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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09 01:06:00 |
Name | 王天君 |
File #1 | tumblr_no72xaJCgM1qjdgino2_1280[1].jpg (1.51 MB), Download : 4 |
Subject | [스포없음]매드맥스 보고 왔습니다. |
매드 맥스는 심장 박동을 이성의 벨트에서 풀어버리는 영화다. 시종일관 금속내와 가솔린 냄새를 풍겨가며 끝도 없이 모래의 망망대해를 질주한다. 앞유리 너머로는 광활한 무생명의 벌판이 계속해서 자신을 스쳐가고 뒤에서는 광기와 공포를 가득 담은 엔진소리가 날카로움과 둔탁함을 실은 채 추격해온다. 미치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무뚝뚝한 결의와 이를 악문 본능은 보는 이의 심장을 두들겨대며 몸을 들썩이고 환호를 끌어올린다. 동시에 속도에 짓눌릴 것 같은 의식을 붙들어매려고 입은 앙다문 채 손잡이를 붙들고 몸이 의자에 파묻힌다. 차가 멈출 때마다 틈을 내서 호흡을 돌리고, 영화는 다시 급하게 엔진과 바퀴를 보챈다. 말 그대로 불타오를 때까지 시작과 끝을 속력으로 관통한다. 바퀴 아래에서 문명이 탄생했다는 인류의 역사는 조지 밀러라는 거장의 역주행 아래에서 야만으로 휘갈겨진다. 아뜩하게 펼쳐진 하늘 그리고 그 나머지를 채우는 모래뿐인 육지에서 곱고 텁텁한 질감이 이내 바람을 타고 차체 너머로 사람을 덮친다. 잡히면 말 그대로 끝장나는 세계. 이내 속도에 다른 속도들이 더해지고 그 속도를 넘는 또 다른 숫자들이 떼를 이룬다.털 없는 무기질 짐승들이 톱니바퀴와 컨베이어 벨트 소리를 울부짖는다. 육중한 본체를 끌고, 뾰족한 쇳덩어리를 던지며 불을 토해내고 다시 모래를 뒤덮으며 그렇게 모래안개와 연기와 기름 내음과 피비린내를 끊임없이 털어버리려고 바퀴들을 멈출 새 없이 굴려댄다. 사방 팔방에서 굉음과 함께 쫓는 자는 쫓기는 자의 거울로부터 등장한다. 그리고 쫓는 자들은 축제를 시작한다. 북소리를 울리고 기타의 사운드가 불길과 함께 울려퍼진다. 희멀건 자들은 거무스름한 눈동자에 광기를 희번덕거리며 웃고 소리지르며 쇠꼬챙이에 자신의 혼을 꼬나메고 몸을 던져 천국으로 돌진한다. 가시 가득한 차체가 뒤집힌다. 타고 있던 이들이 허공으로 튀어오르고, 모랫바닥에 처박히고, 타이어가 그 위로 속력의 흔적을 남개고 으깨며 바퀴자국의 꼬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비웃음 섞인 환호와 축복이 뒤따르며 광기의 기어를 올린다. 하늘에서는 원색의 신호탄들이 색색으로 번지고 대지는 불그죽죽한 화염의 꽃이 피고 지고를 거듭한다. 그 와중에도 단 한줄의 굵은 자국을 향해 서너개의 다른 굵은 자국과 수십개의 작고 가느다란 자국들이 지평선 위를 계속해서 달린다. 그렇게 메마른 공간에서도 믿지 못하는 인간들이 말 대신 주먹질과 발길질로 서로를 확인하며 끼워맞춘다. 쇠사슬에 얽매인 자와 지배 아래 존엄을 되찾고자 하는 자들이 결국 같은 도주로 위를 달린다. 호시탐탐 노려보면서도 같은 쇳덩어리에 몸을 숨기고, 닿지 않을 공간을 계속 쫓고 헤매야 한다. 죽지 못해 사는 자와 죽을 수 없는 자, 처음으로 삶을 맛보려는 자, 죽음에 취해 삶을 모르는 자가 쇠사슬을 움켜쥐고 칼을 품고 총을 쥐어주며 뒤따르는 자들과 달라붙는 자들을 끈덕지게 따돌리고 목숨을 지킨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안에 담고서, 져버린 생명의 흔적을 새기고서, 맹렬하게 마주보고 떄로는 질끈 눈을 감고 기어이 살아 남으려 모래와 불을 허우적댄다. 돌아갈 수 없는 곳을 등지고서,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를 향해 희망과 구원을 입에 담으며 머나먼 곳으로 아련한 눈길을 던진다. 커다란 이빨과 시커먼 눈빛의 호령이 울려퍼지면 광신도들은 이교도들을 향해 심판을 시작하고 속죄하지 않으려는 자들은 안간힘을 다해 불경한 도주를 이어간다. 이들의 질주는 뜨거운 고동으로 울려퍼지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발을 구르며 보는 이의 모든 힘줄을 수축시킨다. 몇번이고 긴박한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과 귀를 두들기며 탈진 직전의 황홀경으로 몰고 간다. 살고자 하는 이들이 도망치는 이야기다. 그리고 감히 소중한 것을 훔쳐간 놈들을 뒤쫓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지도 안에서도 영화는 수많은 이정표를 던지며 남성과 여성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신과 믿음을, 자본과 자유를, 다시 태어나는 인간을, 생명력을 돌아보게 만든다. 걱정마라. 사유를 스쳐지나가는 그 깊고 묵직한 개념들 사이에서도 감각은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진채로 질주하고 움찔거리며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 튀어오르고, 돌격한다. 그렇다고 아드레날린만 가득한 게 아니다. 이마 위에서 기름이 번들거리지만 피를 나눌 줄 안다. 살덩이와 기계가 서로 기대고 부여잡으며 기어이 응징하고 구해낸다. 고이 미끄러지는 모래 위에서 무릎을 꿇고 절규하지만 갈라지려는 자들은 다시 손을 굳게 맞잡는다. 구구절절 말 없이도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고, 이름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키스와 포옹보다 몇배는 더 진득한 유대가 맺힌다. 긴장하고 놀라느라 땀을 흘리는 만큼 뜨겁고 뭉클해서 눈물이 맺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온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하고 지루하게 펼쳐져 있을 것이다. 두 발걸음은, 자신을 싫은 기계는 어쩐지 너무나 느리고 얌전할 테니까. 이런 영화는 오랜만이다 - 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단 한번이라도 이런 식의 흥분과 감동을 맛 본 적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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