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6/27 20:49:24
Name   SCV
Subject   내가 만난 스승들 #2 - 카리스마의 화신
이번에는 점프를 좀 해서 고등학교로 가볼까 합니다.

보통 남학생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남자 고등학교란, 매일 사고의 연속 + 수업시간에 수면과 다른 짓을 하다 걸려서 끌려가 맞곤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생님 앞에서는 감히 누구도 사고 치지 않았으며 감히 누구도 이 선생님 수업 시간에 자거나 다른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소극적인 반항에서 점차 적극적인 반항으로 나아가게 마련인데, 가끔 시간분배 실수로 선생님께서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침범해서 수업을 계속 해도
그 누구도 감히 반항하거나 다른 소리를 내지 않고 교실에는 오로지 선생님의 수업과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사각사각 필기 소리만 들렸습니다.  

국영수도 아니고 학생들이 거의 반 쯤은 무시하다 시피 하는 '윤리' 과목 선생님 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자 이제 '카리스마 백' 이라고 불렸던 그 분의 면면을 짚어봅니다.

- 외모는 고르고 13과 싱크로율 95% 정도 (....)
- 쳐다만 봐도 이미 쳐 맞고 있는 듯한..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드렉 만드는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눈빛
- 왕년에 지역 짱(?)을 먹었다는 소문
- 사모님이 장학사 (.......) → 이건 사실 학생들한테 영향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을 무서워 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 모든 학생들에게 공적인 업무상으로는 '존대말'을 쓰심 (반말은 사적으로 친한 사이 정도만)
- 모든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으심 (제 전후로 맞은 사람.. 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고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 단 선배들의  '소문'에 의하면 손목시계를 풀어서 책상 위에 놓으시면 그 순간 봉인 해제라는 소문이.....
- 학생부장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체벌하지 않고 선도하심.. (눈빛만 봐도 이미 반쯤은 죽을 듯한 느낌이 드는데 당연하지...)
- 소문과는 달리 교무실에 찾아가면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시며 진지하게 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려고 애쓰시고
- 무엇보다 형식적인 어용집단이 되기 쉬운 학생회 담당 선생님을 맡으셔서는 학생회가 말 그대로 자치 위원회의 기능을 하게끔 도와주시고
  사모님 빽(...)을 이용해서 학교/재단에다가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쇼부치는(...) 엄청난 모습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모습은

- 중간-기말 기간 동안 기숙사 열람실은 24시간 오픈이 되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사감을 들어오면 보통 11시나 12쯤 기숙사 자치위원에게 일을 맡기고 주무시러 들어가는 반면,
  이 선생님은 기숙사 1층 로비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다리를 꼬고 앉아 밤 새도록 부동자세로 책을 읽으시면서
  혹시나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로 질문에 답해주셨다는겁니다.

  밤 새도록.. 흐트러지지 않고....


그 모습을 본 기숙사 학생들은 존경심과 경외심을 넘어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현직 교장선생님이 되셨네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아니고 같은 재단 소속 여학교 교장선생님...

아, 재미있었던건 이 선생님의 두 자녀분이 저희 어머니께서 하셨던 학원에 다니는 바람에 상호 학부형(?) 이라는 신기한 관계가 성립되었었죠.
자녀분들께는 정말 자애롭고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님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보통 아버지들은 국영수도 아니고 예체능인 피아노학원에까지 그렇게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저희 어머니께 종종전화하셔서 자녀들이 버릇없이 굴거나 하진 않는지, 아이들이 잘 하고 있는지, 특별한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셨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엔 중 3때 담임 선생님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지난글
내가 만난 스승들 #1 - 1994년의 예언가  : https://kongcha.net/?b=3&n=5816



1
  • 춫천


파란아게하
워어 선생님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주변인으로 쳐도
저리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행동 원칙을 잘 지키시는 분들은 드물지 않나용
저희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뭐랄까 개성은 다들 조금씩 있으나 약간 어설프고 나사 하나씩 풀리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썩고 적당히 속좁고
캐릭터묘사도 좀 아쉬운 행인1,2,3,4 같은 기억인데.....
잘 읽었습니다. 춫천
말 그대로 태산 같은 분이셨습니다 ㅎㅎㅎ
카리스마의 화신, 윤리의 표본 같은 분이랄까...
벤젠 C6H6
그 분을 묘사한 글만 봤는데도 그 분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카리스마와 위엄이 넘치시는데 관용이 넘치시고 자애로우시고 배려넘치시는..
연세가 한참 되신 지금도 사진상으로는 눈빛이 형형하십니다 ㅋㅋㅋㅋ 진짜 눈빛만 봐도 지릴거 같은 느낌....

근데 무척 자상하고 자애로우시다는게 참 ....

아. 그분의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웃긴 이야기를 하셔도 애들이 웃질 못합니다. 안웃겨서 못 웃는게 아니고 쫄아서 못 웃습니다....
우분투
저는 이 글을 읽으니 두 분이 생각나네요.
한 분은 중학교 시절 도덕 선생님인데, 나이가 지긋했고 철학과 출신이셨습니다. 이분이 생각나는 이유는 윤리와 비슷한 과목인데 이미지는 너무나도 정반대셔서... 항상 철학과다운 수업을 준비해오셨고 아무도 듣지 않았죠. 저는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에 보온병에 담아 먹는 잘게 부순 라면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라면을 먹을 수는 있어서...
다른 한 분은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신데요, 그분은 애씨비님께서 말씀하신 분과 비슷한 이미지셨습... 더 보기
저는 이 글을 읽으니 두 분이 생각나네요.
한 분은 중학교 시절 도덕 선생님인데, 나이가 지긋했고 철학과 출신이셨습니다. 이분이 생각나는 이유는 윤리와 비슷한 과목인데 이미지는 너무나도 정반대셔서... 항상 철학과다운 수업을 준비해오셨고 아무도 듣지 않았죠. 저는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에 보온병에 담아 먹는 잘게 부순 라면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라면을 먹을 수는 있어서...
다른 한 분은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신데요, 그분은 애씨비님께서 말씀하신 분과 비슷한 이미지셨습니다. 비슷하다기보다.. 어.. 부드러운 버젼의 그분?? 약간 명망 높은 사대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학생을 언성 높여 나무라신 적이 없었고 항상 적당히 힘을 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도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위엄이 있으셔서..수업에는 언제나 열정적이셨고 괜찮은 퀄리티의 수업을 일관되게 유지하셨는데 수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자습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죠. 그렇지만 모두들 유독 그 선생님에 대한 죄송함이 있어서 누군가는 수업을 듣자고 합의를 해 돌아가면서(...) 자습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에는 언제나 세월호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셨어요. 그걸 보고 정말 더욱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존경할 만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가치관 형성이나 인격 형성에 은근히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거든요.
우분투
기본은 나 스스로를 제대로 관리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것이 제대로 되는 사람이 무시받을 일이 있을까요
애들도 알건 다 알아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존경하고 두려워하죠.
사나남편
중3때...잠시 중2병이 치료된적이있었는데요...한 30분 상담하는동안 허벅지윗부분을 대나무 뿌리로 맞으면서.... ㅠㅠ
아마 저 선생님을 만나셨으면 맞지 않으셨어도 치료되셨을거 같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저절로 치료됨...
사나남편
그럴리가요...제가 보통 또라이가 아닐때라...
제가 그렇게 치유되었습니다......
요즘은 연세가 드시고 많이 유해지신 모습입니다만....
사진 올려봅니다.
*alchemist*
...우와 밤새 책을 읽으시며 흐트러짐이 없다는 이야기는 마치 조선시대 그... 제대로 된 '선비'의 모습이 아잉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이이, 이황, 정약용 중에 어떤 분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집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 보여라.. 이런거 보고 에라이 난 안해 싶었었거든요 -_-;
아마 율곡선생이셨을거 같습니다.
퇴계선생이야 낮에는 학자셨지만 밤에는 요즘으로 말하자면 클럽 죽돌이(...)에 카사노바 간지라 ㅋㅋ

공적이든 사적이든 수업중이든 쉬는시간이든 가정에서든 그렇게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분은 제 인생에서 아마 다시 또 보기 힘들거 같습니다.

참고로 사모님은 병약미소녀(...) 같은 이미지였어서 선생님의 야수와도 같은 외모가 한층 더 두드러져보였.....
*alchemist*
병약미소녀라니.. 모에를 아시는 분이셨군요(음?;;)
사모님이 몸이 좀 약하셔서.. .근데 또 강단있는 분이셨던지라 장학사(...) 까지 오르셨죠.
그래도 금슬(?)은 좋으셔서 자녀분이 둘인가 셋인가 있었던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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