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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2/06 16:48:37
Name   kaestro
Subject   [PC] 격찌가 검증한 스파6 진짜 뉴비 친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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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매한 게임들 중에서 제가 무조건 해보겠다고 결심한 게임들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페르소나5: 택티카, 아머드 코어 6, 발더스 게이트 3,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 6"

격투 게임은 참 어떤 의미로 어려운 장르의 게임입니다. 게이머 중에서 격투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다만, '모르면 맞아야죠'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뉴비에게 불친절하고, 그런데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기로 유명하니까요. 저도 그 점 때문에 격투게임을 항상 멀리해왔고, 플레이해 본 경험이라곤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 앞에서 아무거나 눌러도 컴까기가 가능하던 소위 동물철권이 끝인 유저입니다. 그래도 게임의 역사에 당당히 한 축을 자리하는 격겜을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가슴 한켠에 있었습니다.

기존의 격겜들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난이도를 낮추고 친절해지는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시켜왔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같이 격겜할 사람 필요하다고 격겜을 좋아하는 친구가 길티기어, 그랑블루 버서스와 같은 게임을 가르쳐 줄 테니까 같이 하자고 몇 번 제안한 적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그 친구가 하는 주장은 '이 게임 격겜치고 어렵지 않다, 쉽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랑블루, 길티기어와 같은 격겜을 해보면 확실히 이 게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은 듭니다. 게임의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요. 콤보 시스템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조작들이 많이들 겹치는 지점들이 있고 게임의 호흡은 빠르고 튜토리얼도 꽤나 잘 되어 있습니다. 잘 만들었고, 재밌어 보이는 게임들이었지만 저는 죄다 튜토리얼에서 콤보연습, 중단 판정, 가드, 잡기 이런 스킬들을 끊임없이 연습하다가 친구의 대련 몇판 해보고 금새 게임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 됐습니다.

캡콤은 본인들이 사랑하는 ip인 스트리트 파이터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왔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가져온 것이 바로 '월드 투어'입니다. 유저가 게임을 실행해서 막 버튼을 누르다보면 향하게 되는 바로 그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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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투어는 심볼 인카운터와 격투 게임의 전투 문법을 채용한 '오픈월드 rpg' 게임입니다. 그리고 오픈월드 rpg의 형태를 취하면서 캡콤은 신규 유저들에게 더 즐거운 방식으로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마치 arpg 게임들에서 고도로 설계된 튜토리얼들이 그러하듯이,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월드투어는 유저가 공간을 돌아다니고 퀘스트를 깨나가면서 새로운 기능들과 스킬을 해금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존의 격투 게임을 즐기려면 수많은 콤보,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하고 학습해야했다면 월드 투어에서 새로운 기술들은 유저에게 성취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오 여기까지 경지에 도달하다니 축하한다. 너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전투기술을 가르쳐주지!" 그리고 이 기술들을 사용할 줄 알면 더 잡는 것이 용이한 적들이 등장하거나, 이를 필수적으로 숙지해야만 깰 수 있는 '본인이 선택적으로 클리어하는 퀘스트'를 맵 곳곳에 숨겨둡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유저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관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시스템을 즐기도록 도와줍니다. 신규 유저는 월드 투어라는 일종의 거대한 튜토리얼을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아닌, 게임을 즐기는 과정'으로 향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나를 때리는 컴퓨터들의 콤보에 얻어맞는 본인의 캐릭터를 보면서 콤보 연습을 위해 훈련장으로 가는 자신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본인의 실력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도 장비 강화, 물약 사용 등을 통해 강적을 잡는 것 역시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본인이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물론 기존 유저분들은 너무 쉬워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평도 많이 봤는데 전 일정 순간을 지난 시점부터는 도저히 아이템 없이 전투에서 승리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비록 제가 월드 투어 엔딩을 보는데 걸린 시간은 단 16시간밖에 안 돼, 7만원이나 하는 오픈월드 게임이 플레이타임이 20시간도 안돼?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엔딩을 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고 여느 오픈월드 게임이 그러하듯, 세계관 내에서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들은 다양하긴 합니다. 물론 이 게임을 단순히 오픈월드 게임으로 봤을때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냐하면 그렇진 않긴 하지만요. 굳이 따지면 굉장히 전투가 즐거운 오픈월드 게임 정도라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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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주 기초적인 게임의 시스템은 이해했으니, 제 다음 수순은 전통의 pve인 캐릭터를 고르고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드 투어를 플레이하면서 루크에 꽤나 매력을 느껴 일단은 루크부터 플레이해보지 않을까 싶네요.

격투 게임이 가져다주는 짜릿한 손맛은 사실 다른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혹여 관심이 있는데 해본 적이 없고 무서운 소문이 많아 겁나서 못해봤거나, 안 한지 오래돼서 계기가 없는 분들이시라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럼 저는 이제 모르니까 맞으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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