으니 당연히 빡세긴 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제가 무리하게 수강신청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 생각은 첫 학기 내내 무참히 깨지게 됩니다.

10월 26일 첫날의 수업은 초기 근대의 신성로마제국에 관한 세미나였어요. 아 참, 미리 말씀드리는게 나을 것 같은데, 저는 역사학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쭉 근현대사에 집중했습니다. 학부 초창기에는 고대사나 중세사도 보긴 했고, (특히 20세기 중반들어서부터 프랑스에서) 중세사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들이 있어서 제대하고 나서도 중세사는 좀 보긴 했지만, 어쨌든 제 주 관심사는 언제나 근현대사였습니다. 그래서 첫 날 수업을 듣는 초기 근대는 저한테 매우 낯선 분야였어요. 초기 근대도 어쨌든 근대니까 별다를거 없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테지만,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다릅니다. 이 수업의 주제는 신성로마제국을 필두로 한 300여 개가 넘는 (현재 독일 영토에 있었던) 독립적인 영주들의 영토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이걸 일반적인 정치사 다루듯이 시간순서대로 검토할 수는 없고, 이 느슨한 제국이 어떤 식으로 계속 작동될 수 있었는지, 그 안에서 종교와 문화적 의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 읽고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근데 마치 우리나라 학생들이 조선시대에 대해서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워서 딱히 엄청난 관심사가 있는건 아니어도 대충 알고있듯이, 독일 학생들은 (이건 입학 조건으로 붙었던 학부 세미나였기 때문에 독일 학부생들과 같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대해서 이미 대강 알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업에서 깊이 있는 논문 하나를 읽어도 흡수하는 역량이 다르겠죠?

근데 이건 학기를 거치면서 느끼게 된 바이고, 첫날 제가 느낀 것은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세미나 시작하자마자 느낀 거는  "선생님 말이 너무 빠르다"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몇 년 전에 Münster(뮌스터)에서 박사논문을 쓰신 젊은 박사였는데, 젊어서 그런지 말이 정말 정말 빨랐습니다. 그리고 세미나답게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학생들 말은 더 빠르더군요 ㅡㅡ 어느나라나 그렇지만, 보통 교수들은 말을 또박또박 발음하는 편이고 학생들은 발음이 뭉개지기도 하고 빠르잖아요. 자기소개를 하는데 거짓말 안하고 반은 못알아듣겠더군요. 사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제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떨렸습니다 -.- 말을 더듬더듬 하는 내가 얘네한테 얼마나 바보처럼 보일까 싶으면서요. 어쨌든 제 차례가 왔고 저는 말했습니다. "내 이름은 ooo이고 한국에서 왔다. 석사로 입학했는데 입학조건으로 이 세미나를 듣는게 붙어서 듣게 되었다". 사실 뒤에도 몇 문장 더 말한 것 같은데 뭐라고 중얼거렸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나중에 몇주 지나면서 다른 세미나들도 접하고 나서야 느낀거지만, 이 세미나의 젊은 선생님은 좀 특이했습니다. 독일 대학의 세미나에서는 보통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번갈아가면서 발표를 합니다. 매주 특정한 주제가 있고 학생이 그 주제를 담당해서 발표를 하는 것이죠 (학생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학생이 하나의 발표를 담당합니다. 학생이 너무 많으면 두명까지 같이하는 경우는 봤는데, 세명 이상 같이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제가 알고있는 바로는 원래 독일의 시스템은 아니었고, 1999년 쯤 유럽의 대학들이 서로 시스템을 호환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체결한 볼로냐협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프랑스 학부를 졸업하고 독일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든지,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든지 할 경우, 기존에는 서로 교육시스템이 달라서 평가가 어려웠는데, 그걸 서로 맞춘거죠. 그 과정에서 한 과목은 일주일에 몇 시간을 수업하고 한 수업은 어떤 시험과 어떤 발표로 이뤄진다는 것을 대강 합의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세미나에서의 발표도 도입된거구요. 그 전 독일의 세미나는 말 그대로 텍스트를 읽고 교수의 사회 하에 서로 토론만 하는 것이었죠. 물론 매주 발표를 하는 세미나도 기본적으로 읽어올 텍스트는 당연히 존재합니다만, 발표를 하면 아무래도 토론도 그렇고 발표에 맞춰 진행될 수밖에 없겠죠. 근데 이 선생님은 그런거 쌩깠습니다. "볼로냐 협약 이후 발표 어쩌구 도입되었는데 내 경험상 그런거 도움 안 된다. 우린 그냥 매주 텍스트 읽고 그걸로 토론하자. 대신 조건이 있다. 다들 텍스트를 철저하게 읽어와라. 알았지?" 이런 식이었습니다.

다른 세미나들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하면 지루하실 수 있을테니, 대강만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러시아 제국"이라는 수업은 은퇴하기 직전의 노교수가 맡으셨는데, 이 교수님은 러시아사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셨습니다. "러시아사"라는 10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쓰셨고, "소련사"라는 책도 역시 1000쪽이 넘었죠 -.- 그리고 쓰신 글을 읽어보면, 문체가 딱 19세기 독일 학자들의 글입니다. 문장이 길고, 세련됐고, 우아합니다. 근데, 말씀을 하실 때도 그렇게 하십니다. 첫학기 당시의 저로서는 알아 듣기 어려웠습니다 ㅡㅡ 그리고 독일의 세미나들에서는 보통 한 주에 논문 한두개나 책의 쳅터 한두개를 깊이 있게 읽어와서 그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토론을 합니다. 많은 분량을 읽어오는 영국의 시스템과 좀 다르죠. 근데 이 노교수는 매주 200쪽이 넘는 분량을 읽어오라고 하십니다. 물론 읽는 것 자체야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다 소화해서 즉석에서 토의를 하는데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게다가 과목 이름에 맞게 복잡한 외교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몇십장 읽고나면 전에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안나기 일쑤였습니다;; 이 수업은 매주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발표는 아니었고, 읽어올 텍스트를 5장 정도로 요약해서 학교 포털에 올린 후 그걸 바탕으로 발표를 짧게 하고 교수가 평가해주는 식이었습니다. 사실 교수는 지난 학기까지는 이걸 매주 모든 학생들이 하는 식으로 수업을 운영했다는군요. 이번 학기는 자기가 은퇴하는 학기라 여러 사정이 겹쳐서 전부 고쳐줄 수가 없어서 한 주에 한 학생만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이 방식은 저 같이 즉흥적인 토론에 약한 외국인에겐 괜찮았습니다. 제 발표는 12월 중순이었습니다.

지구사와 바이마르 공화국 연구에 관한 두 세미나는 딱 전형적인 독일인 교수님들의 세미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두분이 제 석사논문 지도교수님이 되어 주셨고, 한분은 제 박사논문 지도를 맡게 되셨습니다). 매주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논문을 읽고, 연관된 주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발표를 하면 그거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식이었죠. 그리고 발표를 하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 전날까지 해당 논문에 대한 요약과 비판을 1장 내외로 짧게 써서 교수와 발표 담당자의 메일로 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느낀 발표 수업과 달랐던 점만 이야기하자면, 여기는 발표와 토론 시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발표를 하는 와중에도 학생들이 궁금한게 생기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식이었죠.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발표를 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의제를 이끌어 나간다고 보는게 더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저 같이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주에 방식을 듣자마자, "아, 이건 당장은 못하겠다" 싶어서 최대한 학기 뒤로 미뤘습니다. 마지막 학기 전 주인 1월 말에 두 과목 모두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형강의는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교수가 앞에서 수업한 내용을 듣고 학기 말에 구두시험을 봐야 했는데요. 구두시험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수업을 듣는 내내 막막하더군요. 여기서 저와 독일 학생들의 다른 점을 느꼈는데, 저는 어쨌든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더군요. 그에 반해 독일 학생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로워 보였고,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를 다룰때는 아예 수업에 안 오기도 했습니다 (독일 대형강의에서는 출석체크를 따로 하지 않습니다). 근데 교수들도 애들이 얼마나 출석하는지 마음 속으로는 나름 신경 쓰는 것 같아요. 2학기 후에 다른 과목 시험을 보러 교수연구실에 들어갔는데, 저를 보더니 „Herr ooo은 매주 한번도 빠짐 없이 앞쪽에 앉더군요. 항상 와서 눈에 띄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어쨌거나 첫 학기에는 결과적으로 두 과목 모두 학기 끝까지 매주 참석은 했지만, 시험은 포기했습니다. 아직 시험에 임해서 자유롭게 말하기에는 저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다음 학기에 시험을 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간을 좀 건너뛰어 처음 발표날로 가겠습니다. 12월 중순에 있었던 노교수 수업에서의 발표였는데요. 이 발표는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이었기에 준비하면서 그나마 막막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요약한 지문을 포탈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쓰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특히 문법을 안 틀리기 위해서 스스로 쓴거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수업 전날 오전에 일찌감치 글을 올리고 다음날 교수가 고쳐준거를 받았습니다. 몇군데 표현이나 어휘를 자연스럽게 고쳐줬습니다. 고쳐준 종이를 건네 주면서 „eine große Leistung für einen Ausländer!“라고 하더군요. „외국인치고는 매우 잘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한편으로는 저를 기쁘게, 다른 한편으로는 저를 답답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결국은 ‚외국인 치고‘ 잘한다는 표현이구나“ 싶어서 말이죠. 일상에서 독일인들이 저한테 독일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줄 때도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더군요. 지금의 지도교수님 밑에서 지도를 받고 싶다고 처음 생각하게 된 것도 저를 외국인으로 대하지 않고 그냥 한 명의 학생으로 인식해주셨기 떄문입니다.

다른 두 세미나의 발표는 좀더 준비 과정이 험난했습니다. 지구사 세미나의 발표 주제는 „1960년대 프랑스 신좌파의 제 3세계 담론“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텍스트는 있었습니다만 (얼마 전에 독일에서 누군가가 이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발표를 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료를 모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 발표는 다른 학생 한명과 둘이서 같이 맡게 되었는데, 착한 학생이어서 처음 긴 발표를 맡게된 저에게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너 충분히 잘하니까 격려도 많이 해줬고요. 발표 내에서 비판적 내용에 관해선 저한테 일임해주기도 했고,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발표날이 되었는데, 제가 발표하기로 한 부분을 발표하고 나서 중간 이후부터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 제 스스로가 대처가 전혀 안되더군요. 그다지 공격적인 질문들은 아니었지만, 여기 학생들 특유의 자유로운 질문들이 많아서,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습니다. 같이 발표한 친구가 대답을 대신 많이 해줘서 그 순간에는 고마웠지만, 끝나고 나서 마음이 정말 안 좋았습니다. 아직은 직업으로서 독일에서 학자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갈길이 정말 멀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바이마르 공화국에 관한거였는데,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독일 역사학계 내에서의 Ostforschung, 우리 말로 하면 동유럽연구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주제는 바이마르 공화국 다음의 제3제국과 관련된 주제였기 때문에 중요한 주제이기도 했고, 제 관심사와도 맞닿아 있었기에 준비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전 발표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발표할 스크립트도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표는 혼자 하는 것이기에, 정말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한 동안 매일 악몽을 꾸고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 그리고 여기 분위기가 피피티를 화려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피피티는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발표는 무사히, 잘 마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도 칭찬을 해주셨고, 같이 들으면서 친하게 된 학생도 끝나고 나서 „준비하기 어려웠다며 잘 했네!“라면서 가더군요.

어쨌든 이렇게 제 첫 번째 학기는 끝이 났고, 이제는 페이퍼를 써야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20장 분량의 페이퍼 4개를 2달 동안에 써야했는데, 학기 중에 대강의 내용은 틈틈히 준비했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Ps. 이번 편은 한번에 집중해서 쓰지 못하고 중간 중간 일이 있었어서 글이 다소 산만할 수도 있습니다 ㅠㅠ 양해 부탁드립니다.



8
  • 정성글은 추천


Beer Inside
해당 언어를 잘한다고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넌 외국인이야...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요.
1
droysen
그렇긴 한데, 인문학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한테 그 말을 할때의 의미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한텐 모든 독일인 학자들이 쓴 글이 외국어이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독일어를 더 잘 구사하는 분들이 계시죠. 언어의 마스터 레벨이라고나 할까요. 나중엔 저도 그렇게 되보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는...
CONTAXS2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주 XXX!
droysen
과찬이십니다. ㅇ오늘 글은 개인적으로 영 별로네요 :(
그래도 읽어주셔서 ㄷ감사합니다!
1
낡은 이론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감사하겠습니다...
droysen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생때 “현대 사회학의 이해” 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독일에서 유학하신 분이었어요. 시간대와 강의실이 영 별로다 보니 저처럼 관심이 있거나 학점과 시간이 애매해진 학생들만 듣는 바람에 수강생이 채 20명도 안돼었죠.

그래서 강의 형식을 바꾸셨는데 위에서 말씀하신 젊은 교수님의 세미나 같은 방식이었어요. 두 시간 수업이었는데 한 시간은 학생 한명이 한 챕터를 훑어와서 발표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교수님까지 다 포함해서 토론하고. 성적은 전체적인 발표/토론 참여 내용과 리포트를 합산해서 주셨었죠.

그때 생각이 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droysen
그렇군요. 현대 사회학이면 하버마스와 니클라스 루만도 다뤘으려나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앤서니 기든스(...) 의 그 책으로 하는것이었는데 그건 집어 치우고 그냥 한국 현대 사회에 국한에서 진행했던거 같아요.
그게 벌써 15년전 일이라 기억은 잘 안나는데(....) 수강생들이 다 공돌이라(....) 하버마스를 논했다간 다들 머리에 쥐가 났을거 같습니다 ㅋㅋ
droysen
아 공대생들인데 사회학 과목을 들었군요 :) 특이한 경험이었겠어요!
게다가 토론식 수업은 익숙하지 않은 세대여서 더 재미있었죠. 막상 불판 깔리고(?) 다들 공대생이라 수준이 고만고만하니(?) 나중엔 정신없는 토론이 계속 되더라고요 ㅋㅋ 물온 사회학과 학생들이 보기엔 어이없을정도로 낮은 수준이었겠지만 원래 싸움은 하위권 싸움이 더 재미지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droysen
SCV님이 하위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 저도 위의 학부세미나에서 신입생까지 포함된 애들이 펼치는 막토론이 더 재밌을때는 있었어요. 거리낌이 없으니까요. 하하
호라타래
오히려 하버마스면 더 쉬우셨을 수도 있어요 ㅎㅎ
사실 그때는 이론이니 학설이니 그런거 보다 공돌이들이 사회에 대한 담론 자체를 즐기게 하는데 강의의 초점이 맞춰졌던거 같아요 ㅎㅎㅎ
다시갑시다
언제나 재밌게 읽고있어요.

전 오히려 이번글에서는 피피티 이야기가 많이 공감가요. 미국에서 교육받은 제 경험으로도 피피티는 별로 힘을 안주는 형식으로 배웠거든요. 그래서 가끔 페북 같은곳에서 한국 대학생들 피피티 팁 같은거보면 눈이 휘둥그래해지더라구요. 피피티로 저런게 가능하구나... 한국 대학에서 내 피피티로 발표하면 허접하다고 욕먹을듯... 이런생각도 들고요 ㅋㅋㅋㅋ
droysen
다시갑시다 님께서는 쭉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셨나보군요 :) 전 한국에서 있다가 독일로 와서인지 차이점이 눈에 더 확 들어오더라고요.
전 한국에서도 위의 이유로 피피티 만드는거 진짜 싫어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는데 괜히 시간 낭비하는 느낌이고 그래서...
그리고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갑시다
네 학부부터 미국에서 하면서 현재 박사과정중입니다 ㅋㅋㅋ 이공계쪽이고 물리에도 관심이있어서 독일의 교육시스템이 언제나 궁금하기도했어서 정말 재밌게 잘 읽고있어요 ㅎㅎ
droysen
그렇군요. 혹시 어디 쪽 사시는 지 여쭤봐도 될까요? 전 어릴때 버클리에서 살었거든요 :)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다시갑시다
학부는 엘에이 근교에서 나왔고 현재는 뉴욕주에서 공부하고있습니다 ㅋㅋ
연구때문에 가끔 버클리가는데 참 좋은곳이죠... 많이 그립습니다 ㅠ. 이번 프로포절 통과되서 또 갈수있기를 빌고있어요 ㅎㅎㅎ
droysen
그렇군요 :) 저는 이제 막 석사 ㄲ끝나고 박사 시작해서 약간 막막하기도 하네요. 코스웍이 따로 없고 오로지 박사논문만 구상해야 하다보니... 다시갑시다 님도 건승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다시갑시다
미국 시스템은 한국은 물론이고 독일하고도 꽤 다르다고 알고있어서 좋은 예일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대체로 코스웍이 없어지는걸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공부만하는 고통이다!이런 느낌이렬나요... 보통 밖에서 보면 다들 잘하는것 같은데 옆에서 보면 울면서 겨우겨우 해나가는게 박사 같더라구요. 박사는 막막하신만큼 의미있는 공부하는거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
droysen
네 저도 코스웍 생각하기도 싫어요 :( 수업듣고 시험보는건 석사에서 끝났다는 것만으로 한시름은 놓은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이제 스스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호라타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석사 처음에는 수업을 3개 밖에 못 들어? 했지만 제대로 소화하려면 답도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었지요 ㅎㅎ 낯선 언어와 익숙하지 않은 선이해를 바탕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만큼 새로운 시각을 불러낼 수도 있지만요. 다음 편부터 본격적인 글쓰기로 들어가실테니 더 눈물 흘릴 준비를 ㅠㅠㅠ
droysen
호라타래 님도 외국에서 공부 중이신가요? 언어의 장벽이 정말 크죠. 한국에서 평생 공부 잘한다는 소리 듣고, 어학원에서도 항상 독일어를 가장 장하는 축에 속했는데, 막상 독일애들 사이에 있으니까 벙어리가 된 것 같고 그렇죠.
ㅇ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니요 ㅎㅎ 한국에서 석사 마치고, 지금은 유학을 고려하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저희 과가 외국인 유학생들이 태반이기도 하고, 제 전공이 '유학생'이라는 주제와 겹치는 바가 많거든요.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알아요 ㅠㅠㅠㅠ
droysen
그렇군요 ㅎㅎ 유학생을 자주 접하시는 분들이 역시 잘 아시네요 ㅋㅋ
로제바인
오오오옷! 드디어 3편! 그럼 지금은 바이마르 공화국 쪽을 공부하시는건가요! 어떤 주제로 박사를 준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droysen
반갑습니다 ㅎㅎ 네 석사논문은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해서 썼어요 :) 박사도 이 주제를 확장해서 쓰려고 준비중입니다. 자세한건 제가 로제바인 님을 지루하게 할까봐 굳이 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
로제바인
엇ㅋㅋㅋ 아닙니다! 그럴리 없습니다! 저는 멸망사에 관심이 많아서요. ㅎㅎ
droysen
저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적 문화사'라는 주제를 전공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당시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시대 진단을 했는지를 '보수혁명'이라는 집단에 속했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ㅋㅋ
로제바인
오오오오 정치적 문화사! 아무래도 공화정으로 가며 정치패러다임이 바뀌었으니... 제가 유럽 근대사 지식은 많이 부족하여서 오히려 더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관련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세요 :)
droysen
앗 ㅋㅋ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ㅠㅠ
연재가 끝나면 역사적인 내용으로도 글들을 써볼까해요 :)
BibGourmand
저는 한국에서 박사 했습니다만 (바이오 전공입니다), 포닭으로 외국 나와 사는 중에 이 글을 보니 처음 외국 나와 삽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실험하는 곳이 많이들 그렇겠지만, 여긴 말을 영 못해도 그림이(=data가) 끝내주면 만사ok인지라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제 영어가 영 후져서 답답할 때가 많은데, 무려 토론 수업이라니 ㅋㅋㅋ 나중에 논문 내용 간단히 썰 풀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droysen
우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 마지막 쯤에 석사논문에 대해서 쓰고, 그 이후에는 틈틈히 실시간(?)으로 박사논문에 대해서 홍차넷에 글을 올려볼까요? ㅎㅎ
BibGourmand
와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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