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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03/03 12:49:08 |
Name | 化神 |
Subject | [서평] 공부의 위로 - 곽아람, 2022 |
어디에선가 이번 책 '공부의 위로'를 추천하는 글을 보고 담아놨다. 그 전까지 곽아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조선일보 기자라는 점도, 그가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점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점도... 나하고는 전혀 통하지 않는 부분이었으니까. 학적에 컴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 컴플렉스는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나 존재하는 것, 나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컴플렉스라고 말할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에 대해서 '다르다'고 인식한다. 언젠가 경험했던, "얘가 이래보여도 서울대에요." 라고 자신있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던 서울대학교 졸업생과 또 이러한 소개에 대해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의 모습이 나에게는 강렬하게 남아있다. 대한민국에서 '서울대학교'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절대적인 명사다. 그 서울대학교에서 저자는 학점 평균 4.3 중 4.1 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학업을 수행하며 대학교 4년을 지내며 배운 것 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부분들을 소재로 에세이를 썼다. 스무 개의 장으로 정리한 학습기록은 그의 인생을 인문학적으로 정리한 결과다.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곽아람, 공부의 위로. p9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교양을 통해 분별력을 갖춘 개인이 많아지면 세상도 더 나은 곳으로 변하리라 믿는다.』 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치와 저자의 생각을 짐작하고 읽어가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대학의 구절 또한 서문에 등장하는데,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선한영향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자신과 연결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따뜻한 마음, 따뜻한 눈길"이 선한 영향력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저자 또한 이 사회를 그렇게 바꿔가고 싶은 욕심이 있는듯 보였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미술사학과 인문학을 토대로 구성했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쉽게 연결하지 못하는 관계들을 찾아내고 또 풍성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 '한문1'과 '한문2' 수업은 이러한 연결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이다. 2019년에 출간된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 의 배경이 되는 판교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성남과 분당 그리고 판교의 관계와 여기에 들어간 자본의 흐름,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에 더 관심을 둘 것이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판교'라는 지명이 '널빤지를 걸쳐놓은 다리'라는 뜻이고 이러한 지명은 동북아 3국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판교가 친구를 기다리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20여 년 전, 20대 초의 자신이 남긴 기록을 살펴보고 또 당시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살펴보게 되면서 저자가 인생을 살아가고 탐구하는 방식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일화가 수록된 장의 제목이 '씨 뿌리는 사람' 이라는 것, 한문을 배웠던 시기는 씨를 뿌리는 시기이고 이것이 자신에게 또 의미로 결실을 맺게 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결실을 수확하는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확하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문과 판교와 씨를 뿌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인간사에서 서로 상관이 없을것 같은 개념과 의미들이 만나서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창출하는 극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독일 명작의 이해' 수업을 통해 얻은 인간관계는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인생을 채워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같은 학기에 수업을 들은 것이 아니더라도 좋은 스승과 좋은 제자들이 만나서 때로는 인생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고 때로는 인생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동시에 저자가 누리고 있는 인간관계가 부러워진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수업들과 책, 그림들이 계속 등장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그 수업을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라거나 '여기에 등장한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23년 새학기 개강하는 시점에 읽은 좋은 책이고,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도 좋은 책.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60807626?cat_id=50011280&frm=MBOKPRO&query=%EA%B3%B5%EB%B6%80%EC%9D%98+%EC%9C%84%EB%A1%9C&NaPm=ct%3Dlerzwbk0%7Cci%3D3c9d80b24cf7b79c1a839c52ee20c20fd1d6b0c3%7Ctr%3Dboknx%7Csn%3D95694%7Chk%3Da83402d89f24b4f770d5abc050c31f1c0eb9561a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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