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4/13 19:51:02
Name   왼쪽의지배자
Subject   신입직원으로서의 폭탄을 대하는 마지막 투덜거림
사실 지난 8개월간의 이직투쟁기, 2016년도부터의 국내 채용 시장 변화 과정과 고용의 질 저하 등에 대해 쓰고 싶었으나

머리가 깨지겠는 관계로 지금 처한 상황과 지난 경험에 관하여
입사 2주차 사원으로서 마지막 투덜거림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거쳐온, 거치고 있는 회사를 부정적으로 쓰는것이 제 얼굴에 먹칠함을 알지만 제 생각도 정리할 겸 ㅠ

저는 올해 이번 입직이 3번째입니다.
2016년 공공기관, 2020년 서비스 산업 민간협회, 2023년 제조 산업 민간협회.
무기계약직을 박차고 나온 후 계약직을 거쳐서 이제막 처음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서른이 몇해가 넘어서야 정규직이 되었기에 부모님은 정말, 아주 매우 좋아하십니다.
사촌 ㅇㅇ이가 삼성에 취직했네, ㅇㅇ이가 사무관이 되었다네 등등........잘난 친척들 사이에서 기를 못펴시다가
이제야 한 두마디 꺼내시는거 같아서 자식으로서 기쁘면서도 매우 슬픕니다.


아 저는 항상 입직후 폭탄처리를 담당해왔습니다.
공공기관 시절, 탄핵을 전후로 제가 담당하던 사업의 방향성이 뒤바뀌면서 마지막을 불사르자는 말못할 기운이 강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사업비 전액소진, 목표 120% 달성, 차년도 사업 두배규모 확장 등 정말 많은 것들을 해냈습니다.
아쉽게도 해당사업은 제가 퇴사하고 2년 후 없어졋더군요.

서비스 직군, 사실 금융산업입니다만. 당시엔 코로나 직후라 사업실적이 바닥난 상황이었습니다.
재택도 하는 마당에 금융권이 코로나라 먼 관계냐 하지만 제 사업은 50~100명이 모여야만 진행되는 부류였습니다.
그러니 처음하는 비대면, 혹은 현장과 비대면을 이원으로 진행하는 첫 사업세대가 되었고,
뺑이 치기를 좋아하는 못된 동료에 힘입어 담당자5명인데 사업실적중 60% 정도는 혼자 도맡았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폭탄을 제거하며 마침내 제조업 협회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단순한 폭탄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제어봉을 잃어버린 원자로 같달까.....

1년 사이 8명이 퇴사한 그 자리
전임담당자가 남겨놓은 반밖에 없는 지난날의 자료
보조라도 해봤던 직원들의 얽히기 싫은 표정
분명 잘못사용된 예산인데 회계정산이 완료된 기록
그리고 떠돌아다니는 작년예산
마지막으로 저도 곧 떠날거라 예상하는지 통성명 외엔 그 무엇도 진행되지 않은 부서원과의 관계.

사실 비비기 전문가로서 망해가는 사업 비비고 버티고 뭉게면서 일해온 경험자이지만
눈 앞이 깜깜 합니다.
실제로 집에 오는 전철에서 눈물이 찔끔 나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나이 35~40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못하겠단 소리가 솔직히 자존심이 상합니다.
항상 폭탄처리 잘해왔는데, 누구보다 버티는건 잘했는데,
그리고 가족들이 너무 좋아하는데.
그래서 지금도 내일 출근 준비를 합니다. 잘하는 짓이겠죠.

오늘 면접에 오라는 정말 가고 싶던 곳의 제의를 거절하는 회신 메일을 보내며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
이 글을 마지막 투덜거림으로 남기고 두서없이 끝마치겠습니다.

다음엔 지난 이직 투쟁기를 중심으로 채용 현황을 분석해 오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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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친구를찾아보자
    힘내세요 아직 30대초반이긴하지만 저도 이직한 회사 전임자가 1년 사이 3명이 바뀌었더라구요...윗분들은 본인들 탓인걸 전혀 모른채로 버티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ㅠㅠ
    1
    whenyouinRome...
    고생 많으십니다.
    꼭 버티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1
    자몽에이슬
    위로가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 포함 다른 분들도 일의 성격과 종류만 다를 뿐 매일 같이 폭탄을 안고 일을 하는 거는 비슷할 거에요.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모여 겨우겨우 돌아가게 되니 "잘돌아가네? 한명 없애." 같은 식의 태도와 패턴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그리고는 인건비 줄였다고 인정받는 건 그분이죠. 한국 사회 대부분이 아래쪽 일은 신경 안쓰고 본인의 영달만 추구하는 선임들이 많다는 건 어딜가나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같이 또 해보자라는 말밖에 못 드리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1
    듣보잡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가고 싶던 곳의 제의를 왜 거절하신 건가요?
    왼쪽의지배자
    선생님께서 놓치시진 않았고 해당 상황 설명이 부족했네요.
    이곳에 출근하고 나서 면접에 오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출근 한 달이 안되었으니 사용할 휴가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퇴사서를 던지고 그 면접에 가기엔 100% 합격은 또 아니니 선택지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네요 ㅠ
    듣보잡
    아이고 안타깝네요...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아예 없나요? 원하시던 곳이 있다면 꼭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다 못해 꾀병이라도 부리고 가는 게 어떨까 싶네요. 퇴사하고 가는 건 말씀대로 무리로 생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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