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2/29 17:42:36
Name   SCV
Subject   '나'로부터 벗어나기. - 삶의 해답은 어디에?
  우리는 살면서 여러가지 한계에 직면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거나 혹은 좌절한다. 한계는 곧 극복해야 할 것이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뭇 사람들이 가진 인식의 저변이다. 만약 우리가 그 한계를 받아들일 줄 알고 그 한계 안에서 살아가기만을 원했다면 이렇게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모든 것을 그러한 그대로 놓아두라고 하는 도가(道家)에서 조차도 한계 안에서 안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란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 아닌, 본래 한계 없는 존재로서의 삶을 모르는 채로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다는 의의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계를 자기 외적인 제약의 의미로서 다루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계는 오히려 자기 내적인 것이 더욱 많다. 나를 이기는 극기(克己)의 개념에서가 아니라 나를 버리는 오상아(吾喪我)의 개념에서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이겨도 결코 '나' 라는 한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이기고 지고를 판가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가(儒家)는 '나'를 중시한다. '나'를 닦고 '나'를 이겨야 뜻을 이룰 수 있다 한다. 그 큰 뜻을 폄훼하려는 바는 아니나 그 역시 도가(道家)의 오상아(吾喪我)에 비한다면 작은 범주의 극기(克己)라고 보여진다.

아마도, 진정으로 나를 이기는 가장 좋은 길은 나를 버리는 길일 것이다. 내가 나를 잊고 내가 나를 버려야 비로소 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직도 자신 안에 갇혀 사는 내가 이런 소리를 해봤자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사실임은 분명하다. 나를 버린다고 하는 것은 나를 함부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나'를 위해 사느라 잊거나 소홀히 하고 살았던 다른 것들을 생각해보자. 이타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닌 나]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은 또 다른 '나' 이다. 내가 나에게 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다른 '나' 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면, 과연 불평등과 반목과 전쟁과 수많은 비참함이 존재할 수 있을까. 모두가 단일해지자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를 배려하며 살자는 단순한 이야기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길거리에서, 그 어딘가에서 마주치는 모두를 서로서로가 또 다른 '나'로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너도, 우리도 없는 '나'를 이룬다면 인간으로서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로부터도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해답은 내 안에, 내 삶 안에, 그리고 당신 안에, 당신의 삶 속에 있다. 그 해답을 누구는 하느님으로, 누구는 진리로, 또 누군가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해답은 질문을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옳은 질문을 하고 옳은 풀이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안의 해답에게 올바른 질문을 하고 있는가? 그 해답으로 가는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늘 스스로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나로부터 해방될 모든 나를 위해서.



6
  • 진지하고 정성이 들어간 글입니다
  • 춫천
  • 잘 정리 된 글이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173 음악백 만원을 채워 주세요! 8 바나나코우 19/05/10 5234 2
3212 기타명작 영화는 왜 나오기 어렵고 ~닦이류등으로 불리는 영화들이 범람하는가. 23 klaus 16/07/06 5235 0
10323 일상/생각살면서 처음으로 '늙었다'라고 느끼신 적이 언제신가요? 73 YNGWIE 20/02/25 5235 1
10332 일상/생각요즘 인터넷상에서 자주보이는 논리적 오류. 회의에 의한 논증. 13 ar15Lover 20/02/28 5235 9
12978 정치이준석 윤리위 징계에 대한 사견 31 물사조 22/07/08 5235 5
13374 스포츠미식축구와 축구. 미국이 축구에 진심펀치를 사용하면 최강이 될까? 15 joel 22/12/05 5235 18
2245 기타국내 개봉 날짜 확정 제이슨 본(Jason Bourne, 2016) 예고편.jpg 4 김치찌개 16/02/17 5236 0
3220 스포츠한화에 올 새로운 용병은 에릭 서캠프? 4 바코드 16/07/07 5236 0
6264 사회아이만 내려놓고 엄마 태운 채 출발한 버스…서울시 조사 착수 25 벤젠 C6H6 17/09/12 5236 0
8782 일상/생각하버드에서 나누었던 인상적인 대화 8 은때까치 19/01/20 5236 29
12531 오프모임2/26(토) 테이트 미술관전! 40 나단 22/02/21 5236 3
9928 문화/예술(11.30) 바흐 마태수난곡 - 전석무료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비누남어 19/11/01 5237 5
9961 일상/생각맥주 펍이야기 - 논문 안써져서 끄적이기 19 무더니 19/11/08 5237 2
12564 사회좋은 상품이 있어 알려드리려 합니다 13 치킨마요 22/03/02 5237 11
12774 경제국정과제 - 부동산 관련. 21 주식못하는옴닉 22/05/03 5237 0
3710 방송/연예질투의 화신 7화 (개인적으로)재밌는 장면! 6 혼돈의카오스 16/09/15 5238 0
4472 창작'나'로부터 벗어나기. - 삶의 해답은 어디에? 7 SCV 16/12/29 5238 6
8523 일상/생각부모님께 효도폰2대 구입완료 12 HKboY 18/11/15 5238 13
9694 방송/연예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 Leeka 19/09/23 5238 1
1992 방송/연예치즈인더트랩 1~2화 짧은 평 1 Leeka 16/01/10 5239 0
2895 창작[27주차]그래비티 2 에밀리 16/05/25 5239 0
9647 일상/생각새로운 신분사회가 된 학교 8 이그나티우스 19/09/09 5239 0
757 생활체육동아시안컵 최종전이 진행중입니다. 5 별비 15/08/09 5240 0
2698 영화미국 대위: 내전 감상평 (미리니름 없음) 10 캡틴아메리카 16/04/27 5240 3
4218 게임히오스 같이 즐기실분? 9 Leeka 16/11/23 524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