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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3/11 09:33:11수정됨
Name   레게노
Subject   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
흔히 한국의 10년 뒤가 한국이다, 20년 뒤다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이는 양국의 공통점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은 늙은 국가고, 한국은 젊은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이젠 아니지만.

젊은이는 언젠간 늙죠. 그러니까 한국의 미래는 일본이다 이건 사실 당연한 명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명제에는 한가지의 전제가 붙습니다. 바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거죠. 늙기 전에 죽으면 노인이 될 수 없잖아요.

한국은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붙었습니다. 누적이나 인구수 때문에 일본 전체 경제 규모를 따라잡을 수준은 안 되지만, 티어 수준으로는 일본과 같은 라인에 섰어요. 체급은 같다는거죠.

하지만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이미 나라가 장년에 들어섰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노년에 들어서도 미국처럼 쌩쌩한 나라들이 있어요. 근데 그건 근육질 60대 할아버지 처럼 희귀한 경우고요. 미국은 미국이잖아요. 흡성대법처럼 달러로 다른 나라들의 기를 빨아들인다고요. 이건 패스.

늙으면 아픈곳이 많아지고, 힘도 약해지죠. 회복력도 떨어져요. 정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할배 서요? 안 서요.

우려스러운것은 이미 늙은 나이에 들어선 한국이 마치 나는 아직 쌩쌩한 젊은이처럼 굴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기에 한국은 이미 저성장으로 돌입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일본이 버블 끝나고 저성장으로 돌입했을때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일본애들도 그랬어요. 에이 이건 일시적인거야 하고 막 명품 사고, 어디 투자할곳 있나 찾아다니고. 성장은 우상향 하니까 기회는 있다 이렇게 생각했죠.

그렇게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겁니다. 30년동안 죽만 쒔나요? 아니죠. 한 20년은 그랬습니다. 좌우 쳐 싸우고 인원 감축해가면서 버티고 고용율은 떨어지고 자살율은 치솟고 그랬어요. 여기에서 지금 한국도 늘어나고 있는 3040 히키코모리 세대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것도 한국하고 똑같죠?

그런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중에 마지막 10년은 달랐습니다. 일본은 한 4~5년 늦었는데 양적완화 막차를 탔어요. 그래서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공장을 외국에 지으면서 돈을 쌓았습니다. 일본은 쌓인 돈으로 해외자산과 미국채를 마구 삽니다. 얼마전까지 중국이 미국채 매입 1위였는데 지금은 일본이 1위에요. 일본 망한다 망한다 하지만 자폭기로 이 미국채 다 뿌리고 죽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함부로 못죽이는 거에요.

흔히 일본이 기반이 단단한건 몇십년동안 벌어서 그렇잖아~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10년간 상당히 많은 자산을 쌓아둔겁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으로 빠지면 안된다 수없이 말하지만 사실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어요. 일본이 향한 길은 좀 더 극단적이었을뿐,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겪는 수순입니다. 사회가 늙으면 젊을때와 같은 활력은 없어질 수 밖에 없어요. 유럽이 이미 겪은 길이고요.

그래서 일본이 미래다 이거는 일본이 몇십년전에 선진국으로 진입했으니까 당연한 길을 따라가는 겁니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유럽 선진국들이나 일본처럼 곱게 늙을 준비를 해야합니다. 기초체력 키우고,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말고 모든 역량을 이곳에 집중시켜야 해요.

하지만 지금 한국은 그 일본보다도 더 대비를 못하고 있습니다. 떨어지는 출산율. 이건 GOAT고요. 고용율 떨어지고요. 자살율 높고요. 초식남? 여긴 그냥 남녀가 치고받고 싸웁니다. 지금 한국은 일본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니트 문화라고 해야하나? 그런 분위기가 쫙 깔려있어요. 이 시기에 나온게 여러분들도 아시는 전차남인데,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자가 에르메스를 만나며 신데렐라가 되는 줄거리죠. 지금의 한국 상황과 똑같은 니즈를 가진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뭐 일본처럼 양적완화? 그런 시즌도 아닐뿐더러 앞으로 올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모 정치인이 얘기한 기축통화 이거도 그런 맥락이에요. 근데 원화로 어떻게 비벼요. 말도 안되는 소리죠.

그래서 한국은 더 극단적인 잃어버린 XX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뭐 정치적 의견 있고 소신있고 하지만 그래도 좀 적당히 싸웠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지금 그럴때가 아니에요. 아 진짜 나라망한다고~ 이래도 그게 뭐. 하면서 그저 스포츠 팬들처럼 자기 응원하는 쪽만 위하고 있는것이 좀 답답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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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합치자. 그런데 그 모은 힘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가.
    명상의시간
    자식한테 미안할뿐 ㅠㅠ
    방사능홍차
    싸우는거야... 전쟁 통에도 정쟁하는걸 어쩌겠습니까 ㅠ
    서포트벡터
    일본하고 같은 걸 찾는게 더 빠를 정도로 크게 다릅니다. 근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비슷하니까 저런 얘기가 나오는거죠.

    비전공자 이해하게 설명하려면 그게 한계인거죠.
    1
    열한시육분
    그래도 마우스나 래뜨처럼 동일한 개체를 만들 수가 없는 현실세계에서 가장 유사한 사례가 아닌가 싶은데... 어떤것 빼고는 전부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서포트벡터
    제 얘기도 그거에요. 현실세계에서 그나마 제일 비슷한 국가 찾으면 일본인거고...뭐 섬나라다? 한자문화권이다? 이정도 비슷하죠.

    애초 수출위주 제조업 국가랑 내수위주 국가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좋은거든 나쁜거든 일본을 어떻게 따라갑니까. 가고 싶어도 못가죠.
    1
    실베고정닉
    수출위주 국가기 때문에 오히려 저출산이 축복이 될 수 있을것 같네요

    사실 출산율이 낮아지면 발생하는 문제중 하나가 내수시장의 축소잖아요?
    적당히 싸우는 나라는 없습니다. 예로 나오는 일본이나 일당 독재 수준이지 미국만 해도 얼마나 치열한데 그냥 그런 시대인거고 중국도 꺾이고 이제 좀 살아볼려는 인도도 꺾이는게 인구 문제고 올라가면 내려오는게 자연의 이치이듯 받아 들여야죠.

    운 좋게 평화통일해서 좋은 시나리오로 흘러가면 또 모르겠지만
    절름발이이리
    일본 경제가 빠진 디플레이션은 노령화나 저성장 국가의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닙니다. 단적으로 노령화, 저성장을 선행해 겪고 있는 선진국 중 일본 외에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일본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언급하신 다양한 문제들에서 특별히 더 문제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거품 붕괴 후의 대응이 엉망이었다가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고, 그 외는 부가적입니다.
    8
    실베고정닉
    일본과는 다른게 오히려 chat gpt를 시작으로 한 인공지능이 떠오를때 한국의 인구감소가 시작되었고

    인공지능은 필요한 일자리를 극단적으로 없앨거고 한국의 저출산은 기회이자 축복이 될겁니다

    한국의 적은 출산율이 일자리 없이 낭비되는 인구를 줄이고 기본소득도입으로 삶은 더 나아지겠죠
    1
    좋은 인사이트 말씀 감사합니다.

    국민들이 각자 도생하도록 몰게 만든 현실이 참 가혹합니다.
    중간 징검다리, 계층 유연성이 유지 되어야하는데 ...

    미국이 아직까지 버티는 이면에 제도적으로 기술이 있거나 두뇌가 뛰어나면 가난해도 성공할 기회가 있어요. 아주 좁으나 가능한데 우리나라도 그런쪽으로 더 투자해서 사회적 계층 이동의 유연성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수정됨
    미국보다 한국이 계층 이동성이 더 높고 절대적으로도 준수한 편입니다.
    한편 미국은 선진국중 계층 이동성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한 곳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826326#home
    4
    실베고정닉
    역시 한국이 누구나 노력하면 계층을 바꿀수 있는 역동성이 살아있는 유일한 선진국이네요
    선진국 중 최고의 치안, 국민교육과 지능, 의료체계에 사회역동성까지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느낌이 드네요!
    절름발이이리
    좋은 편인 건 맞지만 너무 올려치기를 해도 객관적 현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4
    계층이동성에 대한 열망은 사회의 역동성을 증가시키고, 그 만큼 평등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 받는 원인이기도 하죠.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대한 갈등이 심각하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진국에 대한 논의 까지 갈 것도 없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살기 좋은 나라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쉽게 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객관적 자료를 가져와주셔서 정정 해주셔서요. 과거의 우리나라는 분명 계층이동성이 높은나라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로는 근래들어서는 저소득층학생들의 탑대학 혹은 의사 변호사로의 길이 거의 막힌것 같아서 아마 제가 한국실정을 더 어둡고 비관적으로만 보았나봅니다.
    아직 가능한 환경이라면 다행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저도 미국보다는 우리나라가 계층이동하기에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등록금도 십년 넘게 동결중이고 지역균형, 기회균형? 이런 배려 전형들도 늘었습니다. 장학금 제도도 성적순보다는 집안사정 순서로 바꿨고, 로스쿨 장학금도 잘돼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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