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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9/27 10:42:04
Name   기쁨평안
File #1   141070451.jpg (51.6 KB), Download : 8
Subject   책 소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지인의 추천으로 읽고있는 책인데, 내용이 정말 좋네요.
보건사회역학적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그로인한 개인의 건강에 대한 데이터적인 접근이 매우 유익합니다.

아직 1챕터 정도밖에 못읽었지만 대작의 냄새가 솔솔나네요.

1. 구직활동중인 남, 녀 지원자에게 차별경험을 묻다.

구직활동중인 남, 녀에게 구직활동중 차별적인 언사나 행동을 경험하였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예/아니오/해당사항없음" 으로 답변을 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런데 총 4천여명의 노동자가 답변을 했는데, 152명이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변을 한겁니다. 사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예 면 예고 아니면 아닌데, 해당사항 없음이라니?

그래서 저자는 152명에 대해 심층분석을 시도하는데,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변한 남성들은 사실상 "아니오"에 가까운 의미였던 반면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한 여성들은 사실상 "예"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각각의 구직자들에게 스스로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설문을 병행했는데, 위의 차별적인 경험에 대해 차마 "예"라고 답하는 것 조차 못하는 여성들의 몸이 더 많이 아픈 것으로 들어났다고 합니다.

2. 학교폭력의 경험을 묻다.
그 뒤 저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3,627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의 경험을 조사합니다.
1. 경험이 없다. 2. 폭력 경험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함 3. 폭력경험후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음 4.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각 결과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우울증 유병율을 조사했는데, 당연히 3번 폭력 경험후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경우가 우울증상 유병율이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남/녀를 나눠서 분석을 하자 새로운 결과가 나왔는데, 4번을 선택한 여학생은 1번을 택한 여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즉, 4번을 택한 여학생들은 별다른 학교폭력을 겪지 않았거나 매우 경미했다고 추측할 수 잇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4번을 선택한 남학생들입니다. 이들은 모든 집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우울증상 유병율을 보였습니다. 남학생들이 말한 "별다른 생각 없이 넘어갔다"는 거는 그냥 넘어간게 아니라 스스로 억누르고 덮은 것이죠.

어쩌면 남자가 그런 일을 당하면 수치스럽게 여기는 문화의 영향때문일 수도 있겠죠.

3. 해부용 시체는 가난한자들의 것
근 현대 해부학이 발달하면서 해부학 실습용 시체의 수요가 급등을 합니다. 처음에는 사형수들의 시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는데, 그것만으로는 공급이 모자라게 되어, 가난한 자들의 시체들을 빼돌리게 됩니다. 과거 병원에서는 죽은 환자들을 데려가려면 돈을 내야 했는데 그 돈을 못내는 가난한 자들은 제대로 된 장례도 못치르게 된거죠. 그때 전문 시체 브로커들이 병원에 돈을 내고 시체를 빼돌립니다. 혹은 죽은 사람이 묻힌 공동묘지를 알아내어 매장된 당일 밤에 시체를 파내어 병원으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당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 홍보내용 중에 "잠금장치가 튼튼해서 시체털이범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부신"이라는 장기가 상당히 크게 부풀어져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당시에는 그 비정상적인 크기의 "부신"이 정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모든 해부된 시체의 부신의 크기가 컸거든요.

그러다가 간혹 부유한 사람의 시체를 해부해보니 그들이 생각하기에 정상적인 크기의 부신보다 훨씬 쪼그라든 부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이런 현상을 질병으로 판단해서 "특발성 부신 위축증"이라는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작은 부신이 정상이고, 가난한 자들의 비대해진 부신이 비정상이었던 것인데 말이죠.
이렇게 근 현대 의학은 가난한 자들의 시체를 발판삼아 발달해 나갔다고 하네요.


이렇듯, 저자는 사회 현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이 개개인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사회적인 불평등이 의료 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태아기에 영양결핍을 겪은 사람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질병에 걸린다던가,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게 되면 저소득층의 여성들의 사망율이 급증한다는 내용도 있고요.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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