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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21 20:40:21
Name   化神
Subject   일산의 대중교통 #1 스피드 레이서
제 나름의 잡지식 프로젝트. 넘버링은 앞으로도 비정기적이지만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나 제 의지는 박약하므로 부도 수표와 같은 신뢰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략 3회~4회에 걸쳐 일산-광화문을 잇는 7권역 버스들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저는 일산에 거주 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일산신도시에서 처음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쭉 일산에서 나왔고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후 서울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죠. 다행스럽게도, 혹은 아쉽게도 통학 가능한 위치에 자리잡은 학교로 진학한 터라 약 3시간 정도를 통학에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산에서 서울, 특히 연세대를 거쳐 광화문-서울역 루트를 운행하는 버스들에 대한 잡지식이 늘어났습니다. 이번에는 버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일산은 행정구역 상 시市가 아닙니다. 일산신도시는 고양시에 존재하는 3개의 구 (일산서구, 일산동구, 덕양구) 중 일산서구 지역과 일산동구 지역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일산구였다가 인구가 늘어나면서 서구와 동구로 분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워낙 1기 신도시 5개 중 분당과 함께 투탑을 형성하는 지역이라 일산시로 많이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덕양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고양시에 산다고 안하고 일산에 산다고들 합니다.

"고양시에 살아요."

"거기가 어디야?"

"일산이요."

"아~"

뭐 이런 패턴이더군요 ;;


일산신도시를 설명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빠만 고생하면 가족이 행복한 도시'
건설 이래 서울로의 출퇴근은 항상 문제였거든요. 왜그런가 하면, 당시에 서울로 나오는 방법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한 3호선 밖에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3호선 지축에서 일산으로 더 들어와서 일산선이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어느새 통합된 3호선으로 그냥 불리더군요. 그 루트를 한 번 보시죠.


            
                
                    

            
                
                    
[출처] R ggmap/ggplot2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로 표시하기)|작성자 장군

사진에서는 짤렸지만, 우측 상단에서부터 출발하여 서울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대곡까지는 직선으로 나오다가 화정에서 꺾인다음에 북한산을 앞두고 종로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기존에 거주 인구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로서는 거리, 시간 상 손해가 많았죠. 대화역에서 안국역까지 40분 정도 걸립니다.
서울의 중심으로 취급할 수 있는 종로 3가까지 가는데는 거의 한시간 정도 걸리는 셈이죠. 그것도 만원 지하철에서! 앉지도 못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광역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죠.

 
때는 바야흐로 1999년, 악명 높은 명성운수는 고양시와의 오랜 협의 끝에 광역버스 1000번을 선보입니다.


직행좌석버스 1000번

출처 : 나무위키

위풍도 당당한 빨간버스 1000번은, 고양시 최초의 직행좌석버스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이 광역버스는 명성운수의 캐쉬카우로 등극하게 됩니다.

왜 그런고 하니...


            
                
                    

1000번 운행 경로
출처 : 네이버 지도

보라색이 운행경로입니다. 보시다시피 깔-끔한 직선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죠. 대화역 기준으로 광화문까지 40분~50분 소요되고 출퇴근 시 배차간격은

5분(이지만 체감상 3분~1분까지!!!)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및 학생의 수요를 꽉 잡게 됩니다. 일산신도시의 초기 도심지역을 모두 거치는 터라

            
                
                    
출퇴근 시간대 1000번 배차간격 : 빗자루질...

출처 : 나무위키



인구가 많은 대화 - 주엽 - 마두 - 행신을 싸그리 수용하는 버스가 되었고.. 프라임 시간에는 좌석 인원 37명에 그 수만큼 입석을 할 정도가 되었죠.

그정도로 일산지역의 출퇴근에 가히 최고존ㅇ과도 같은 노선으로 급부상합니다. 한 때 명성운수의 경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있을 때, 버스 운전 기사들의 집단 파업이 있었고

당연히 1000번이 파행 운행하게 되자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어, 아파트 입주자 대표 명의로 명성운수에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이 들어가기도 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노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40분~50분이라는 소요시간은 가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것이,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승용차로(규정 속도를 준수할 경우) 45분 정도가 걸립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가 승용차와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대에???
 


앞서 스치듯 지나갔지만, 명성운수라는 회사는 기사들에게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안에 차고지로 들어올 것을 매우 심하게 강요한다고 합니다. 빠른복귀 -> 배차간격 단축 -> 많은 승객
-> MONEY 라는 공식에 매우 충실한거죠. 시점에서 기점까지 넉넉잡아 1시간 10분~20분, 왕복이라고 생각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를 2시간 15분 내지 2시간으로 땡기는 겁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속도를 낼 수밖에 없고, 그다음부터

 과속, 신호위반, 급차로변경, 등 난폭운전을 하게 되는거죠... 뭐 대다수 승객들은 이미 익숙해졌고 그러려니 하는 상황이라(이젠 오히려 안전 운행하는 걸 어색하게 느낄 지경인게 아닌가...)

이 타임어택에 불을 지르는 일이 발생하니, 명성운수의 경쟁사 신성여객의 2000번의 등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2000번 운행 경로
출처 : 네이버 지도

1000번과 비교하여 대화역 위로 더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이 교하신도시입니다. 즉 교하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대화역이후 경로는 정류장의 차이는 있으나 1000번과 완벽하게 같습니다. 둘은 경쟁사구요. 그러다보니 견제를 심하게 합니다. 단순 스피드 레이싱이 문제가 아니라 앞선 버스가 다른 버스를 보고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변경을 못하도록 가로막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견제행위입니다. 이는 1000번, 2000번 뿐만아니라 운수회사 소속 다른 버스들이 한꺼번에 엮여서 명성운수 소속 72번이 고의로 속도를 줄여 2000번의 운행을 늦추자 2000번이 옆으로 붙어서 72번의 우회전을 막아버리기도 하는 등 거의 벤허에서 나오는 전차경주 급 견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막장에 가까운 속도경쟁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M비리 님의 버스중앙차로제입니다. 이전까지는 버스전용차로라고 있던 것이 도로 최우측 차선인지라, 광역급행버스라고 하여도 속도가 나기 어려웠는데 버스전용차로를 정비하면서 중간중간에 미정차 정류장에서 우회해서 나갈 수 있는 우회차선을 마련해주었고,

이미 그 이전에 곡예운전으로 빠져나가는 데 능숙했던 광역버스 기사님들은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넘나들며 일반버스, 승용차 가릴 것 없이 제껴나가면서 마치 김동성의 빨리가기 전법마냥 도로를 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스피드 레이싱을 직접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야간 내지 새벽시간 대에 타보시면 될텐데... 제가 대화역에서 새벽4시 25분 쯤 타서 광화문 지날 때 5시 5분 정도를 봤는데, 이러한 경이적인 기록의 원인으로는

 승객이 없다고 판단(정차하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기사님 눈에 안보이면 그냥 없는겁니다...) 하면 무정차 통과, 몇몇 속도내기 좋은 구간에서 80km/h 이상으로 과속...(80km/h 가 넘어가면 삐 소리를 내는 경보가 있는데, 5분 넘게 삐- 소리를 듣다보면 무슨 심정지 상황인 것 같은 느낌이...) 적절한 신호위반(경찰차가 옆에 있어도 슬금슬금,,,하다가 예측출발)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대곡역과  토당육교(라고 쓰고 대곡하이웨이라고 읽는다.) 여기서 무한도전의 전설적인 지하철 vs 인간 2편을 찍었구요. 일산동구와 덕양구의 경계에 위치한 무정차구간입니다. 통과하는데 대략 3분~5분 정도가 걸리는데, 한 번 밟으면 이 구간의 처음부터 끝까지 삐----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워낙 난폭운전을 하다보니 다른 버스들이 오히려 기죽어서 양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도 그러다보니 광역버스들은 그런 양보를 당연시 생각하고 심지어 비키지 않으면 욕을 하며 추월해나가죠. 물론 개중 깡 있는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기사들은 마이웨이를 즐기시며 광역버스의 경적 및 하이빔에도 흥분하지 않고 본인의 속도를 누리면서 광역버스 기사들의 복장을 터트리곤 합니다. 이는 고양지역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로 진입해서도 계속되는데, 서울 소속 버스들이 일산 지역 버스들보다 좀 더 젠틀하게 운행하기 때문에 뒤에서

"시내버스 비켜 광역 지나가야해"에 대한 불만을 서울시 제기하였고 서울시에서도 고양시에 항의하였으나, 워낙 버스회사-고양시의 커넥션이 공고한지라...(커넥션은 연결이라는 뜻의 영어입니다. 엄격. 근엄. 진지.) 그리고 고양시와 서울시도 상호간에 물고물리는 이해관계가 있어서 고양시가 사뿐히 씹어주고, 광역버스들은 고양시의 비호아닌 비호를 받으며 오늘도 속도경쟁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치명적인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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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
  • 덕양구.. 아니 일산 근처 주민으로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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