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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04 07:48:32
Name   뤼야
Subject   조성진 갈라콘서트 티켓예매... 실패... 멤버가 아니면 꿈도 꾸지마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음악가로 콘서트장에서 직접 연주를 들은 적이 있는 국내 아티스트로는 정명훈, 손열음, 백건우 정도가 있습니다. 정명훈의 서울시향연주는 그 이름값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도 하고 서울시향이 한국에선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여서 클래식 음악팬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서울시향이 국내의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레퍼토리도 다양한 편이어서 실황으로 듣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작품도 비교적 많이 연주하기도 하죠.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외국의 한 지휘자가 "한국의 음악팬들은 매우 보수적이다."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은 관객들이 수용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바흐,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차이콥스키 등익 익숙한 레퍼토리를 가진 고전과 낭만시대의 작곡가의 작품이외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뜻이죠. 주최측 입장에서는 티켓을 팔아야하니 친숙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이 유리할 테고, 이런 압력이 지휘자가 레퍼토리를 선정하는데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뿐입니다.

국내의 클래식음악 시장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어디든 덕후는 있기 마련이어서 좋은 아티스트의 내한이 있을 때 티켓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항상 동정을 살펴야하는데 저같이 그런 면에서는 굼뜨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은 이미 매진이 되어버린 공연소식을 접하며, 난 밥먹고 똥사는 거 이외에는 잘하는게 없어...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대췌 뭘 하느라 이 황금같은 기회를 또 날렸을까. 이제 죽기전에 이 사람(또는 연주단체)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안들거든요. 뭐 돈이 많아서 유럽이나 일본을 내 안방 드나들듯 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비행기타고 느긋하게 즐기다 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능력이 제게 있을리가요. ㅠㅠ

조성진의 쇼팽콩쿨 우승은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아티스트는 어떤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느냐가 그의 네임벨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예전에 조수미가 EMI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다가 여러가지 문제로 마이너브랜드인 Erato와 계약하고 음반을 내기 시작했을 때 국내 음악팬중 일부는 이것을 '어떤 모욕'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여 조성진의 콩쿨음원이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DG에서 발매된다는 소식은 조성진의 우승이 거기 모인 많은 음악관계자에게 어느 정도의 임팩트를 주었는가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일입니다. 이 정도의 대우를 받은 아티스트는 아주 꼬맹이때부터 신동소리를 들으며 클래식 음악계의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정도 밖에는 기억이 안납니다. 키신은 꼬꼬마때부터 아주 유명했죠. 저도 음반을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손열음이 차이콥스키콩쿨에서 우승한 해(2011년이라고 기억됩니다)에 조성진도 마지막 파이널 5명 안에 들었습니다. 사실 손열음도 손열음이지만 조성진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 쇼팽콩쿨 우승!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손열음은 한국에서 연주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국내파로 성장하긴 했지만 금호재단의 후원으로 세계 여러곳의 스승을 사사하며 실력을 키우는 와중에도 한국에 들러 연주회를 가졌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본 연주자인 듯 합니다. 한번은 무대 맨 앞자리에 앉아 손열음의 손가락이며, 표정까지 샅샅이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연주를 듣는 동안 압도되어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더라고요. 서울이 아니고 지방의 작은 무대여서 큰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상한 열기같은 것을 함께 느끼고 왔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도 못치겠더라고요. 음악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는데 시끄러운 박수소리로  이 감흥을 망치는 것이 너무 무신경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조성진도 한국에서 무대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어요. 화제를 몰고온 만큼 여러곳에서 콜이 많겠지만요.

이런 화제성때문에 조성진의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알아보니 2016년 2월에 쇼팽콩쿨 우승자의 갈라콘서트가 계획이 되어있었습니다. 티켓 오픈을 전화로 묻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막상 티켓을 구매하려고 보니 이미 표가 매진이 되었답니다. 분명 예술의 전당은 티켓오픈 일정을 밝혔는데도 말이죠. 알고보니 주최측에서 티켓을 멤버에게 먼저 오픈했는데 이미 여기서 표가 동이난 상태였던 겁니다. 말하자면 예당에서 풀려던 티켓은 거기서 팔리지 않은 찌끄레기였던 거죠. 당연히 예술의전당은 항의전화로 난리가 났습니다. 보통 주최측이 멤버를 위해 어느 정도 좋은 좌석을 확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멤버가 아닌 관객을 위해서도 티켓을 남겨야 하는데 인기좋다고 다 팔아버리면 기다리던 사람은 정말 너무 허무해지는 거죠.

결국 이번에도 티켓예매 실패. 뭐 어차피 갈라 콘서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대신 손열음 콘서트 예매했네요. 많이 성장했는지 이번에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 들고 오네요. 조성진은 다음에 기회가 있겠죠. 뭐.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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