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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11/16 23:51:05 |
Name | droysen |
Subject | 독일에서 들었던 수업들 |
안녕하세요. 독일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Droysen입니다. 일전에 독일 대학원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시간 순서대로 풀어봐었는데, 오늘은 여태까지 독일에서 들었던 수업들에 대해서 하나하나씩 짧게나마 설명해보려 해요. 지난 번 글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개인 블로그에 먼저 올린 글이라 반말체이기 때문에 불편하신 분들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미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 심심해서 (혹은 박사논문 Exposée를 쓰기 싫어서 -.-) 여태까지 독일 대학원에서 들었던 모든 수업들에 대해서 짧게나마 감상을 써보고자 한다. 모둘 Theorie (이론) 1. Globalgeschichte (지구사) 최근 서양 사학계에서 핫한 주제인 지구사를 다룬 세미나. 독일에선 현재 주로 베를린 자유대의 Sebastian Conrad 와 콘스탄츠의 Jürgen Osterhammel이 지구사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주창하고 있다. 이 세미나는 독일사와 이탈리아사를 비교사적 관점에서 연구하시는 괴팅엔 대학 교수님이 이끄셨다. Natalie Zemon Davis의 텍스트도 그렇고 Sebastian Conrad의 Geteilte Geschichte 개념도 흥미로웠다. Geteilte Geschichte라는 개념은 특히나 시사점이 많은데, 독일어에서 Geteilt가 영어의 shared라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divided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민족국가를 역사 진행의 기본 단위로 놓는 전통적인 역사관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함에 있어서, 하나의 현상이 어떻게 서로 다른 주체들 간에 한편으로는 공유되는 역사인 동시에 또다른 한편으로는 따로 기억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적합한 개념. 발표주제는 "1960년대 프랑스 신좌파의 제3세계 담론"이었고, 페이퍼는 최근 성과물들을 바탕으로 지구사의 이론적 의의와 한계를 주제로 썼다. 과목은 8학점이었고, 페이퍼 점수는 1,0. 2. Kolonialgeschichte 1850-1920 (식민지사) 현대 독일 사회학자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하버마스의 따님이 괴팅엔 대학교에 사학과 교수로 계신데,그분이 하신 포어레숭. 하빌리타치온까지는 시민사회라는 정통적인 주제를 전공하신 분인데, 이후 최근에는 식민지사를 다루고 계신다. 본인이 직접 연구하는 분야이고 막 식민지사에 대한 신간도 내서 최신의 연구흐름을 잘 배울 수 있었다. 구두시험이라 4학점이었고, 점수는 1,7. 모둘 Transkontinentale Europäische Geschichte in der Moderne 1. Transkontinentale Europäische Geschichte in der Moderne - Einführungsvorlesung 모둘 이름과 같은 제목의 포어레숭. 괴팅엔 대학교 사학과에서 근현대사 및 이론 분야 교수로 있는 4분이 3주 씩 나눠서 수업을 했다. 괴팅엔 대학교는 독일 대학들의 사학과 중에서 역사이론 교수직 (Lehrstuhl)이 따로 있는 몇 안되는 대학 중 하나이다. 내가 괴팅엔 대학교에 입학하려 했던 이유기도 하고. 이 수업 자체는 위에서 언급한 Globalgeschichte이라는 수업과 맥을 같이 하는데, 전통적인 독일사가 아니라 간대륙적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수업이다. 교수들이 자기들의 전공과 관련된 시기와 분야를 응집해서 강의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업이었다. 특이하게 세미나 없이 포어레숭만으로 구성된 모둘이었다. 구두시험, 4학점, 점수는 1,0. 모둘 Deutschland im transnationalen Kontext (간민족적 맥락에서의 독일사) 1. Probleme der Forschung zur Geschichte der Weimarer Republik (바이마르 공화국 연구에 있어서의 여러문제들) 바이마르 공화국을 연구사에 있어서의 여러 주제들과 의의를 다루는 세미나였다. 첫학기에 들었던 세미나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역사'학'다운 세미나였다. 랑케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세미나를 했으면 이런 식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싶었던 세미나. 또한 이전까지 식민자사를 전공하고 싶었던 내가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던 세미나. 가장 인상깊었던 세미나이다. 발표주제는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Ostforschung(동유럽연구, 정확히는 동유럽연구인 Osteuropaforschung과 구별해야 하지만 아무튼)에 대한 사학계의 인식변화"였고, 페이퍼 주제 역시 동일. 9학점, 페이퍼 점수는 1,0. 2. Revolution 1848/1849 (1848-49 혁명) 1848년의 혁명을 다룬 포어레숭. 한국에서 이 혁명을 접했을 때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정치사와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보고 다룰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좁은 시야를 넓혀준 수업.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귀족, 지식인, 부르주아, 그리고 노동자 사이에서,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혁명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고 진행되었는지 다루는 의미있는 수업이었다. 구두시험, 4학점, 점수는 1,3. 모둘 Europäische Kolonialgeschichte 1. Problems and Debates: Social and Economic History of Colonial and Postcolonial India I 하버마스 교수님이 미국에 교수로 초청되어서 떠나는 바람에 괴팅엔 대학교 인도사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세미나를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 포함해서 학생이 2명밖에 없어서, 또다른 의미로 나에게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수업. 인도사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수업이라 영어로 진행되었다. 나 말고 다른 학생 한명이 인도인이어서, 피상적으로 밖에는 알지 못했던 인도사에 대해서 여러 관점에서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세미나의 큰 주제는 제목 그대로 식민지와 탈식민지 과정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제기된 여러가지 논쟁들을 다루는 것이었다. 포어레숭 없이 세미나만으로 구성된 모둘. 학생이 2명이어서 발표는 따로 하지 않았고, 페이퍼는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들의 식민지 인식"을 주제로 썼다. 7학점, 페이퍼 점수는 1,0. 모둘 Konflikte (갈등) 1. Die Weimarer Repulbik (바이마르 공화국) 바이마르 공화국 전반을 다룬 포어레숭. 그러나 통사 형식으로 나간 수업은 아니고,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주제로 나누어서 진행된 수업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알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지도교수님이 독일에서 유서깊은 Oldenbourg 출판사의 역사시리즈인 Grundriss der Geschichte 시리즈의 바이마르 공화국 편 집필도 담당하셨기에 믿고 들을 수 있는 수업. 구두시험, 4학점, 점수는 1,0. 2. Die Weimarer Republik als Nachkriegsgesellschaft (전후사회로서의 바이마르 공화국) 역시 지도교수님의 세미나. 독일 근대사를 전공하는 이라면 세만 제목이 다소간 도발적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것. 바이마르 공화국이 전통적으로 나치의 '전사'(Vorgeschichte)로 다뤄졌다면, 이 세미나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1차세계대전의 '후사'(Nachgeschichte)로 다뤄보는 것을 시도했다. 내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관점의 전환을 가져다 준 수업. 지도교수님이 페이퍼 평가 후에 메일로 써주신 "Sehr schön, 1,0, klar strukturiert und argumentiert, so soll das sein" (아주 좋음. 구성과 논증이 명료함, 페이퍼는 이래야 함. 1,0.)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내가 공부하다가 좌절했을 때 한번 더 힘을 내게 해주는 말. 발표주제는 Ernst Jünger und der Neue Mann (에른스트 융거와 신인류. 그나저나 Der Neue Mann 번역하기 애매하다. "새로운 남성"은 깨끗하지가 않고. "신남성"도 어감이 다르고...)였고, 페이퍼 주제역시 마찬가지. 11학점, 페이퍼 점수는 1,0. 모둘 Frühe Neuzeit (초기 근대) 1. Das 17. Jahrhundert: ein Zeitalter der Widersprüche? (17세기: 모순의 시대?) 중세와 근대의 분기점에 서 있었던 17세기를 다뤘던 세미나. 제목 그대로 이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모순적 현상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난 초기 근대에 대한 기존에 학습했던 지식이 많이 모자라서, 보다 학부생스러운 자세로 열심히 배우자는 각오로 참여했던 수업. 최근 전쟁사에서 핫한 젊은 교수님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셨다. 발표주제는 "Die wissenschaftliche Revolution" (과학혁명) 이었고, 페이퍼는 이걸 조금 더 구체화해서 "데카르트의 심신이원설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시대적 맥락"을 주제로 썼다.. 8학점, 페이퍼 점수는 1,3. 2. Geschichte Großbritanniens vom 16. bis 19. Jahrhundert (16-19세기 영국사) 말 그대로 16-19세기의 영국사를 다루는 포어레숭. 분량이 매우 많고 복잡해서 학생 대부분이 멘붕에 빠졌던 수업이다. 그러나 이 때가 아니면 영국사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교수님이 엄격해서, 나랑 같이 구두시험 준비했던 친구는 무려 낙제를 했다. 구두시험, 4학점, 점수는 1,7. 모둘 Neuzeit (근대) 1. Das Zarenreich und Deutschland im Ersten Weltkrieg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러시아) 독일에서 손꼽히는 러시아사 전문가 교수님이 진행하신 세미나. 교수님이 은퇴하기 직전 학기였다. 좀 더 나중에 들었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텐데, 첫 학기에 들어서 여러모로 힘들었다. 근데 그만큼 덕분에 빨리 독일 대학 시스템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매주 200페이지는 읽어와야 해서 학생들이 힘들어 했던 수업. 이 세미나를 위해 제출했던 페이퍼가 내가 최초로 점수를 받아본 페이퍼가 되었는데, 점수가 안 좋아서 당시에 매우 낙담이 컸다. 결과적으로는 나름대로 각성(?)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페이퍼 주제는 그 유명한 Fischer-Kontroverse (피셔 논쟁)이었다. 8학점, 페이퍼 점수는 2,3. 2. Deutsche und Russen vom 18. - 21. Jh. Eine Beziehungsgeschichte (18-21세기의 독일인과 러시아인. 관계사) 제목 그대로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사를 다루는 수업. 러시아사에 정통하지 못해서 나름 힘들었다. 다행히 구두시험은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서 볼 수 있었는데, 난 그나마 나름 자신있는 철학을 선택했다! 정확히는 헤겔의 철학이 헤겔 직후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시험을 치뤘다. 헤겔은 한국인들에게도, 러시아인들에게도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였던 것... 구두시험, 4학점, 점수는 1,0. 모둘 Fremdsrachen (외국어) 1. Spanisch A1 우리 과는 외국어 수업 두개를 들어야 하는데, 난 처음에 패기롭게 스페인어를 신청했다. 어차피 A1, 즉 초보반을 들을 거니까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난 알파벳도 스페인어로 어떻게 읽는지 모르는 채로 첫 수업에 들어갔고, 독일 친구들은 김나지움에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첫날부터 자기소개를 스페인어로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기 내내 매일 6시 반에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 듣기를 하고 오후에는 문법 공부를 했다. 4학점, 점수는 어거지로 꾸역꾸역 1,5. 2. Englisch Oberstufe C1.(고급 영어 C1) 스페인어로 고생한 다음 학기에 마음을 돌려먹고 영어 수업을 듣기로 했다. 나름 반배치고사(?)를 치르고 제일 높은 반인 C1에 배정되었다 (유럽 기준에서 제일 높은 단계인 C2는 학교에서 열리지 않았다). 유럽 대륙에서 영어를 잘하기로 소문난 독일애들과 수업을 듣게 돼서 나름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명 중에 가장 좋은 점수를 받게되서, 영어에 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릴 때 미국에서 5년을 살았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거늘...). 영국인 선생님이 영국 특유의 유머를 많이 구사하셨는데 애들이 그다지 웃지 않았다. 4학점, 점수는 1,2. 번외: 세미나 Das Reich in der Frühen Neuzeit (초기 근대의 신성로마제국)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았을 때 조건으로 붙었던 세미나. 학부 세미나인데, 이 세미나를 2학기 내에 이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학허가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세미나를 통해 접한 학부생들과 다른 세미나를 통해 접한 대학원생들은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질문의 빈도와 수는 학부생들이 월등히 앞섰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질은 대학원생들이 참여했던 다른 세미나가 더 높았다. 선생님이 신성로마제국의 신문화사를 전공하셔서 수업도 신문화사 위주로 진행되었다. 의례는 너무나 복잡한 것. 페이퍼 주제는 "신성로마제국인들의 북아메리카 대륙 여행기를 통해 드러난 시대인식"였다. 독일에 와서 쓴 첫 페이퍼인데, 사료해석의 무거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 작업이었다. 최종적으로 합격하면 입학이 확정되는 세미나였기에 페이퍼의 점수는 따로 평가되지 않았다. 그냥 합격. 최종 학점: 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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