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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0/10 14:25:57
Name   二ッキョウ니쿄
Subject   운동권,부정청탁방지법,사회변화
타임라인에 쓰려고했는데 약간 넘어가서..

저는 그 뭐시냐, 운동권이냐고 하면 꿘급은 아닌데 운동권 아니냐고 하면 반쯤은 걸쳐있는 왜 그 반건달이 대부님 마냥 반꿘정도 되겠네요.
여튼 운동권보다는 덜 다녔지만 일반인보다는 더 시위현장 다니고 운동권보다는 덜 진보적이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꽤 좌파적인 생각을 갖고있습니다.

시위를 하고 다니다보면 알게 모르게 기분이 꽤 뿌듯하거나 고양되는 경우를 종종 겪습니다. 뭐랄까, 근대 이전의 '군대'가 이래서 기능한걸까 하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어요. 물론 그런 큰 시위는 아니지만 집단의 규모를 떠나서 수십 수백명정도의 인원이 동등한 목적과 비교적 자발적인 자세로 함께 물결처럼 흘러가는 것은 개인에서 집단으로의 정체성 전화를 가져온다고 할 만큼 특이한 경험입니다. 또 어떨때는 그 군중 사이에서 홀로 고독하고 외로워지는, 분리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때는 사람이 어째서 결국에는 외로워하는가를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여튼..

그런 행동들을 하다보면 사회나 제도같은 것들의 '변화'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집니다. 멀죠, 머리로는 먼걸 아는데.. 거기서 외치는 고함소리가 주는 진동, 모르는 사람과 부여잡은 어깨, 앞뒤로 지나가는 풍경들과.. 쑤신 몸으로 다음날 기사라도 한 줄 난 걸 봤을때의 희망같은것들.. 무언가가 바뀌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 내가 무언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느낌. 아주 특이한 느낌이에요.

부정청탁 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에 대한 이야기가 옆동네에 수기 형식으로 나왔더라구요. 그런걸 비롯해서 사람들이 이 법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떻게 행태가 변화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됩니다. 요는 그런거죠. 여전히 안지키는 사람 안지키고, 비껴나가는 사람 비껴나가고..근데 또 비교적 힘없는 사람들은 불편해도 지키려고하고.......

제가 처음에 사회운동이랑 시민운동을 할때는 그게 직접적인 변화를 이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견인'이라고 생각했던건 착각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사회의 변화라는건 정말 더럽게 느리고, 변수와 상수들은 감히 제대로 측정이나 파악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죠.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에는 운동이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결정중에 불을 붙일만한 자극을 주는 역할... 그 뒤에는 이슈나 프레임 혹은 가치를 제안하여 사회가 공통적으로 여기는 생각이나 이념을 전환하는데 도움을 준다.. 로 변했고, 지금은 그냥 별개의 것이지만 '아마도' 당사자들에게는 필요하고 무의미해보이는 싸움이 역사적 결말에는 영향을 끼치고 있을것이다 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튼 이런 생각이 들었던게.. 어떤 제도가 사회의 욕망을 통제하려들때 사람들의 반향은 정말 상상이상이고, 정말 잘 안지켜진다는거.. 동시에 그 순간부터 사회 역시 유기적으로 변화해가면서 결국은 어떤식으로든 변한다는거..  청탁방지법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그런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변하기는 하는데 이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잘 모르겠기도 한데 그래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느리긴한데 결국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그런면에서 뭐랄까.... 제도적으로만 뭔갈 바꿔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에 여전히 공감을 못하면서도
진보적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일종의 상식이나 진리적 가치들이 받아들여지는 것 역시 참 지난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대중과 곱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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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二ッキョウ니쿄
    어쩐지 카테고리가 새롭더라니..
    ㄲㄲㄲ 저는 봤다는 ㅋㅋㅋ
    켈로그김
    새로우니 늬우스... ㅋㅋㅋ
    CONTAXS2
    근데 일하다보면 우리가 힘든게 보통 아주 힘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애매하게 힘있는 애들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
    그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핑계로 김영란법은 나름 쓸모가 있지 싶어요. (이른바) 현업에서.

    그래서 한둘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나와야, 슬슬 움직이겠죠.
    ------
    risk management용어로 PI라고 하는데 (P 곱하기 I, P는 확률, Probability, I는 여파, Impact)
    확률이 적어도, 여파가 크면 그 결과도 어느정도 무시못할 수준이 되거든요.

    '내가 걸릴 확률은 뭐 0... 더 보기
    근데 일하다보면 우리가 힘든게 보통 아주 힘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애매하게 힘있는 애들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
    그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핑계로 김영란법은 나름 쓸모가 있지 싶어요. (이른바) 현업에서.

    그래서 한둘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나와야, 슬슬 움직이겠죠.
    ------
    risk management용어로 PI라고 하는데 (P 곱하기 I, P는 확률, Probability, I는 여파, Impact)
    확률이 적어도, 여파가 크면 그 결과도 어느정도 무시못할 수준이 되거든요.

    '내가 걸릴 확률은 뭐 0.01%도 안될꺼야. 근데 걸리면 회사 문닫아야함. (혹은, 공무원 연금도 못받고 쫓겨남)' 이라고 하면 좀 조심하지 않을까요...
    변화가 좋게 잘 진행되려면... 법도 잘 바뀌어야 하고, 캠페인도 잘 되어야 하고... 그런거 같습니다 ㅎㅎ
    김영란법만 보면 현재까지는 이 법이 나에게 적용되면 아 나는 '허접이구나'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二ッキョウ니쿄
    전체총량은 감소해서 이득입니다?
    ㅎㅎ 그냥 배아픈 것이지요
    Beer Inside
    과거 학생 때 선배가 후배 때리고 그러면 지랄하고 후배들 안 때리고 했는데,
    지나고 보면 결국 안 맞은 놈이 또 아랫놈 때리고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상한 놈 한 놈만 나오면 세상은 다시 꺼꾸로 달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김영란법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그래도 핑게꺼리 하나 늘어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二ッキョウ니쿄
    뭐 그래도 전반적으로 대학가에서 패는문화나 군기문화가 많이 없어진거보면... ㅎㅎ 길게길게..
    Beer Inside
    요즘 운동권은 패지는 않겠죠... ㅎㅎㅎㅎ
    二ッキョウ니쿄
    요샌 예체능쪽도 손찌검 대놓고는..
    사나남편
    그런애들도 있더라고요...저도 그게 싫어서 없앴는데 군대 갔다오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하고 해택본 00학번 나부랭이들이 하고 있더군요...
    저는 시위 많이 안 나가 봤지만, 나가봤던 시위들은 대개 전진이 너무 느리고 다리 아프고 지치고 재미 없어서 아 이런 게 사회변화라는 거구나 역시 너무 느려...안되겠다... 하는 생각만 들었다구욧.
    二ッキョウ니쿄
    체력이 좋은 젊은시절..모든게느리고 지겹기만했던 그대 젊은날
    Beer Inside
    전투경찰과 술래잡기를 안해보셨군요.
    저는 학창시절에 데모 같은 거 안 나가는 범생이었담미다...
    우리아버
    데모판에서의 고양감은 전투를 앞둔 버서커나 바이킹들이 느끼는 흥분같은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크게 달라진게 없는것 같이 느껴지죠. 시위지도부는 입장이 아예 다르니 뭐...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합의가 아닌 이상 제도 차원의 변화는 결국 힘으로 찍어누르는겁니다. 카탈루냐처럼 말이죠. 다만, 찍어누르는 힘이 최소한 합의된 힘이어야 사회가 온전히 유지된다고 봅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을 어겨서 처벌을 받는 것과 검사에게 힘을 써서 처벌하게 하는거는 형벌은 같아도 질적으로 다르거든요.
    와인하우스수정됨
    "청중을 뚜렷이 의시하지 않는다면 영광을 위해 싸울 일도 없다. 우리의 막대한 위업이 동시대인 혹은 “장차 태어날 이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영웅적 행위로써 타인의 견해와 상상 속에서 불멸의 존재로 남기 위해 실제하고 유한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자 한다."

    “예수와 군대의 정신이 아무리 상반된다 해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아무리 싫다 해도,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후자가 전자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경우가 다반사다.”
    - E. Hoffer, <맹신자들> 중에서 -... 더 보기
    "청중을 뚜렷이 의시하지 않는다면 영광을 위해 싸울 일도 없다. 우리의 막대한 위업이 동시대인 혹은 “장차 태어날 이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영웅적 행위로써 타인의 견해와 상상 속에서 불멸의 존재로 남기 위해 실제하고 유한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자 한다."

    “예수와 군대의 정신이 아무리 상반된다 해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아무리 싫다 해도,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후자가 전자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경우가 다반사다.”
    - E. Hoffer, <맹신자들> 중에서 -

    사회변화는 점진적인 제도의 변화에서 올수도 있고 혁명처럼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부글대다가 어느 한 순간 펑 터지고 급물살을 탈 때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은 절대로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러나 그 주체들(혁명 당사자든, 제도 변화를 지지하는 시민이든)은 자신들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낸(낼 수 있)다는 고양감에 휩싸여 있기에, 오히려 그래서 진보란 가능한 것이겠죠.
    요새는 대체로 냉소주의가 퍼져있지만(그러면서 자유당과 박근혜에게는 노골적인 증오가 여전하기도 하고),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합리적인 타입의 사람이 있고 투사적인 타입의 사람이 있고 각기 장단이 있을 뿐이죠. 우리 모두는 그런 변증법적 과정의 한 부품에 불과할뿐...
    사회는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년정도 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암탉이 울면 집안이 어쩌고 했었죠
    근데 세상엔 시위 나가고 적극적으로 글 쓰는 진보적인 사람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코 그들이 원하는 속도로 사회가 변할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암만 반대쪽 사람들이 미워도 엄연히 한 표를 투표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시커멍
    사적유물론을 읽고 느낀 건 인류의 역사가 약자들의 권리의 해방이나 쟁취의 역사로 읽혀지만 사회에 나와 생활하다보니 맑스로 인한 긴장관계에서 유산계급의 진화역사로 보이더라는.
    슬프지만 꾸역꾸역 살 수 밖에요.
    변화하려하지 않는 자가 보수라는 말을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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