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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1/08 23:41:08
Name   moqq
Subject   자사고 폐지?
생각을 정리하면서 썼는데 대충 반말이 섞여있어 죄송합니다만 퇴고는 naver..
왜 요즘 자꾸 글이 길어지는 거지...
어 근데 티타임에 교육 카테고리가 안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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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구 얘기를 탐라에 한번 쓴 적이 있었다.
별로 안좋은 외곽지역 살다가 중학교 때 일산에 괜찮은 학교에 전학가서는
분위기 파악못한 상황에서 점심시간 되자마자 ‘밥먹자 이 개XX들아!’ 하고 외쳤었다는…

오늘은 다른 아는 누나이야기.
역시나 안좋은 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니심.
근데 머리가 좋아서 공부는 잘하고 중학교 전교1등이었음.
다만 성격이 좀 있고 노는 걸 좋아해서 패거리끼리 몰려다니며
욕도 하고 애들 때리고 삥도 뜯고 하셨는데 그 동네에서는 그게 당연해서 그게 나쁜 짓인 줄도 몰랐다고..

여튼 공부를 잘해서 동네에서 꽤 유명한 비평준화 고등학교 시험을 쳤는데 합격.
근데 그 고등학교 다니면서 완전 신세계를 겪었다고 하심.
성적도 당연히 하위권이 되었고,
행동도 아 내가 여기서는 중학교 때 하던대로 하고 다니면 안되는구나.를 그 때 깨달았다고.
이후로는 고등학교 분위기에 적응해서 졸업할 땐 서울대 합격하시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심.

몇 년 전에 가르치던 제자가 SKY합격했다고 기뻐하심.
그 제자는 부모가 이혼하고 조모가 키웠지만
조모도 일나가시고 생활은 불안정하고 환경도 좋지 않은 곳에서 혼자 지내다가
사배자 전형으로 모 자사고에 합격.
그 아이는 자사고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되게 기뻐하면서 제가 여기를 성실히 다니기만 하면 인서울대학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숙사 밥도 너무 맛있고, 애들이 하고 다니는 것도 되게 고급스럽고
할머니가 혼자 지내는 건 좀 미안하지만 다시는 그 동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했다고.

뭐랄까 안좋은 동네 애들이 좋은 학교 다니면 위화감에 기죽고 다닐거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일 뿐이고..
막상 겪어본 사람들은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화기에 미국에 가서 신세계를 보고 온 사람들처럼.

이 얘기를 왜 쓰게 되었냐하면
얼마전 조희연 교육감 기사 헤드라인을 봤기 때문.
자사고를 내버려두고 내신 절대평가제를 하면 파괴적 결과가 나온다는 거다.
자기 애들은 둘 다 자사고 보냈으면서 자사고 폐지에 올인하던 교육감.
자사고 상대로 계속 소송하고 패소해서 세금 날리는 양반.

솔직히 교육부 장관말고 교육감이 따로 어떤 일을 해야하는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음..
어쨌거나 선출 교육감이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권한 내에서 추진하는 건 인정.
자기 애들 외고 나온 것도 교육감 되기 전에 일이고, 사람들이 알면서 뽑아준거니 인정

근데 자사고를 없애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건 잘 이해가 안감.
자사고가 다 없어진 게 현실이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자사고에 선생님들이나 시스템이 다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예전 일반고에 비해 좋은 학교겠지.
근데 일반고처럼 그 동네 사는 애들만 뺑뺑이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그럼 좋은 학교를 그 동네 애들만 가게 되는 건데 그건 또 좋은 일인가?

애초에 자사고가 있으면 안되는 이유가 뭘까?
자사고 애들이 나중에 좋은 대학 가니까?
그렇게 치면 좋은 대학도 다 없애야겠네.
좋은 대학 가면 이후 취직 잘하게 되는데 그것도 불공평하니까.
하긴 서울대도 없애자고 얘기하시는 분들이니까.
그 분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국립대 1-20까지 만들어놓고 지역별로 대학가면
서울대는 서울사는 사람들만 가게 되겠네? 그게 인재 육성에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하면 학부모들 서울로 모이느라 미어터질 듯.

근데 학생들도 줄어들고 있는데
왠만한 학교들 통폐함하면서 자원효율성 높이고 자사고처럼 운영하면 안되나?
한반에 10명인 학급 3개를 선생님 3명이 각각 맡아서 운영하는 것보다
한반에 30명인 학급에 선생님이 3명 붙는게 낫지 않나?
따로 맡으면 행정적인 처리도 다 각각 해야하니까 아무래도 규모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혼자 이일 저일 하다모면 기존에 하던대로만 하지 뭔가 새로운 걸 하기 어려우니까..

여튼 자사고가 좋은 거면 모두가 좋은 교육을 받는 게 좋지 그걸 없애는 게 맞는걸까?
나는 우리 애가 자사고에 못다닌다고 해도 자사고나 영과고가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음.
어차피 학교 공교육이라는 게 적당히 법지키고 사는 노동자들 만드려고 시작되었고 수준도 딱 그 정도인데
모두가 꼭 나이 순대로 그 과정을 거쳐야하나?
사람이 뭐 연식대로 학력이 증가하는 공산품도 아니고..
대충 성능 비슷한 노동자들을 많이 양성한다는 건 쌍8년도 제조업시대 마인드 아닌가?

일부 재능있는 애들은 하이브 연습생 하면서 BTS나 뉴진스가 될 수도 있는거지
쟤네는 사교육발라서 BTS가 됐네? 불공평하니 그거 없애자.
그거 없애면 일반 국민들한테 뭐가 좋은 일이 생기나?
나는 학교 선생님한테 배워서 BTS될거니까 일단 연습생 시스템은 없애. 뭐 이런 느낌?

근데 다 떠나서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대입결과가 좋다.
이건 사실이고 이게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그냥 없애는 게 맞나 싶어서 그런거지. 그런 게 좀 있다고 얼마나 사회가 파괴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교육에 대한 논의가 너무 입시에 맞춰져 있는데 입시가 인생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입시는 진정한 의미의 공부도 아니긴 함..
여튼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증명할 기회는 이후에도 많이 있고,
실제로 요즘 유명한 많은 사람들이 다 서울대 출신인 것도 아니다..
물론 서울대쯤 나오면 좀 더 어드밴티지가 있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목도 아픈데 오늘의 뻘소리는 여기서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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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나남편
    대학의 의미는 사라졌고 공고육은 이미 보육의 단계로 접어 들었읍니다.
    뭐 자기 일을 알아서 할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학력으로 취직하려는 사람들에겐 대학졸업장이 의미가 있지 않나요?
    아니면 학문발전의 장으로서의 대학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신지?
    근데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도 거의 없어졌으니 취직의 의미도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Paraaaade
    자본주의의 발전 및 자본의 축적에 따라 학벌의 해체 - 서울대 졸업장이 예전만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 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씀하시는것 같네요.
    1
    서포트벡터수정됨
    서울대 졸업장이 예전만큼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말이 저는 동의가 안되네요 ㅎㅎ

    서울대 졸업장은 요즘은 일종의 강력한 추천서로 작용합니다.

    예전이 지나치게 정신나갔던거를 보고 그것만 못하다고 "의미가 사라졌다"라고 하는건...

    뭐랄까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이제 고소득자의 의미는 없다 이런 거와 같죠.
    과거에는 명문대 나오면 좋은 직장 - 좋은 수입이 자동적으로 연결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확고하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요
    1
    서포트벡터
    똑같은 얘긴데, 예전만 못하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보는게 저는 이해가 안가는군요.
    2
    카리나남편
    예전과 조금 달라진건 있읍니다. 한 20년전에는 연고대 공대도 충분히 앨리트들이 가고 서울대 어중간한 과 가느니 연고대 좋은 과를 간다가 통용이 되었지만 지금은 의대부터 다가 나머지 인원이 서울대로 가고 그 남은 인원이 가다보니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읍니다.

    물론 저같은 소시민 입장에선 그들이 뭔 차이가 있나 싶지만 그 속에서는 그 차이가 있나보더라고요.
    카리나남편
    대학은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 였읍니다.
    취업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취업을 목적으로 대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카리나남편
    반대죠. 대학은 취업수단은 아니였는데 어느순간 취업잔문학교가 되어가고 있죠. 과만해도 이미 학문적인 과들은 다 사라지고있죠
    주니파
    자사고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자기는 빨리 자사고가 폐지되었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랬더니 그래야 집값이 올라간다고....
    진정한 알빠노군요..
    더 나은 교육에 대해서 진지한 토의가 안 되고, 그 상황에서 한정된 권한으로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이니 괴리가 커지는 것 같아요. 대학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한 논의가 본문 논의와 당연히 연관되어 있고, 통합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하지만 대학을 빼고 뭔가를 바꿔보려고 하니 무리한 방향으로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니까요. 대충 노동자찍어내는 공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누가 좀 더 좋은 명함을 마빡에 붙이느냐, 그러면 안되느냐 이런 수준의 얘기만 되는 것 같아요. 교육부에서는 더 나은 교육에 대한 연구용역 이런 거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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