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0/16 22:12:50
Name   April_fool
Subject   [토막상식] 공칭치수(Nominal dimension)에 대하여

공업적으로 일정한 규격을 가지고 생산되는 수많은 물건들은 규격에 따른 공칭치수(Nominal dimension 또는 Nominal size)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어떤 규격에 따라 특정한 치수를 가진 물건에서 실제 설계 치수를 일일히 표기하기가 귀찮기 때문에, 실제 설계 치수와는 동떨어진 값을 가지고 특정 규격의 특정 치수를 나타내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일하는 분야인 제관 설계 분야의 파이프를 가지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서 제관이라는 것은 각종 탱크·압력 용기·화학 용기·열교환기·보일러 제작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보편적으로 ASME(미국기계학회) 및 ANSI(미국국립표준협회)의 규격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요. 그래서 규격들이 모두 IPS 단위계에 기반하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치(2.54 cm) 및 피트(30.48 cm) 단위가 잔뜩 나온다는 소리지요. 여기서 파이프의 규격별 크기는 파이프의 바깥 지름(Outside Diameter)과 굵기(SCHedule)로 나타내게끔 되어 있습니다.
 

아무거나 예를 하나 들어 보지요. 바깥 지름이 11.43 cm(4.5인치)이고 두께가 6.0198 mm(0.237인치), 즉 안지름은 10.22604 cm(4.026인치)인 규격 파이프가 있습니다. 딱 봐도 소수점이 좀 많이 거슬리지 않나요? 그래서 ASME/ANSI B36.10/19 규격에 따르면 이 파이프는 [4인치 스케줄 40]이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4인치는 호칭경(Nominal Pipe Size)이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파이프 바깥 지름의 공칭치수입니다. 호칭경을 4인치 또는 100 mm라고 지정하면, 실제로는 4.5인치(11.43 cm)의 바깥 지름을 가진 파이프를 사용하라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비슷한 예로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유시민의 군대 썰에 등장하는 “4인치×4인치” 각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각목의 경우에는 목재를 건조시키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약 0.5인치(1.27 cm) 정도의 치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공칭치수 4"×4"짜리 각목의 경우 실제 너비와 두께는 3.5인치(8.89 cm)가 된다고 합니다.
 

당장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컴퓨터에도 공칭치수와 같은 개념이 들어가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하드디스크지요. 예를 들면, “2 TB(테라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구입하여 컴퓨터에 장착하면 실제 용량은 약 1.819 TiB로 나타납니다. 이는 원래 컴퓨터에서는 1024 GiB = 1 TiB로 계산하는 데 비해,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1000 GB = 1 TB로 계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애초에 단위가 조금씩 다른 것이라,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의 표기법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용량이 커질수록 여기에 따른 오차가 커지는 것이죠. 따라서 하드디스크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용량 표기 또한 사실상 공칭치수와 같은 식으로 실제와 다른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것으로는 플로피 디스켓의 크기 같은 게 있는데, 이건 요즘은 잘 안 쓰니까 그냥 넘어가도 되겠죠?
 




4
  • 와..


Beer Inside
오호라..... .... 무식한 사람이 설계하면 위 치수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기계들이 많겠군요.
April_fool
관련 업계 사람이라면 윗사람에게 까여가면서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 상식일 겁니다. 아마도…

참고로 클라이언트가 뭣도 모르고 제시한 내용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뜯어고치는 것 또한 설계자가 해야할 일 중 하나라고 배웠습니다.
Ben사랑
전기설비기준에도 자주 나오는 용어입니다.
April_fool
예를 들면 교류 220V 60Hz는 전압이 120분의 1초 사이에 +311.127V와 -311.127V를 왔다갔다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실제로는 몇 볼트 정도 전압이 달라지거나 주파수가 살짝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기준으로 공칭값을 쓰는 것이고요. 맞나요?
Ben사랑
네. 맞습니다.

그리고 공칭전압 외에도 정격전압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둘은 서로 다릅니다.

http://m.kin.naver.com/mobile/qna/detail.nhn?d1id=11&dirId=1118&docId=138410667&qb=6rO17Lmt7KCE7JWVIOygleqyqeyghOyVlQ==&enc=utf8§ion=kin&rank=1&search_sort=0&spq=0
April_fool
오오… 검색해 보니 http://elecmania.com/43 이런 거나 http://blog.naver.com/sunbo777/60036776875 이런 게 나오는군요.

p.s.
검색하다 보니 http://cuttyshark.egloos.com/4785257 이런 것도 튀어나왔다능…
Ben사랑
세번째 링크의 내용은 몰랐던 것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April_fool
정확도(accuracy)와 정밀도(precision)는 서로 다른 것이지요. 3번째 링크에서 Bias error라고 말하는 것은 정밀도는 좋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뜻합니다.

참고 :
https://ko.wikipedia.org/wiki/%EC%A0%95%ED%99%95%EB%8F%84%EC%99%80_%EC%A0%95%EB%B0%80%EB%8F%84
https://en.wikipedia.org/wiki/File:Accuracy_and_precision.svg
Ben사랑
첫번째 링크 글 보고 난 후 두번째 링크 그림 보니 바로 이해되네요. 고맙습니다.^^
April_fool
정확도와 정밀도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 TED-Ed 동영상도 함께 보세요. 한국어 자막을 켤 수 있습니다.
http://ed.ted.com/lessons/what-s-the-difference-between-accuracy-and-precision-matt-anticole
Ben사랑
지금 동영상을 볼 수 없는 환경이라, 이건 내일 바로 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네요 ㅎㅎ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3048 7
15435 문화/예술쳇가씨 기성작가 문체모사 - AI시대 바둑의 기풍 2 + 알료사 25/05/12 169 0
15434 일상/생각사진 촬영의 전문성을 인정하자는 것. 12 + 메존일각 25/05/11 550 15
15433 사회중대재해처벌법은 악법인가 22 + 당근매니아 25/05/08 1275 22
15432 방송/연예백종원 사태에 대한 생각 16 Daniel Plainview 25/05/07 1455 19
15431 정치덕수옹은 대체.. 16 Picard 25/05/06 1717 0
15430 방송/연예2025 걸그룹 2/6 15 헬리제의우울 25/05/05 613 15
15429 음악오늘 유난히도 다시 듣게 싶어지는 곡들 이이일공이구 25/05/05 465 0
15427 육아/가정광명역에서 세 번의 목요일, 그리고 어머니 22 그런데 25/05/05 754 48
15426 정치운석은 막을 수 없다: 정상성(Normality)의 관점에서 8 meson 25/05/05 692 13
15425 정치내각제와 대법원 4 당근매니아 25/05/04 596 13
15424 정치한국현대사에 파시즘 정권이 존재했는가? 10 meson 25/05/04 579 2
15423 스포츠[MLB] 김혜성 LA 다저스 콜업 김치찌개 25/05/04 313 0
15422 정치당연히 이재명이겠거니 하는 공유된 태도 29 명동의밤 25/05/03 2220 19
15421 일상/생각옛생각에 저도 suno로 하나 만들어봤어요. 1 큐리스 25/05/02 527 0
15420 정치양비론이 가소로워진 시대 1 meson 25/05/01 807 11
15419 게임(ChatGPT게임) 2025 콘클라베 -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시뮬레이션 똘빼 25/05/01 385 0
15418 도서/문학백종원과 신창섭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2 구밀복검 25/05/01 756 6
15417 정치오늘의 일에 부쳐 영원한웬디 25/05/01 651 3
15416 오프모임서양근대사 세미나에 참여하실 회원을 모집합니다 3 영원한웬디 25/05/01 590 1
15415 창작탐라를 지키는 100명의 회원들 MV 13 수퍼스플랫 25/05/01 691 11
15414 기타노트북LM으로 만들어본 팟캐스트 16 토비 25/04/30 662 9
15413 일상/생각나아가고 있겠죠? 9 골든햄스 25/04/29 792 28
15412 음악탐라를 지키는 100명의 회원들 68 토비 25/04/29 1736 38
15411 오프모임(급벙)칡이 광주에 내려온다 4.30 22 25/04/29 797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