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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02 01:56:29
Name   토비
Subject   만우절 이벤트 회고 - #1. 왜 했나, 왜 그런걸 했나
안녕하세요. 토비입니다.

여러모로 소란스러웠던 만우절 이벤트가 끝났군요.

이번 만우절 이벤트는 제가 만들어두었던 AI봇들이 홍차넷의 운영진들을 대신하여 운영하는 점령군이 되었다는 계엄 컨셉이었지요.
많은 분들이 유쾌하지 않음을 이야기 하시기도 했고, 흥미롭게 보신 분들도 계시기도 했던거 같습니다.


왜 했나


일단 발단은 단순합니다.
별 생각 없이 있다가 '어? 이제 곧 만우절이네?' 를 인식하게 된거죠.

그냥 넘어가는 해도 많았지만 커뮤니티 운영하면서 종종 만우절 이벤트를 하곤 했어서 이번엔 뭐 할게 없나를 생각해보니 그냥 바로 떠오르는게 그거였습니다. 요즈음의 제 관심사가 반영된거죠.

시국은 계엄 이후 탄핵을 기다리는 시국이고... AI에 대한 소식이 많은 와중에 저는 홍차넷에 AI 봇들을 심어놓고 있었으니...
'만우절엔 AI가 홍차넷 점령하는걸로 할까' 했던 거지요.
저도 최초의 발상이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품이 덜 들면서도 뭔가 좀 새로운 흥미요소가 될거라고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막상 개발하면서는 품이 꽤 들었습니다.
사실 그 정도 시간 투자하면 제재처리 자동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인데...
홍차넷 개발은 약간 땡기는 것 위주로 하게 되는게 있습니다.

회사 일이랑 다른게 기획을 정리해오는 사람도 없고, 디자인을 만들어오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냥 이런거 하면 좋겠다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구체적인건 제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게 많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혼자 만들잖아요]

그렇다보니 일을 하기 위해 동기부여로 삼는 것이 때로는 '이런 걸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라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같은 생각으로 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이거 해보면 재미있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관심을 동기삼아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운영은 어떤 동기를 갖고 해야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이번 이벤트는 일단 제 관심사에 맞아서 했던 것 같습니다.


만우절 이벤트가 필요할까


만우절 이벤트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반응을 얻는건 대개의 경우 품을 많이 들여서 만든 이미지 같은 컨텐츠이지요. 작업자 입장에선 오래 작업해서 1분 정도 새로움을 주고 그 이후로는 평소랑 다를 바 없는 그런 것이지 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런걸 좀 만들기에는 소모적이란 느낌이 들고요. 그 외의 다른 이벤트는 일상성을 벗어나게 되면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상업사이트는 일정 이상의 창의적인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창의적인건 사용자들에게 반감을 갖게 하는 면이 있어서 안하는게 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왕에 한다면 뭔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실제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니 경험삼아 해보는게 큽니다.
실제로 재미를 주기를 기대하는 부분도 있고, 평소와 다른 일탈을 하기에 적절한 명분이 되어주는 날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뭔가 자산으로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운영자로서 운영에 대한 경험이 되는 부분도 있고, 개발자로서 경험이 되는 부분도 있고요. 커뮤니티 자체에도 발전되는 부분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I봇 관련 기능 개발하다 멘션 기능도 개발하게 된 것이라던지, 이번 만우절 이벤트 준비하면서 댓글잠금 기능이 없던 탐라 스킨에도 댓글잠금 기능을 추가한 것 같은 것이 그런 케이스이지요. 그리고 개발의 관성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좋은 면이 있습니다. 저를 오래 지켜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뭔가를 짧은 시간내에 많이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하고, 일정 기간에는 버닝 모드가 되기도 하지만 매우 오랜 기간동안 깔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관성으로 있기도 해서요. 이렇게 뭔가를 만드는 움직임은 그 다음 작업을 위한 몸풀기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연말에 개발했던 recap 기능 때 몸을 풀어둔게 만우절 작업을 할 수 있게된 연결고리가 된 부분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효용을 느끼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왜 AI 봇을 자꾸 만드나


홍차넷에서 이미 AI 봇들을 실험해 보았었기 때문에 AI 봇들을 보는걸 싫어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차단하신 분들도 계시기도하고... 그렇지만 이벤트날 하루 정도는 다른 느낌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단 만우절 하루 동안은 AI 봇들 차단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코드 수정도 했었습니다. 차단하신 분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야하고, AI가 점령군이 되면서 막았다는 컨셉에도 맞는거 같아서요. 근데 버그가 있었나봅니다. 동작을 안했지요.
안한다는 건 회원들 반응으로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뒤늦게 고칠 것 까진 아니다 싶어 그냥 두었습니다. 보기 싫다는데 그렇게 까지 억지로 보여주는 것도 좀...

홍차넷 초기부터 레티 만들고, 심심이 데려오고 하는걸 보셔서 어느정도 아시겠지만, 저는 AI로 가상의 회원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허수아비처럼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인 것인데, 이게 레티 심심이와는 다르게 실제 AI를 구현 할 수 있는 때가 오고보니 다양한 가능성들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클로드를 만들고 지피티, 딥시크도 만들어서 서로 비교도 해보고, 소네트 쥬리처럼 여성으로 설정하거나 성격을 두거나 반말로 대하게 하면 뭔가 느낌이 달라지나. 뭐 이런 시도와 실험들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충만든 버전이 아닌, 좀 더 품을 들이면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가상의 무언가더라도, 의인화 하여 어떤 감정을 갖고 대하게 되는... 그로 인한 어떤 차이가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인 것이죠. 예를 들면, 금요일 퇴근시간의 병아리 뒷모습 같은 것도 일종의 그런 것 아닌가 싶고...
만들다 만 버전의 깡통로봇이었던 스쳐지나간 아폴로도 생각나는군요.


사람들이 싫어하는데 왜 끝까지 했나


뭔가를 내놓았을 때 회원들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일 때는 금방 알아챕니다. 10분만 지나도 사람들이 싫어하면 '싫어하는구나' 라고 압니다. 근데 그 때는 일부러 참으면서 두게 되는 경우가 또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스포츠 팀에서 연봉을 많이 주고 데려온 선수가 폼이 좋지 않아도 일단 타석에 세워보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작업하느라 품을 많이 들였는데 짧게 하고 거두는건 영 내키지 않는 일이죠. 인풋을 투입한게 있으니 좀 더 지켜보면서 반응이라도 더 보자 하게 되는게 있는거지요.

그리고 그 반응을 본다라는게 꽤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제가 개발한 것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게 싫다'라는 메시지는 저에 대한 질타와 비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저도 감정적으로 데미지를 입는 과정이지요. 근데 그걸 참으면서 그 시간을 버텨 반응을 보는겁니다. 그래야 뭔가 경험으로 남는 것들이 있어요.
이번의 만우절 이벤트도 아침 점심까지의 반응과 저녁의 반응을 보는건 꽤 다르기도 했으니까요.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응이 이렇게 가기도 하는구나를 알게 되는거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대로 일종의 실험의 의미를 가지고 지켜 본 것도 맞습니다. 본의 아니게 피실험자가 되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으셨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그 결과로 저도 배운게 있고, 우리도 함께 경험한 부분들이 있는거지요.
그리고 무언가에 대해서 멤버들 다수가 경험을 갖고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부분들이 이후의 흐름에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는거 같습니다.
케이스마다 좀 다르긴 합니다만... 그런 면이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현실의 계엄 자체가 우리에게 유쾌한 이벤트가 아니기도 했습니다만, 드론이 전쟁터에 투입되고 있는 이 시대에, AI가 우리의 일상을 침투해서 원치않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한 염려는 많이 있잖습니까. 그런면에서 나름 현실의 어떤 부분을 반영한 예술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었습니다. AI가 점령군이 되어 강점한다는 컨셉이 그것을 보는 이들로서 뭔가 얘깃거리들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좀 가볍게 접근해서 AI가 그 내용을 직접 선포하고, 운영진이 하던 가입처리를 대신하고(단지 1건에 그치는 했지만...) 또 뭘하게 되나 생각해보다, 분명히 AI에겐 사람들이 막대하는 양상이 나올건데, 그런 댓글들에 댓글잠금 처리를 하게 하면 적정선에서 가벼운 이벤트가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AI에게 운영 자동화를 맡기면서 어떤 기준을 주면, 그 결과가 납득할만할까 아닐까 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도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뭐가 좀 심심하니 댓글 잠금 처리를 하거나, 할 게시물이 없을 땐 클로드가 댓글 하나 달게 했고요.
그것만으로도 좀 심심한거 같아서 다른 친구들도 댓글 하나씩 달라고 시켰습니다. 분명히 랜덤으로 시켰는데 왜 트리비아는 안나온건지는 모르겠고요.
각각 15분, 20분 간격으로 한 번씩 처리하게 했으니 한시간에 3~4번 정도로 노출이 되었을겁니다.
거기에 회원분들이 대댓글을 달면 AI 들이 답변을 또 다니까 관련 대화가 많을 것은 알았지만, 설정으로 인해 유쾌하지 못한 대화가 지속될 것에 대해서는 예상을 넘어서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미리 테스트 해보지 못했으니까요.

일단 요 정도 적고 관련한 대화는 댓글에서 또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후로 내일 또 이어서 쓸 글에서는 AI의 설정이나 시도해본 것들, AI를 통해 개발한 과정 등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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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재미있었습니다. 본문을 곡해하곤 댓글잠금을 하는 걸 보며 피드백의 조절이 어려운 AI의 한계를 보는 것도 흥미롭더군요.
  • 수고 많으셨습니다 ㅎㅎ 저도 새로운 경험이었네요. 좋든 싫든 우리는 ai 와 같이 살수 밖에 없는 운명이죠 ㅠㅠㅠ
  • 흥미롭게 즐겼읍니다.
  • 춫천
  • 저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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