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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28 17:41:02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뭐? 양적완화?
청와대가 '양적완화'라는 단어를 꺼냈습니다. 심지어 구조조정을 위해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있어요.

양적완화. 그 뜻을 살펴봅시다.

정책 금리가 0에 가까운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정부의 국채나 여타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하여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국채나 다른 자산을 사들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통화정책이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는 상승한다. 한 나라의 양적 완화는 다른 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양적 완화가 시행되어 달러 통화량이 증가하면 달러가치가 하락하여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은 강화되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는 상승하며, 달러가치와 반대로 원화가치(평가절상, 환율하락)는 상승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뭐 이런 뜻이고, 보통 기축통화국에서 발권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우리는 인식하고 있지요.

그래서 청와대에서 저 얘기 나오고 나서 깜짝 놀라서 기사들을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강봉균씨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말할 때 뭐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판을 흔드는 얘기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뭐? 진짜 해? 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자료와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구상하는 양적완화는 도대체 뭘까요?

매경에서 오늘 혼신의 힘을 다해 1면 기사부터 시작해 도합 3페이지 이상을 발라서 상세히 다뤘더군요. 다음 안 중에 하나가 될 거 같아요.

1. 정부재정투입+한은 출자
2. 산은 채권 사들여 유동성 공급
3. SPC(특수목적회사)세워 부실채권 유동화
4. 40조원 금융안정기금 활용
5.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출처 매경 4월 28일자 기사

인데...목적을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 확보'라고 청와대에서 얘기했으니, 대략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콘트롤할 수 있는 1번안과 2번안 정도 아니면 4번안 정도가 유력해보입니다. 다 장단점은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한 기사들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정부는 1번안을 하고 싶은거 같구요.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306133

그리고 매경 경제부장은 1면에서부터 '주장성 기사' View Point 라는 란을 활용해 아예 지금 할 수 있는건 다 해봐야 하니 이거 하자 라고 얘기하는 상황이에요. 매경이 이번에 그래도 경제지 역할을 좀 한게, 이성태 한은 전 총재의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제시를 하긴 하네요. 둘의 일종의 '논쟁'을 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306188 (매경 경제부장의 양적완화 주장글)

핵심주장: 경제교과서상으로는 이게 문제가 많은거 나도 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교과서 들여다볼만큼 한가한 상황이냐. 해보자. 문제 생기면 수습해가면서 일단 기업구조조정 자금도 확보하고 내수도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일거 같다.

vs.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306157 (이성태 전 한은 총재의 반론)

핵심주장: 뭔 소리냐 도대체. 부작용 뻔히 보이는 데 그걸 하자고? 그리고 양적완화는 무슨 이게 양적완화냐. 그냥 갖다붙인 수사고 개발연대 시대의 정책금융과 똑같은 발상이다. 특정산업에 유동성 몰아주고 사회 전체의 불균형만 심화시킨다.


이렇게 전개가 됩니다.

저 스스로 경제정책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사실 저도 어느 하나 딱 입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양적완화'라는 게 제 머릿속에 있던 그 양적완화는 확실히 아닌 거 같습니다.

처음에 엄청 헷갈렸던게, 청와대에서 '선별적 양적완화'어쩌구 하면서 떠드는 말이 잘 이해가 안돼서 였거든요. 한국은행에 연구원으로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야 나 이거 이해가 안돼. 뭐 하겠다는 거냐? 아니 돈 마련 어떻게 하고 이런건 알겠는데, 이게 왜 양적완화야?"라고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의 답변이 재밌더군요. 이성태 전 총재를 워낙 좋아하는 양반이기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양적완화라는 말은 사실 그냥 유동성 공급할때 갖다 붙이면 되는거여서 딱히 틀린말은 아닌데, 우리가 머릿속에 갖고 있는 개념과 좀 달라서 헷갈리는 거고요, 청와대 얘기를 듣고 무슨말인지 바로 이해하면 그 사람이 이상한거에요. 저도 뭔말인지 모르겠던데요 뭘."이라고 하더군요.

둘이 껄껄 웃으면서 얘기한게, '"공적자금'이란 말이 껄끄러우니까 재원조달 방법을 위주로 '양적완화'라는 프레임을 붙여서 기적의 명약 처럼 포장한게 아니냐" 라고....

저는 지금의 논쟁 자체는 나쁠게 없다는 입장은 갖고 있습니다. 뭐든 얘기를 해봐야하는 상황이니까요. 아래 하늘밑푸른초원님이 산업의 위기에 대해서도 다뤄주셨지만, 정말 산업 전반이 작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내수활성화는 어떻게든 해야하는 것이고, 그 방법론을 갖고 충분히 고민하는 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정말. 지금의 청와대와 정치엘리트들은 이성태 전 총재가 말했듯 충분한 데이터와 근거를 들고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면서 지금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게 불안합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거...솔직히 뭐 갖다붙이면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냥 솔직하게 '양적완화'라는 현란한 말 뒤에 숨지 말고, 구조조정 재원마련/공적자금 투입/정책금융 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상 오늘의 경제 핫 이슈 브리핑을 마칩니다.






1


    커피최고
    헬리콥터 머니는 어떤가요...ㅎㅎ
    난커피가더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터졌습니다. 근데 저는 근데 약간 \'주사기\' 같아요. 이번껀은....그 의도가 보여요. 왠지 특정산업과 시장 일부가 뽕에 취할 거 같은....응?
    일단 이 정부에서 수사를 갖다 붙인 정책이 나오면 신뢰가 안 가네요. 대충대충 했을 거란 생각부터 들어서...
    난커피가더좋아
    그런면에서 제발 \'논쟁\'을 해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기왕 논쟁이 벌어진김에..그런데 별로 그럴것 같지가 않...
    Realise
    청와대 뿐만 아니라 기업 오너들 막론하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 과정이 없는 게 현실이죠. 결국 제왕적 시스템 아래서 돌아가니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직원들이 데이터 가져다 주고 분석해 줘도 오너의 그 얼토당토 안한 \'직관\'으로 다 뭉개버리고 진행하니까요. 결국 그 똑똑하고 잘난 직원들이 하는 일은 그 오너의 미신에 가까운 \'직관\'에 맞도록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게 일이고. 하여튼 공적자금 투입한다소리를 하기 눈치보이니까 최근의 핫한 용어 양적완화 가져와서 갖다붙였는데 어떻게 될지.
    난커피가더좋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너무 슬프잖아요...흐엉...
    Realise
    어제 쓰신 해운업 용선계약을 10년 장기 계약했다는 이야기 외국 기업 경영진들이 들으면 아니 기업운영을 무슨 노름방 도박하듯이 하냐고 할 겁니다. 근데 국가운영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잘나고 높으신 분들의 도박이에요 이거는.
    하늘밑푸른초원
    최근 썰전에서도 유시민이 양적완화에 대해서 뭐라고 맹렬히 비판하던 것 같더군요. 듣긴 들었는데 경제학 용어가 많아서 못 알아들었음. 전원책은 어떤 입장이었는지 기억 안 나고요.
    하늘밑푸른초원
    몇 회의 썰전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아마도 총선 당일날의 썰전이 아니었나.. 정말 최근화였거든요.
    유시민, 전원책 모두 경제학에 도가 튼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난커피가더좋아
    네 저도 봤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부작용이 큰 건 맞지요. 그만큼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정말 요새 잠이 안옵니다..허허..이민계획이나 자꾸 세워보게 되고 말이죠.
    Bernardeschi
    \'양적완화의 탈을 쓴 공적자금 투입\'이라고 어제 아버지랑 잠깐 얘기를 했었는데 역시 산은채 매입등의 우회적 방안이 나왔네요. 뭐 어떤 방안을 제시해야 하긴 하겠지만 지금 19대 국회에서 쇼부보기엔 시간이 없고, 그렇다고 20대에서 하는건 그것도 문제거든요.
    국회의장-상임위원장등 원구성 작업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거기다 각 당대표들이 [\'저것들 경제는 알고 씨부리냐.\']란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서 조율도 쉽지 않을거 같고. 아마... 안될꺼야?
    난커피가더좋아
    아마....안될꺼야? (2) ㅎㅎㅎ
    ArcanumToss
    웅진, 한화, 두산, 한진해운, 효성, 현대중공업, 포스코, 포스코에너지, SK텔레콤, 대한항공, JB금융지주, 우리은행

    사모펀드에 얘네들 다 넘어가고 얘네들 때문에 벌어질 후폭풍을 제가 낸 세금으로 메꾸겠다는 거군요.
    양적완화라니...
    진짜로 우리나라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다면 미국한테 보복을 당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얼마전에도 환율이 1238원대에서 현재 1140원대로 폭락한 것도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그랬던 건데 대체 이게 말인지 망아진지...
    진짜 요즘은 각자도생의 시대인가봅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난커피가더좋아
    각자도생....다들 비슷한 생각하시는 군요. ㅎㅎ(왜 눈에서 땀이나냐..)
    ArcanumToss
    저는 땀구멍에서 눈물이 나오네요.
    ArcanumToss
    \'3. SPC(특수목적회사)세워 부실채권 유동화\'라는 대목을 읽다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해서 자본으로 인정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SPC를 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상기해 보니 쓴웃음이 나오는군요.
    난커피가더좋아
    ㅋㅋㅋㅋㅋㅋ (이분 최소 쓴웃음 전문가. 이리 적절한 포인트를...)
    Beer Inside
    기업에게 금융지원을 해 주고 싶은데, 명목을 만들다 보니 양적완화라는 말을 썻군요.
    난커피가더좋아
    근데 솔직하지가 못하죠. 기적의 명약처럼 팔고 있습니다.
    Beer Inside
    구제금융이라는 말이 어감도 나쁘고 다른 나라의 이목도 집중시키니...
    엠피리컬
    이건 정말 말려야합니다. 양적완화는 기축통화급의 지위를 가진 나라들이나 하는거지 우리나라에서 양적완화로 원화가치 낮춰봤자 실물경제에는 딱히 영향도 없고 (가격이 바뀌는 것은 허상효과는 잠시뿐이죠) 정부의 화폐정책의 신용만 깎입니다. 극단적으로 신용이 떨어지면 하이퍼 인플레가 오겠죠... 공적자금을 지원해주려면 (물론 이것 자체도 또 다른 논의 대상이지만) 차라리 그냥 세금을 더 거둬서 주는게 낫습니다.
    난커피가더좋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우려를 하시더군요. 흠...우려하시는 많은 부분에 공감합니다.
    ArcanumToss
    차라리 그냥 세금을 더 거둬서 주는게 낫습니다
    -> 차라리 이게 낫긴 한데 정치적인 부담이 심해서 저러는거죠.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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