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2/14 00:51:49
Name   The Last of Us
Subject   첫사랑이야기2.
얼마가 지나고 처음 고백할 당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마를 노리고 다가왔을 네 입술은 사실 내 미간 어디 즈음에 닿았고,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차가웠던 코가 이마에 닿았다고 했다.
나는 떨려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했고, 이번에는 정확히 그대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대는 입술을 떼는 나를 안아줬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비디오방'이라는 곳이 막 생기고 있었다.
같은 반 남자애들이 시험을 보고 오다가 영화를 보기 위해 몇 명이 같이 갔더라는 얘기를 했고, 그 후 몇 년간 나에게 비디오방은 '영화보는 곳'이었다.
당신이 나에게 영화를 보자며 끌고간 곳은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 비디오방이었다.
뒤로 누을 듯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개와 그 사이로 사람이 한 명 비집고 들어갈만한 틈이 있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나는 '되게 좁네'라고 생각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그대가 나를 바라봤고, 눈이 마주쳤다.
그대가 나에게 뭔가를 원하는건 알겠는데 그 원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내가 눈동자에 물음표를 백 개 쯤 띄웠나보다. 당신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려 그대의 입술로 내 입술을 덮었다.
놀라고 당황했다. 입술이 닿고 끝이라 생각했는데, 혀가 내 입술 사이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키스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내 위 아래 이는 마주 닿아있었다.
힐끗 보게 된 그대의 얼굴은 눈을 감고 굉장히 편한 모습이었다.
나도 눈을 감고, 문을 열었다.
받아들이고 거스르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당신의 입술이 멀어졌다.
그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입술의 질감. 혀의 두께감. 움직임. 표정.
여러 번 곱씹었고, 영화가 끝났고,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일어선 그대를 벽으로 밀리게 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내 입술로 그대의 입술을 덮었다.
당연히 서툴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작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과 그대를 마중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참 후에 당신과 나를 포함한 네다섯명이 TV를 보는데, '첫키스를 할 때, 머리에서 종이 울렸다.'는 대사가 나왔다.
나는 "종 같은건 울리지 않던데." 라 말했고, 그대는 나를 웃으며 가볍게 흘겨봤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니긴 뭐가 아니야'라 말하는 듯했다.

.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기억이 너무 잘 나네요 이러다 도배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__)



6
  • 착한 도배 인정합니다


Ben사랑
이 글을 보니 저도 두근두근 하네용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3252 7
15477 정치이재명/민주당/의원/지지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10 kien 25/05/31 348 0
15476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야설쓰는거 걸렸습니다. 8 + 큐리스 25/05/31 563 6
15475 정치『오염된 정의』 - 김희원의 정의는 깨끗한가? 3 meson 25/05/31 338 11
15474 정치5월 2 곰곰이 25/05/31 367 12
15473 일상/생각접대를 억지로 받을 수도 있지만.. 7 Picard 25/05/30 820 6
15472 일상/생각자동차 극장 얘기하다가 ㅋㅋㅋㅋ 6 큐리스 25/05/29 533 0
15471 일상/생각사전 투표일 짧은 생각 13 트린 25/05/29 1051 34
15470 정치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을 찍을 이유 15 명동의밤 25/05/28 1485 12
15468 일상/생각감정의 배설 9 골든햄스 25/05/28 733 17
15467 정치독립문 고가차로와, 국힘의 몰락 16 당근매니아 25/05/28 1084 1
15466 정치이재명식 재정정책은 과연 필요한가. 다마고 25/05/28 609 3
15465 정치MB아바타를 뛰어넘을 발언이 앞으로 또 나올까 했는데 8 kien 25/05/27 1175 0
15464 문화/예술도서/영화/음악 추천 코너 19 Mandarin 25/05/27 622 2
15463 경제[Medical In-House] 화장품 전성분 표시의무의 내용과 위반시 대응전략 2 김비버 25/05/26 434 1
15462 일상/생각손버릇이 나쁘다고 혼났네요. 8 큐리스 25/05/25 1319 7
15461 기타쳇가씨) 눈마새 오브젝트 이준석 기타등등 5 알료사 25/05/24 884 13
15460 정치이재명에게 중재자로의 변화를 바라며 3 다마고 25/05/24 992 3
15459 일상/생각‘좋아함’의 폭력성에 대하여 13 그르니에 25/05/24 1064 11
15458 일상/생각변하지 않는것을 들으면 왜 눈물이 날까 1 큐리스 25/05/23 563 4
15457 정치단일화 사견 13 경계인 25/05/23 1077 0
15456 오프모임웹소설 창작 스터디 모집합니다. 14 Daniel Plainview 25/05/22 686 2
15455 정치누가 한은에서 호텔경제학 관련해서 올린 걸 찾았군요. 3 kien 25/05/22 1055 1
15454 기타쳇가씨 꼬드겨서 출산장려 반대하는 글 쓰게 만들기 2 알료사 25/05/22 484 0
15453 일상/생각Adventure of a Lifetime 7 골든햄스 25/05/22 456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