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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9/08 21:31:58
Name   nm막장
Subject   아이 여권찾으러 강서구청에 갔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여권을 받아든채 카x오 택시를 호출하고서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려고 구청 옆 골목 앞에 서 있었습니다

불법 주차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구청앞이라 신경을 좀 쓴 탓인지 볼라드가 생각보다 촘촘히 설치되어 있었고 저는 약간 신축성이 있는 그것에 몸을 살짝 기대면서 두리번 거렸습니다

한 15m 전방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실은 리어카를 보았습니다 그걸 끌고 있는 아저씨는 온갖 삶의 역경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듯한 주름살과 무심한 표정이었습니다

재밌는거 없나 하면서 유머사이트를 뒤적거리며 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나도 청아한 새소리가 났습니다
??? 하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글쎄 그 리어카 아저씨가 어느새 볼라드 앞에까지 와서 저를 비키라며 휘파람을 분거였습니다

저는 얼른 볼라드에서 비키면서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아저씨는 저를 보는 듯 마는 듯하며 그 무심한 표정에 살짝 미소를 지었는데 아까와는 너무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심지어 그 주름살이 잘생겨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흔히 인물사진전에 흑백으로 잘 나올법한 분위기…)

근래에 고객사 파견 업무에 찌들어 정신이 잠깐씩 미쳐가던
터라 헛것을 본게 아닌가 머리를 흔들었는데 그 아저씨는 무심히 저를 지나 저만치 앞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과연 누구였을까 왜 저만 그런 광경을 본 것일까 하며 택시를 탄 저는 그날 내내 그 아저씨 미소를 떠올리면서 기분이 말랑말랑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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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몽에이슬
    가끔 그런 순간이 있어요.
    평소와 같은 일상의 한 부분이 갑자기 생경하게 느껴질 때 말이죠.
    저는 심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지 않는,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로울 때 그런 순간들이 오더군요.
    선생님도 여권 입수라는 목표가 끝나고 찰나의 여유를 즐길 때 세상의 디테일이 갑자기 다가온게 아닐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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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m막장
    감사합니다. 이해가 좀 되네요
    그날 하루는 이것저것 다른 디테일도 좀 더 눈에 들어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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