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7/15 20:37:12
Name   우리아버
Subject   장마철 성가신 거미줄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름이고 장마철이건만 매년 새로운 것들이 한두가지씩 더해지는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제한급수까지 겪어보며 뭐가 더있을까 싶었는데 올해엔 거미가 엄청늘어 말썽이네요. 모기한마리 못올라오는 층에 뭘 잡아먹겠다고 아파트 베란다까지 기어올라와 영업장을 차렸는지 볼때마다 가엾네요.
자연의 섭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간만사와 폭증한 거미의 일생역시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밝은 조명을 등진 독서실의 낮은 층 창틀은 거미의 입장에선 배산임수 뺨치는 명당이더군요. 여기에 영업장차린 거미는 엄청난 손님이 몰려서 포장하기 바빴고, 여기에 자극받은 다른 거미들도 점포를 차리기 시작하며 신림동순대타운 같은 작은 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창틀은 간혹 먹이를 놓고 다투다 과실치사가 일어나도 각자가 에미에비없는 존재들이라 복수의 연쇄는 일어나지 않기에 형법같은거 없이도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이런게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건물 부근의 작은 숲에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거미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비바람과 청설모의 습격같은 자연재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거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에 단련되어 강인한 이들은 다채로운 곤충들과 사냥할 자격을 얻게되고 때론 거대나방을 잡는 대박을 터트려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도 합니다.
창틀의 경쟁도 대자연의 고난도 싫은 놈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거미는 둘중 하나입니다. 대단한 프론티어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주이거나 멍청이거나입니다. 프론티어 거미는 아예 가로등 밑에 영업장을 차립니다. 장사의 수완이 대단히 좋아 스스로의 몸집을 엄청 부풀린 이 거미에겐 감히 다른 거미들이 법접을 못합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게으름이라는 특혜를 받은 이 허공의 대기업은 홀로 불나방들을 독점합니다.
반면 시장을 볼 줄 모르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만을 주문처럼 되읊는 멍청한 거미는 제가 다니는 계단에 '가로로' 거미줄을 칩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죠.
다만 자기 그릇에 맞지 않는 부는 부가 아니라 재앙입니다. 요 며칠간 거미줄이 자꾸 거슬려서 제가 오늘 나무젓가락으로 매우 혼내줬습니다. 어디 감히...
뭐 곧 겨울이 올테고 모든 거미들은 자취를 감추겠죠.
그들의 삶은 DNA라는 책에 문자로 남아 후대들에게 전해질테고 내년 여름에 또 올해와 같은 세계가 펼쳐질겁니다.
다만 내년 여름엔 사람다니는 계단에 거미줄쳐서 성가시게 구는 놈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일단 합격하고 내가 고향을 떠야...ㅠ)



4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02 7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44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0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367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496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14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4 알료사 24/11/20 2799 31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44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71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48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488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42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10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05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893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777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999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92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54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5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82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45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0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73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87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57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