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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4/18 10:37:04
Name   서포트벡터
Subject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6. "약함"과 "예고장"
<"싱숭생숭(心うきうき)" 입니다. "시간을 넘어" 2번 버전과 같이 성 폴리아 학교의 소소한 장면에 자주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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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 코린토스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12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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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1. 원작 만화처럼 로맨스 즐기기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2. 샐리의 짝사랑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3.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로맨스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4. 동화에서 다시 현실로, 외전2편
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5. 검열의 시대, KBS의 고뇌

천사소녀 네티는 일종의 괴도물이면서, 마법소녀물의 성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듯이, 천사소녀 네티에서 네티의 마법소녀로서의 속성과 괴도로서의 속성은 주인공인 샐리의 매력 포인트가 됨과 동시에, 결국 이 작품의 진짜 주제, 로맨스를 위한 서사적 도구로서 충실히 활용되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마법소녀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주인공은 마법소녀가 아닙니다. 제목에 나타나있듯 주인공은 괴도이지만 다른 괴도들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은 이 차이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마무리로, 우리가 아쉽게도 KBS판을 통해 보면서 보지 못한 예고장들에 대해 정리해 봤어요.

1. 다른 마법소녀들과 천사소녀 네티와의 차이점, "약함"

1) 그다지 강하지 않은, "마법소녀"가 아닌 네티

<그나마 마법소녀 느낌 내주는 유일한 아이템, 세인트 코롱.
애니화하면서 굿즈 용도로 내놓은 것이라 이것마저도 원작엔 없습니다.>

마법소녀물로서 네티를 바라보면, 네티의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네티의 옷은 마법소녀의 수트가 아니라 그냥 마술 잘 하는 소녀인 샐리가 환복 마술을 통해 갈아입은 것일 뿐이죠. 그나마 애니메이션에는 세인트 코롱이라도 있어서 마법소녀 느낌이 좀 더 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건 변신이 아니라 환복이고, 마법이 아니라 마술입니다. 물론 실제로 현실로 따지면 초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힘을 사용하지만 최소 설정상은 그건 장치이거나 속임수일 뿐인 것이죠. 물리적으로는 생각보다 쉽게 제압되고, 잡히면, 잡히는 거죠. 실제로 여러 번 셜록스나, 리나, 다른 빌런들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압된 적이 있고, 정말로 잡힐 뻔한 위기도 많습니다. 특별히 물리쳐야 할 적도 없고 전투도 하지 않아요. 상대의 시야를 어지럽히거나, 무력화시키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죠. 커뮤니티에 마법소녀 전투력 순위 측정한다는 게시물 올라오면 보통 꼬마마법사 레미의 마법당 친구들이랑 유사한 수준으로 비교되더군요(...).

<실제로 몇번이나 제압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빠져나갔지만.>

이렇듯 마법적 강함이 없는 그냥 소녀이기 때문에 역시 "그냥 소년"인 셜록스가 네티를 쫓아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셜록스나 다른 사람에게 잡히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두 주인공 모두 이것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잡히게 되면 너한테 잡히고 싶어"라든가,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라든가, 뭐 이런 고백들은 다 네티가 "실제 잡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걸 감안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천사소녀 네티의 옷은 다른 마법소녀들에 비해 좀 더 은엄폐에 용이한, 덜 드러나는 색의 옷입니다. 보통 마법소녀들의 옷이 흰 바탕에 밝은 색감인 것과 달리 어두운 색으로 되어있죠. 실제로 사건 현장까지 몰래 잠입하는 경우도 많구요.

2) "멘탈"도 특별히 강하진 않은 샐리

<샐리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장면들>

물리적인 힘 뿐만 아니라, 이런 일종의 히어로물 주인공 답지 않게 샐리는 멘탈이 특별히 강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정의감이 강한 만큼 담대한 모습도 보여줄 때가 있지요. 하지만 "샐리"의 캐릭터성의 본질 자체가 불안감과 두려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은 소녀의 모습 이면에는 항상 불안감과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죠. 그리고 어린 소녀답게 세인트가 조금만 도발하면 넘어간다든지, 리나가 조금만 질투를 유발해도 반응을 한다든지 하는 면모도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한마디에 바로 스턴걸려서 움직이지 못한다거나, 미신이나 꿈에 휘둘린다거나, 거절도 똑바로 못한다거나 하는 "약한" 면모를 굉장히 자주 보입니다. 이것 때문에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인 세인트한테 혼나기도 하죠.


<질투심에 마리오의 데이트 신청을 승낙하고 세인트한테 갈굼받는 샐리>

이런 캐릭터성은 샐리의 로맨스를 전개하는 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셜록스가 몇마디만 해도 계속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니까요. 그리고 이 약점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최종화의 절정을 강화하게 되죠.

3) 그저 자신의 선의로 활동하는 네티

네티는 말 그대로 자신과 세인트의 선의로 활동할 뿐입니다. 본인 의지로 그만 두려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어요. 여기에 어떠한 금제나 제약도, 운명적인 사명도 없습니다. 세상이 망하지도 않고 무슨 계약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세일러 문이나 체리처럼 마법적인 힘을 타고난 운명도 아니죠. 세일러 문이나 잔느 같은 경우에는 빌런이 나타나면 반드시 제압하러 가야 합니다. 체리도 크로우 카드가 나타나서 이상현상이 나타나면 본인이든 샤오랑이든 누군가가 봉인하러 가야 하구요. 비슷한 괴도물인 잔느의 경우에도 상대가 "악마"이기 때문에 활동에 시급성이 있죠.

<세인트가 말리는 경우도 몇번 있습니다.>

하지만 네티는 그냥 힘없는 사람들을 돕는다, 이게 활동의 유일한 이유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없으면 활동하지 않아요. 그것때문에 셜록스가 예고장이 안 온다고 시무룩했던 적도 있죠. 몇 번은 실제로 세인트가 이번 건은 너무 위험하니 포기하자고 조언하지만 "그래도 외면할 수 없어" 하고 가는 경우도 있고, 최종화 근처에서는 세인트가 진심으로 천사소녀를 그만 하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이 훨씬 주도적이고 자유롭습니다. 활동하는 날짜도 별다른 제약사항이 없으면 자기가 정합니다. 그나마 제일 금제에 가까운 게 예고장인데 이것도 자기가 보내고 싶어서 날리는 거죠. 삐져서 안 날린 적도 있구요.

이런 금제가 없고 자유로운 네티의 캐릭터성은 네티 활동 자체가 셜록스와의 로맨스로 연결되게 만드는 것으로 작동합니다. 이 네티로서의 활동 자체가 셜록스에 관한 마음 표현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가야만 해서 가는 것보다는, 너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죠. 이것은 최종화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4) 샐리의 정체성은 항상 샐리

이런 "마법적 변신"이 없기 때문에도 있겠지만, 샐리는 작품 전체를 통해 정체성 분리나 혼란을 단 한 차례도 겪지 않습니다. 항상 명료하게 샐리에요. 네티로 등장했을 때에도 자기 마음 속에선 스스로를 항상 샐리로 자칭하고 동료인 세인트도 변신 여부와 상관 없이 항상 샐리라고 부릅니다. 내가 샐리인가 네티인가, 누가 진짜 나인가 이런 혼란이 전혀 없어요. 진짜 나는 샐리니까요.

<"천사소녀 네티"가 들은 얘기에 설레고 두근거리는 건 네티가 아니라 "샐리"죠.>

오히려 샐리에게 위기를 가져다 주는 것은 바로 이 구분되지 않은 자아입니다. 본인은 항상 샐리인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걸 몰라요. 하지만 "네티"와 셜록스간의 로맨스를 온몸으로 겪은 것은 어떤 분리된 자아 "네티"가 아니라 그냥 샐리 자신이죠. 이것이 샐리 본인의 짝사랑과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감당 안될 정도로 커지고, 그만큼 정체를 들켰을 때에 대한 두려움도 감당이 어려워지죠.

5) 정체를 들키지 말아야 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네티는 정체를 들키지 말아야 할 "개인적인" 이유가 작 중반부터 존재합니다. 물론 괴도이니 체포되지 않아야 하는 기본적인 이유가 있지만, 23화(향수의 비밀) 이후로 정체를 들키면 셜록스가 자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립니다. 원작 기준으로는 실제 셜록스에게 제압됐을 때도 "안돼, 날 싫어할 거야"라는 것만 주구장창 생각했어요. 원래 "잡히려면 너한테 잡힐거야"에서 "너한테만은 잡힐 수 없어"로 전환된 것이죠. 보통 마법소녀들이 정체를 들키면 안되는 이유는 활동의 제약 때문이 크지만, 이 케이스는 훨씬 개인적이에요. 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자길 싫어할까봐 걱정하는 거니까요.

이 포인트는 샐리가 작 후반에 두려움에 잠식돼서 자기 정체를 감추려고 하는 이유, 결과적으로 "네티"와 셜록스간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고, 이 로맨스의 절정을 크게 강화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2. 다른 괴도들과 천사소녀 네티와의 차이점, "예고장"

괴도들이 자신의 탐욕 때문에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는 워낙 흔하고 기본적인 설정이라 뭐 네티만의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한 괴도들의 특징인 "예고장"이, 네티와 다른 괴도들의 차이점을 만들어 냅니다.

모름지기 괴도들이란 예고장을 보내야 합니다. 이 예고장은 괴도의 선조, 아르센 뤼팽에서부터 시작된 전통입니다. 뤼팽은 단편 "감옥에 갇힌 뤼팽"에서 범행 대상인 남작에게 미리 예고장을 보냅니다. 사실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서 보낸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는지, 이후로 뤼팽의 예고장은 탈옥을 예고하는 등 뤼팽의 캐릭터성을 나타내는 장치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뤼팽은 본국인 프랑스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캐릭터이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괴도물에는 거의 예고장이 등장합니다. 이바닥 레전드인 루팡3세부터 시작해서 많은 괴도들이 활동 전에 예고장을 보냅니다. 최근의 괴도 키드, 괴도 조커라든가, 신의 괴도 잔느라든가 모두가 예고장을 보냅니다. 천사소녀 네티 역시 괴도답게 예고장을 날리고 현장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천사소녀 네티의 예고장과 다른 괴도들의 예고장 간에는 큰 차이가 있죠.

예를 들어, 괴도 키드의 경우엔 예술가로서, 관객에 대한 일종의 초청으로서 예고장을 사용합니다. 잔느의 경우 도둑질이 아닌 악마와의 싸움이라는 정당성 확보의 측면에서 수호천사인 핀이 예고장을 보냅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괴도들의 예고장은 탐정과의 승부를 위한 도발, 정당한 승부를 위한 호승심, 본인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한 절차, 과업의 수행을 위한 정당성의 확보 등등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뭐 일종의 괴도에 관한 로망이죠.

하지만 천사소녀 네티의 예고장은 그냥 깔끔하게 러브레터입니다. 저는 아르센 뤼팽이 범행의 트릭으로서 보낸 예고장을 빼고, 이것보다 명쾌하게 목적성과 핍진성이 확보된 예고장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불러내려고 보내는 예고장, 진짜 단순하고 확실하죠? 그래서 아직 로맨스가 시작되지 못한 1회에는 예고장이 없습니다. "괴도라서 보내는 예고장"이 아니니까요. 첫 예고장은 자기 멋대로 세인트와 상의도 없이 보낸 다음 세인트한테 혼났고, 이것때문에 셜록스가 온 동네에서 공범으로 의심받을 정도로 "괴도니까 당연히"하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괴도로서의 어떤 이념이나 캐릭터성을 확보하고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셜록스, 날 만나러 와" 하고 보내는 확실한 사랑의 편지인 것이죠. 오히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니 예고장을 보내는데 명쾌한 정당성이 생깁니다.

이 러브레터들은 상당히 다양하게, 샐리의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표현됩니다. 가끔 후리가나(한자 독음)까지 붙여서 정성스럽게 쓰는 것은 기본이죠. 하트 써서 보내는 경우도 많고, 도시락 열심히 싸서 주거나, 셜록스한테 직접 찾아와서 얼굴에 써놓고 가는 경우도 있고, 셜록스의 취향을 파악해서 셜록스가 좋아할 물건에 써놓는 경우도 있죠. 셜록스가 리나랑 행여 데이트라도 할까봐 그걸 막으려고 보낸 적도 있습니다. 또 마리오가 찍은 셜록스 사진을 갖고 싶어서 바꿔치기하면서 보낸 적도 있죠. 삐져서 안 보낸 적도 있구요.

이 장치는 최종화에 셜록스가 샐리의 진심을 알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너 생긴거보다 둔하구나? 모르겠니? 그건 사랑의 편지야. 여자의 마음을 저렇게 모르다니."
자문위원으로 연애학에 정통하신 래시 선생님 모셨습니다.>

이렇게 마법소녀로든, 괴도로든 천사소녀 네티에서 네티가 가지는 구별된 캐릭터성은, 모두 이 만화가 "두 사람의 로맨스"라는 가장 중심적인 소재를 강화하는 것으로 작용하죠. 일종의 서사적 도구로서 활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써온 글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결론적으로 이 만화에서, 특히 원작 만화 에피소드들에서 중심이 되는 이 만화의 주제는 두 사람의 로맨스입니다. 네티가 가지는 마법소녀적 특성이나 괴도의 특성은 모두 이것을 보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네티는 마법소녀나 괴도로서의 특성이 조금 다른 편이죠. 짝사랑에 빠진 소녀 샐리와 사랑에 서투른 소년 셜록스 간의 로맨스를 풀어나가는 서사적 도구로써, 이 단순한 1:1 로맨스를 매력적인 괴도를 쫓는 탐정의 구도로서 때로는 정으로, 때로는 역으로 조절하며 긴장감 있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3. 하지만 우리는 예고장을 볼 수 없었다.

최근에 고독한 미식가 한글 편집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죠? 요즘은 넌리니어 편집이 발달해서, 일본어가 나온다고 해도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하죠. 하지만 예전엔 그게 됐을 리가 없으니, 그냥 허옇게 칠해놓거나 통째로 바꾸거나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KBS판 세일러 문의 마지막 회차를 보신 분들이라면 일본판에선 알몸으로 등장한 세일러문의 몸에 화이트칠을 해놨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것도 아마 그 당시엔 사람 갈아서 열심히 편집한걸 텐데...보기에 매우 안좋죠. 벌벌 떨리기까지 하니까요.

일본판에서 예고장은 당연히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습니다. 당시, 넌리니어 편집, CG기술이 잘 자리잡지 않았을 때에 리니어 편집으로 이걸 전부 어떻게 해본다는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딱히 내용상엔 문제가 없지만 통으로 날아간 회차도 하나 있었구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예고장들은 거의 통편집됐습니다. 보통 네티의 나레이션이나 누군가 읽어주거나 하는 쪽으로 표시됐고, 아예 그냥 통째로 예고장 씬을 짜른 경우도 있어요. 사실 네티의 예고장 내용은 형식이 중요하지 내용은 뻔해서 그냥 넘어가도 전개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좀 많이 아쉬운 부분이죠. 이거 샐리가 쓰는 러브레터인데 말이에요.

예고장의 말투도 약간 다릅니다. 일본판의 대사는 "~를 가지러 가겠습니다."식으로 존대어로 되어있고, 누가 봐도 본인의 자필로 되어있고, 뭐 하트나 그런 것들이 다 있어서 러브레터 느낌이 좀더 강하죠. 반면 KBS판에서 샐리의 나레이션이 나오는 경우들은 "~가지러 가겠다." 식으로 정말 괴도가 보내는 예고장의 느낌이 더 강하게 되어 있습니다.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한번 예고장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KBS판에서 이것들을 볼 수 없었다니, 아쉬운 느낌이 드네요. 1화는 예고장이 나오지 않고, 예고장은 2화부터 등장합니다. 회차별로 일본판의 예고장과 KBS의 편집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회차는 KBS기준입니다. 사진이 두 장이면 왼쪽이 KBS판에서 나온 모습이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이게 러브레터인걸 최종화때나 알았다니 우리 셜록스 이분 참.


2화 시계탑의 비밀) 풍선에 쓰는 방식. 세인트와 상의 없이 보낸 예고장이기도 하고, 이것 때문에 셜록스가 공범이라는 의심을 삽니다. 예고장 보낸 걸로 세인트한테 갈굼도 받죠. 샐리의 나레이션으로 대체.


3화 고슴도치 루비) 교과서에 올려놓음. 셜록스가 교과서인줄 알고 읽는 것으로 넘어갔습니다.


미방영 면사포가 제일 싫어) 셜록스 얼굴에 써놓음. 이래서 회차가 잘렸습니다.


4화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화박스에 붙여놓고 갑니다. KBS판에선 네티가 나무 뒤에서 읽어주는 것 비슷하게 편집하고 전화박스에 붙여져 있는 것 정도만 보여줬습니다.


5화 인형도둑) 전단지 뒤에 써놓음. 셜록스가 읽는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저 전단지를 주는 토끼가 샐리입니다.


6화 새로운 라이벌) 오락기 화면에 띄움. 공부는 잘 못하는 애가 해킹을...내용 없이 패스인데, 오히려 St.Tail이라는 로고는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KBS판에선 셜록스가 리나한테 "이 동네 살면서 천사소녀 네티를 모르다니 너 혹시 간첩이냐"라는 굉장히 대한민국적인 대사를 합니다.


7화 네티의 위기) 하트뿅뿅 도시락. 리나에게 질투심을 느낀 샐리가 준비한 비장의 예고장이죠. 안타깝게도 KBS판에선 도시락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고, 리나가 도시락에 편지를 썼다는 정도로 설명해줬습니다.


8화 아더의 글러브) 축구공 안에 숨겨놓음. 셜록스 얼굴에 맞고 터집니다. 반 친구가 읽어주는 방식으로 대체.


9화 유리와 드레스) 포스터로 등장. 이 앞뒤로 일본어 가득한 포스터들이 있어서 전부 날아갔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대로 그냥 받았다는 리액션만 남기고 통편집됐습니다.


10화 천사소녀의 고백) 셜록스가 집에서 요리할때 쓰던 계란 안에 숨겨놓음. 그래서 좀 탔죠. 내용은 패스됐습니다.


11화 축제 대소동) 마리오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바꿔치기. 내용이 나온 장면만 컷했는데, 내용 설명은 따로 없었습니다. 이 폴라로이드 사진이 셜록스의 사진이어서 그걸 갖고 싶어서 이렇게 했습니다.


12화 신비한 거울) 셜록스 머리 위에 네티 인형과 함께. 중간 내용이 약간 어색하게 잘렸는데 인형은 잠깐 보여줬습니다.


13화 사랑의 정거장) 쇼핑하는 셜록스가 집어든 맛살(한펜, 어묵의 일종입니다.) 뒤편에. 이 제품에 일본어가 써 있어서 역시 통으로 편집됐습니다. 좀 어색하게 잘린 편입니다. 샐리가 셜록스의 취향을 열심히 파악하고 있다는 단서기도 하죠.


14화 보석 도둑) 셜록스네 집 우편함 안에. 셜록스가 대상 물품을 이야기하는 대사가 원래 있어서 대충 넘어갑니다.


15화 옛 사랑) 거리의 전광판 안에. 내용은 안 보여주고, 길가던 사람이 "주방장을 데리러 간대!" 라고 하는 정도로 얘기가 나옵니다.


16화 발렌타인 데이) 미술실 벽에. 이거 노트(ノート)를 가져간다에 잘못 덧칠이 돼서 하트(ハート)를 가져간다고 오해를 사는 내용인데, 당연히 통으로 짤렸습니다. 하트를 가져간다고? 하는 정도만 나왔어요. 이 오해가 꽤 중요 소재인데, 아예 통으로 짤려서 전개가 약간 뻘해집니다. 뭐, 사실 내용이 좀 부실한 회차긴 해서...


17화 초강력 함정) 콘서트 티켓에. 예고장 내용이 짤리긴 했는데 그나마 꽤 매끄럽게 짤렸습니다? 중요한건 예고장 내용이 아니라 리나랑 혹시 콘서트에 갈까봐 그걸 커트하려고 예고장을 썼다는 거라서요.


18화 혜성 대소동) 쏟아지는 눈덩이 속에. 그냥 편집인데 주변 친구들이 내용을 내충 얘기해 줍니다.


19화 푸푸아 알의 비밀) 새장의 달걀 안에. 예고장을 얻을 때 까지는 나와있고, 내용이 있는 컷은 편집됐습니다.


20화 추억의 하모니카) 표지판을 쫓아가면 나오는 막다른 골목에. 얻는 것까진 나와있고 중간에 내용만 잘렸는데, 이쯤 되니 그냥 내용이 다 짤리네요. 생각보다 St★Tail표기가 자주 나왔었네요.


21화 UFO의 비밀) UFO 모형으로 전달. 내용 있는 컷 편집 음 근데 이제는 진짜 내용은 다 스킵하네요 ㅎㅎㅎ


22화 추억의 보석함) 칠판에 판서가 되는 마술로. 내용은 편집.

23화 향수의 비밀) 예고장은 가짜였습니다. 향수를 마케팅을 위한 가짜 예고장이었고, 내용은 셜록스가 읽어주는것으로 처리.


24화 여경찰 산타나) 마리오의 사진기 안에서. 내용 있는 컷은 편집.


25화 샐리가 약혼을 한다구?) 셜록스가 찬 축구공 안에.  내용 있는 컷은 편집. 셜록스 정말 몸 못 쓰는군요.


26화 샴푸 모델 경연대회) 비눗방울 안에, 역시 내용 있는 컷은 편집.

27화 시장의 음모(상)) 신문에 예고장, 가짜 예고장입니다. 내용 있는 컷은 편집.


28화 시장의 음모(하)) 셜록스가 해임 위기에 처해서 빠르게 써서 날립니다. 대리석에 카드를 날려 꼽는 엄청난 카드날리기. 내용을 셜록스가 읽는 것으로 처리.


29화 루비가 인형이라구?) 셜록스의 후드 안에. 내용 있는 컷은 편집. 별다른 내용 설명은 없습니다.


30화 보석 도둑을 잡아라!) 셜록스가 쓰는 목욕타월에. 내용 있는 컷은 편집.


31화 운동화를 찾아라) 육상 대회 현수막을 바꿔치기. 내용 있는 컷은 편집했고 현수막이 바뀌는 순간만 나왔습니다. 내용은 특별히 읽어주지 않습니다.


32화 애마뷰티) 하늘에 폭죽으로 쏘아올림. 내용 있는 컷은 편집됐고 요란하다는 얘기만 하고 넘어갑니다.


33화 행복의 나무) 셜록스네 집 앞의 꽃 안에. 웬 뻐끔플라워같은 꽃이 터지면서 나옵니다. 내용 있는 컷은 편집.


34화 자연을 보호합시다) 셜록스가 먹던 아이스크림 막대 안에. 통편집. 다른 회차랑 다르게 예고장 관련 내용이 완전히 깨끗하게 잘렸습니다. 편의점 내에 계속 일본어가 나오는 바람에...그래서 이 회차 KBS버전은 네티의 예고장이 안 나옵니다.


35화 자유의 날개) 한스 반장의 장미 안에서. 셜록스가 읽어주는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36화 소녀 탐정단) 셜록스 주머니 안에 몰래 넣어놓음. 내용 있는 컷만 편집. 주리와 나리가 읽어줍니다.


37화 돌고래를 구하라) 셜록스 머리에 앉은 새가 낳고간 알 안에서. 내용 있는 컷만 편집. 샐리의 나레이션으로 처리했습니다.


38화 엄마의 비밀) 낙하산을 이용한 마술. 내용 있는 컷만 편집. 샐리의 나레이션으로 처리했습니다.


미방영 판도라의 소녀) 셜록스에게 마음껏 잘해주고 싶어서, 헤어져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준 도시락입니다.


39화 로즈마리의 음모) 괴도 루시아(엄마)를 오마쥬해서 비행선에. 세인트가 "로즈마리라는 걸 써도 될까?" 정도로 얘기해 줍니다. 음 뭐 이 장면에서 일본판이나 원작에는 로즈마리의 본명이 우스운 것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KBS에선 이걸 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인지 그냥 "로즈마리라는 것이 비밀인데 들키게 해서" 정도로? 한듯 합니다.


40화 셜록스를 구하라) 루비에게 묶어서 전달 시도 → 래시가 가져가서 셜록스에게 전달. 샐리의 나레이션으로 대체했습니다. 셜록스를 구하러 가겠다는 표현입니다. 셜록스는 이때 예고장이 러브레터였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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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6편에 걸쳐서 천사소녀 덕질 백서를 썼네요. 이제 이 글로써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글타래를 처음 시작한 건 천사소녀 네티의 추억과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자 했던 거였어요. 처음엔 한 두세 편 정도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직업병인지, 글을 쓸수록 보이는 게 많아져서 결국 6편이나 글을 쓰고 말았네요. 이 6편도 원래 KBS에서 편집된 예고장들이나 모아서 써보려다가 이것저것 보이는 게 생겨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역시 덕질할 땐 "참지 못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함께 추억을 공유해주시고, 또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샐리 누님 잊지 말아주시고, 나중에 만약 또 쓸만한 게 생기면 그때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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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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