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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7/23 11:56:56
Name   moqq
Subject   감상. 장화신은 고양이: last wish.
실은 의식의 흐름이라 이게 그 영화 감상이 맞는지는 몰?루.

https://youtu.be/KGVgcuO3fQY?si=-kjm1j064I6qCsOX
작년에 재미있게 봤던 장화신은 고양이
Big bad wolf가 주인공을 쫓는 죽음으로 등장한다.
불길한 휘파람으로 강조되는 그 아우라는
존재만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죽음에 맞서 싸우지만 사신의 낫은 너무나 막강하다.
(압도적인 힘으로!)
9번째 목숨이 달아날 것 같은 전투에서
냥이는 결국 도망친다.
이후로도 죽음은 늘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서두르지 않고 집요하게 늘 주시하면서 ( I am watching you )

상당히 잘 만든 캐릭터이다.
문제는 나에게도 죽음이 따라다닌다는 사실.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신이 있다.

죽음은 가난, 노화, 질병, 사고, 전쟁 등 수 많은 카드를 내밀고
우리는 늘 그것들을 쳐내며 살아간다
사신의 무기들이 당장은 우리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결국엔 낫으로 숨을 거둬간다.

누구나 결국은 패배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우리는 예정된 패배와 휴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삶의 마침표.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동안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리빙: 어떤 인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어바웃 타임에 아버지로 나오는 빌 나이 주연작이다.
작중에서 로드니 윌리엄스 (빌 나이)는 평생 공무원 철밥통으로 꿀빨다가
시한부라는 선고를 받고 방황한다.

작중 대사는 다음과 같다.
Miss Harris,
I wonder if you ever stop on your way home and watch the children playing.
In the street, in the yard. Balls, cowboys, whatever. Always so full of life.
And when the time comes and their mothers call them in, they’re often reluctant, get a little contrary.
Well, that’s as it should be. Far better that than be the child you occasionally see, sitting by himself in a corner. Not taking part, not happy, not unhappy. Merely waiting for his mother to call him in.

Now I’ve become rather afraid I might end up like that little fellow and... and I so very much wish not to do so.
When the time comes, when my Maker calls me, I wish at least for him to find me... living.
The thing is, I don’t see how to change it now. I’ve tried my best these last few weeks. Even went to the seaside...

미스 해리스, 집에 가는 길에 가끔 멈춰서 길거리나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공놀이를 하거나, 카우보이 놀이를 하거나, 뭐가 됐든 항상 생기 넘치는 모습이죠.
시간이 되어 엄마들이 아이들을 부를 때, 아이들은 종종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조금 반항하기도 하죠.
그게 당연한거죠. 혼자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보다는 훨씬 나아요. 놀이에 끼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채 그저 엄마가 부를 때를 기다리는 아이 말이에요. 이제 저는 그 작은 아이처럼 될까봐 두려워졌고...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창조주가 저를 부르는 때가 오면, 적어도 그분이 저를 살아있다고 여겨주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지금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해봤지만. 심지어 바닷가에도 가봤어요...


윌리엄스는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몰라 고민하고 방황하는데
함께 사는 아들 내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는 혼자인 걸까? 혹은 그에게 아들은 큰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는 나름의 답을 찾는다.
근데 영화가 아닌 우리 삶은 어떻게 살아야 좋은걸까?
멋진 차를 타고, 명품을 사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올리면 잘 사는 걸까?
아파트를 사고 대출금을 갚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30년 일하고 은퇴하면 잘 사는 걸까?

잘 모르겠다.
영화는 아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평범한 폴란드 할아버지 알렉산더 도바가 은퇴 후에
대양을 카누로 횡단하며 바다를 정복한 뒤
킬리만자로에 올라 잠들게 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도바의 이야기나 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은
주어진 시간에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빌 나이가 수술하고 항암치료하면서 몇 년간 누워있다가 모아둔 돈도 다 쓰고
아들 내외는 간병비 부담으로 싸우고 하는 내용이었다면 영화가 어떻게 되었을까?
다가오는 늑대를 막기 위해 돈으로 집을 짓고
늑대가 집을 불어서 날려버리면 아들에게 업혀서 도망다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지.
아니면 건강보험 다큐. 나: 로드니 윌리엄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자기 욕망대로 살아가는 건 어땠을까?
놀이터에서 엄마가 부를 때까지 계속 여자를 꼬시고 다니는 거다.
돈을 허공에 뿌리면서 동네 아이들이 와! 해주는 걸 즐기고
멋진 자동차를 모델별로 수집할 수 도 있었을거다.
본인은 만족하고 뿌듯해했을지라도 역시 영화가 되진 않았겠지.
그래도 죽음 앞에 여한은 없었으려나?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패배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졌잘싸.가 아닐까?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
혹은 놀이터에서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경기의 내용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물론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고 플레이하는 모습 역시 다를거다.

나는 지금 사는 모습대로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만족할 수 있을까?
내가 1주일 뒤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을가?
딱히 생각나는 건 없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계좌, 공인인증서,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는 것??
이건 음 다른 사람들이 남겨지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니까 가정을 바꿔보자.
1주일 뒤 운석이 떨어져 세상이 멸망한다면 뭘 하고 싶을까?
가족들과 해외여행? 친구들 모아서 파티?

딱히 더 생각나는 건 없네.
내가 빌 나이처럼 됐을 때 삶이 영화처럼 되진 않겠지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죽을 때까지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을 것이지만
지금도 타협하면서 살고 있는데 죽음 앞에서 타협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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