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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7/22 23:22:18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아마존 반지의 제왕 시즌1을 보며, 미친 음모론자의 모험.
원래 탐라 올리려다가 글이 길어져 티탐에 왔기 때문에 약간 티탐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살짝 멍청하지만 소박한 친구들이 난관을 뚫고 위대한 업적을 이뤄내는 데서 감동이 있는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죠. 근데, 본작에서는 별 다루지도 않는 무슨 신들이 있던 시대에 창조된 완벽하고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어떻게 분화되었고, 걔네가 휘두른 신화적인 무기가 어떠했냐를 가지고 백과사전을 만드는 설정덕질에 팬들이 매몰됨. 그게 무슨 '톨킨이 원한 신화의 완성'이라느니 이딴 소리로 시체를 방패세워 꺼드럭질. 톨키니스트들은 지들이 다들 무슨 마이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타락한 위치킹의 사도들임. 반제에 집착한 피터 틸은 사람은 엘프가 될 수 없으니 (사람들이 하는)민주정을 파괴시키자는 미친 생각을 떠올리고는 진짜 실행에 옮기고 있음.

아니 호빗이 사우론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다가 그런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거임. 저 미래에 테크노귀족들이 팔란티르 감시시스템으로 피지배계층을 학대할 때, 사람들은 톨킨을 원망하겠지만, 증말루 톨킨은 억울함.

  아무튼, 그런 배경에서 탄생한 게 이 아마존의 반지의 제왕인데, 전 그 동안 아마존 프라임 켤 때 마다 반제 홍보영상에서 나오는 금발여캐가 누군지 몰랐거든요? 근데 젊은 시절 갈라드리엘이었음 ㅋㅋ

대충 아마존 반제의 시놉시스는 졸라게 신비로운 운명을 타고난 엘프가 신화적인 경험을 하면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아무튼 간에 악한 음모에 휘말려 자기 형제를 잃고(오빤지 남동생인지 모르겠음), 복수를 다짐하고는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

그렇게 '소박한 친구들이 위대한 일을 해내는 이야기'였던 시리즈를 가져다가 '여자 아라곤-놀란 배트맨 갈라드리엘에 왕겜의 왕국정치들을 버무린 엔터테이먼트를 보여줄게'로 대충 2화쯤에 정체성을 확실히 해준단 말이죠.


근데 ㅋㅋ 이거 제작진이 갈라드리엘이 외로이 복수를 위해 사우론을 추적하는 구도를 멋지게 그려내고 싶은 건 알겠어요.

하지만 실제로 TV를 보면, 갈라드리엘이 그냥 음모론자가 되어버림. 아니 그냥 무슨 눈위에 그려진 문양을 보고는 '이건 오크들보고 따라오라는 의도로 새겨놓은 게 틀림없어.'이런 대사를 읊는 데. 이거 대충 시즌1 기준으로 끝날때까지 아무런 부연설명이 없어서 그냥 상황상 주변인물들에게는 백신음모론을 떠드는 미치광이 개소리랑 별 다를 게 없거든요. 근데 이 미친 음모론자가 전부 맞는 말만 하는 쥔공인거임.

그리고 분장과 미적인 면에서 제작진이 내린 결정 중 마음에 안드는 게 남자엘프들에 대한 묘사에요. 반제에서 엘프들의 특징으로 강조되는 게 중성스럽다는건데, 진짜 남자하고 여자의 구분이 잘 가지 않다는 엘프 묘사가 셀 수 없이 나옴. 게이인 피터 틸이 반제하고 엘프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긴 한거임. 근데 아마존 반제에서 남자 엘프들은 다 굉장히 남성스럽게 나옵니다. 톨키니스트 눈치를 봐서 수염 등 머리털을 제외한 다른 털들은 다 빡세게 제모하긴 했는 데, 남자엘프들이 전부 사이드번에 짧은 머리를 하고 있음. 그럼 여자 엘프는? TV시리즈에서 얼굴이 제대로 나오면서 이름이 있는 여자 엘프가 갈라드리엘 뿐. 나머지는 다 베일로 얼굴을 가린 긴 머리의 엘프 시종들 뿐임 ㅋㅋ 이 엘프의 중성스러움을 없앤 건 톨키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눈에 띄는 데, 어린 시절에 반제 본 사람들은 다 이쁘장한 레골라스가 긴생머리를 하고 있던 걸 기억한단 말이에요. 레골라스 뿐만 아니라 그냥 엘프라고 나오는 남자들은 전부 찰랑거리는 롱헤어였음.


전 짧은 머리 남자 엘프가 있을 수는 있다고 보는 데, 모든 남자 엘프들에게 굳이 남성성을 강조하겠다고 짧은 머리로 만들어놓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음.

  여기에 아마도 오리지널캐릭터인 여자 호빗의 사이드 어드벤쳐가 있는 데, 대충 지금까지 본 걸 기준으로 시리즈의 큰 플롯과는 별 상관없고, '바깥으로 나가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 뭐 이런 소녀스러워서 귀여운데 별로 호빗같지는 않은 모험심을 품고 있고요.



https://youtu.be/zr6p3SEiFj0?si=3Gw2eMq7IeFFJZdt
Return to the Undying Lands (The Lord of the Rings: The Rings of Power)


티탐에 글쓰면서 링크할 짧은 머리 엘프 남캐들 찾으려다가 본건데, 갈라드리엘이 발리노르 가는 걸 거부하는 게 1화에서 나왔었음.

나름 에픽한 장면이라서 멋지긴 했는데..

이렇게 다시 생각해보니까, 갈라드리엘의 그 죽은 형제는 발리노르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거 아님? 띠용?  



어쩌다보니 불평만 했는데, 좋은 점도 있었고, 재밌게 본 부분도 많은데 쓰다보니까 글이 이미 너무 난잡해졌네요. 시리즈가 끝나고 진득하게 마지막 시즌까지 다 보고 나면 장점도 얘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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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름발이이리
    원래 세상이 모르거나 거부하는 진실을 추적하는 건 영웅서사의 전형이지요.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는 돈키호테로 알 수 있고..
    1
    갈라드리엘의 그 죽은 형제는 발리노르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거 아님? -> 어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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