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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7/09 21:29:46수정됨
Name   Picard
Subject   이준석과 10년차 과장..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회사원 아재입니다.

이직이 잦고 실무기간이 긴 업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같은 제조업.. 순환보직도 거의 없고 신입때 처음 맡은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업종에서 10년차 과장쯤 되면 한번 조심해야할 타이밍이 옵니다.
중2병 비슷하다고 할까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가 큰 실수/사고 한번 치게 됩니다.

신입으로 들어와 A 제품을 만드는 생산팀에 들어가 몇년 일배우고 고생하다가 대리달았을때 기술팀이나 품질팀가서 A제품 일을 또 합니다. 그러다가 과장 달고 다시 생산팀와서 파트장이나 생산팀의 중참 허리 역할을 하게 되는게 과장 3-4년차.. 10-12년차쯤입니다.
이정도 되면 현업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사고도 겪어봤고, 프로젝트도 두자리수 가까이 해봤을테고, 수억~수십억짜리 프로젝트도 여러번 겪어본 연차죠.
품질이나 기술팀에서 클레임 처리 하러 다니면서 고객에게 갑질도 당해보고, 프로젝트 하면서 공급사 아저씨들한테 갑질도 해보고 적당히 접대도 받아보고, 고객사들에게 굽신굽신 접대도 해보고…
사내정치를 겪기 딱 직전까지 입니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왠만하면 과장까지는 승진합니다. 차장부터 ‘실무능력’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보통 리더십, 친화력, 잠재역량… 이라고 쓰고 (사내정치)라고 읽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또 겪게 됩니다.)

슬슬 매너리즘도 오고… 이때쯤부터 이직도 많이 하거나 ‘왜 내가 아니라 쟤가 승진하는데?’ 라는 불만도 생기고..  
이럴때 윗분들의 눈에 들면 A 제품을 벗어나 다른 업무를 해보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보내보거나 하면서 경험을 더 쌓게 해줍니다.
(저도 딱 이 상황에서 윗분이랑 갈등 때문에 그만둘까 고민했는데, 운이 좋아서 다른 부서로 이동했었습니다.)


지금 이준석이 딱 이 상황이 아닌가 싶네요.
조직의 힘으로 여러가지를 겪어보고 해냈는데, 그게 온전히 자신의 역량만으로 된건줄 착각해서 내가 잘났구나.. 하고 윗분들도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고, 아래 후배들은 갑갑하고, 나 혼자서도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내가 아직 대리, 과장 나부랭이라 공은 부장님, 팀장님들이 차지하고…

내가 힘들게 훼방놓고 삽질하는거 커버하면서 대선 이기고 지선 이겨놨더니 갑자기 ‘니가 한게 뭐 대단한거야?’ 하는 소리 듣고 팽당하게 생겼습니다. 접대? 그거 부장님, 팀장님들은 안 받았어요? 왜 나한테만 그래?

(사견으로, 이준석이 그때 뭐 대단하다고 접대를 받냐 그러는데, 별거 아닌 중견회사 다니는 저도 프로젝트 부사수로 사수 따라다니면서 공급사 출장가고 협의하고 하면 그쪽에서 저녁 사주고 여자 나오는 술집 가자고 하고 그럽디다. 저는 2차까지는 안갔지만..  이것도 웃기는게 2차 거절하면 또 은근히 압박줘요. ‘공범’을 만들려고 하는거죠. 유럽 공급사도 그 동네 좋은 레스토랑 가서 저녁 사주고 와인 사주고 하더군요.)

사실 이준석이 자기 생각 처럼 그렇게 대단한 위인이었으면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이 보수 주류가 되었어야죠. 유승민 따라나가서 안철수도 겪어보고 박지원도 겪어보고 개고생(?) 하다가 결국 다시 기어들어온거 아닙니까..
그렇게 대단했으면 친이/친박 잔당들이 윤석열 옹위해서 모셔와도 유승민 대선후보 만들었어야죠.
그렇게 대단했으면 유승민 경기지사 경선 이기게 만들었어야죠. 대선후보급 주자가 당내 경선도 못 이기고 정계은퇴할때 재빨리 윤통에게 납짝 엎드렸어야 합니다. 그놈의 자만때문에..

이준석은 늘 뒤에 계파 수장급의 거물이 지원을 해줬습니다. 박근혜가 뒤에 있어줬고, 박씨가 몰락하니 유승민이 있었고, 대선때는 윤통이 사고(?)치면 항상 품어줬어요.  지금 이 사단도 윤핵관들의 공격을 윤통이 품어주지 않으니 벌어진겁니다.


회사에 과장병(?)으로 후배들 쥐어 잡고 윗사람들에게도 ‘내가 이거는 제일 전문가입니다!’ 라면서 잘난척 대들다가 그거 뒤 봐주던 팀장이 다른 사업장 팀장으로 가자마자 ‘응, 니가 제일 전문가니까 넌 그거만 해라’ 하면서 파트장은 시켜줬는데 파트원들 싹 빼고 혼자 고립무원된 친구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차장 승진에 파트장이니까 영전같으니 사원 대리들이야 축하한다고 하는데, 차부장들은 ‘그러게 너무 대들었지..’ 라고 합니다. (신임 팀장이랑 갈등도 심함..)
이 친구가 지금 이준석과 오버랩 되네요.

이준석이 당대표 되었을때는 ‘그래, 국힘 어떻게 개혁할지 함 기대해보자’ 했는데 하는거 보면서 실망 계속 하게 되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이준석 대표님 훗날을 도모하려면 지금 흑화해서 번희재, 진중권, 김용민급 되지 마시고 2년후를 도모하세요. 총선후에 기회 생깁니다. 그때까지는 조신하게 지내면서 24년 노원 공천 받는것만 집중하시길…
지금 흑화하면 다음 순서는 검찰 포토라인입니다.

P,S) 10여년전쯤 창업컨설턴트가 방송에 나와서 ‘대기업 차부장 출신들이 제일 위험하다. 이분들은 계획만 기깔나게 세워놓으면 척척 잘 돌아가는줄 안다. 그 계획이 되게 만든게 본인이 기획을 잘한게 아니라  대기업 구성원의 능력과 조직의 힘이라는걸 모른다.’ 라고 하더군요. 준스톤도 비슷한 함정에 빠진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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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밌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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