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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8/24 16:35:22
Name   리니시아
Subject   독일 아주머니에게 도움받았던 일.
1.
지난 7월에 여름휴가로 독일에 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여정이었죠.
프랑스 에어를 타고 파리에 오후 2시쯤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20분 경유하고 베를린으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급작스레 딜레이가 됩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7시간 가량 딜레이가되어 저녁 9시 30분쯤 출발하는 여정으로 바뀌게 되었죠.
유럽이 처음인지라 파리공항에서 다른곳으로 가기도 뭐하고 공항에서 그냥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 찰나, 파리공항의 비행기가 갑작스레 모두 취소가 됩니다.
안전상의 이유라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여튼 취소된 티켓을 가지고 다시 베를린으로 가기위해 3시간 정도 창구에서 기다렸습니다.





2.
시간은 벌써 밤 12시가 되어가고.. 겨우겨우 프랑스에어 창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직행은 앞으로 3일 뒤에나 있답니다. 직행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가까운 공항으로 교환해줄테니 거기서 기차를 타던 알아서 베를린에 가랍니다. 그 비용은 나중에 프랑스에어에 청구를 해서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었구요.
멘붕에 빠진 져는 그나마 아는 공항이 프랑크푸르트 뿐인지라 다음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프랑크푸르트로 교환을 하게되었습니다.





3.
표를 교환한 뒤 3,4 시간 파리공항에서 노숙을하고 꼬질꼬질한 상태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맨 뒷쪽 창가쪽이었는데, 바로 왼편에 독일인 아주머니 한분이 타십니다. 그리고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독일인 : 너도 베를린 가야되는데 딜레이되서 지금 가는거니?

나 : 넵 점심에 파리공항에 도착했는데, 지금 거의 16시간 기다렸다가 겨우 프랑크푸르트 가네요. 아마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면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야될것 같아요

독일인 : 어라? 왜 불편하게 비행기환승 안하고 기차로 가니? 너가 그렇게 가고싶다고 이야기 했어?

나 : 아니요, 거기서 베를린 직행은 3일 뒤에나 있다고 해서, 가까운 공항으로 가는 티켓받았고 거기서 기차타고 영수증 청구하라고 하더라구요.

독일인 : 이상한데? 나는 베를린으로 가는 환승 티켓으로 교환해줬는데 ??

나 : 에??? 진짜요?? 티켓좀 봐도되나요? (티켓 확인후) 와 이거 매우 화가나는군요.

독일인 : 와 이거 나도 매우 당황스럽다. 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에어프랑스 창구에서 항의를 해야할것 같아.

나 : 아무래도 그렇게 해봐야 할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요??

독일인 : 내가 환승시간이 1시간정도 밖에 안되서, 같이 가줄 순 없을 것 같아. 대신 내가 너의 사정을 글로써서 줄게. 이 글을 가지고 프랑스에어 창구로 가서 이야기해봐.

나 : 와..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아마도 여행 끝날 때 까지 지금 도와주신 일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ZnfJrwz.jpg
↑ 독일인 아주머니가 써주신 글


독일인 아주머니도 베를린 비행기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으로 갈 수 있는 '환승티켓' 을 받은 것이죠.
저한테는 니가 알아서 가라고 했는데...ㅠㅠ
그렇게 독일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받아 프랑크푸르트에 내려서 프랑스에어 창구에 가게되고, 그 종이와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이 베를린으로 가는 티켓을 받을 수 있었고, 파리 공항이 매우 혼잡해서 제대로된 서비스를 못 해준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토요일 오후 5시쯤 도착하는 여정은 꼬박 24시간이 더 걸려 일요일 오후 5시쯤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서투른 영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친절하게 도와준 독일 아주머니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손짓 발짓 하는데도 대화가 통했는데, 직접 자기일처럼 글까지 써 주면서 저를 도와주는게 참..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 여행 이후 한국에서 혹시 길을 해매거나 찾는 외국인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모로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5
  • 좋은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Robin
독일인들이 무뚝뚝하고 기계처럼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라 그렇지, 사람들은 참 좋은 것 같더군요.
츤데레하고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리니시아
덩치 커다란 남자 독일 승무원이 저를 어린아이 처럼 타일러줄때 마음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ㅋㅋ
오 정말 좋은 분이네요.
저렇게 자기일처럼 시간을 내서 도와주는 사람이!
대화를 읽어 내려가는데 현실감이 제대로네요.
좋은 경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니시아
영어는 고등학교때 이후로 쳐다도 안봤는데... 저걸 다 영어로 어찌저찌 하긴 했습니다.
손짓 발짓 하면서 단어 하나씩 내뱉으니까 소통이 되더라구요.

제일 웃겼던건 제가 '아임 소 엥그리!' 라고 좀 크게 말했더니,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다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을....ㅋㅋㅋ
1
이런 것도 인종차별일까요.. =_=
뭐 그래도 좋은 아주머니 만나서 문제가 그나마 잘 해결되어 다행이었네요 ㅎㅎ;
고생많으셨겠어요~
리니시아
처음에 인종차별인가 싶어서 그 아주머니랑 저랑 매우 분노했었죠 ㅋㅋ
근데 주워듣는 이야기론 프랑스가 유럽에서 서비스 안 좋기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인종차별이라기 보단 원래 서비스가 개판인데 제가 잘못걸렸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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