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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6/28 16:04:52 |
Name | 우너모 |
Subject | 콜린성 두드러기 앓는 분이 혹시 계신지 궁금하네요 |
콜린성 두드러기라고 체온이 높아지면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따갑고 가려운 느낌이 나는 질병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15년간 함께 해온 소중한 친구죠. 아무래도 성장기 때는 증세가 더 심한 건지 아니면 생활환경과 습관의 차이로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십대 들어서 증상이 서서히 완화되더니 요새는 그냥 왔다 갔다 합니다. 어릴 때는 갑자기 발병을 하기 시작해서 원인도 모르고, 대처법도 몰랐어요. 그냥 더움=괴로움으로 인식될 정도였고, 찾아간 피부과에서는 지루성 피부염으로 진단만 해주시더군요. 항히스타민제랑 로션을 처방해주셨는데 별로 지속적인 효과가 없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를 자기 전에 먹으면 자는 동안 긁지 않을 수 있어서 푹 잘 수 있지만, 다음날 오전까지 멍하고 피로하더군요. 초등학교 때는 머리를 너무 긁어서 피딱지가 앉았고, 그걸 가지고 놀리는 친구들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왕따 비슷한 것도 당했지만 멘탈이 강해서 그냥저냥 내가 모두를 따돌리며 잘 살았어요. 이게 긁으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서도, 긁음이 주는 쾌락이 너무 강해요. 피가 날지, 흉터가 날지 그런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그냥 내 등거죽과 사타구니 가죽을 벗겨버리고 싶어요. 긁어서 피가 나고 가려움이 아픔으로 바뀌어야 좀 숨이 쉬어지거든요. 나중에는 등보다 손톱뿌리가 너무 아파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살을 대고는 개처럼 헐떡이고 쉬었습니다. 그럴 때면 엄마가 비닐주머니에 얼음을 담아와서는 발진난 곳을 눌러가며 진정시켜주셨습니다. 한 10년동안 병을 달고 있다보니 나름 대비책이 생기더군요. 난방기에서는 최대한 먼 자리에 앉고, 혹시 난방하는 곳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미리 밖에서 격하게 움직여서 땀을 흘리고 발진을 일으켰다가 가려움이 진정된 다음에 들어갔어요. 땀이 한 번 나오고 나면 가려움은 좀 사그라들거든요. 그런 원리인지, 주기적으로 땀이 흠뻑날 정도로 운동을 해주면 증상이 좀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평생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살라고 하늘이 주신 병이다.. 라고 엄마한테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 증상이 나아진다는 게 사실 가려움만 없는 거지 발진은 똑같이 올라와요. 근 2년간 병을 잊을 정도로 양호하게 살았는데, 올 6월부터 오랜만에 발진이 다시 심하게 나기 시작했어요. 익숙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뭐 전체적으로는 귀찮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방을 쓸 일이 있는데, 가슴팍에 가득한 빨간 점들을 보고 사람들이 놀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문득 거울을 보고, 답답한데 어디다가 말하기가 애매해서 이렇게 한 번 투덜투덜 글 써봤어요. 엄마한테 말하면 쓸데 없이 걱정할테고, 고등학교 때부터 만난 제일 친한 친구들은 저한테 이 두드러기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거든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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