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11/10 12:18:45수정됨
Name   카르스
Subject   한국 사회의 검열이 완화되지 않는 진짜 이유?
한국 사회에서 검열이 (적어도 서구 선진국 기준으로) 심한 편인데도 고쳐질 기미가 없는 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이 안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검열이 심해서 손해보는 게 있긴 한가?"

- 검열이 뭐같긴 해도 "한국이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국가다"를 결론을 부정할 정도는 못 됩니다. 표현의 자유나 검열 쪽으로 지표가 다소 나쁘게 나오긴 한데 거기서 끝. 오히려 주요 민주주의 지표 모두가 한국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확실히 밝힙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사회가 검열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한다는 세계적인 비판은 거의 없는 수준. 속으로 바보같다고 볼 순 있겠지만요. 물론 사실적시 명예훼손처럼 한국의 특정 문제 사안을 지적하는 인권단체와 학자들은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끝.

- 검열때문에 한국이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고 하기엔 애매한 수준에서, 흔히 들 수 있는 검열의 문제점은 중국처럼 문화컨텐츠산업, 소프트파워가 클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것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전세계적인 한류문화 붐이 부는 상황이지요. 이게 단순히 국내 검열이 심해서 세계화에 집중했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그렇게 따지면 전세계 검열 심한 국가들의 문화컨텐츠가 세계화로 전부 흥했어야 합니다. 한국의 검열은 심할지 몰라도 세계화 시대에서 문화컨텐츠산업, 소프트파워 잠재력을 죽일 정도는 아닙니다.  

- 지금 수준의 성적인 콘텐츠 검열과 성교육으로 문제되는 게 없습니다. 성적의 폐쇄성으로 설명되는 청소년 출산율은 선진국에서도 크게 낮은 편이고, 지금 성교육 수준에서도 피임율이 최근 많이 높아져서 낙태율이 급감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년 남성들의 불만이 성적 겸열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그게 성적 검열 완화로 해결될지 영미권 사례 보면 회의적입니다. 성적인 자유가 강한 영미권에서 비자발적 독신들의 모임 인셀집단이 온갖 혐오범죄를 일으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걸 보면...  

- 타 선진국이 그렇게 모범이 되지 못합니다. 영미권 시사이슈들 보면 알겠지만 서구권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죽어가고 있다는 한탄이 툭하면 나오고, "혐오 표현 반대 vs 표현의 자유" 관련해서 많은 논쟁이 벌어집니다. 어느쪽이 확실하게 우세하지 않은 상황이니 해외에서 배우려해도 자기 편향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배우기 쉽습니다. 취소 문화(cancel culture)같은거 안 배워오면 다행인 수준.

- 한국 사회가 검열로 큰 이득을 놓칠 상황이라면 분명 논의가 됩니다. 예를들어 한미 FTA 조건으로 미국이 겜등위 등 각종 검열기구의 권력 제한, 포르노 합법화 같은 걸 요구한다면 협상과정에 진통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요구대로 갈 겁니다. 그리고 좀 큰 건은 보수적인 한국에서도 큰 논란이 되어 시정됩니다. 레진코믹스 차단 논란이라던가 마인크래프트 19금 논란이라던가. 한국은 꽤나 실용적인 국가라, 명백한 피해를 감수하고 구태스러움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바뀔 게 있으면 빨리 바뀌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검열을 반대하는 세력은 "이 나라가 검열로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걸 풀면 이러이러한 점의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을 근거정연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설득하기 힘들 것입니다.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372 일상/생각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27 Beer Inside 16/03/10 4172 0
    6825 철학/종교크리스마스 이야기 두개 2 기쁨평안 17/12/25 4172 10
    10645 일상/생각군대 다녀온 복학생 20 명이 한 반이 되면 생기는 일 5 네임드 20/06/03 4173 3
    11160 여행유머글을 보고 생각난 플 빌라 이야기 7 맥주만땅 20/11/22 4173 3
    1699 창작[7주차 조각글] 이어쓰기 1 얼그레이 15/12/04 4174 0
    5955 일상/생각장마철 성가신 거미줄 6 우리아버 17/07/15 4174 4
    13308 사회한국 사회의 검열이 완화되지 않는 진짜 이유? 80 카르스 22/11/10 4174 7
    773 기타아프가니스탄의 또 다른 모습 7 눈부심 15/08/11 4175 0
    4356 영화판도라를 보고 (스포X) 2 제주감귤 16/12/11 4175 0
    10219 음악너무 오래 산 탈모 고양이 8 바나나코우 20/01/24 4175 6
    2074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24 AI홍차봇 16/01/21 4176 0
    7547 문화/예술[이가전] 라파엘 로자노-해머 개인전, Decision Forest 3 은우 18/05/18 4176 1
    10369 게임레전드 오브 룬테라 스마트폰 버전이 공개? 유출? 되었습니다. Leeka 20/03/11 4176 1
    10212 음악꽃보다 고양이 6 바나나코우 20/01/22 4176 7
    2078 일상/생각엄마 4 7월 16/01/21 4177 10
    6108 기타아버지를 묘지에 모셔두고 왔습니다. 23 어제내린비 17/08/15 4177 8
    6224 기타플랜더스의 개 꿈도 희망도 없는 동화 13 피아니시모 17/09/03 4177 3
    7335 일상/생각이정도면 사는데 문제 있는거 맞죠? 3 덕후나이트 18/04/05 4177 0
    8270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1) 5 김치찌개 18/09/23 4177 0
    13193 일상/생각채용연계형 인턴이 의미가 있나... 그냥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안되나 23 Picard 22/09/30 4177 0
    12177 도서/문학삼국지를 지금 읽으면 다르게 보이는 점 7 rustysaber 21/10/16 4178 1
    1821 일상/생각두통이 옵니다. 2 RyLiA 15/12/20 4179 0
    5664 사회오늘 5.18 기념식 풀영상 6 우웩 17/05/18 4179 5
    5719 기타닉네임의 유래에 대해... Season 2 24 알겠슘돠 17/05/30 4179 0
    7404 오프모임[완료]4/19(목) 점심~오후 고정 주제없는 수다모임 가지실 분? 55 Erzenico 18/04/18 4179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