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3 11:04:23
Name   모모스
Subject   설사병 이야기
IBS 와 IBD
설사가 심한 병으로 IBS ( Irritable Bowel Syndrome ) 와 IBD ( Inflammatory Bowel Disease ) 가 있습니다.
IBS ( Irritable Bowel Syndrome ) 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번역되니까 많이 아시는 질환이죠. 불편하겠지만 이 정도는 뭐 애교수준의 설사입니다.
그리고 악질적인 질환인 IBD ( Inflammatory Bowel Disease) 는 크게 UC ( Ulcerative Colitis ) 와 그 유명한 CD (Crohn's Disease), 즉 크론병으로 분류됩니다. IBD는 일반 설사병을 뛰어 넘어 설사 뿐만 아니라 장내 염증과 궤양을 발생시키는지라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지난 번 소개드린 것처럼 자가면역 질환으로 의심되며 돼지구충으로 치료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질환이죠. IBD는 치료 방법으로 적당한 것이 별로 없고 약물 요법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며 심한 경우 장폐색이 와서 염증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술한다고 해도 후에 다른 부위에서 재발하기도 하구요. 아주 악질적인 질환입니다. IBD에 비하면 IBS는 양반입니다.  

대장균
이건 설사는 아니지만 똥하고 관련있어서...식료품 위생검사할 때 대장균이 얼마 검출되었네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대장균은 우리 장내에 살다가 똥과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대장균은 심하게 독성을 가진 균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 몸에 딱히 해를 입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그 음식이 "똥물" 에 접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조리하는 사람들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잘 안 씻었을 경우, 화장실과 가까운 곳에서 조리되었을 경우, 가축이나 사람의 분료가 혼입되거나 접촉된 식자재를 사용했을 경우에 대장균이 검출되므로 이를 가지고 간접적으로 위생정도를 평가하는 겁니다. 똥물이요 똥물...

비만치료제
Orlistat는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며 상품명이 그 유명한 제니칼입니다. 지방의 재흡수를 막아 살을 빼는 약입니다. 이 약을 먹으면 설사를 합니다. 아니 설사보다는 팬티에 기름변이 묻혀나오죠. 우리 몸에서 일정 양의 지방질은 다른 지방질의 흡수를 돕기 위해 담즙산과 함께 소장과  간을 순환하고 있는데 이를  Entero-Hepatic Circulation 이라고 합니다.  "장-간 순환" 정도로 번역되겠네요. Orlistat는 장내에서 Lipase 라는 효소 기능을 저해해서 이렇게 순환하는 지방의 재흡수를 막아 지방질 즉 기름을 변이나 설사로 나오게 합니다.. 기름진 식사 후 지방의 흡수를 막을 뿐더러 그와 관계 없이도 장-간 순환하는 지방질 소모시키는 약입니다. 물론 오래 먹으면 우리 몸이 적응하죠. 기름변 설사...기분 나쁘겠어요.

콜레라 ( Cholera )
콜레라는 과거 극심한 설사 유발시켜 많은 사람을 죽인 무서운 유행성 질병입니다. 물론 현재에도 많은 저개발국에서 이 콜레라로 고통 받고 있구요. 원인은 콜레라 비브리오균 때문입니다. 마치 쉼표처럼 생겨 비브리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비해 콜레라는 세균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하기 수월한 편입니다. 콜레레균은 소장에 붙어서 장의 세포들이 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하고 수분과 염분을 상실하게 하는 독소 ( Cholera toxin ) 를 분비합니다. 이로 인해 심한 설사 (정말 심한 설사, 하루에 20리터 정도) 를 하게 되고 탈수로 파랗게 피부색이 변하면서 사망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무서운 질환이지만 현대 의료체계가 확립되어있는 선진국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온성 음료를 투여하거나 우리 몸과 등장액인 링거액을 정맥 투여해서 우리 몸 수분을 유지시켜 급격한 쇼크를 막고 항생제를 투여해 콜레라균을 죽이는 게 일반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콜레라 독소  ( Cholera toxin )

콜레라 독소가 소장상피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GM1 Ganglioside 결합 후 둘(A,B)로 나눠져서 B-unit이 세포 내로 들어가 G-protein과 결합하여 ADP ribosyltransferase로 작용하고 이에 cAMP 농도 (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 ) 를 증가하고 cAMP가 Protein kinase를 활성화시키며 이에 소장상피세포내의 Cl-가 소장내강으로 급속히 분비됩니다. 이렇게 되면 Na+도 흡수가 저해되고 소장내강으로의 분비되고 소장내강에 Na+Cl- 축적되어 몸 내부의 수분이 급속히 소장 내강 모이고 아주 심한 설사를 유발하며 몸의 탈수를 일으켜 심한 쇼크를 줍니다.


과거에는 콜레라에 걸리거나 심한 설사를 하면 흰죽이나 닭죽같은 걸 먹였습니다. 지금도 설사를 하면 죽을 먹지요. 설사로 수분이 빠져나가는데 단백질 함유된 흰죽은 아주 좋은 수분 공급원이 됩니다. 잘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콜레라 독소가 Na+을 소장내강으로 급속히 분비되도록해서 탈수가 일어나는데 위의 그림처럼 죽을 먹어서 glucose와 amino acid를 공급해주면 Na+ 가 glucose와 amino acid와 함께 다시 소장상피세포로 흡수되어 탈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잘 끓여 흡수가 쉽도록 만든 단백질 함유된 죽이 Na+를 재흡수시키고 결국 수분도 같이 재흡수되어 탈수를 막는 이치입니다. 설사가 심하시면 병원가시고 견딜만한 수준이면 닭죽이나 전복죽 드셔서 원기를 회복하세요.  



콜레라 비브리오균의 고향은 인도의 벵골만입니다. 콜레라균은 원래 해조류를 먹고 사는 아주 작은 크기의 요각류 몸위에 포자로 있다가 태풍과 쓰나미 등으로 해수가 내륙의 식수에 유입되고 결국 인간을 감염시킨 겁니다. 인도의 풍토병으로 오랫 동안 인도에만 머물다가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화되고 영국의 세계화에 힘입어 그 후 인도로부터 전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1817년부터 전세계로 퍼져나갔으며 그 후 수차례 대유행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엔 1821년에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괴질이라고 불렸죠. 19세기 콜레라가 유럽에 유행하고 당시 지저분한 도시 생활을 하던 유럽인들에게 맹물을 마시는 건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지저분한 도시 생활을 시작한 보통의 가난한 유럽인들은 농촌의 농민들과 달리 평균 수명이 30세밖에 안되었다고 하네요. 콜라라 등 유행성 질병에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귀족들이나 부자들은 아예 맹물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홍차, 커피처럼 끓여 먹는 것과 와인, 맥주처럼 발효된 것만으로 수분 흡수를 했습니다. 차마시는 문화와 술에 취해 사는 문화도 다 여기에서 기인한게 아닌지 의심되네요. 아무튼 콜레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그 이후 상하수도시설의 중요성과 손씻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위생시설의 발전으로 인류는 초고밀도로 도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요즘 좀... 상하수도시설 관리와 손씻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 또 다른 "존 스노우"가 있습니다.  1840년대  "존 스노우" 라는 의학박사가 집요한 역학조사를 통해 오염된 물로 콜레라 전염됨을 최초로 규명하였습니다. 그 후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를 막기 위해 오염된 상수도를 폐쇄하고 손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힘을 썼고 전염병학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매년에 200~300만명의 저개발국의 어린이들이 콜레라 등의 수인성전염병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1년에 약 100억~200억달러만 있어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저개발국에서 콜레라를 몰아낼 수 있다고 하네요. 그게 멋진 수도관이나 하수도시설이 아닌 기본적인 수질관리와 임시변소만 있어도 콜레라로부터 수많은 인명을 보호해줄 수 있답니다. 콜레라균이 염소에 무지 약합니다. 우리도 소독된 수돗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게 염소 소독한 물로 그 염소가 아직 다 증발하지 않아서 공급되는 물입니다. 염소 소독은 콜레라균을 죽이기 위함입니다. 비싸지 않은 염소를 병에 담아 놓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이나 사람들이 집에 저장한 물에 정기적으로 조금 뿌리기만 하면 되고 더러운 손에 의해 쉽게 오염되는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입구가 넓은 용기가 (우리 선조들이 쓰던 두레박 같은 것, 손가락 푹 담그고 쓰죠.) 아니라 마개가 있고 입구가 좁은 플라스틱병에 물을 담는 것 입니다. 우리가 버리는 피트병과 가격이 싼 염소만으로도 그들은 콜레라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역시 콜레라의 고향인 인도에서는 염소에 내성이 생긴 콜레라가 생겼고 이도 많이 퍼져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라크는 독재자 후세인 시절 다수의 교육을 받은 중산층이 바그다드, 팔루자, 바스라와 같은 도시에 집중되어 사는 현대적이고 부유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가장 심각한 어린이 질환은 비만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미국의 공격으로 이라크 상하수도시설이 파괴되고 의료 체계가 마비되었습니다. 유아사망률을 급속히 치솟고 감염성 질환이 퍼졌으며 콜레라가 재발했습니다. 백만명 이상의 이라크 아이들이 이로 인해 죽었다고 합니다. 고도로 산업화 된 국가가 전쟁으로 필수적인 현대위생설비가 파괴당한다면 이라크와  비슷하게 고통 받게 될 것 입니다. 우리나라도 전쟁이 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거에요.

유조선이나 큰 화물선이 물건을 배달하고 돌아갈 때는 배가 비어있기 때문에 풍랑에 아주 위험합니다. 그래서 배에 바닷물을 채우고 돌아가죠. 인도에 물건을 내려놓고 가는 배들은 인도 벵골만에 해수를 잔뜩 실고 자신들의 나라에 돌아가 그 물들은 자신의 바다에 버리게 됩니다. 즉 수많은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염소에 내성이 생긴 콜레라 등과 같은 다른 지역의 수많은 풍토성 박테리아를 자신의 나라 바다에 옮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화의 부작용 중에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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