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9/29 12:44:30
Name   프렉
Subject   킹스맨 : 골든 서클 짧은 후기. (스포일러)

※ 이 사람들이 죄다 반푼이가 되는 작품.



#1

전작 '시크릿 에이전트'는 나에게 있어 "엿 먹어라 스파이 무비"였다. 실제로도 그런 의도였고.
클리셰를 갈아엎는 신선한 시도가 평론가들에겐 먹혔고, 일반 팬들에겐 콜린 퍼스 수트간지가 9할을 차지하는 영국 멋쟁이 액숀활극이었다.

작 중 에그시가 언급한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밑바닥 인생이 새 사람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뛰고 눈을 뗄 수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번 골든 서클은 그걸 또 한 번 빈대떡 뒤집는 양 뒤집어놓는 이야기다. 반푼이가 멀쩡해졌다가 다시 반푼이가 되는 내용.

#2

캐스팅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다만 메인 빌런인 줄리안 무어는 작중 사이코패스임을 여러 번 어필하는데, 본인보다는 옆에 있는 분쇄기가 더욱 열연(?)했다.

기억을 잃고 나비 아저씨가 되어버린 콜린 퍼스는 아주 간만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보여준 잘 생긴 허당연기를 선보였다.
초반에 등장해서 에그시와 멀린을 흠씬 두들겼던 채닝 테이텀이 작중 너무 일찍 리타이어 해버린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속편에 대한 찐한 복선인건지.

#3

죽은 캐릭터 살려서 속편에 등장시키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이걸 매끄럽게 하려면 전작에 복선을 신나게 깔아둬야 되는데 그러면 자원이 다른 쪽에
낭비되서 팬들이 불편하거나 평론가들이 불편하거나 둘 중 하나는 문제를 삼는다. 그러나 해리 하트(콜린 퍼스)의 부활은 팬들이 염원하던 그것이었고
당위성이야 어쨌든 별점 좀 깎이고 충분히 살릴만한 가치가 있었다.

#4

앞서 언급한 반푼이 이야기가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킹스맨이라는 조직은 에그시와 멀린의 사소한 실수로 전 지부가 폭격을 맞고 요원들 대부분이 전사하며 말 그대로 탈탈 털리며 시작한다.

전작의 냉혹한 교관이자 좋은 어시스턴트였던 멀린은 이번 작품 내내 고생고생한다. 최후의 프로토콜이 뭘 어쩌라는 건지 몰라서 술푸다가 신세 한탄하고,
해리의 기억을 되살리려 별 짓 다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간만에 갖춰입고 필드로 나왔지만 에그시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고 먼 길을 떠난다.

티저 예고편에서 안대차고 수염만 깎았을 뿐인데 조회수 뻥튀기의 일등공신이 된 해리는 중반까지는 없는 사람 취급받다가 불효막심한 양아들 에그시가
먼 옛날의 트라우마를 건드려서 간신히 기억을 복구 시켜놓지만 이후 극 후반까지 누가봐도 트롤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

그리고 전직 반푼이였던 에그시는 탄탄대로의 앞날을 달리던 도중에 이번 작에서 제대로 사고를 당한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스웨덴 공주랑 다투고,
포스터 문구에 나온것처럼 정직원 됐더니 직장과 직장 동료가 날아가고, 기껏 기억을 되살려놓은 양아버지 해리는 트롤링을 하느라 정신없고,
자신의 실수로 전우이자 좋은 멘토였던 멀린도 사망, 좋은 선임 동료 만났다 싶었더니 그 인간은 또 나사빠진 인간. 안습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 매튜 본은 이 모든 안습함을 단 한 방에 해결해줄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존재로 어떤 남자를 예비했으니.........



☆★이번 작품을 하드 캐리하신 Sir 엘튼 존 찬양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앞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되어 이 이상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 영화는 엘튼 존이 주인공이다. (진지)
그 어떤 것도 잃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요 인물들을 격려하고 한 팔 거들어주는 유일한 캐릭터가 엘튼 존이다. (진지x2)

#5

전작이 영국 맛에 약간의 뽕을 넣었었다면, 이번 작품은 미국 남부 맛에 약간의 뽕을 탄 맛이다.
매너가. 사람을. 줘팬다. 장면은 이번 작품에선 철저하게 카우보이 풍으로 재현된다. 배우부터가 이미 한 번씩은 말 타본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고..

여성차별 어쩌고 운운했다는데 할리 베리는 이 작품에서 남자들을 까면 깠지 차별을 받은 적이 없다. 이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6

생각없이 두 시간 정도 롤러코스터 타는 마음으로 편히 감상하시면 되겠다. 혹여 이런 클리셰 범벅의 B급 액션이 쏟아지는 영화가 불편하면
이 작품 말고 같이 걸려있는 아이 캔 스피크 보자. 표 끊고 입장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울면서 나오길래 뭔가 봤더니 아이 캔 스피크였다.



3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저도 너무 재밌게봤어요 특히 엘튼 존이요 ㅋㅋ
  • 엘튼 존 : 조까!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06 일상/생각[도서추천] 아주 낯선 상식 -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 7 한신 16/01/12 6643 0
780 정치한국과 비슷한 논리, 미얀마의 최저임금 9 마르코폴로 15/08/12 6644 0
4597 의료/건강분노 - 화를 다스리는 법 15 Liebe 17/01/11 6644 1
6356 영화킹스맨 : 골든 서클 짧은 후기. (스포일러) 10 프렉 17/09/29 6645 3
2043 철학/종교인류의 진보, 미래는 낙관적인가-하편 25 눈부심 16/01/17 6647 2
85 기타까이는 인생 19 아나키 15/05/30 6648 5
9679 과학/기술스마트폰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2 샤우리우 19/09/18 6649 1
7634 꿀팁/강좌[사진]이미지의 품질 11 사슴도치 18/06/07 6650 12
4258 일상/생각자취방 거머리들 퇴치썰 10 tannenbaum 16/11/30 6656 8
6088 기타[메디게이트뉴스] 대학병원 교수가 본 비급여대책 59 Zel 17/08/10 6656 4
3974 역사솔뤼트레인 (Solutrean) 와 말타 (Mal'ta) 의 소년 3 모모스 16/10/21 6658 5
6341 일상/생각최근 성매매 합법화 의견에 대한 짤막한 생각. 26 와인하우스 17/09/26 6659 3
9409 일상/생각금식, 금주, 금욕 5일차 이야기. 12 Xayide 19/07/07 6660 9
1629 기타미국 역사 시리즈.jpg 5 김치찌개 15/11/25 6661 2
1696 도서/문학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12 마르코폴로 15/12/03 6661 6
437 기타[아재] 드라마. "질투" 를 기억하십니까? 25 Bergy10 15/06/26 6662 0
5447 과학/기술음수X음수는 왜 양수인가요? 37 캡틴아메리카 17/04/15 6663 13
8566 기타이야기의 마무리 44 지금여기 18/11/27 6663 47
5538 도서/문학오늘 '동백꽃'에 관해 안 충격적인(?) 사실. 21 Vinnydaddy 17/04/28 6664 2
6664 음악Hard Bop - 딱딱한 밥이 아니에요 2 Erzenico 17/11/28 6665 10
439 기타중국에서 치료받은 메르스 환자의 치료비는 중국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8 아나키 15/06/26 6667 0
5539 IT/컴퓨터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 (2017.05) 14 이슬먹고살죠 17/04/28 6667 9
1130 영화영화 소식들 짧게: 9/30 9 kpark 15/09/30 6670 0
7386 여행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 인천 B747-8 퍼스트 탑승기 15 졸려졸려 18/04/15 6670 2
508 기타저와 게임 한 번 해보실래요? 8 NightBAya 15/07/03 667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